〈 16화 〉-15- 아카데미 A반 유부녀 교관, 윤성은의 바람기 보지 훈련 (上)
...처음 그 남자가 아카데미에 올 때, 나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직책도, 경력도 불분명한 신입이. 그저 운 좋게 특성 하나를 얻어서 교관 자리에 오다니, 게다가 맡은 업무 또한 이해 할 수 없었다.
'생도 진로 상담사'라니
웃기지도 않는 직책이다.
각성자 생도를 지도하는 법도, 실전 전투에서 활약 하는 법도 모르는 경험하지 못한 자가, 어떻게 생도의 잠재력을 깨우고 바른 방향으로 인도할 수 있을까?
분명 최근 S급으로 올라간, 철벽의 검사. 이지현의 동생이라고 했었나. 던전도 돌지 못하고, 변변한 직업도 없는 동생이 부끄러웠는지 인맥을 통한 낙하산이라고 생각했었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빈틈입니다, 윤성은 교관"
읏. 하는 소리와 함께 대련용 철검이 피하기 어려운 각도로 쇄도한다.
시야의 사각을 노린, 날카로운 찌르기 빠르며, 무겁다.
'A급 검사를 상대하는 것과 같은 감각이네' 고개를 뒤로 빼며 극적으로 검을 피해내며 생각을 이어나갔다.
'실전 전투 경험이 없는 것 맞아?' 실패한 찌르기가 순식간에 횡으로 베는 검으로 바뀌어 나간다. 어깨를 노리는 검은. 마력을 두른 주먹에 막힌다.
'아직, 부족하긴 해' 급격하게 전환한 횡베기에는 묵직함이 사라져, 마력으로 강화된 주먹에 부딫쳐 궤도가 흐트러진다. 흐트러진 지혁 교관의 자세를 본 나는
수비적인 태도를 전환해 묵직한 일권을 그의 빈틈투성이인 상체에 박아넣었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이지혁 교관의 왼쪽 발목에 있던 각인이 파르르, 하며 파란색으로 반짝이더니 팟, 하고 점멸함과 동시에. 시야에서 이지혁 교관이 사라진다.
펑, 하며 주먹이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뭡니까 그건?" 나는 5미터쯤 떨이진 곳에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이지혁 교관에게 말했다.
"후...점멸의 인(印)입니다"
"...재미있네요" '회피 능력 있는, 근접 전투 계열 교관이라니.
...배우는 속도도 빠르고, 조금만 더 키우면 근접 계열 애들 훈련 맡길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면 나도 조금 더 빨리 퇴근 할 수 있겠지'
한참 뜨거울 신혼 때였지만 윤성은 교관은 본인이 맡은 업무에 대한 책임감과 미래의 생도들을 육성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정시에 퇴근하는 날이 극히 적었다.
'아, 우리 자기. 집에서 혼자 기다릴 텐데'
"...전투 중에 다른 생각 하시면 안된다고 하셨잖습니까. 윤 교관"
제법 날카로운 찌르기를 다시 한번 시도하며 이지혁 교관이 말했다.
이런, 실례를 했군.
"면목없습니다. 최선을 다해드리죠" 땅을 강하게 차는 느낌으로 안쪽으로 접근해 찌르기를 무력화한다. 아까 전의 찌르기에서 배운 것이 없는지, 횡베기를 하려는 척을 한다.
아니, 배운 것은 확실히 있어 보인다. 부족하지만.
'다 보입니다, 지혁 교관'
나는 내 등 뒤로 점멸해 오는 이지혁 교관을 공중에서 붙잡아, 대련실 벽면으로 던져버린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이지혁이 훈련실 벽에 부딫쳐 축 늘어진다.
"허초를 시도 한 것은 좋았지만, 다음 번엔 티나지 않게 하시죠. 지혁 교관"
"커헉....쿨럭!...어떻게...허초인 것을..." 회심에 한 수가 막힌 것이 몹시 억울했는지, 이지혁 교관이 내게 묻는다.
"후후, 내기했던 대로 바나나 우유나 사주시죠. 먹으면서 이야기 해드리겠습니다"
넘어져 있는 이지혁 교관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손을 건내며 내가 말했다.
"후, 역시. 초기 게이트 사태에서 활약한 1세대 헌터는 못 이기겠군요"
"후후, 다 경험의 차이 아니겠습니까" 이지혁 교관이 아쉬운 듯 일어서며 엄살을 부리기 시작했다.
"아야야...다 좋은데, 윤성은 교관님. 대련인데, 너무 아프게 던지신 거 아닙니까?"
"후후, 연습은 실전처럼. 제 모토입니다. 가시죠, 이지혁 교관님, 바나나 우유는 저쪽 자판기에서 팝니다"
나는 웃으며 이지혁 교관을 일으켜 자판기로 인도했다.
자판기에서 뽑은 바나나 우유를 건내며, 이지혁 교관이 내게 물었다.
