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나 4편 -
너무 졸려…
그런데 누군가가 나를 일으켜세우려 하고 있다. 누구야, 좀더 자게 내벼려 둬.
하지만, 뺨을 찰싹찰싹 얻어맞자 나는 마지못해하면서 눈을 떴다.
「눈을 뜬건가요? 」
그곳에는 메이드 차림의 여자가 있었다.
분명히…
「유카……?」
여기는 어디일까…, 멍한 상태로 주위를 돌아봤다.
이곳은 본 적 없는 아담한 방. 이 침대 위에서 자고 있던 것 같다.
살랑거리는 흰 에이프런과 소매장식, 검은색 에나멜 하이힐, 미니원피스, ....마저도 입은채로
그래…, 그렇다, 저는 메이드가 된 거였죠.
가슴 앞으로 손을 모으고 안도한듯 숨을 내쉬며, 나는 유카에게 미소를 지었다.
어젯밤은…메이드 첫날 여러가지 큰일이 많았어.
몇번이나 사모님에게 주의를 받았네요.
그렇게 말하면…
나는, 앗하고 외치며 뛰쳐 일어났다.
「사모님은? 저 사모님을 시중들던 도중에…」
나는 자신이 범한 잘못을 눈치채 시퍼렇게 질렸다.
그토록 주의받았던 명령을 결국 지킬 수 없었던 것이다.
「사모님은 방금전 쉬러 들어가셨습니다. 사모님의 일은 제가 이어받았으니 염려는 말고. 다만…」
유카는 전혀 표정을 바꾸지 않은채로 정중하게 말했다.
「사모님은 실망하시고 계셨습니다」
나는 쇼크로 눈물이 넘쳐 흐를듯한 슬픔을 느꼈다.
메이드의 첫 일부터 사모님의 기대를 배반해버렸던 것이다.
「그렇지만, 신경쓰지 않아도 되요.
원래, 당신은 여기에 있어야 할 사람이 아니니까. 자, 여기에서 도망가세요」
나는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어 유카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어째서 도망치라고 하는 걸까..에리나는 이 저택의 메이드인데요.
사모님으로부터 해고당한 것이라면 아직 하지도…
「정신차리세요. 당신은 에리나도 메이드도 아닙니다. 자신이 누군지 생각해 내요」
그런 바보같은 말을…
나는 선배 메이드의 말에 당혹감을 느꼈다.
저는 메이드, 저는 에리나. 다른 누구도 아니예요.
「이 저택에 찾아왔을 때를 생각해 내세요」
그녀의 집요한 말에 나의 경계감은 더욱 강해질 뿐.
이 여자는 무언가 싫은 일을 나에게 생각나게 하려고 하고 있다.
「이것을 보세요」
유카는 한 장의 사진을 나에게 보여줬다.
거기에는 한쌍의 남녀가 사이좋게 달라붙어 있었다.
낯선 사람들. 아니…, 기억의 어디엔가 걸리는 게 있다.
「당신의 짐, 사모님은 없어버리라고 하셨지만….
그 사진은 당신의 지갑에 들어있던 것입니다.
당신의 진짜 이름은 에리나가 아닙니다. 키요히코입니다.」
키요히코…
그 이름으로부터 연결되듯 기억의 깊은 속으로부터 무엇인가가 돌아 온다.
그렇다…이 사진의 남자는…내가 아닌가…
그리고 옆에 있는 것은…
내가 사랑하는 여성…, 결혼을 약속한 약혼자…
에리나…
흠칫하며 나는 자신의 모습을 다시 보았다.
나는, 나는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메이드옷 따위가 입혀져…여자처럼 좋아했어…
여자의 소망까지 심어져…결국 애인의 이름으로 불려지면서…
마치 사랑하는 사람의 존엄을 더럽히는 것을 바라는듯…
추잡한 행위에 빠져들고 있었었다.
「잘됐다, 겨우 자아가 돌아온것 같네요.
사모님이 주무시고 있는 동안은 영향력이 약해집니다.
자, 빨리 이 저택을 나가세요」
「기다려줘 당신들은 도대체 뭐야? 왜 내가 이렇게 된거지?」
「사모님은 무서운 분입니다. 당신은 사모님에게 선택되었습니다.
영원히 사모님께 시중드는 하인으로서.」
그녀는 가슴에 손을 대며 살짝 목을 기울였다.
「 저와 똑같이…」
그녀의 눈 안쪽이 진하고 깊어졌다.
그것은 슬픔때문 인지…, 그렇지 않으면 기쁨때문인지…
나는 어젯밤의 악몽과 같은 사건이 생각나 진저리를 쳤다.
「그녀는 누구지?」
「여기를 떠나야할 당신과는 관계없는 일입니다.
모르는게 차라리 나은 경우도 있겠지요.
게다가 이제 이야기 하고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부터 이야기 하는 것을 잘 들어 주세요. 중요한 일입니다.」
나는 입을 다물고 수긍했다.
