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화 (2/36)

   상당히 오랫동안 자고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눈을 뜬 나는, 잠시동안 위를 바라보며 멍하니 있었다.

 나는……

 멍한 상태로 머리를 끌어내려 정리를 하려해도 생각이 나지않는다.

 공전하는 사고와 같이 시점도 초점을 잃어 모두가 희미해져 가고있다.

 간신히 회색의 천정에 철제의 큰 촛대 같은 것이 매달려 있는 것을 알 수 있을 뿐.

 여기는 대체 어디인 거지?

 왜 나는 이런 곳에서 자고 있는거지?

 중요한 일이 누락되어 있는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그것조차 무엇인가 모른다.

 마음도 신체도, 아직 꿈을 꾸는것 같이 왠지 나른하고 애매하게 느껴진다.

 그때 바로 옆에 인기척이 일어났다.

 시선을 옆으로 향하자 희미해진 사람의 그림자 같은 것이 보였다.

「눈을 뜬거 같구나?」

 인기척의 그림자가 여자의 목소리로 말을 건다.

 저음의 음란한 음성.

 들은 기억이 없는 소리였다.

 목소리의 주인은 침대의 옆에서 몸을 굽히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나는 조심스럽게 신체를 일으키려고 시도했다.

 계속 자고 있었던 탓인가, 신체는 납과 같이 무겁다고 느껴지며 잘 움직이지 않는다.

 마치 자신의 신체가 아닌 것 같다.

 위화감에 당황하면서 고심하며 상체만을 일으키며, 나는 여자에게 물었다.

「여기는……어디지?」

「후후후」

 여자는 웃는다.

「그렇게 걱정 필요없어요,……에레스」

 여자가 말한 이름은 나의 이름이었다.

「왜 나의 이름을 알고 있는거지, 너는 대체 누구야?」

「후후후후……」

 여자는 대답하지 않고 다만 기분 나쁘게 웃을 뿐.

 그 웃음에 무엇인가 심상하지 않은 것을 감지한 나는 침대로부터 내려와 휘청거리면서 일어섰다.

 다행히 시력도 체력도 서서히 돌아오고 있는 것 같았다.

 손상되고 있던 시야가 회복하는 것에 따라, 방의 모습도 여자의 모습도 점차 확실히 보여 온다.

 석벽에 둘러싸인 고성을 생각하게 하는 실내.

 거기에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입가에 얇은 미소를 띄우고 서 있었다.

 그 여자의 풍채는 어딘가 이상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금발에 무르익은 입술, 피와 같이 붉은 눈동자, 아름답다고 칭하기엔 너무 음미해 보이는 용모.

 여자가 입은 노출이 많은 드레스로부터는 거대한 유방이 넘쳐 흘러 나와 있었다.

 그리고 특히 이질적인것은, 그 머리 부분에 난 작은 날개, 등에 난 박쥐를 닮은 검은 날개, 

  그리고 채찍과 같이 뻗어있는 긴 꼬리.

 ――그녀는 사람은 아니었다.

「마족!!」

 나는 반사적으로 뛰어들어 자세를 취한다.

 그와 동시에 물흐르듯이 희미해져 있던 기억이 소생했다.

 나는 왕녀 전하의 생명을 받아 군사를 인솔해 마왕을 죽이기 위해서 마성에 쳐들어갔던 것이다.

 내가 인솔하는 붉은장미 기사단, 왕녀 직속의 정예 부대.

 외, 7개 부대가 투입되어 이 싸움은 왕국을 명운을 건 총력전이었다.

 마족과의 격렬한 싸움이 계속되어, 많은 희생의 끝에, 나는 마성의 넓은 방에 기다리고 있던 마왕과 검을 겨뤘다.

 하지만 마왕의 힘은 압도적이었다.

 나는 패배하여…….

 무기를!

 시선을 움직이며 왕녀로부터 하사받은 애검을 찾는다.

「후후, 여기에 무기는 없어요, 붉은장미 기사단대장 에레스님」

 비웃음을 머금는 여자의 소리에 눈을 돌리자 그녀는 전투 자세를 취하는 것도 아니고, 

  다만 이상한 듯이 입가를 비뚤이며 웃고 있을 뿐이었다.

 이녀석은 음마다.

 남자의 정령을 양식으로 사는 밤의 마성.

 일단 그 매력에 유혹해지면 어떤 강력한 전사도 농락 되어 버린다.

 아름다운 외관과는 정반대로 위험한 마귀다.

「그렇게 노려보지마.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음마는 미소지으면서 마중하듯 양팔을 천천히 벌리며 다가온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음미한 향기가 그 신체로부터 피어올라, 나는 신체가 뜨는 것 같은 현기증을 느꼈다.

