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활짝 핀 4월의 어느 날,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택가 한가운데의 작은 유치원. 항상 아이들의 활기찬 목소리 가득한 이곳이 오늘은 웬일인지 조용하다.
오늘은 유치원의 입학식. 어린이들이 부모 곁을 떠나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날이다.
강당 뒷편의 학부모와 강당 한가운데의 긴장한 어린이들.
엄마에게서 떨어져 무서워 울상이 된 아이, 아는 사이인 친구와 까불며 떠드는 아이,
여러 아이들이 있는 가운데 눈빛이 반짝이는 여자아이가 한 명 있다.
불안과 기대로 안절부절하며 주위를 돌아보다가 가까이 앉아있는 얌전해보이는 남자아이에게 말을 건다.
"안녕?"
"...."
"난 서우라고 해. 넌 이름이 뭐야?"
"..."
이것이 윤서우와 이선균의 첫 만남이었다.
처음에는 수줍어하던 선균도 붙임성 있는 서우와 금방 사이가 좋아졌다.
집이 가까운 탓도 있어 고작 1주일 지났을 뿐인데도 손을 잡고 유치원에 함께 가는 사이가 되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집에 자주 놀러갔다.
어린이답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티비를 보는게 고작이었지만,
단지 하나, 선균에게는 다른 아이들과 다른 놀이생활이 있었다.
어느날 선균은 서우에게 물었다.
"서우야, 네 옷 입어봐도 돼?"
무슨 뜻인지 의아해하면서도 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선균은 서우의 옷장을 마음대로 열고 그녀의 유치원 원생복을 입었다.
그러자 선균은 순식간에 귀여운 여자 유치원생처럼 보였다.
서우가 깜짝 놀랐던 것은 마치 그곳에 선균이 아닌 전혀 다른 여자아이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선균이 서우의 원생복을 입은 것이 아니라 다른 여자아이가 나타난듯한 느낌에 가까웠다.
"흐응. 서우야, 나 어때?"
여자 같은 말투의 선균을 본 서우는, 선균이 치마를 입었음에도 위화감을 느낄 수 없었다.
선균은 그 후로도 서우의 옷을 곧잘 입곤 했다.
뿐만 아니라 서우의 엄마, 유치원 선생님, 서우의 언니(실재하지는 않았지만) 등, 여러가지 인격을 연기해 보이곤 했다.
그런 연기력은 금세 능숙한 수준까지 올라갔다.
'...이상한 아이인가?'
서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선균과 노는 것이 재미있었기에 자주 함께 놀곤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선균이 연기하는 상상의 언니와 노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그들은 초등학생이 되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갔어도 그들은 변함 없이 사이가 좋은 소꿉친구였다.
그때에도 여전히 선균의 기묘한 놀이는 계속 되었다.
그리고 둘은 남여공학의 중학교에 함께 진학했다.
중학생이 되자 선균의 기묘한 놀이는 점점 눈에 띄지 않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여느 때처럼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서우였다.
조그마하고 귀여운 아이였던 서우도 어느새 많이 자라서 단정한 교복에 여성스러운 스타킹을 신는 여중생이 되었다.
옆모습은 꽤 어른스러운 여성의 분위기마저도 나타내는 조금은 위험한 나이가 된 것이다.
"잘 다녀왔니?"
서우의 엄마, 우슬혜였다.
이른 결혼 탓에 중학생 딸을 뒀음에도 그녀의 나이는 아직 39살이었다.
서우의 아빠는 일 때문에 해외에 있어서 서우는 엄마와 단둘이서만 생활하고 있었다.
흰 블라우스에 잿빛 스커트, 살색 스타킹을 신은 슬혜는 여느때처럼 딸을 거실에서 맞이했다.
"조금 전까지, 선균이가 놀다갔단다."
"응, 어쩐지 오늘은 수업이 끝나자마자 달려나가던걸."
"그랬니? 너를 기다리는 것 같지도 않고 다른 볼일이 있는 것 같지도 않아보였는데."
"원래 이상해, 그 아이."
서우는 그렇게 말하며 교복을 입은 채 거실의 소파에 앉았다.
슬혜는 평소처럼 차를 끓여나왔다.
"서우야. 차 마실거지?"
"응."