「지금은 사모님의 힘이 약해지고 있어 이렇게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만,
당신이 그 제복을 몸에 입고있는한 사모님의 지배로부터 피할 수 없습니다.
그 증거로 당신의 육체는 여자인 채이고. 그 옷을 벗을 수도 없어요」
나는 리본에 손을 뻗으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그 매듭에 손이 가도, 그것을 풀을 수가 없었다.
「제길, 어떻게 하면 이 요상스런 옷을 벗을 수 있지?」
「그 옷에 특별한 힘이 있는 것을 당신도 이제 이해할 수 있죠?
그것을 벗으려면 사모님의 힘이 미치지 않는 먼 장소에 갈 수 밖에 없어요. 아…, 신체가…」
유카는 갑자기 눈을 감은채로 바르르 신체를 흔들었다.
「왜그래?」
「저희들, 사모님을 시중드는 메이드는 햇빛이 비치면 신체가 이렇게 굳어져 버립니다.
보세요, 손가락 끝이 굳어서, 움직이지 못하게 되어…버렸네요」
그렇게 말하며, 유카는 손가락끝을 부딪혀 보인다.
딱딱하며 무기질스러운 소리가 울렸다.
「사모님과 계약을 끝마쳐 버린 사람은, 두번다시 햇빛을 볼 수 없습니다.」
그녀는 신체 끝으로부터, 돌처럼 서서히 굳어 간다.
「아무래도 현관까지 안내하는 것은 무리인것 같네요.
이것만은 조심해 주세요. 이 저택을 나갈 때까지 …결코 거울을 들여다 봐서는 안됩니다」
「어째서?」
「거울에는 사모님의 강한 힘이 깃들어 있습니다.
거울의 힘은 당신을 다시 되돌리려고 하겠지요.
결코 정면에서 들여다 봐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저택의 2층과 지하…,
거기에는 발을 디디지 마세요. 2층에는 사모님의 침실이…지하에는…」
그순간 유카는 눈을 뜬 채로 납인형처럼 움직이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
창가의 커튼 사이로 빛이 새어들어 오고 있었다.
길었던 하룻밤이 지나고 마침내 아침이 되었던 것이다.
그녀의 신체를 만져보자 그 피부가 도자기처럼 단단해져 있었다.
그녀는 그 여주인의 애완도구…, 메이드 인형.
그리고…, 나도 똑같이…
등골이 오싹해지며, 나는 차가운 그녀의 피부로부터 손을 떼어 놓았다.
「거울을 들여다 보지 말란…건가…」
거울은 복도에서부터 저택의 도처에 배치되어 있었다.
나는 눈을 아래를 향하면서 신중하게 걷기 시작했다.
저절로 시선에 들어오는 하이힐을 신은 발이 상당히 요염했지만,
자칫하면 어젯밤의 사건을 생각해버려 마음이 흐트러질 것 같았다.
그 사념을 뿌리치려고 눈을 감은채 머리를 흔들었다.
메이드옷의 작용이 약해졌다고는 해도 계속되고 있어.
한시라도 빨리 여기를 나가야 해..
나는 신중하게 현관을 목표로 나아갔다.
그때 긴 복도의 중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을 만났다.
빛이 닿지않는 지하는 어두움 그 자체였다.
어두운 곳 안에서, 싸한 공기가 흐르는 소리가 난다.
그 안쪽에서 무엇인가가 부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흠칫했다.
뭐지...?. 그 때, 무언가 사람 소리와 같은게 들린것 같았다.
계단을 신중하게 몇걸음 내려가 보았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 공기가 흐르는 소리를 잘못 들은 걸까?
다시 몇계단을 내려가 본다. 이번엔 확실히 들렸다.
어~이 , 라고 하는 사람을 부르는 남자 목소리다.
아무도 없는거야∼ , 라는 소리가 계속된다.
나는 서둘러 계단을 내려갔다. 그 소리는 점점 울려퍼지며 분명히 알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들어본적 있는 목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저것은…
그렇다, 저것은 키노모토와 야마자키의 목소리가 아닌가.
함께 이 산을 등반했던 동료중 두사람이다.
나는 소리를 따라서 어두운 지하의 한 방 앞에 더듬어 붙었다.
다행히도 그 방의 문은 잠겨져 있지 않은 듯 했다.
내가 문을 열자, 어두운 복도로 빛이 새어나온다.
그곳은 울퉁불퉁한 석벽으로 된 감옥같은 방이었다.
벽에 걸린 램프의 빛이 일렁이며 방안에 흔들거리고 있었다.
있다, 그녀석들이다.
키노모토와 야마자키는 속옷차림으로 목에 쇠걸이를 찬채로
손목을 뒤로 묶여 벽에 붙어 있었다.
목걸이는 석벽에 장착된 쇠장식에 쇠사슬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들은 마치 처형전의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무력하게 도움을 부르는 소리를 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믿을수 없는 일에, 나는 자신의 상황따위는 완전히 잊은채로 방에 뛰어들었다.
「괜찮은가, 너희들」
두사람은 멍해진 얼굴로 나를 응시했다.
