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어느정도 마음을 진정시키고 오후... 결국 지은이와 쇼핑을 갈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잘보여야 하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당분간 입어야할 옷도 필요 하니까. 이왕 온김에 교복까지 맞추기로 했다.
“하아... 차이가 너무 심해... 아들일땐 용돈도 박했는데... 딸이 되자마자 무려 100만원... 크흑... 이건 무슨...”
“딱히... 이번엔 큰맘먹고 이것저것 사라고 준거잖아. 교복값도 만만치 않고, 속옷이랑 외출복 같은거 사다보면 그것도 부족할걸?”
“엑? 그정도야?”
여자옷... 비싸구나. 하긴... 요즘 물가도 생각해봐야 하니까. 게다가 적어도 두세벌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속옷도 겉옷도 교복도 두벌은 있어야 좋을것 같았다.
“그럼 일단 오래 걸리는 교복부터 맞추고 속옷매장이랑 평상복 매장 둘러보자.”
“으응. 나... 그런건 잘 모르니까. 부탁할게 지은아.”
“맞겨줘! 저번에 그 코스 의상만큼 예쁜걸로 골라줄게!!”
“엑? 그..그건 좀...”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야하지 않을까? 분명 그 옷... 젖무덤도 다 보이고 보지도 보일듯 아슬아슬했었는데... 지금도 세탁해서 고이 보관하고 있는 중이었다. 다시 입을 생각은 없었지만... 좋은 옷걸이를 이대로 내버려두기도 아까워 언제 한번 다시입어볼 생각이었다.
“나도 참... 변태는 변태구나.”
여자아이 몸인게 곤란한 상황임에도 그딴 상상이나 해 대다니... 결국 나도 여느 남자들과 다를바 없는 남자인것 같았다. 그렇게 지은이의 뒤를 따라 쫄래쫄래 교복매장으로 향했다.
“어머~ 아가씨 스타일 최고인걸. 교복 모델해도 되겠어.”
느끼한 아저씨가 느글거리듯 말했다. 무슨 디자이너 라던가? 맞춤복 전문으로 이곳이 최고라던데... 다른쪽으로 최고가 아닐까 싶었다.
“그럼 아가씨 치수좀 잴께~ 우와~ 이정도면 어디가서 빠지지 않겠는걸? 젖가슴도 크고 엉덩이도 이정도나! 게다가 허리는 어쩜 이리 가느니. 그에 비해 동생쪽은... 슬프구나. 유전자가 한쪽으로 다 몰린걸지도...”
“이익! 그..그딴소리 지껄이지 말고 어서 교복이나 맞춰줘요!!”
화난것 같았다. 하긴... 몸매가 넘사벽차이니까. 특히 가슴이... 그러고보면 지은이도 참... 안쓰러웠다. 가슴이... 분명 잘 먹고 잘 큰것 같았는데... 왜 유독 저 부분만 자라지 않은걸까? 엄마를 닮았다면 좋았으련만... 일단 피가 이어지지 않은 여동생이기도 하니 그건 어쩔수 없었으리라.
“하아... 뭔가 지치네. 결국 교복도 대충 맞췄고, 이제 속옷이랑 평상복인가? 신발도 사야하고 보니까 100만원으론 턱없이 모자르겠다 정말...”
“거봐. 여튼 저 매장... 다신 안가! 으으. 누..누구 가슴이 작다는건데!! 이..이정도면 평균인걸뭐!”
“그야... 한국 평균이긴 하겠다. A컵이면 평균이긴 하지. 안쓰럽게도...”
“큭! 언니!! 칫... 역시 그 가죽 사기야. 그런 젖가슴이라니... 부러워...”
그래서 문제가 이렇게 커진거 아니던가? 지은이의 고집에 결국 그날 태우지 못해 한번 입었던걸 두번 입게 되고... 결국 이런 식으로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이제사 후회해 봤자 이미 벌어진일... 게다가 서류작업까지 끝냈다니... 이 무슨... 부모님의 능력을 알수 있는 일면이었다.
“하긴... 용돈이 크게 부족했던 적은 없었으니까.”
제법 부유하게 살아왔던것 같았다. 지은이의 모습을 보면 그걸 알수 있었다. 죄다 메이커... 가지고 있는 것들 모두 비싼 편이었다. 그에 비해 아들인 나는... 말을 하지 말자. 그냥저냥 동네 친구들 수준... 이거 너무 지은이를 편애한거 아냐? 아니... 날 편오한건가...?
“그래서 여길... 들어가야 한다는거야?”
“응~ 하긴 언니는 남자였으니까. 조금 부끄러우려나? 하지만 이젠 여자아이잖아. 자자. 즐기자구. 호호호.”
아니 누가 즐긴데? 보니까 자기가 즐기고 있는것 같구만...
“어머 이쪽 언니. 스타일 좋네요. 자자 이것도 입어보세요.”
“윽. 좀... 하아. 네에...”
“언니 이것도... 자 그리고 이건 승부속옷으로!!”
“이익! 누..누가 그딴걸 입을까보냣?! 스..승부속옷이라니!!”
그거... 나보고 남자랑 섹스하란거? 도대체 누구에게 승부를 걸라는건지... 하지만 결국 못이기는척 지은이와 매장 여직원이 추천해준 속옷을 모조리 입어볼수밖에 없었다. 그야... 잘보여야 하니까. 그리고 한번쯤 이런것 입어보고 싶기도 했으니까. 일단 옷걸이가 옷걸이지 않던가!! 그냥 후줄근하게 내버려두기엔 몸매와 얼굴이 너무 뛰어나서 뭐가 죄책감마저 생길정도였다.