서우는 엄마가 따라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평소와는 맛이 조금 달랐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서우가 찻잔을 내려놓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 서우야. 엄마야."
"엄마...? 뭐? 엄마?"
"왜 그리 당황하니? 엄마 지금 장보러 나왔어. 조금 늦어질 것 같아서 전화했어.
선균이 놀러왔지? 같이 놀고 있으렴. 그럼 있다가 들어갈게."
전화는 일방적으로 끊어졌다. 서우는 어안이벙벙해서 수화기를 잡은 채 멍하니 서있었다.
여전히 서우의 눈 앞에는 엄마가 소파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 그리 당황하니, 서우야?"
전화 저편의 엄마와 같은 말을 하는 눈 앞의 엄마.
순간 서우의 머릿속에 탁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놀러와있었다는 선균, 어릴적부터 즐기던 놀이.
서우가 물었다.
"너 혹시...선균이야?"
그러자 <슬혜>는 활짝 웃었다.
"혹시 방금 전화 엄마한테 온거야?"
"응, 넌 대체 누구야?"
슬혜와 똑같은 모습을 한 사람은 소파에서 일어나 스커트자락을 정돈했다.
살며시 미소짓자 살짝 드러나는 콧날의 주름은 슬혜의 그것과 똑같았다.
"의외로 금방 들켜버렸네."
"그 목소리는...역시 선균이구나!"
슬혜의 붉은 입술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서우의 귀에 익숙한 선균의 목소리였다.
엄마? 선균? 어쨌건 엄마로 보이는 그 여성은 일어나서 거실을 조금 걸어다녔다.
턱에 손을 괸 채 장난스런 미소를 띄우면서.
"선균이 너는 정말...어떻게 한거야 대체?"
"꼭 닮았지? 너도 눈치채지 못했지?"
선균은 그렇게 말하며 스커트자락을 손으로 집어보였다. 살색 스타킹을 신은 다리는 아주 미끈했다.
"도대체 어떻게 한거야? 설명해줘."
"어릴적부터 내가 다른 사람인 척 하는 걸 좋아했던 건 기억하겠지?
네 옷을 입고 소꿉놀이를 한 적도 많잖아.
그 후로 중학교에 올라오면서 남몰래 특수 메이크업 공부를 했어.
의외로 재능이 있는지 금방 늘었어. 그리고 첫 작품은 시험삼아 가까운 사람으로 변장해보려고 했지."
"하필 어째서 우리 엄마로 변장한거야?"
"여자가 되어 보고 싶었거든. 남자인 내가 여자가 되는 건 꽤나 힘든 과제니까, 도전이랄까.
아줌마라면 잘 알고 있고 목소리나 특징이나 버릇도 잘 알고 있으니까.
얼굴만 닮는 건 소용없어. 행동이나 분위기를 흉내내는게 중요하거든."
"그렇다 치더라도, 그 얼굴은 어떻게 된거야?"
"처음으로 만든 것치고는 꽤 성공적이었어. 아줌마에게 얼굴 본을 뜨는 걸 부탁할 수는 없잖아.
그래서 석고상을 직접 만들었어. 시간은 꽤 많이 걸렸지."
"그럼...그건 마스크 같은 거야?"
"그렇지. 병원에서도 사용하는 인공 피부로 만들었어."
"그래, 알겠어. 옛날부터 이상한 아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이렇게 변태적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걸. 그 옷은 어떻게 된거야?"
"아줌마의 옷장에서 조금 빌렸지. 아주 딱 맞지?"
선균은 패션 모델 같은 포즈를 이것저것 잡아보였다.
블라우스에 스커트차림, 스타킹까지 신은 모습은 슬혜의 얼굴을 한 선균에게 아주 잘 어울렸다.
"어? 스타킹 올이 나가버렸어. 방금 꺼내자마자 신은 건데...아줌마에게 혼나겠다."
갑자기 순진하게 말하는 선균의 말투에 서우는 피식 웃고 말았다.
"어쩐지 서둘러서 학교를 떠나더라니...이런 짓을 꾸미고 있었군?"
"가방 안에 마스크를 챙겨서 등교했다가 학교 끝나자마자 이리로 온거지.
아줌마가 그 시간쯤 장보러 가는건 알고 있었으니까 장보러 가시기 전에 도착해야했어.