「누구야, 너는?」
그런 질문을 받자 갑자기 생각났다.
지금의 나는 메이드옷을 입은 여자.
「어젯밤의 메이드 동료구나. 친절을 가장해 우리들을 감금하다니. 무슨짓을 꾸미고 있는거야?」
그렇게 말하면서 키노모토가 나를 노려본다.
아마, 그들도 나와 같이 폭풍우 한가운데 여기를 찾아와 붙잡혀 버렸을 것이다.
「아냐, 틀려, 나다, 키요히코야」
서둘러 손사래를 치면서, 나는 곤란해 졌다고 생각했다.
「키요히코? 그녀석도 여기에 잡혀 있는 거야?. 키요히코는 무사한가?」
「아니, 무사…하지는 않은가?」
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대답했다.
「당신, 키요히코에게 무슨짓을 한거야」
「아니야, 믿으라고 해도 못믿겠지만, 내가 그 키요히코 본인이다」
다시 망연자실한 얼굴로 나를 응시하는 두사람.
나는 한숨을 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너는 키노모토, 여자와 도박을 좋아하는 바보자식이다.
고등학교 무렵부터 친구로 지냈으니 그정돈 알고 있어.
너는 야마자키, 신체가 크고 연상으로 보여지지만 나의 후배.
취미는 천체관측…, 수수해서 여자친구는 없어.
조금 믿음직스럽지 못하지만 좋은 놈이다. 어때? 다른 묻고 싶은 것은?」
변함없이 멍한 상태의 두 명.
「너, 정말로 키요히코인가?」
「그렇다」
「아, 그렇게까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은.. 확실히 키요히코 선배구나」
「아니, 기다려. 너의 약혼자의 이름은」
「…에리나다」
「이봐 진짜인가」
「믿을 수 없다…」
겨우 두 사람은 납득해 준 것 같다.
「그렇다 치더라도, 어떻게 된거야 그 모습」
「코스프레…가 아냐…. 어떻게 봐도 너, 여자다」
「그렇구나, 선배, 도대체 알아 볼 수가 없어요」
「이쪽도 여러가지 일이 있었어」
나는 머리를 긁으면서, 어떻게 설명할까 생각했다.
「여러가지라는 건…, 뭐, 우리들도 마찬가지지만…, 그렇다 치더라도 엄청 섹시한 모습이잖아」
「아아, 정말 사랑스러워. 키요히코 선배. 제 기호입니다」
동료들의 묘한 흰소리에 나는 움찔했다.
어젯밤 여주인의 그 말이 소생해 온다.
여자는요, 남자분들이 시선을 돌리면 자신이 여자인 것을 자각할 수 있어…
그때, 여자는 본능적인 즐거움을 느끼게 되지…
머릿속으로부터 그 말을 내쫓기 위해서 나는 소리를 질렀다.
「지금은 설명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이 저택은 위험해. 바로 나가자구」
「나간다고 하더라도 이 쇠목걸이를 어떻게든 해줘, 게다가 쭉 뒤로 속박되고 있어서 몸도 아프고」
「아, 열쇠가 필요한가…」
나는 응접실 난로 옆의 벽에 열쇠뭉치가 걸려져 있었던 것을 생각해 냈다.
「조금 기다려, 열쇠를 찾아 올께」
「아아, 부탁해, 키요히코 쨩~」
「이봐 장난칠 때가 아니야」
「알고 있어, 그렇다 치더라도, 섹시한 여자군~」
그렇게 말하면서도 키노모토는 나의 다리와 엉덩이를 불쾌한 눈초리로 핥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키노모토뿐 아니라 야마자키마저도...
가슴이 울~컥 뜨거워진다.
그들의 씩씩한 나체로부터 서둘러 눈을 돌렸다.
바보같이, 이녀석들은 친구다.
그 방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어젯밤의 일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방에 들어가자 몸이 떨려온다.
주인없는 그 응접실은 어슴푸레하고 공허하게, 어젯밤과는 전혀 다른 방처럼 조용해져 있었다.
이대로 현관까지 가면 곧 밖으로 나갈 수 있지만, 두사람을 두고 갈 수는 없다.
그 큰 전신 거울을 조심조심 멀리서 확인하자, 비로드의 덮개가 덮여있는걸 알 수 있었다.
생각했던대로 난로 옆의 벽에는 열쇠 뭉치가 걸려 있었다.
나는 그것을 찾아내자, 겨우 극도의 긴장으로부터 해방되는 자신을 느꼈다.
대충봐서 20개의 열쇠가 꿰어져 있다. 이중에 하나는 목걸이의 열쇠구멍에 맞을 것이다.
그때 무언가에 끌리듯이 옆을 보았다.
거기에는 덮개가 덮인 전신 거울이 있다.
어젯밤, 나는 저 앞에 서서…
여자가 된 자신에 취해…황홀에 휩싸여서…
다른 존재로 바뀌어 있었다.
