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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화 〉-9- 동생의 정사를 엿듣는 누나 (上) (10/37)



〈 10화 〉-9- 동생의 정사를 엿듣는 누나 (上)

길드에서 상당히 먼 곳에 위치한 이지혁의 집이었지만 그녀는 S급 헌터라는 이름에 걸맞게

출중한 신체 능력을 활용해 단숨에 그의 집에 도착했다.

문자에 동봉된,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누른 그녀는, 쿵쾅대는 가슴을 다잡으며 심호흡을 한번 한 뒤. 문을 활짝 열었다.


"...아무도 없잖아"

문자 그대로, '날아온' 그녀는  안에 아무도 없다는 것에 실망했다.

"너무 일찍 왔나...?"

이지혁의 아파트. 그가 각인사로 각성  후, 돈을 쓸어담듯 모으기 시작자마자 구매한 집이었다.

"....그만큼 내가 싫었던 걸까?"


생각해보면 동생과 같이 사는 동안 미안한 일 밖에 하지 않았다.

열심히 노력하는 지혁이의 모습을 그저 헛수고라고 매도하고,


큰 마력밖에 없는, 그냥 마력 탱크라고 깎아내렸다.

"대체  그랬을까" 스스로의 행동에 후회밖에 남지 않는다.


지혁이의 아파트

이제 이 곳에, 내 흔적은 없구나.

'좀더 잘 해 줄걸' 눈물이 그렁그렁 차오르는 것을 필사적으로 억누른다.


'안돼, 지혁이가  올텐데, 이런 얼굴 하면' 마음을 다잡은 나는, 철그럭. 하는 소리와 함께

스스로가 갑옷을 입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안돼! 지혁이...오랫만에 보는데'

나는 허둥지둥 옷을 갈아입고, 어떤 게 지혁이에게 가장 예쁘게 보일까. 라는 무의식적인 고민을 시작했다.


아공간 주머니에서 옷을 찾던 중, 몇몇 코디에 떠오르는 불쾌한 이름이 있었다.


아담하고 귀여운 체형을 위한 스타일.


"D급...아니, B급 헌터 유아라"

'운 좋은 씨발년' 그녀에 대한 내 한줄로 된 평가였다.

주제도 모르는 개같은  같으니. 지혁이의 각인 때문에 운 좋게 B급으로 성장했으면서, 거들먹거리는 꼴이 썩 좋지 않았다.

...게다가 지혁이와 항상 붙어 다니는 모습이 몇몇 삼류 가십지에 포착되어. 염문설을 뿌리곤 했었다.

"그...저...연인은...아니에요..." 하며 애매하게 부정하는 꼴이라니.


"개같은 년" 유아라에 대한 욕설과는 별개로, 세미나 같은 곳에서 자신의 각인을 홍보할 때, 유아라와 함께 동행하던

지혁이의 모습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이런 스타일, 좋아하는 걸까" 유아라를 끌고 다니며 환하게 웃는 그의 사진을, 휴대폰에 모조리 저장해 둔 그녀였다.


만나면. 위험해  것 같았기에 비록 만날 수는 없었어도. 동생의 일상이 미치도록 궁금한 그녀였다.


"...편해 보이는 옷이니까" 그녀는 유아라와 판박이인 스타일의 옷을 입으며 생각했다.


'조금 끼는 것 같은데' 그녀의 가슴을 감당하지 못하고 그녀의 상의는 가슴 라인을 그대로 드러내는 모습을 띄고 있었고.


H라인 스커트는 골반과 엉덩이를 부각시키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조금 야한 것 같은데" 곧 이어서 떠오른 12번 시나리오의 기억에, 그녀는 어쩌면, 어쩌면 좋아할 지도 모른다란 생각에

몸이 살짝 흥분하는 것을 느꼈다. 신발, 갑옷 등을 아공간에 넣고 정리한 그녀는. 거실을 지나쳐서 지혁이의 방을 찾아냈다.

'안돼. 민폐야. 이지현. 정신차려'

'넌...못참을거야'


분명 세탁하지 못한 옷 하나라도 가지고 나오게  것이다.


들어가고 싶은 욕망을 필사적으로 억누른 상태로, 나는 바로 옆에 있는, 휴게공간같은 방을 열었다.


손님용 방인가? 소파와 TV, 그리고 테이블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혼자 사는데 깔끔하네'

지혁이의 소파에 다가갔다. 방 건너편에 있는 소파. TV라도 보고 있을까 생각한 그녀는

이내 느껴지는 피곤함에 리모컨을 쥐려던 손을 멈추었다. 분명 힘들만큼 훈련은 하지 않았는데. 


'아'

그녀는 피곤한 이유를 새삼 깨달으며 발갛게 달아오른 고개를 뒤로 늘어뜨리고 소파에 목을 기대었다.


'....끝까지 했었다면, 피로가 오히려 가시지 않았을까'

아니다. 시덥잖은 망상이다. 그녀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떠오르는 망상을 떨쳐내려고 집중했다.

"잠깐 쉬고 있을까"

어쩐지 체향이 진하게 느껴지는 소파였다. 둘러보던 그녀는, 이 방이 각인실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는 이곳은  방이었는데"


급하게 마련한 듯, 그 당시 지혁이의 아파트는 풀지 않은 짐 투성이었다. 그때는 각인을 받는다는 것에 정신이 팔려서


주위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었다. 각인실에 바로 옆이 이 방이라는 것을 떠올리니, 이 소파가 조금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각인을 마친 지혁이의 몸은 땀투성이였다. 아무리 많은 마력의 소유자라도, 그 정도의 마력을 쓰는 일은 힘든 일이었겠지'

'반들반들하게 윤기가 나던, 근육질의 탄탄한 몸. 땀냄새는 불쾌하지 않았다. 단 과일의 시큼한 향 처럼 느껴졌다.'