그리고 네가 돌아오기 전까지 집을 보겠다고 말한거야.
아줌마가 장보러 나가고 나서 서둘러 마스크를 착용하고 옷을 갈아 입고 널 기다렸던거야."
"어휴, 정말 싫어."
"뭐가?"
"남자인 주제에, 어떻게 그렇게 요염해?"
선균은 여전히 슬혜의 얼굴을 한 채로 킥킥 웃었다.
"여러가지로 노력했거든."
선균은 스커트자락을 살짝 들어보이며 섹시한 허벅지를 서우에게 슬쩍 보여주며 웃었다.
서우는 자신도 모르게 엄마의 가면을 쓴 선균이에게 조금 두근거리고 있었다.
'겉모습은 엄마지만 속은 선균이야...자극적인걸...'
"정말 질렸어. 깜빡 속았어. 진짜 엄마라고 생각했어.
자, 이제 진짜 엄마가 돌아오기 전에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입고온 교복은 어디 벗어둔거야?"
"네 방에 벗어놨어."
둘은 서우의 방으로 나란히 걸어갔다. 서우의 방은 말 그대로 여중생의 방이었다.
파스텔톤의 인테리어가 서우의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는듯 했다.
선균은 서우의 옷장 문을 열었다. 옷장 안에는 서우도 자주 보던 선균의 배낭이 들어있었다.
"옷 갈아 입어야 하니까 저쪽을 보고 있어줄래?"
"알았어."
서우는 선균에게서 등을 돌렸다.
선균이 가방 지퍼를 여는 소리가 났다.
무언가를 가방에서 꺼내는 소리가 나더니 갑자기 서우의 팔이 강한 힘에 의해 붙들렸다.
선균을 등지고 방심한 상태였기에 선균의 공격에 서우는 저항할 수 없었다.
"아파! 뭐하는거야!"
서우의 팔은 등에 바짝 붙은 채로 손목과 함께 밧줄 같은 것에 꽁꽁 묶여버렸다.
양 팔이 묶이며 균형을 잃은 서우는 그만 중심을 잡지 못하고 침대 위에 쓰러졌다.
교복 치마 아래로 곧게 뻗은 서우의 다리가 검은 스타킹에 싸여있다.
선균은 그 발목에도 밧줄을 걸쳤다. 서우는 이제 꼼짝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도대체 어쩌자고 이러는거야!"
선균은 뿌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선균은 아침부터 배낭 안에 슬혜의 마스크를 숨겨와 하루종일 두근거리며 방과후를 기다렸다.
수업이 끝나고 서둘러 찾아간 서우의 집.
그리고 어릴적부터 자주 놀러왔던 선균을 전혀 의심하지 않고 집에 들인 우슬혜.
"선균이 일찍 왔구나? 서우는 아직 집에 오지 않았는데."
"아, 예...특별히 볼일이 있어서 찾아온 건 아니구요..."
누구라도 아줌마의 마스크를 시험해보러 왔다고 말할 수 있을리는 없을 것이다.
잠시 후, 예상대로 슬혜는 장을 보러 나가면서 선균에게 집을 봐달라고 부탁했다.
선균은 서둘러 슬혜의 침실로 들어갔다. 옷장을 열자 향긋한 시트러스향이 코끝을 감돈다.
안에는 슬혜의 옷이 차곡차곡 걸려 있었다. 여장 취미도 있었던 선균은 옷장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선균은 가방에 든 것을 모두 꺼냈다.
슬혜의 마스크와 쭈글쭈글 기분나쁘게 생긴 인간의 껍질 같은 타이즈가 나왔다.
선균은 그 둘을 슬혜의 침대 위에 두었다.
그 후 선균은 옷장에서 슬혜의 옷을 꺼내어 침대 위에 늘어놓았다.
그리고 평소의 코디를 재빠르게 기억하며 옷을 골랐다.
흰 블라우스, 잿빛 스커트, 살색 스타킹, 옅은 와인빛 슬립, 꽃무늬가 장식된 브래지어와 팬티 세트.
옷을 고르자마자 선균은 입고 있던 옷을 벗어 알몸이 되어 타이즈를 입기 시작했다.
부위별로 패드가 들어가 여성의 몸매를 만들어내는 타이즈.