무서운 무언가에…
그렇지만, 적어도…
그 때는 행복감으로 가득했었다.
그래…
나는 끌어 당겨지는 것처럼 한걸음 전신 거울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또깍…
하이힐의 뒤꿈치 소리가 조용한 방에 울려 퍼진다.
조용한 방에, 나의 가슴 고동 소리만이 울리고 있다.
지금은 일초라도 빨리 열쇠를 가져가, 동료들과 이 저택을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데,
나는 덮개에 덮힌 거울을 응시한 채로 그곳을 떠날 수가 없었다.
조금 전에…
저 녀석들이 나를 응시하던 그 뜨거운 시선은 무엇이었던 것일까.
나는 갑자기 웃었다. 저녀석들은 잠깐 장난쳤을 뿐이겠지…
그러면, 내가 느낀 그 마음의 흔들림은 뭐지…
그 수줍음과 기쁨이 섞인 것 같은, 달콤한 두근거림은 뭐였던거지?
생각해 내는 것만으로…가슴이 꼭 조여지는 듯한 것은 왜지?
남자답게 행동하는 것도 가능했었는데…
스커트 옷자락을 일부러 펄럭거리고 있었던 것은 왜지?
스타킹에 싸인 다리를 의식해서, 여자처럼 무릎을 모으고 있었던 것은 왜지?
걸을 때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을 신경쓰는듯 엉덩이를 흔들었잖아..
팔꿈치를 안쪽으로 한채로 소녀처럼 교태를 부렸잖아..
환심을 사려는듯한 눈빛으로 친구의 눈동자를 들여다 봤잖아..
나는…천박하게도…그들을 유혹하려는듯 행동하고 있었어…
아니야…, 그랬을리가 없어…, 바보같이…
나는 자신의 생각에 웃어 버렸다.
그런데도, 나의 다리는 한걸음, 두걸음, 전신 거울로 다가갔다.
또깍…또깍…
더 이상 가까워져선 안 된다.
속마음으로 경보가 격렬하게 울리고 있다.
한편으로 거울을 보는 것이, 그정도로 두려워해야하는 것일까라는 생각도 든다.
다만, 내 모습을 볼 뿐인데…, 그 뿐인데...
조금 정도라면…, 상관없겠지…한 번만 더…, 그저 일순간만…
그러면 다 잊을 수 있어…
나는 자기자신에게 사랑에 빠진 것처럼,
여자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고 싶어서 견딜 수 없어 졌다.
여자가 된 자신을 마지막으로 눈에 새겨 두고 싶었다.
가련하게 미소짓는 나.
수줍음에 뺨을 붉히는 나.
황홀하게 눈물을 글썽이는 나.
쾌락에 몸부림치는 나.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마음속으로부터 목소리가 들려온다.
보고…싶어…
또깍, 또깍, 또깍, 또깍…
다리가 멈추지 않는다…
또깍…
나는 이미 전신 거울의 바로 앞에 서있었다.
조용해진 방.
거울 옆에 덮개를 푸는 끈이 보인다.
거기에 있는 것은 나 혼자뿐.
나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선택하는 것은 나 자신…
나의 가녀린 손이 떨리면서 뻗어 간다.
손가락끝이 끈에 닿는다.
나는 손가락에 끈에 감고 꼬옥 쥐었다.
작은 진동이 전해져, 비로드의 덮개가 조금 열리는 기색을 보인다.
가슴이 견딜 수 없이 뜨겁다.
이것을 풀면…
나는…
이쪽으로 오련…, 에리나…, 내가 있는 곳으로…
머릿속에서 여주인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쪽으로…
네…에, 사모…님…
- 계 속 - 에리나 5편 -
안돼!
나는 계속 손에 쥐고 있었던 한장의 사진을 들어 눈앞을 가렸다.
그것은 유카가 건네준 사진. 미소짓는 에리나가 거기에 있었다.
내 안의 불길한 기분이 잦아드는 것이 느껴진다.
그렇다, 내게는 돌아가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가 있다.
거짓된 욕망에 유혹되어 마성의 포로가 될까보냐.
손가락이 끈으로부터 살그머니 떨어졌다.
나는 어깨로 숨을 들이 쉬면서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이제…괜찮아…나는 유혹을 이겼다, 이제 나는 괜찮아.
나는 한번 더 손에 쥔 사진을 응시했다.
우리들은 이긴거야, 자, 돌아가자.
나는 전신 거울에 등을 돌렸다.
달칵…
하이힐의 발끝이 무언가에 닿았다.
뭐지…?
문득, 거기에 시선을 내린 순간, 나는 충격으로 움직일 수 없게 되어 버렸다.
발밑에는 손거울이 놓여 있었다.
그것은 어제밤, 메이크업한 후에 나자신이 떨어뜨린 것이었다.
은빛으로 빛나는 거울의 안…
거기엔, 검고 섹시한 광택에 감싸인 나의 다리가 비쳐 보이고 있었다.
그 다리를 low angle로 흝듯이 따라 올라가자,
메이드복의 스커트 자락이 감싸듯 하늘하늘 살랑거리고 있다.