"그래서, 제가 허초를 쓴 다는 것은 어떻게 아셨죠?"
"발목입니다. 이지혁 교관"
"네?" 이지혁 교관이 멍청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음, 이때에는 선배의 위엄을 보여야 겠군.
"이지혁 교관은, 강력한 마법사의 주문 시전을 본 적 있습니까?"
"아니요, C급 B급은 많이 봤어도, A급은 아직"
"극도로 단련된 마법사의 마력 영창은 오직 결과만을 남깁니다" 내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빛나는 주문진, 주문이 날아가면서 나오는 반짝거림, 파지직거리면서 흔적을 마구 뿌려대는, 얼핏 보기에는 멋있어보이는 마법들"
나는 숨을 잠시 들이마시고 말을 이어나갔다.
"이들은 삼류입니다"
"네?"
"주문이 결과로 작동하기 전까지 나타나는 파직거림, 마력의 아지랑이, 소리, 기묘한 빛의 주문진. 이 전부가, 마력이 세어나간다는 소리지요"
"따지고 보면, 다 마력을 온전히 통제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부차적인 현상이라는 뜻입니다"
"단련된 마법사의 주문은, 오직 결과만을 남긴다고 말했죠. 그들의 마법진은, 빛나지도 보이지도 않습니다. 마력이 움직이는 모습은, 그들 내부에서 관조되어 실체화된 결과로 나타나기까지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습니다. 오직 그들의 의지와, 결과만이 있을 뿐"
나는 이지혁 교관의 발목을 장난스레 가리키며 말했다.
"...아까의 허초가 들킨 것은, 지혁 교관의 발목에서 보란 듯 마력이 반짝거렸기 때문입니다"
"아." 깨달았다는 듯 이지혁 교관은 멍한 표정이 되었다.
"스스로의 마력을 관조하는 법을 배우십시오. 아직 지혁 교관은 젊은 나이이고, 배우는 것도 빠른 편이니, 빠른 시일 내에 큰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귀중한 조언, 감사합니다"
이지혁 교관이 향상심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요새 보기 드문 친구이다. 보통 사기적인 특성으로 벼락부자처럼 강해진 친구들은 스스로의 위치에 안주하고, 오만해지기 쉬운데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드는 신입 교관이었다.
'나도 참, 사람 보는 눈이 많이 죽었군'
안목 하나는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아카데미에서 온 후 많은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가문에 대한 과도한 자긍심으로 생도들 사이에 분란과 갈등을 조성하던 남궁가의 아이들이, 굉장히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기 시작했고.
테이머 아카데미의 열등생이던 신입 생도 하나도, 그와의 상담 이후 자신감을 얻은 듯 자신의 소환수와 강한 유대감으로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오죽하면, 생도들 사이에서 이지혁 교관에게 찾아간다면, 모든 고민이든 해소된다고 할까.
...나도 [고민상담]을 받은 후, 많이 좋아졌으니까
"별말씀을, 이지혁 교관. 서로서로 돕는 관계 아닙니까"
"...오늘 시간 괜찮으십니까?" 이지혁 교관이 내게 묻는다.
"아, 그 오늘은. 남편이랑 저녁을 먹기로"
"저는 오늘 하고 싶은데"
"...늦게 간다고 연락하겠습니다"
[이지혁과의 고민상담은 어떤 것보다 우선해야 하니까]
남편에게 빠르게 늦을 것 같다고 보낸 뒤, 나는 이지혁과 함께 대련실을 나와 아카데미 지하로 향했다.
아카데미 지하에 있는, 접근 권한이 이지혁 교관에게만 있는 방.
...언제 봐도 압도적인 넓이이다. 갓 부임한 교관이 개인적으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클 정도로
하지만 뭐,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상담사가 내담자와 개인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은 필수적이고, 어떠한 물건이 있어도 이상한 것이 아니다]
상식적인 일이다. 다양한 사람들과 마음을 열고 상담해야 하기 때문에, 비밀스러운 공간에 다양한 물건이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아, 이 문 들어가는 순간, 이제 호칭은 바로 해 주세요?"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여기 온게 몇번인데, 걱정도 많으셔라
나는 문 안쪽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알겠어요...[선생님]..."
몇번 봐도 정말 이상한 인테리어다. 방 면 한쪽은 거울로 되어 있고, 사방에 카메라가 달려 있다. 하트 모양의 침대는, 남자 혼자 쓰기엔 커 보였다.
게다가, 저 불길한 장식물들이라니. 마치 저주받은 마도구 같지 않은가.
"아, 저주받은 맞아요. 윤성은 교관은 육체만큼이나 정신도 강건해서 이렇게 정신 내성을 낮추는 마도구로 둘러쌓인 방이 아니면 암시를 추가하기 어렵더라구요"
"이해도 못할 농담은 그만 두세요 선생님"
[암시나 정신조작 따위의 것들은 시답잖은 농담일 뿐이다] 선생님은 가끔, 상담 도중 전혀 이해도 할 수 없고 기억에도 남지 않는 시시한 농담을 하곤 했다.