「다가오지마! 이 추잡한 괴물!」

 마귀를 견제하면서, 곁눈질로 방의 출구를 찾는다.

 여자는 걸음을 멈추어 무언가에 감동하듯이 양팔을 껴안으며 신체를 털고있다.

「괴물……후후… 그래, 그렇구나」

 그리고 붉게 빛나는 눈동자로 나를 곧바로 응시했다.

 나는 당황해 했다.

 그 눈동자에는 적의는 전혀 포함되지 않았었다.

 오히려 친밀감마저도 느끼게 하는 표정.

 왜일까 나는 그 눈에 본 기억이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진정되지 않는 기분이 되어 있었다.

 일단 단락을 두듯이 여자는 숨을 내쉬며, 무엇인가를 생각해 내려고 하는것 같이 가만히 나를 응시한다.

「에레스」

 나의 이름을 부르는 능렬한 분위기의 시원한 그 소리는 분명히 들은 기억이 있었다.

「괴물 취급은 너무하지 않은가?  이래뵈도 우리는 동료였다고」

 허물없는 음마의 어조가 나를 한층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

 왜냐하면 그것은 내가 잘 아는 인물의 어조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동료?  나는, 네, 네녀석 따위는 모른다!」

「알고 있을거야, 에레스. 나는 너의 라이벌, 그리고 둘도없는 

 친구였으니까요.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바보같은…… 

 사이라스……?  

「 이제 알겠지?  나의 이름은 사이라스」

 망연하는 나에게 음마는 연기를 하는듯한 몸짓으로 인사를 한다.

「그렇게, 사이라스……였다고 말하는 편이 좋을까. 믿어지지 않는가? 무리도 아니지, 이 신체니까」

 친구를 자칭한 음마는 손가락 끝으로 잘록한 허리로부터 가슴을 어루만지듯이 움직인다.

「이것 봐, 대단한 신체이죠? 나는 다시 태어났어, 마왕님이 이 신체로 바꾸어 주셨어. 아아, 정말 멋지죠?」

 견디지 못하는듯 여자의 어조로 돌아온 음마는, 손가락끝을 올려 아랫 입술에 두어 고양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본다.

 마치 나의 영혼을 들이마셔 지듯이 붉은 양눈이 요염하게 빛을 발한다.

「나의 새로운 이름은 사라, 나는 음마로 다시 태어났어」

 사이라스!  

 왕국 굴지의 검술을 자랑하는 기사.

 나와 녀석은 왕국의 쌍검이라고 칭해지고 있었다.

 어린시절 가족들이 마족에게 살해당한 우리들은 고아원에서 만나 형제와 같이 항상 함께 보내왔다.

 서로 검술을 갉로 닦아, 우리들은 모두 성녀로 우러러보는 왕녀를 모실수가 있기까지 되었다.

 나는 붉은장미 기사단의 대장이 되어, 사이라스는 흰장미 기사단의 대장이 되었다.

 이번 싸움의 선봉에 선 것이 녀석의 흰장미 기사단이었다.

 성문을 무너뜨려, 모여드는 마귀에게 과감하게 도전하는 사이라스.

 사이라스는 누구보다 상냥하고, 자기희생을 싫어하지 않는 용감한 마음을 가진 남자였다.

 그러나 녀석은 나의 눈앞에서 끔찍하게 살해당했다.

 죽었던 것이다.

 지금 여기에 살아 있을 리도 없고, 하물며 이러한 음외인 마귀가 놈일 리도 없다.

「그래, 나는 한 번 죽었다」

 사이라스는 조용한 소리로 속삭이듯이 말했다.

「그런 나의 유골에 마왕님은 스스로의 피를 나눠 주셨어」

 마왕을 말하는 그 입상은 어딘가 도취를 띤 것처럼 달콤해 보였다.

 넋을 잃고떨리는 숨을 흘리면서 자신의 신체를 사랑스러운 듯이 어루만져 허리를

  쓰다듬으며 그것을 자랑스러운 듯하게 과시한다.

「마왕님의 피가 나(あたし)를 소생하게 해 주셨다. 음마로서의 재생. 아, 훌륭한 체험이었어요.

  세계의 모든 것이 어긋나듯 느꼈어요」

「거짓말이다!」

「……이라고 말을 해도. 알고있겠죠?  내가 거짓말을 하지않고 있는것을.. 왜냐하면 우리들은 

 누구보다 오래 지내왔는걸.」

 말 그대로였다.

 머리로 부정하려고 해도 이 여자가 사이라스라고 하는 것을 알게되어 버린다.