어스름한 스커트의 안쪽에는 가터벨트에 죄어진 흰 허벅지가 보이고,
그 육감적인 허벅다리의 밑둥 사이로는 요염한 레이스 장식 팬티가
도톰하게 부풀은 여성자신의 실루엣을 희미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괜찮아…
거울 안을 들여다 보던 입술이 떨리면서 그렇게 속삭였다…
붉은…새빨간 젖은 입술…
나의 입술…, 어째서, 이렇게도 음란한 색일까요…
그것은…
입술끝이 천천히 천천히 말려올라가, 터무니없이 요염한 미소의 형태를 만든다.
후훗…
신체가 떨리기 시작해, 스커트 끝자락도 그에 맞춰 윤곽을 흔들거리고 있다.
스커트 속의 허벅다리가 미칠듯이 달라붙을 것 같은 움직임을 보이며,
그 사이로 보일락 말락하는 진주색의 천에, 주르르 젖은 얼룩이 퍼져 간다…
거울 면의 은빛 광채가 나를 부르듯이 점멸한다.
어디에선가…희미하게…저택 주인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려 온다…
에…리나…, 이…리…로…
마음과 영혼을 잠식해오는 마성의 속삭임…
그 떨림에 맞춰 나의 손으로부터 사진이 팔랑거리며 떨어져 내렸다.
삐걱거리면서 지하실의 문이 열렸다.
어둠에 눈이 익숙해진 탓인지, 침침해야할 램프의 빛이 이상하게 눈부시게 느껴졌다.
웃음을 지으며, 기다리고 있을 친구들의 모습을 찾았다.
그들은 기다림에 지친 탓인지, 차가운 돌바닥에 신체를 누이고 자고있던 것 같았다.
쇠사슬을 철겅거리면서, 키노모토가 고통스럽게 신체를 일으켰다.
수갑때문에 신체를 움직이는 것이 힘겨운 듯 했다.
「어이, 키요히코, 상당히 시간이 걸렸잖아. 열쇠는…, 찾았나 보군」
손에 든 열쇠를 보고 환하고 명랑하게 웃는다.
웃는 얼굴로 답하면서, 열쇠뭉치를 꺼내 그들에게 보여줬다.
「미안, 찾는데 시간이 걸렸어」
물론…거짓말이다…
친구에게…거짓말을 했다…
「빨리, 풀어줘. 이제, 견디기 힘들정도야」
야마자키는 누운 채로 소리를 질렀다.
「저녀석부터 풀어줘도 돼, 나는 다음 차례로..」
「아아, 알았다…, 그러면, 야마자키부터…」
하이힐의 구둣 소리를 울리면서 키노모토의 옆을 지나치자,
그 녀석은 무언가를 감지한 것같이…
입을 다문채로, 의아스러운 표정으로 이쪽을 응시했다.
기노모토의 옆을 지나침과 동시에,
뿌린지 얼마 안된 향수 냄새가 나의 뒤를 따라 퍼져 간다.
쿡…, 입가가 미소로 비뚤어졌다.
힘이 든듯 여럽게 신체를 일으킨 야마자키의 옆에 무릎을 모아내려 주저앉자,
스커트 자락이 다소곳이 원을 그리며 퍼졌다.
「움직이지 마, 지금 풀어줄테니」
그의 정면에서 무릎을 세운 자세로 팔을 뻗어, 쇠목걸이의 열쇠구멍에 열쇠를 꽂아넣었다.
몇개의 열쇠를 갈아 끼워 보지만, 좀처럼 열쇠구멍에 열쇠가 들어가지 않았다.
야마자키는 신기한 표정을 지으며, 굳은자세로 풀어주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응?…, 이것도 안되네…」
점점 초조해져와, 무릎을 세운 채로 신체를 조금 앞으로 움직이자,
무릎이 그의 넓적다리와 접촉해, 거기로부터 따듯한 감촉이 전해져 왔다.
찰카닥거리는 열쇠 소리만이 허무하게 울려퍼졌지만,
전혀 작업은 진행되지 않는 듯 했다.
그것도 그럴것이…
나의 시선은 수갑쪽이 아니라, 그의 씩씩한 나체를 훔쳐보고 있었다…
살집이 좋은 가슴팍으로부터 복근으로, 그리고 아랫도리 위로 떠오른 남자다운 융기.
그것을 곁눈질로 눈치채이지 않게 하면서, 핥을듯이 감상하고 있다.
꿀꺽, 군침을 삼켰다.
흥분으로 뺨이 상기되는 것이 느껴졌다.
놀고 있던 손가락끝이 그의 목덜미를 스쳤다.
「아, 선배, 간지러워」
야마자키가 반사적으로 신체를 오므렸다.
「앗」
마치 끌려가는것처럼 비틀거리며, 그의 넓은 가슴에 덮치듯이 상반신을 던졌다.
「앙~, 정말, 가만히 있으라고 말했죠?」
그의 가슴에 손을 대어 살그머니 얼굴을 접근시켜 본다.