슬혜의 얼굴을 모공까지 재현해낸 마스크와 가발.
평소에 그녀가 입는 브래지어와 팬티, 슬립.
다리를 조이는 살색의 팬티스타킹.
그리고 스커트에 블라우스. 그 모든 것을 선균은 차례대로 챙겨입었다.
일어서서 전신을 거울에 비춰보았다. 또 한 사람의 우슬혜가 탄생한 것이다.
지금의 모습은 우슬혜와 단 한군데도 다른 구석이 없었다.
단정하고 볼륨감 있는 단발머리,
포근하고 여성스러운 미소,
은근히 깊은 가슴골,
날씬한 허리,
우아한 곡선을 그리는 엉덩이,
늘씬하게 뻗은 다리.
거울에 비친 우슬혜가 15살 남학생이 변장한 거라는 사실을 본인도 믿을 수 없었다.
방안을 조금 걸어 보았다. 평소에 익혀둔 슬혜의 걸음걸이를 그대로 재현해보였다.
거울을 보고 타이즈를 여기저기 매만지며 패드의 위치를 미세하게 조정했다.
엉덩이나 가슴에는 넉넉하게 패드가 들어있는 반면, 허리부분은 꽉 조르도록 설계된 타이즈였기에
사춘기가 진행중인 선균의 몸은 39살의 성숙한 여성의 몸으로 변해있었다.
화장대 의자에 앉아 슬혜의 화장품을 사용해 마무리를 한다.
아이섀도우나 볼터치, 립스틱을 이용해 마스크 위로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화장을 마친 선균은 침대에 앉아 한쪽 발을 높게 들어 발목을 양손으로 잡았다.
살색의 나일론 스타킹에 감싸인 자신의 다리를 손바닥으로 어루만져 내렸다.
"섹시한걸...매끈하게 뻗은 게 보기 좋아."
선균은 슬혜의 음색을 흉내내어 중얼거려보았다.
특수 분장용의 마스크와 타이즈에 슬혜 본인의 옷이 합쳐지자 새로운 우슬혜가 탄생한 것이다.
선균은 완벽하게 슬혜로서의 준비를 마치고 서우의 귀가를 기다렸다.
그리고 이제 쇼의 1막을 끝나고 서우의 손발을 묶은 뒤 쇼는 2막으로 돌입했다.
교복을 입은 채 손도 발도 묶여 침대에 쓰러진 서우는 아연실색했다.
침대에 누운 자세로 스커트가 뒤집혀 스타킹 속으로 팬티가 비쳐보일 지경이었지만 등 뒤로 묶인 손목 때문에 어쩌지도 못했다.
"선균이 너! 적당히 하라구! 이 줄 풀어!"
선균은 서우의 말은 흘려들은 채 옷을 벗기 시작했다.
슬혜의 블라우스와 스커트를 벗자 슬립과 스타킹차림이 되었다.
목에서 가슴으로 떨어지는 곡선은 진짜 여성의 것처럼 완벽하고도 매끈했다.
선균은 서우의 옷장에서 갈색의 레깅스를 꺼냈다.
"이걸 위에 겹쳐 입는거지."
선균은 본래 자신의 목소리로 말했다.
허리를 굽혀 살색 스타킹을 신은 발가락 끝을 레깅스에 밀어넣는다.
레깅스를 입는 선균의 모습을 본 서우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엄마의 슬립 너머로 비친 가슴골이 너무도 섹시했기 때문이다.
"그 가슴은 도대체 어떻게 만든거야?"
"아, 이거? 얼굴과 같은 합성 재질로 타이즈를 만든거야. 신축성이 있어서 어떤 형태로도 만들 수 있지."
얼굴과 몸은 슬혜인데 목소리는 선균의 것. 그 언밸런스함에 서우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 같았다.
손발이 묶여 움직이지 못하는 첫경험도 자극적인 두근거림에 한몫했다.
서우의 레깅스가 살색스타킹을 신은 선균의 다리를 가리기 시작한다.
레깅스를 다 입은 선균은 서우의 셔츠를 꺼내어 걸쳐입고, 속바지, 체크스커트도 꺼내어입었다.
여성의 체형으로 보정해주는 타이즈를 입은 선균은 서우의 옷도 맵시있게 소화했다.