'어쩐지 덥게 느껴졌던 각인실의 안, 지혁이는. 각인을 마치고는 땀투성이인 그 몸을 여기서 기대며 쉬지 않았을까'

고개를  깊게 파고드며 나는 밀려드는 수마에 저항하려 애썼다.

'하지만, 이 소파. 너무 편하게 느껴지는 걸'

은은한 체향에 감싸진 느낌에 나는 점점 무거워지는 눈꺼풀에 저항하지 못했다.

...어쩐지 좋은 꿈을 꿀 것 같은 예감이었다.


.


..

...

..

.


"띠 띠 띠" 하는 디지털적인 도어락 버튼 눌리는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지혁이의 목소리에 나는 귀를 쫑긋 세우며 일어났다.


"지혁이다" 사월에 부는 봄바람에 나무가지사 휘어지듯, 올라오는 입꼬리를 주체할 수 없었다.


'어떻게 반기는 게 좋을까, 어떤 말을 해야 하지' 머리속이 혼란스러워 나가기가 망설여졌다.

"...결국 안 오신 것 같네요" 여자 목소리?


나는 멈칫 하며 나가려던 자세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대체 누구지?

"그러게요, 아라씨. 오늘, 소개해 주려 했는데"


'소개?'


'...'

'.....'

'...아'

생각이 이어지지 않았다. C급 헌터 시절, 오우거의 전쟁망치에 얻어맞았을 때도, 이러한 충격은 느껴지지 않았는데.

머리가 망치에 두들겨지는 것처럼. 생각이 이어지지 않았다.

"그, 우리 사귄지, 벌써 반년이나 지났잖아요. 어찌 보면, 누나 소개로 만난 거나 다름 없으니"


'..아...'


그때는 쓸모 없다고 느꼈던, 왜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지만 한심하다고 느꼈던 동생이었다.

남아도는 마력으로 길드에 도움이라도 되라고, 마구 폭언을 내뱉던 그 시절의 나.

아.

아.

생각이 언어로 이어지지 않았고, 내뱉은 단말마는 문장으로 이어지기에 너무나 부족한, 그저 한마디의 자그만한 '아' 뿐이었다.

동생은 내게서 도망치듯, 매일 창고로 향했고. 창고에 없는 시간에는 길드 정보 보관실에 있었다.

그 때의 난, 쓸모없는  눈앞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좋아했었다

...멍청한 년. 바보같은 계집애.

"...그러게요, 누나에겐 아라씨 꼭 소개시켜 주고 싶었는데" 지혁이가 상심한 듯, 우울한 말투로 내뱉었다.


"너무 상심하지 마요, 요즘 많이 바쁜가 보죠" 유아라가 다정한 목소리로 지혁이를 달래 준다.


'병신같은 기집애...자기가 어울린다고 생각하나? 운 좋게 그때 창고에 있을 뿐이었던 D급 쓰래...'

"꺄흣!" 하는 야릇한 소리가  상념을 끊어냈다.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나는 마력을 집중해 향상된 감각으로, 일어나는 일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벽 너머에 있는 일이, 마치 보는 것처럼 어떤 행위인지 알 수 있었다.

'특성을 이런 데 활용하다니'

자괴감이 조금 많이 들었지만, 옆에서 이루어지는 호기심을 누를  없었다.


동생이 커다란 손으로, 유아라의 엉덩이를 주무르고 있었다.


'미쳤나봐 미쳤나봐...! 요즘 애들은 이렇게 빠른가...?" 연애 경험이 없던 나는 혼란스러웠다.

"안돼요..지혁씨..누나분...오시면 어떡해요..." 유아라가 어울리지도 않는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

"안올꺼에요. 누나. 요즘 저를 피하거든요" 지혁이가 우울한 기색을 한껏 드러내며 말했다.


"제가 좀 더 싫어졌나 봐요"

"아닐...흣...거에요. S급...흣..되니까...아..♥ 바쁜 거겠죠"


"누나는 옛날부터 절 싫어했어요"

가슴이. 돌이 얹힌 것처럼 무거워졌다. 당장 달려나가서 말하고 싶었다


그런게 아니라고. 그저, 만나게 되면 위험할 것 같아서. 그런건데


"힘들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요, 아라씨"


"뭘요, 항상 열심히 하는 모습 멋있었는데요...♥ 저는...♥ 믿고있었어요♥"


내가  먼저 알고 있었는데.


내가 더 일찍 알았는데


나랑 더 많이 지냈는데

나한텐, 힘들었다고 이야기 안했잖아.

어째서, 저딴 년 따위에게 이런게 주어져야해?

"아흣...♥ 이런 이야기 할때...♥ 엉덩이 만지지 마요...♥" 유아라가 몸을 배배 꼬며 말했다.


"싫어요, 그럼 가슴 만지게 해주던가요" 지혁이가 더욱 세게 주무르며, 유아라에게 눈을 맞추며 말했다.

"차라리...가슴을 만져요...♥"

"가슴 없잖아요"

"...못됐어 정말.." ...사이사이 들리는 유아라의 비음은, 안그래도 아픈 머리에 쨍하게 울리는 것 같아서 짜증이 났다.

"...방...방에서 해요...♥ 아..♥...지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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