손바닥으로부터 가슴의 고동이 전해져 온다.
하…아…
그의 가슴으로부터 풍겨나오는 남자의 페로몬으로 머리가 어찔해졌다.
몰랐었어…남자의 냄새는 정말 섹시하네…마치 미약처럼…
나는 마스카라가 듬뿍 칠해진 눈썹를 살며시 떨면서, 혀로 입맛을 다셨다.
「서, 선배, 가슴, 가슴이 닿고 있습니다」
정말, 촌스러운 남자…
그렇게 생각하면서, 좀더 누르는듯 신체를 움직였다.
메이드복의 스치는 소리가 조용한 방에 경쾌하게 울려퍼졌다.
그러는 동안, 야마자키의 하반신을 올라타는 듯한 자세로,
어느새 그의 목에 손을 감는 자세가 되어 버렸다.
「키요히코 선배, 도대체 뭘…」
「그니깐…, 열쇠로 풀어준다고 말했죠?. 이렇게 하는게, 하기 쉬워요」
나는 눈치채이지 않게 울컥거리며 환희의 한숨을 토해냈다.
지금부터 자신이 하게될 짓에 대한 기대로 가슴의 고동이 빨라졌다.
후응…, 저의 하반신에 그의 뜨거운 것이 닿아…참을 수 없을 정도로 …기분…좋아
「어이 키요히코」
키노모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딱딱하고 매우 심각한듯한 목소리다.
「왜?」
나는 그쪽을 바라보지 않은채로 대답을 했다.
「너…, 어떻게 된거냐?」
「뭐가?」
「묘하게 야마자키에게 달라붙잖아.」
「무슨 말이예요, 열쇠를 끼워보려고 그러는 거잖아」
눈치채이고 싶지 않다는 기분이 남아 있는지, 목소리가 나도모르게 떨린다.
「네 말투도 그래. 어째서 여자애처럼 말하고 있지?
그것 뿐이 아냐. 분위기가 요상하게 바뀐것처럼 보여.
열쇠를 찾으러 가서 무슨일이 있었던거야?」
「이상한 말 하지마…」
「너, 그 얼굴 말이지만…, 화장을 고친듯 해, 그 여자 냄새가 폴폴나는 향수도 그래」
「……」
나는 침묵을 지켰다.
키노모토의 추궁은 멈추지 않았다.
「이런 때에 어째서 일부러 그런 행동을?」
친구에게 속셈을 눈치채인 것 같아,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시끄럽네요…」
「키요히코?」
「…그런 행동이…안 되는 거예요?」
나는 정색한 것처럼 미소지어 보였다.
두사람은 얼어붙은 것처럼 굳어졌다.
나는 다시 야마자키쪽으로 돌아, 달라붙을 듯한 시선으로 그의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 본다.
무서워하는 것같은 눈빛 이네…후후…
나는 그의 상반신에 바짝 다가가 달콤하게 속삭였다.
「있잖아…야마자키…우리들…지금부터 정말 좋은거 해요…, 근데, 저녀석도 참…, 어디서 방해야…」
그렇게 말하면서 그의 유두에 가볍게 입맞추면서, 그 첨단을 혀끝으로 애무하기 시작했다.
「앗…히익…선배…」
「어때요…기분이 좋아?」
「선배, 어떻게 된겁니까, 장난이라면, 이제 그만해」
「그만했으면 해요? 어쩌지…, 우후후, 있자나…, 정말로…그만해도…좋은 걸…까요?」
그렇게 속삭이면서 허리를 띄워 넓적다리로부터 고간까지 손가락을 이동시켜,
핑크색 매니큐어가 칠해진 손톱 끝으로 페니스 첨단을 상냥하게 어루만졌다.
「후후, 제가…싫어요?」
속옷 안에서 그것이 불끈거림과 동시에 그의 눈동자에는 황홀함이 펴져 간다.
그의 페니스…정말 거칠게 움직여…, 이봐요…, 이제, 저한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잖아요.
저를 갖고 싶어서 견딜 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 있어.
저에게서 여자를 느끼고 있어.
아아, 최고의 기분…
「뭐하고 있어, 키요히코, 그만둬!」
키노모토의 목소리가 비집고 들어왔다.
「저녀석, 질투하는 거네요. 신경쓰면…안돼…, 저만을…보세요…」
나는 허리를 크게 회전시키면서 그의 상반신을 소리를 내며 핥기 시작했다.
응, 츄웁, 츄, 으응, 춥, 츄릅, 응응, 춥, 츄릅…
핥으면서 혀를 세워 눈을 치켜뜨고 야마자키를 올려본다.
「하아 …아…앙,응 후우……우, 어…때에?」
「아…아…, 선배…」
야마자키의 목소리가 흥분하기 시작했다.
「바보, 야마자키! 키요히코가 이상해. 그녀석한테서 떨어져!」
키노모토의 말에 야마자키는 나를 옹호해주는듯한 소리를 질렀다.