"그럼 이제 이걸 써볼까."
그렇게 말한 선균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서우의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
그것은 서우의 머리에서 목까지 재현한 마스크였다.
검고 탐스러운 머리카락, 사랑스러운 눈동자.
선균은 책상에 올려둔 서우의 마스크와 자신이 쓴 슬혜의 마스크에 손을 대며 말했다.
"옷 뿐 아니라 얼굴도 갈아입어야지~"
그렇게 말한 선균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쇼트헤어 가발을 벗은 선균은 마스크 뒤쪽의 지퍼를 내려 슬혜의 마스크를 벗어버렸다.
"아줌마와는 잠시 안녕이야."
완벽한 여성의 몸매와 복장, 스커트 아래로 늘씬하게 뻗은 레깅스, 하지만 남자인 선균의 얼굴.
서우의 가슴은 두근거리면서도 겉으로는 불평의 말을 뱉었다.
"네가 변장매니아인건 알고 있었지만 너무 심한 것 아냐?"
"그냥 잠자코 보기나 하라구."
그렇게 말한 선균은 서우에게 다가가 밧줄의 매듭을 한층 더 튼튼하게 묶었다.
그리고 옷장서랍에서 손수건을 두 장 꺼내어 둘둘 말았다.
"뭐하려고 그래?"
"잠자코 보라고 했잖아. 내가 너인 척 하고 있는 동안은 진짜 서우는 좀 조용하고 있어야하니까 말이지."
말을 마친 선균은 손수건을 망설임 없이 서우의 입속으로 밀어넣었다.
손수건을 집어넣은 입을 막기 위해 선균은 스카프를 둘러 머리 뒤에서 묶었다.
스카프가 손수건뭉치를 강력하게 압박하고 있었기에 서우는 말은 커녕 혀도 입술도 움직일 수 없었다.
'...뭐야...SM쇼도 아니고...적당히 하라구'
그렇게 말했지만 "읍읍-읍읍-"하는 의미없는 소리만 서우의 입 밖으로 나왔다.
그런 서우는 무시한 채 선균은 갈아입기를 계속 했다.
책상 위에 놓인 마스크의 귀를 양손으로 잡아 들고 자신의 코를 마스크의 코부분의 뒤에 맞췄다.
그리고 마스크를 얼굴에 꾹 눌렀다.
합성 재질로 만들어진 마스크는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선균의 얼굴에 딱 붙어갔다.
어깨길이의 검은 가발은 헤어핀을 꽂아서 고정했다.
"그럴듯하네."
그렇게 말하며 되돌아 본 선균은 서우로 변해있었다.
'...조금 전까지 엄마였던 선균이가 지금은 나로 변해있어...'
무엇인가 서우의 가슴 속에서 두근거림이 있었다.
그것을 숨기려는듯 서우는 한층 더 저항하는 목소리를 냈다.
"으읍! 읍!"
"너무 화내지 말아."
서우로 변한 선균은 거울을 보며 변장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몸의 이곳저곳을 살피고 타이즈의 패드가 위치를 잘 잡도록 매만졌다.
선균은 재갈을 문 교복차림의 서우 앞에서 서우로 변장하고 있다는 사실에 꽤 흥분해있었다.
덕분에 그의 죤슨도 반응하고 있었다.
하지만 타이즈의 사타구니쪽 패드는 단단히 조이게 설계되어 있어서 겉으로 전혀 표시가 나지 않았다.
선균의 외관은 체크스커트에 갈색 레깅스를 입은 사랑스런 여중생 윤서우의 모습이었다.
선균은 스스로 스커트 아래로 뻗은 다리에 꽤 만족하고 있었다.
선균은 책상으로 다가가 슬혜의 마스크를 들어올려 그 입을 손가락으로 움직였다.
"어머, 서우야, 그 스커트 너무 짧지 않니?"
선균은 슬혜의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지 않아요."
이번에는 서우의 목소리로 답했다.
엄마와 딸의 대화로 잠시 놀던 선균은 슬혜의 마스크를 가방에 도로 집어넣었다.
"그럼 아줌마에게 들키면 안되니 잠시 숨겨둘까나."
"우우읍...우웁..."