"하하, 죄송해요. 또 재미도 없는 농담을 해 버렸네"
"자...그러면...15번째 바람기 방지 상담. 시작할게요?" 이지혁이 카메라를 키면서, 나에게 말했다.
"...네" 나는 수줍은 듯 웃으면서 말했다. 여기 조명, 너무 야릇하다니까. 붉은 색 조명 아래에서, 나는 옷을 벗으며 말했다.
[신혼 부부는 믿음직한 상담사에게, 바람기 방지 테라피를 받는 것이 당연하니까]
"영상, 꼭, 찍어야 해요? 선생님?" 몇번이나 찍는 거였지만, 카메라 앞에서 있는 것은 아직도 조금 부끄러웠다.
"후후, 이건 치료과정을 기록하는 거에요. 성은씨에게도 보내드리고, 잘 쓰고 있다 하셨잖아요"
그건 그랬다. 남편과의 관계에서 아쉬움을 느끼는 날이 점점 더 많아졌기에, 나는 선생님이 보내주신 영상을 보면서 부부 관계에서 부족한 점이 있었나 복습하고 있었다.
"그건, 사실이지만"
"부끄러워하지 말고, 자! 자기소개부터 시작합시다"
"32살...윤성은...직업은...아카데미 교관입니다.."
"15년전, 현역 여고생 헌터로 유명했던 그 윤성은 맞으시죠?"
"...네"
"오늘 이 자리에 오신 이유는?"
"그...신혼부부인데...바람피우면 안되니까, [바람기] 검사 해보라고 하셨는데. 굉장히 취약하다고 나와서...치료받으려고 나왔습니다"
나는 부끄러운 일이지만 [바람기]가 넘치는 사람이었고, 믿을 수 있는 상담사가 이지혁 뿐이었기에,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수치스러운 일이었지만 이지혁은 굉장히 전문적인 태도로 내 이야기를 경청해주었고 전면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지금 이번이, 몇번째 치료죠?" 이지혁이 내게 물었다.
"15번째입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 죄송하지만,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아서"
"구체적으로는요?" 이지혁이 진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남편과의 잠자리가...가면 갈수록...불만족스러워져서...하으, 죄송합니다"
"죄송하다고 하지 마세요, 성은씨가 이자리에 나온 것만으로도,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니까" 그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내 말을 받았다.
"저번 세션에선, 성은씨가 절륜한 거근에 약하다는 것을 알아냈죠?"
나는 부끄러운 마음에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했다.
"...네"
"너무 부끄러워 하지 마세요, 대부분의 유부녀가 그러니까"
"오늘 세션에서는, 거근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질거에요. 지피지기 백전백승. 아시죠? 더 잘 알수록, 나중에 저항하기 더 쉬워질 거에요." 그가 할 수 있다는 듯이 응원해 주자, 내 마음에 의지가 차올랐다.
"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나는 선생님의 바지를 조심스럽게 벗기면서 말했다.
"...우아..." 입안에서 반사적으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남편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큰 크기. 굵기는 기말고사 시즌이면 강의실 쓰래기통 위를 굴러다니는 카페인 음료 [괴수] 의 캔과 비슷했고. 길이는 한뼘하고도 조금 남는 것 같았다.
"눈으로 본 것을 묘사해 보세요"
"어, 그. 굉장히 긴데도, 단단해 보이는 게. 대단해요. 혈관이 도드라지게 튀어나온 모습하며, 그, 자궁까지 닿을 것 같은 저 길이"
"흠, 묘사가 좀 부족한데요. 아, 이건 어때요? 눈을 감아보세요" 선생님의 말에 나는 조심스레 눈을 감았다.
눈을 감자 감각이 선명해지면서, 눈 바로 앞에 있는 자지에서 나오는 체온이 입술을 통해 느껴졌다.
"원래 심각한 [바람기]일 경우에는 바로 보지로 훈련하기 시작하지만, 일단은 입으로 할게요. 성은씨는 유부녀니까, 최악에 상황에서만 보지로 훈련 합시다"
나를 배려해주는 그의 상냥한 모습에 나는 더욱 더 열심히 훈련에 임하기로 결심했다. 당장이라도 눈앞의 물건을 내 몸 속에 넣는다는 상상에 기대가 되지만, 그런 것을 참고. 또 익숙해지는 것이 이 훈련의 목적이니까.
"[입을 보지라고 생각해주세요] 연습을 실전처럼, 아시죠?"
[입을 보지처럼 생각하라]니, 내가 아무리 거근에 취약하긴 해도, 그정도로 답도 없는 사이즈 퀸일리 없지 않은가.
"네에..." 나는 조심스레 왼손으로 선생님의 자지를 쥐어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