「아아, 방해하지 마시죠…, 키노모토씨…」
「후후, 역시 솔직하고 귀여운 후배네요. 저희…보란듯이…해요…」
나의 뜨겁게 익은 그 부분에 야마자키의 딱딱한것이 닿는다.
거기로부터 짜릿한 쾌감이 퍼져왔다.
「좋아…요, 야마자키이…,정말 좋아」
나는 안달하듯이 신체의 방향을 돌려서,
둥근 히프를 야마자키의 얼굴로 향한채, 나의 얼굴은 그의 가랑이에 대었다.
속옷 위로부터 그것을 할짝할짝 빨기 시작했다.
맛…있어…, 마시써 …, 단 …단해…, 녹아버려요…
츄릅…, 츄…, 으응…하아~…
그것을 빠는 습기찬 탁음이 차츰 크고 빨라지면서,
나는 허덕이며 가랑이를 야마자키의 얼굴에 강하게 눌렀다.
야마자키의 머리는 스커트 안에 싸여, 그의 코가 나의 비부에 맞닿았다.
분명히…스커트 안은 저의 추잡한 냄새로 자욱하겠죠.
「아…아아…, 선배…, 선…배…」
지릿한 쾌감이 가랑이 깊숙한 젖은 부분으로 달려온다.
그가 혀를 사용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후…응, 아아…으응, 야마자키…기분 좋아 …, 아아, 앗!」
나는 유방이 짓눌릴정도로 들어붙어 크게 몸을 움직이면서,
이제 노출되어버린 그의 페니스를 빨아올렸다.
두사람의 허덕이는 소리가 추잡하게 동기화되며 방에 울려 퍼진다.
「적당히 해라 , 키요히코!」
키노모토의 꾸짖음에. 나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남자의 육체가 부르르 몸을 털며 경련하고 있다.
주르륵…나의 입술로부터 탁한빛의 흰 액체가 슬로 모션처럼 늘어져 내렸다.
「너, 너는…」
키노모토는 나의 변모한 모습에 말도 나오지 않는 것 같았다.
「너…, 정말로…, 키요히코인가?」
알고지내던 친구의 놀라운듯한 표정.
거기에는, 놀라움과 동시에, 나에게로의 모멸과 불쌍함,
그리고 두려워하는 감정이 강하게 새겨져 있다.
그것을 본 찰나, 뇌 골수에 전기가 흐르는 것 같은 짜릿한 쾌감에 휩싸였다.
친구에게 추잡하고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서, 나는 달아올랐다.
왜냐면 저는 부끄러운 짓을 정말 좋아하는 암캐…
아아…, 좀더 부끄러운 짓을 하고 싶어요…
「후후, 그래요 , 당신이…잘 알고 있던, 키요히코예요 」
나는 입술에 달라붙은채 천천히 늘어져내리는 야마자키의 그것을,
손가락으로 건져올려 사랑스러운듯이 혀로 빨아 올렸다.
「아앙, 왠지…정말…좋아요…, 게다가, 온몸에 불이 붙은거 같아서 어쩔 수가 없네요,
히잉, 저희들…친구…잖아요? 그러면…도와줘…요오…」
「뭣?」
「좀더…, 좀더…하구 시퍼요오 …」
키노모토는 앉은 채로 뒤로 물러났다.
「아냐…너, 너는…키요히코가 아냐…」
「후후, 그래요…, 저는 다시 태어났어요…,
저는 여자 아이…, 저는 메이드…, 음란한 놀이에 얽매인 노예…,
저의 이름은…에…리…나…. 후훗, 있잖아, 에리나라고 불러요.
그이름으로 불리면, 저…미쳐버릴 정도로 추잡한 기분이 돼요」
나는 실신해 움직이지 못하게 된 야마자키 위에서 기어나와,
다음의 표적을 노리는 표범처럼, 조금씩 뒤로 물러나는 그를 몰아넣어 갔다.
키노모토의 등이 벽에 닿았다.
「큭, 오지마…」
나는 도망갈 장소를 잃은 그에게 덮쳐 올라,
뜨겁게 불붙은 부드러운 여자의 육체를 비벼대기 시작했다.
「우후후, 사실은…저도…, 이런 짓은…하고싶지 않았어요…」
눈을 치켜떠 그를 응시한 채로 머리카락을 살포시 들어올리고,
그의 목덜미를 혀로 간지럽히며 속삭였다.
「그렇지만…사모님께…하아 …손님을 잘 대접하라고…분부받은걸요…으응」
혀를 세우면서 그의 신체의 중심으로 천천히 나아간다.
그의 가랑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남성의 심볼…
나는 친구의 그곳에 코를 대고, 그 냄새를 마음껏 들이 마셨다.
시큼한 수컷 냄새로 나의 신체가 녹아버릴 것 같았다.
「아아…, 아…, 그만해, 그만둬 줘…,제발 눈을 떠 줘…」
그의 목소리는 나의 열정을 한층 더 부추길 뿐.