“읏. 이..이건... 보..보지가 다 보일것 같잖아!!”
“헤헤. 그거야 승부속옷이니까. 아니면 이걸 입을래?”
“그건 보지가 보이잖아!!!”
젖꼭지와 보지가 완전히 노출되는 속옷이었다. 아니... 저것도 속옷이란건가? 속옷이라면 치부를 가릴 용도가 아니던가? 하지만 저건... 치부 노출용 속옷이었다. 하지만 결국... 샀다.
“큭... 이..이딴거... 봉인이다.”
입어본건 죄다 사게 되었다. 평범한 속옷부터 야시시한 속옷까지. 그나마 가터벨트나 그런건 안사게 되어 다행이었다.
“후아. 지..지쳤어... 속옷이 그딴 모양도 있을 줄이야... 설마 지은이 너도... 저런걸 입는건 아니지? 입고 학교에 간다거나...”
“응? 나? 뭐... 어울려야 말이지. 우우. 몸매가 이러니까 귀여운거 아니면 전혀~ 안어울려... 히잉~ 나도 야시시하고 예쁜 속옷 입고싶은데...”
하긴... 가슴도 없고 몸매도 그 나이대에 비하면 처참... 결국 전혀 어울리지 못해 입고싶어도 못입었다는건가보다. 결국 그 한풀이를 내게 한듯 했다.
“으으. 그렇다고 내가 인형도 아니고...”
“그치만 언니에겐 뭐든 잘 어울리는걸! 내 욕심이기도 하지만... 그 몸매를 그대로 내버려 둘수는 없지! 아무튼 평상복도 맞겨줘!”
“그래그래. 난 모르겠으니 알아서 해줘.”
결국 포기해버렸다. 지치기도 했고... 그래도 지은이라면 믿고 맏길만 했으니까. 내게 잘 어울리는 옷으로 골라주겠지. 그나저나 자금이 간당간당 한데... 괜찮은걸까?
“자. 그럼 렛츠고!! 최대한 야시시한걸로!!”
“아하하... 사양할게.”
제발 얌전한 옷으로 골라줬으면 했다. 하지만 이미 불타오르는 지은이를 말리기엔 늦은것 같았다. 그렇게 최대한 얌전한옷 몇벌과 너무해야 절대 입을수 없는옷 몇벌을 사게 되었다. 저것도 그 속옷과 함께 봉인처리를 해야할것 같았다.
“쪽쪽~ 후아~ 시원하다.”
“난 지쳤어. 더는 무리야.”
“헤헤~ 그렇게 힘들어? 난 힘이 남아 도는데. 언니는 남자였으니 그런건가?”
“제발... 둘이 있을때는 오빠라고 불러줘...”
이러다 정말 여자아이가 되어버릴것 같았다. 이제 언니 소리가 어색하지 않달까? 집에 가면 딸취급이고 어디 나가면 여자아이 취급인데... 내 원래 모습을 잘 아는 여동생마저 언니취급을 하면... 울어버리고 싶어질지도... 아니 이미 마음속으로 울고 있었다.
“싫어~”
“에휴... 말을 말자. 아무튼 다 마셨으면 이제 돌아가자.”
“응~ 신발까지 샀으니까. 그나저나 아슬아슬했어.”
“으응. 그러게... 100만원이 큰돈일줄 알았는데... 이것저것 사다보니 금방 써버렸어. 남은건 겨우 이거 한장. 여자아이 옷 정말 비싸구나.”
“남자들 옷도 마찬가지 아냐? 한국은 다좋은데 쓸데없이 물가가 비싸. 그래놓고는 최저임금은 이게 뭐야? 알바를 하라는건지 마라는건지.”
“에? 지은이 너도 알바같은걸 해?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데...”
“그..그거야 어쩔수 없는걸... 이것저것 사다보면 부모님이 준 용돈으론 부족해서... 왜? 언니가 되어버린김에 동생 알바자리까지 탐내는거야?”
“절대! 아니거든? 그냥 지은이같은 여자아이들도 알바를 하고 있구나 해서...”
“그야 대부분 그러지 않을까? 내 친구들도 이런저런 알바 하고 있으니까. 물론 엄한 알바를 하는 애들도 있고. 그... 원조교제 비슷한거라든가...”
“엑? 그..그런거까지?”
알고 싶지 않은 부분까지 알게 되어버리는것 같았다. 설마 지은이도...? 그건 아닐것 같지만... 그래도 걱정이었다. 나중에 한번 알아보는것도 좋을것 같았다. 그간 전혀 신경써주지 못했지 않은가? 이제라도 하나둘 챙기는게 좋지 않을까?.
“그럼 이제 돌아가자.”
“응! 오늘 정말 즐거웠어. 언니를 괴롭... 아니 옷갈아입히는 재미가 정말좋았어. 호호호.”
방금 괴롭히는이라고 한것 같은데... 뭐 적당히 넘어가 주기로 하자. 더 생각해 뭐하겠는가? 어차피 말싸움해봤자 아쉬운건 나니 말이다. 그나저나 아까산 속옷과 그 야시시한 옷들... 입어볼 일이 과연 생길까?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드는걸 보면 언젠가는 입어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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