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난 누구인가. 난 왜 이곳에 있는것인가? 자아성찰을 해 보았다. 하지만 이미 뒤는 없었다. 앞은 낭떠러지 뒤는 절벽 이랄까? 지금 내 상황이 그랬다.
“저..저는... 으으 지..지연이라고 해요. 몸이 아파서 쉬다가 전학을 오게 되었어요.”
대충 지어내듯 그렇게 자기소개를 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전학생으로써 이슈를 불러오는법. 최대한 그 이슈를 작게 하기 위해 어느정도 술수를 쓰는 중이었다. 일명 병약... 컨셉이랄까? 아픈척 하면 날 귀찮게 하지는 않을거 아니던가?
“오오! 초 미소녀다!! 우리들에게도 광명이!! 크흑!”
“헛?! 저..저 아이는...!”
멀찍히 떨어진 자리에 신우가 보였다. 신우도 날 보며 놀란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긴... 자기와 데이트하고 이런저런 일도 있던 여자아이가 뜬금없이 전학을 왔으니 놀랄 수밖에...
“그럼 자리에 안거라. 으음... 그래 저기 지후 자리가 좋겠구나.”
“네...”
어차피 내 자린데... 내가 지후인데 왜 말을 못하니!! 크흑... 안구에 습기가 낄것만 같았다. 그렇게 내 자리로 향했다. 당연하게도 그 자리는 신우의 옆자리... 이녀서과 전생에 무슨 인연이라도 있었던걸까?
“아..안녕? 하하하. 서..설마 지연이 네가 전학을 올 줄이야... 지후 녀석을 놀려 먹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사라져 버리고... 도대체 무슨 일인걸까?”
“그..그게... 지..지후에게 급병이... 아..아무튼 반가워.”
대충 둘러댈 수밖에 없었다. 이러면 날 찾는다는둥 헛짓을 하지 않을테니 말이다.
“그래? 정말 안됐네. 지후 녀석... 이렇게 귀여운 여자친구를 놔두고, 얼마나 안좋으면 학교도 그만둬 버린걸까?”
“여..여자친구라니... 사..사실 친척이야! 으응. 지후 지연이... 돌림자잖아?”
“오호? 그래? 그렇다면 내게도 기회가!!”
뭔가 쓸데없는 짓을 해버린것 같았다. 하지만 최대한 조심하기 위해서 어쩔수 없었다. 결국 여자아이 몸으로도 쏠로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어쩐지 신우의 눈빛이 묘하게 끈적거렸다.
“그나저나 인연은 인연인가보다. 연락하려고 했는데 마침 전학을 오다니...”
“그..그러게? 호호호...”
여자아이처럼 웃어보이며 적당히 얼버무렸다. 인연이라니... 누구 좋으라고? 설마 신우녀석... 날 어떻게 해보자는 속셈인가? 아무래도 그런걸지도 몰랐다. 하긴... 데이트날 그렇게 방해를 했으니 본전을 되찾고자 그러는 걸지도...
“그날... 정말 기분 좋았어. 그... 영화관에서 네가 내 자...흡?!”
“쉬..쉿! 도..도대체 무..무슨소리일까? 호호호. 그... 잊자고 했잖아. 잊자고!”
“푸핫! 갑자기 무슨! 게다가 잊을수 있을리가 없잖아. 이런 미소녀가 내 자... 알았어. 아무튼 봉사해준 일을 말야.”
“큭... 그날은... 실수였어. 그... 분위기에 취해 나도 모르게... 아..아무튼 없었던 일이라고 생각해줘.”
하지만 능글맞은 웃음의 신우... 아무래도 그걸로 뽕을 뽑아먹을 작정인듯 했다. 약점을 제대로 잡았다고 해야하나?
“후후후. 글쎄~ 어떨까? 사실 그날... 이렇게 증거를...”
엑?! 그..그건?!“
“찰칵~ 하는 소리도 못들었나봐? 어때? 잘 나왔지? 지연이 네가 내게 봉사하는 사진 말야.”
“으윽... 너. 자..잘도! 으으... 그래서 뭘 어쩌란건데?!”
집요하고 짜증나는 녀석이었다. 설마 그때 그런 사진을 찍었을 줄이야. 결국 약점 제대로 잡힌 상황이 되어버린것 같았다. 정말... 어째야할까? 일단 당분간은 이 모습으로 생활해야 할텐데...
“딱히 별로... 일단 이걸 퍼트릴 생각은 없으니까. 단... 지연이 네가 내 여자친구가 되어준다면...”
“큭... 결국 그게 목적이었구나.”
“그래서 싫어? 나 정도라면 제법 괜찮은 남자라고 생각되는데...”
“괜찮기는... 변태잖아!!”