나는 달콤한 표정으로 그를 올려보았다.
「후후, 키노모토 니임~,…음란한…저를…부디…맛봐주세요…,
응, 후우…에리나아…, 이제 참을 수 없어요오 …」
나는 눈을 감고 천천히 입술을 그의 페니스에 대었다.
머릿속에서 황홀이 튀어 새하얗게 되어 간다…
「그만둬어어어어어!」
어두운 지하에 그의 절규가 울려 퍼졌다.
밤의 장막이 내려올 무렵, 저택은 서서히 생기를 되찾는다.
나는 계단을 올라와 사모님의 침실 앞까지 왔다.
그 침실의 큰문 앞에는 유카가 서있었다.
「사모님이 기다리십니다, 에리나양」
변함없이 침착한 태도다.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흔들리고 있다.
그 눈동자의 안쪽에 머무는 감정은…
「유카, 여러가지로 친절하게 대해줘서 고마워요」
나는 그 감정을 눈치채지 못한 척하면서 상냥하게 인사를 했다.
이전에는 몰랐어요…
그렇지만, 다시 태어난 지금이라면 이해할 수 있죠.
그래, 이 여자는 사모님의 총애를 독점하고 싶었던 것 뿐…
방해되는 저를 내쫓으려고 했던 거겠죠…
그렇게는, 가지 않아요…
겉표정의 얇은 막 아래에 있는 추잡한 정념.
이것이 여자들의 세계…
일순간, 비뚤어진 것처럼 보인 그녀의 표정은 곧바로 온화하게 바뀌었다.
「아니오, 도움이 될 수 없어 유감이었네요.」
표정을 바꿔도 다안다.
이 여자는 나를 두려워하고 있다.
나는 상냥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로부터 시선을 돌려, 사모님 침실의 큰문을 밀어 젖혔다.
엷은 나이트 가운을 걸친 사모님이 커튼으로 장식된 큰침대에 우아하게 누워있다.
방의 벽에는 크고작은 수많은 거울을 걸려있어, 거기에 나의 모습이 겹겹이 비치고 있다.
「어서와요, 애타게 기다렸잖아, 에리나.
오늘밤이야말로, 당신의 모두를 내게 바치는 겁니다」
사모님은 사악한 미소를 입가에 띄우며, 숨기려고도 하지 않았다.
나이트가운 사이로 맹렬하게 솟아오른 그로테스크한 그것이 보이고 있다.
아…사모님…
신체가 그에 따르듯이, 음란한 열을 띠며 추잡한 갈망으로 마음이 덮여 간다.
「네, 사모님, 저의…모두를…」
나는 공손하게 맹세한다…
그래요…, 우정도…, 애정도…
이 육체도…, 영혼까지도…, 모두를 바칠께요…
신체의 혈액이 뜨겁게 끓어오르는 것 같은 감각에 휩싸인다.
아아 …
검은 어둠으로 마음이 채워져 간다.
「자아…, 에리나…」
나는 메이드복의 리본에 손을 댄다.
스륵…
리본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풀린다.
털썩…
그토록 벗겨지는 것을 거부하던 메이드복이 나의 발밑에 빈껍질처럼 떨어졌다.
이미…, 교정은 끝났던 것이다…
나는 희고 투명한 피부를 자랑스러운듯 사모님에게 과시했다.
큼직하고 흰 젖가슴에는 푸른 혈관의 줄기가 음란하게 비치고 있다.
균형잡힌 형태의 예쁜 젖가슴은 나의 호흡에 맞춰 완만하게 흔들거리고,
날카로워진 유두는 단단하게 솟아올라 위를 향하고 있다.
예민한 그것은 공기에 노출되어 있을 뿐인데도, 달콤한 도취를 내게 가져온다.
모래시계처럼 잘록한 허리의 아래에는 레이스로 장식된 가터벨트가 우아하게 감겨져,
그것은 풍만한 둥근 히프를 경유해 광택이 감도는 스타킹에 덮인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팬티따윈 이미 몸에 걸치고 있지 않았다.
부끄러운 여자의 수풀이 훤히 드러나,
그 수풀로부터 투명하고 빛나는 액체가 실처럼 주르르 떨어져 내린다.
남자를 유혹하는 여자의 색향이 신체의 모공으로부터 분출하듯이 냄새를 피워,
자신이 어떤 여자인지 싫을 정도로 의식시킨다.
농익은 여자의 육체에 손가락을 대자,
표현할 수 없는 열락으로의 갈망이 솟아 오른다.
「아…하아~아앙…」
나는 풍만한 젖가슴을 손가락이 먹혀들듯 쥐어 비틀며,
하얀 육체를 추잡하게 몸부림치면서,
울컥거리는 뜨거운 한숨을 더이상 참을 필요가 없다는듯 해방시켰다.
「아잉…아아~응…」
그렇게…나는…완성됐다…
기쁨으로 가득찬 엑스터시를 느끼며,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저를 요염하고 아름다운 메이드 인형으로 바꿔 주신
위대한 주인님의 품으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