 지적이며 상냥하고 정의감에 흘러넘치던 그의 이 변화는 너무 쇼크였다.

「거짓말이라고 말해 줘 사이라스!」

「사이라스는 이제 없어. 지금의 나는 마왕님의 충실한 하인, 사라」

「사이라스, 왜야? 우리들의 가족은 마족에 살해당했다. 그러한 세계를 바꾸기 위해

  우리들은 강해졌지 않은가. 거기에 왕녀에게 바친 검은? 그녀를 지키는 맹세는?

  기사로서의 자랑마저도 잃어 버렸다는 것인가?」

 나의 힐문하는 말에도, 사이라스였다고 하는 음마는, 흥, 하며 코웃음을 낼 뿐이었다.

「시시하다」

「시, 시시하다고?」

「그래, 시시해요. 가족? 그게 뭐 어째서? 아무것도 느끼지 않아요.

 약한 인간이 도태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인간끼리--아니요 같은 나라 안에서 조차, 불합리한 죽음을 당하는 자, 악행으로 

  사욕을 채워 어떤 고문에도 지지 않는 자는 존재하고 있다.

 그런 일은 당신도 알고 있는 일이예요. 안그래?」

「…………!」

 놈이 말하는 것이 틀린건 아니다. 세상이 이상 뿐만이 아닌 것은, 상당한 철부지나 현실을 

  보지않는 바보가 아닌 한, 엄연한 사실이다. 슬픈 일이지만...

 하지만, 왕국의 기사인 한, 이상을 목표로 해, 힘없는 사람을 지키며, 왕국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기사의 존재의의일 것이다. 그런데도 눈앞의 전 기사는, 그런 기사의 자랑을 비웃어 보였던 것이다. 문자대로.

「 그렇지만, 나는 다르다. 나는 마왕님에게 선택되었다.

 이 나의 안에는 마왕님의 고귀한 피가 흐르고 있다. 나는 이제 위대한 마왕님의 일부야. 

  마왕님의 의사야말로 나의 의사.

 ……왕녀? 아, 그 성녀라며 분수도 모르는 계집아이. 마왕님에게 칼날을 향하다니……바보같은 계집이야」

「네놈, 사이라스!  거기까지 저속해졌는지. 왕녀님을 모욕하는건 용서하지 않겠다!」

 음마는 격앙한 나를 바라보며 빙그레 웃는다.

「후후……에레스. 당신은 왕녀에게 몰래 마음을 두고 있었지요」

「네놈!  네놈이!!」

「후후, 충실한 왕녀폐하의 기사님, 변함 없군요. 그렇지만 에레스, 당신도 곧바로 나의 기분을 알 수 있게 되어요」

「웃기지마라!」

「후후, 열까지 내며 이상하구나.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은거야? 그 싸움을」

「뭐?」

「마왕님과의 싸워」

 음마는 요염하게 신체를 쓸어내리며 끓어오르는 사악한 기쁨을 참을 수 없는듯 입술을 연다.

「후후후……그래. 당신은 죽었어요」

 기억이 섬광과 같이 소생한다.

 넓은 방에서의 마왕과의 대치.

 거기에 서있는 것은 이제 나와 마왕 뿐.

 병사의 시체가 주변을 메우고 있다.

 움직이는 것은 없다.

 쌍방이 흐트러진 호흡소리.

 마왕은 나의 검으로 상처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치명상은 아니다.

 나는…… 

 신체를 꿰뚫은 마왕의 대검.

 그것을 뽑아내자, 나는 힘 없이 그 자리에 쓰러졌다.

 엄청난 피가 대리석의 마루에 퍼져 간다.

 나는 졌던 것이다.

「인간 주제에 나를 여기까지 괴로워하게 할줄이야」

 머리위에 놈의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눈감고 자신의 무력함을 후회한다.

 귀가 울리며 그 소리도 멀어지듯이 들리지 않게 되어 간다.

 나는 죽는다.

 일순간, 뇌리에 왕녀의 슬픈 듯 한 표정이 지나가 가슴이 아팠다.

 한번 더 만나고 싶었다…… 

 그런 바램도 희미해지며, 어둡고 차가운 영원의 잠이 방문하려 하고 있다.

 마왕의 소리는 이미 나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당신은 많은 동포를 죽였다. 간단하게 죽게하지는 않는다, 그 보답을 받도록하지」

 뜨거운 것이 상처에 흘러 들어가진다.

 뜨거운, 타도록 뜨거운 것이 피에 섞이며 녹아내려 신체 중에퍼져 간다.

「긍지높은 기사여, 너에게 감미로운 굴욕을 주지. 나의 피를 받아들여 우리 동족이 되거라」

 피를 받아들인다……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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