“야야. 그렇다고 그런 소릴 그렇게 크게 하면!!”
“그래서 아냐?”
“변태지만... 아무튼 어때? 단순한 거래일뿐이야. 일단 그렇게 시작하는거지. 우후후훗.”
변태자식... 하지만 결국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저 사진이 퍼지면... 이 모습으로 생활하는데 애로사항이 꽃필 듯 해서였다. 야비한 자식... 이런걸 친구라고... 물론 나도 기회만 되면 저럴수도 있었겠지만... 일단 내가 그 당사자이지 않던가?
“으으. 좋아. 대신 그저 겉보이기에만 그러는걸로...”
칫. 뭐 하는수 없지. 아쉬운대로 그정도면 만족이야.“
사진을 퍼트리지 않는다는 약속하에 그렇게 합의하듯 신우의 여자친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어차피 계약관계나 다름없어 좋아하고 말고는 내 마음이겠지만... 그래도 껄끄럽긴 했다. 친구에서 애인으로... 뭔가 영화같기도? 물론 그 영화는 공포영화겠지만...
“지후에게 듣기론 괜찮은 친구라고 들었는데... 이럴줄은 몰랐어.”
“하하하. 그거야 뭐... 데이트를 망치고 여자친구와 헤어지게 되서 그런걸지도...”
“으윽. 그..그건 그때 나랑 데이트한걸로 퉁쳤잖아!! 아직까지 암울해 있는거야?”
속도 좁은것 같았다. 뒤끝작렬이랄까? 그간 이녀석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해 왔는데... 다시 생각해봐야 할지도... 친구라면 좀 걱정해주고 그래야 하는거 아니던가! 하지만 신우 녀석은 그저 잿밥에 더 관심이 많은것 같았다. 그 잿밥이 나라는게 안타까운 점이랄까?
“에휴~ 전학까지 와서 이게 무슨 일인지... 으으~”
이번만큼은 정말 지은이가 원망스럽기 그지없었다. 마음에도 없는 남자친구라니...
“내가 그렇게 싫은거야? 나 돈도 많고 생긴것도 이정도면... 그리고 자지도 큰걸? 내 자지 빠는거 좋아했잖아?”
“으윽. 그 이야긴 이제 그만... 제발 쪽팔려... 죽어버리고 싶다구!!”
내 귓가에 그렇게 속삭이는 신우였다. 어차피 지후였을때 나보다 자지도 작았던 주제에!! 정말 그걸 언제까지 우려먹을 속셈인건지... 그냥 눈 딱 감고 한번 대줘? 그러면 떨어져 나갈까? 하지만 신우 녀석이 그렇게 쉽게 떨어져 나갈리가 없었다. 이 가죽... 그만큼 가치가 있지 않던가? 초특급 미소녀로써의 가치가... 그 누구라도 반하지 않을수가 없는 가죽이었다.
“아무튼너도 곧 내게 반할거야. 후후. 돈이면 돈 생긴거면 생긴것 그리고 학업성적까지!! 나만큼 잘난건 지후녀석뿐이었지. 그녀석... 은근 여자학생들에게 인기있었단 말이지... 다만 그... 묘하게 여자랑 접점이 안생긴게 이상했지.”
“그..그랬나?”
“지후 이야기 하니까 급 관심이 쓰여? 역시... 그저 그런 친척사이는 아닌가?”
“윽. 저..전혀~ 아니거든?! 그저 이 자리가 지후자리였잖아. 그..그래서 약간 관심이...”
“응? 어떻게 알았어. 그건?”
“핫?! 아..아니 그게... 그..그래! 딱 한자리가 비었잖아. 신우 너는 지후 친구였고... 그..그래서 추측해봤을 뿐이야.”
“아아. 그래?”
다행이 겨우 의심을 피할수 있었다. 근데... 의심하던 말던 상관 없을것 같은데... 어차피 전혀 딴판으로 생기기도 했고 게다가 성별도 다르지 않는가? 이 가죽에 대해 알지 못하면 절대 동일인물이라는걸 들킬리가 없었다.
“아. 수업시작한다. 책이랑 노트는 있어?”
“응 여기.”
스스럼없이 꺼낸건 지후... 남자일때 작성한 노트와 책이었다. 순간 움찔하고 굳어버렸지만 다행이도 신우 녀석이 신경쓰지는 않았다. 혼자 놀라고 혼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니... 나 정말 학교 생활을 잘 할수 있을까?
“하아... 걱정이야. 정말...”
앞으로 펼쳐질 신우의 집요한 대쉬도 걱정이었고, 기타등등 체육수업등도 걱정이었다. 아무래도 속은 남자라서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옷을 갈아입는다던가... 묘하게 두근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역시 남자는 남자라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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