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화 〉-0- F급 각성자, 권능을 얻다 (1/37)



〈 1화 〉-0- F급 각성자, 권능을 얻다

세상에 다른 차원과 연결되어 끝없이 괴물을 뱉어내는 게이트라는 게 나타난 지 벌써 15년, 세상이 몇번 쯤 대충 망할 뻔 했지만. 게이트와 함께 나타난 초월자와의 계약을 통해 손에서 얼음 송곳을 뿜어내며, 빌딩만한 화염구를 던지고, 아음속으로 괴수들을 썰어대는 등, 인간을 초월한 각성자의 등장으로 인류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마력을 각성한 대부분의 최초의 재해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 세상은 각성자들의 시대였다.


 또한 그러한 각성자가  수 있다 믿었다.


15분 전까진 말이다.

"대기표 142번, 이지혁 각성자분?"
대한각성자협회의 여직원이 피곤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네"

"결과 나왔습니다. 종합평가는 F급이네요...이정도 등급이면 헌터 생활은 포기하고 일반인처럼 사는  나을 수 도 있어요."


"F...F급이요?그...그럴리가"


"각성자분 결과표를 보면, 고유 특성들이 완벽하게 역-시너지를 내고 있어요. 마력 수치는 높지만....마력이 신체 내부에서만 순환하려 하는 특징을 가져서, 정작 활용할 수 있는 마력은 적어요. 마력에 관심을 가지는 초월자 분들도 없으셨고..."


여직원은 이런 저런 설명을 곁들이며, 왜 모든 지표가 내가 각성자로서 폐급임을 증명하는지 말했다. 제기랄, 하나도 귀에 들어오기 않았다.

"그래도  일이 있지 않을까요?" 나는 마지막 심정으로 물었다.

"....마력 전지 충전? 죄송해요, 마력 수치만 높은 각성자가 할  있는 일은 이정도 뿐인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마력 전지라....하...'

높은 마력 수치로 하기 가장 쉬운 일  하나였다. 실제로도 마도구를 마력으로 충전하는 일도 자주 해 봤고.

나는 결과지를 구기듯 움켜쥐고 건물을 나왔다. 그 순간, 핸드폰이 부르르 울리며 문자가 왔다.

[카톡!]


[누나년 : 우리 길드 로비로 와, 지금 당장]


누나의 연락이었다. 이지현, 나와는 달리, 15살 때부터 초월자와 계약한 천재. 26살인 지금, 그녀는 S급 헌터가 되었다. 오늘따라 저 눈부신 재능이 평소보다 질투났던 나는 퉁명스럽게 답장했다.


[왜]


[누나 : 이리 와서 우리 길드 마도구에 마력좀 넣고 가라 근데 말이 좀 짧아 우리 동생?맞을래? ]

[누나 : 나 A급이라 내부 정보도 열람 가능하거든? 너 F급 판정 나왔잖아~ 할 일도 없는데 일이나 해~ 배터리쉑 ]

'하...결국 마력 탱크가 맞는 걸까....'


[백호길드 알지? 거기 창고로 와, 네가 충전할 물건이랑 일당 넣어놨어]

나는 누나가 시키는 대로 길드 창고로 왔다. D급 헌터 유아라가 창고를 지키고 있었다.

"어? 지혁씨? 안녕하세요! 지현 언니가 보내셨나요?"

그녀가 앙증맞은 걸음걸이로 내게 다가와 물었다. 자그만한 키에 창고 경비 제복이  크게 느껴지는 게 퍽 귀여웠다.


"네, 마도구는 안에 있나요?"

"넵! 들어가시면 됩니당~" 그녀는 카드키를 찍고 나를 안쪽으로 들여보내 주었다.


'이것들인가...' 나는 대충 벗어놓은 듯한, 땀내나는 마정석 갑옷 2벌에 손을 올려, 마력을 충전하기 시작했다.

마력이 서서히 나가는 것을 느끼면서, 나는 잠시 생각했다.

'배터리라....맞는 말일지도. 마력은 많지만, 이렇게밖에 쓸 수가 없으니...'


몇분 뒤, 마도구가 모두 충전된 걸 느낀 나는 손을 털고 일어서려 했다.


'어라, 이것도 마도구인가?'


검은색 가죽 커버에 눈동자가 그려진, 심플한 디자인의 책이다.

....뭔가 으스스해 보이는걸

'뭐, 전부  충전 하라고 했으니까'

마력을 주입하기 시작하자, 책이 조금씩 빛나기 시작했다. 기묘한 아우라가  주변에 아른거리며, 표지의 눈동자가 펴지기 시작했다.

눈동자가 완전히 펴지자, 책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최초 기동을 시작합니다.]
[사용자 등록: 이지혁]
[메시지를 재생합니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책 안에서 나온 어두운 무언가, 아니 시각으로 표현할 수 없는. 인식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득한 존재감이 창고 안을 가득 채웠다.

저 형상은 분명...[음탕한 혼돈]...! 누구와도 계약하지 않는다고 들었을 텐데...!

"축하한다, 필멸자"

"다른 초월자들은 이 [상태창]이라는 것들을 만드는데 모두 찬성했지만, 난 질서랑 공정과는 거리가 멀거든."

"네게 힘을 주겠다. 타인의 [상태창]을 조작할 수 있는 힘을"

"네가 선택받은 이유?이봐, 나한테서 인과를 찾으려 들지 말게, 내 이름도 모르나?"

"부디,  즐겁게 해 주게나. 다른 신들에게 잡히지 말고."

[음탕한 혼돈]은 이지혁에게 자기  말만 하고 사라졌다.


'...이거  아니야?'


"...상태창"
 

16584299698558.jpg 



팟, 하고 나타난 상태창에는, 이전에는 본 적 없던 특성이 추가되어 있었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해당 특성을  자세히 알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에 감응하듯, 상태창이 특성에 대한 정보를 주르르 내뱉었다.

<특성 목록>

상태창 조작(EX, Hidden)
상대방의 상태를 열람할  있습니다.
- 타인의 상식, 특성, 신체를 조작할 수 있습니다.
- 소모되는 마력은 등급에 비례합니다.

음탕한 혼돈에게 선택받은 자(Hidden)
성적인 욕구와 정력이 상승합니다
- 당신은 음탕한 혼돈의 사도입니다. 쾌락을 추구하십시오.

EX급 능력....! 나는 흥분감에 몸이 떨리는 걸 느꼈다.

그 때, D급 헌터 유아라가 창고 안쪽으로 들어왔다.


"흐아암...생각보다 오래 걸리시네요 오늘은? 다 끝났죠?저도 이만 퇴근해야 해서...가지고 가시는 물건 없는지 확인하고 갈게요."

둘만 있는 허름한 창고, 목격자도 없는 이 곳. 나는 지금이 능력을 시험해 보기에 가장 좋은 때라 생각했다.


'상태창 조작, 유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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