선균은 서우의 몸을 들어올렸다. 가짜 '서우'의 부드러운 가슴에 결박된 서우의 팔이 닿았다.
'...부드러워...게다가 선균이 녀석, 생각보다 힘이 쎈걸?'
의외의 부분에서 감탄하는 서우였다.
선균은 서우를 옷장 안에 조심스레 집어넣었다.
"이제 엄마가 돌아올테니 조용히 하고 있어."
옷장 안에서 서우는 잠자코 있었다.
물론, 손발이 묶이기는 했어도 재갈을 문 채로도 어느정도는 소리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았다.
선균이 어떤 식으로 엄마를 속이는지 직접 들어보고싶었던 것이다.
서우는 자신도 모르게 선균의 놀이에 흠뻑 빠져있었다.
서우가 온몸이 묶인 채로 발버둥치자, 스커트가 말려올라가버려 부끄러운 꼴이 되었다.
부끄러웠지만 팔이 묶여 어찌할 수 없었고, 난생 처음 재갈을 문 구속감에 서우는 조금은 화가 나 있었다.
"우웁! 우우웁!"
"후후, 서우는 화내는 모습도 이쁘구나."
선균은 서우의 곁에 다가와 무릎을 굽혀 앉았다.
선균의 허벅지와 종아리가 서우의 눈 앞에 있었다.
'...어쩐지 요염한걸...'
서우는 또 묘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선균은 옷장의 문을 닫아 서우를 가두고 침대 위에 걸터앉았다.
눈 앞의 전신 거울을 향해 미소짓자 거울 속의 서우도 미소로 답해주었다.
다리를 내려다보았다. 체크 미니스커트 아래로 갈색의 레깅스.
허벅지가 보이도록 스커트를 들어올려본다.
선균은 레깅스나 스타킹이 다리를 감싸는 감촉을 좋아하곤 했다.
일어서서 온몸을 살펴본다.
타이즈로 변형한 선균의 몸매는 완벽하게 여성스러운 서우의 몸매를 카피하고 있었다.
선균은 거울을 보며 깊은 만족을 느끼고 있었다.
조금 전 슬혜로 변했을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는 진짜 서우를 감금한 채로 서우로 변한 것이다.
마치 서우의 몸을 놔둔 채 인격만 자신의 것으로 바꾼듯한 기분이 그에게 새로운 흥분을 주고 있었다.
얇은 라텍스 마스크 한 장을 쓴 것만으로 이렇게 자유롭게 변신한다는 사실에 스스로도 놀랐다.
사실 외관만을 바꾸는 것으로는 부족했고, 행동, 말투, 시선 등, 세세한 부분을 베끼는 것이 더 큰일이었다.
하지만 선균은 서우나 슬혜를 오랫동안 관찰해왔고, 버릇을 흉내내는 재주도 어릴 때부터 익히고 있었다.
서우를 구속하는 느낌 역시 신선했다.
그녀의 피부를 파고드는 밧줄을 볼 때나, 부드러운 뺨에 스카프가 조여질 때,
서우가 지은 고통스런 표정을 생각하자 선균은 흥분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결박 당한 채로 신음하는 소꿉친구 서우는 평소에 보던 서우와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서우를 묶고 재갈을 물려 그녀의 자유를 빼앗는 것,
그녀의 옷과 얼굴을 훔쳐 그녀인 척 행세하는 것,
이 두 가지를 선균은 아주 쉽게 완수한 것이다.
서우의 집을 돌아다니며 착용한 타이즈가 몸에 익숙해지도록 했다.
가슴이나 힙 패드, 사타구니의 패드 등은 몸에 잘 맞았기에 서우의 옷도 선균은 맵시있게 소화했다.
이 복장과 몸매와 귀여운 여중생의 얼굴을 한 서우의 내용물이 남자아이라는 것은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선균은 자신감이 생겼다.
"이건 정말 친엄마라도 모를거야."
선균은 서우의 목소리로 혼잣말을 했다.
그 때, 인터폰이 울렸다.
"누구세요?"
<서우>가 대답했다.
"아, 서우야, 엄마왔어, 문열어."
서우의 엄마, 조금 전까지 선균이 변장하고 즐기던 매력적인 중년 여성, 슬혜가 돌아온 것이다.
<서우>는 문을 열었다.
"다녀오셨어요,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