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9화 〉(118화) 15. 길들이기
(제 118 화)
“우승 축하해~~!!”
가족들이 술잔을 높이 들고 한목소리로 축하해주자 유리가 활짝 웃었다.
“꺄아아~ 고마워요오~~!!”
“우리 유리 최고오~~!!”
유명이 여동생을 와락 끌어안고 키스를 퍼붓는 걸 보고 박수와 환호가 터졌다. 유명의 집 정원에는 식구들 외에 많은 손님들이 참석한 전국대회우승 기념파티가 거창하게 열렸다.
수지는 프로격구팀 구단주라는 영향력과 인맥을 동원해 협회 임원들과 구단 관계자들을 초대했고, 악단에 전문 접대부들까지 고용해 분위기를 북돋았다.
격렬한 경기를 풀타임 소화한뒤 시상식과 폐회식에 이어 각종 미디어와 인터뷰까지 하느라 녹초가 됐던 유리는 오빠와 식구들의 축하를 받고나자 기운을 조금 찾았다.
“오빠, 나 절대 건드리면 안 돼…!”
오빠가 퍼붓는 진한 키스가 끝난 뒤 유리는 경고부터 하고 나섰다. 그렇잖아도 하루 종일 시달린 몸이라 이대로 흥분했다가는 기절만으로 끝날 것 같지 않아서다.
“나도 그 정도 생각은 있어, 뭐… 하고 싶긴 하지만….”
“저기 연습생들 다 왔잖아, 다 오빠 노예라며? 쟤네들이랑놀아, 난 지금부터 오빠랑 남남인 사이야.”
발랄하고 새침해 보이긴 하지만 표정이나 말투에 평소와 같은 기운이 없는 게 바로 느껴졌다. 혜리가 딸을 꼭 끌어안아주면서 걱정했다.
“너 들어가서 좀 쉬는 게 좋지 않겠어?”
“그래 나랑 들어가자, 마사지 해줄게.”
아이샤가 전직 격구선수이자 체육교사답게 선뜻 나서자 다른 식구들도 너나할 것 없이 휴식을 권했다.
“괜찮다니까 그러네, 나 아직 젊거든요?”
나이차이가 심하지 않은 마야나 린은 어이없다는 표정이긴 했으나 식수들은 웃어넘겼다. 수지가 손짓으로 부르자 유리가 다시 발랄한 미소로 얼른 뛰어갔다.
“유리 쟤가 이런 거 잘하네?”
협회 임원들과 격의 없이 대화를 주고받는 여동생을 보고 유명이 감탄을 흘리자 아이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런 스타성은 타고나는 거야, 엄마가 파티를 왜 이렇게 크게 열었겠어?”
“수지가 친오빠보다 훨씬 낫네~”
“평생 격구만 알던 엄마가 어떻게 저 자리까지 갔겠어? 내가 프로 포기한다고 했을 때 안 말렸던 것도 저런 남다른 안목 덕분이었던 거지.”
그때의 사정은 이미 들어 자세히 알고 있으나 친딸로서 엄마의 뒤를 잇지 못한 것에 대한 실망이나 아쉬움은 이해하기 쉽지않은일이다.
“아쉽고 그렇진 않아?”
엉덩이까지 파여진 드레스 위로 드러난 매끈한 등을 다정하게 쓰다듬어주는 유명을 보고 아이샤가 아무렇지 않은 듯 씽긋 웃었다.
“예전엔 많이 아쉽고 미안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내가 못한 걸 유리가 해줘서 너무 기뻐. 엄마가 저렇게 좋아하는 것만으로 더 바랄 게 없구.”
“……….”
말없이 허리를 꼭 끌어안아주는 유명의 자상함에 아이샤는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던 아쉬움이 모두 사라지는 걸 느꼈다.
“우리 모녀한텐 유명이 너랑 유리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보석이고 축복이야.”
유명과 아이샤가 다정하게 키스를 나누는 모습을 멀찍이 지켜보던 보미가 지나가는 리아를 얼른 붙잡고 물었다.
“리아야, 주인님 여자들 전부 저 흑인언니처럼 미인이야?”
“흑인? 아~ 아이샤언니? 우리 수지회장님 친딸이니까 당연히 미녀지, 다른 식구들 아직 못 봤어?”
섹스서비스까지 해야 되는 전문 접대부는 남자손님들을 상대하는 중이었고, 연습생들 주인님의 명령으로 VIP손님들을 안내하고 수행하는 도우미역할로 파티에 참석한 상황이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당황되고 정신이 없어 주변을 제대로 살펴볼 경황이 없었다.
“아니 아직…, 너도 계속 바쁘고 사라는 주방담당이라 물어볼 틈이 없었어.”
리아 역시 오늘만은 유명의 식구가 아니라 연습생으로 음료서비스를 담당하는 중이라 그동안 이야기 나눌 여유가 없었다.
“저기 배 나온 마야언니랑 옆에 착 달라붙어있는 린언니가 내가 말했던 경찰이야.”
“아… 저 금발미녀가 임신한 그 언니구나…, 진짜 너무너무 예쁘다…!”
보미는 진심어린 감탄을 흘렸다. 임신으로 불러온 배를 자랑스레 드러낸 몸매가 동료 연습생들 못지않게 육감적인게 눈에 띄었고, 거기에 속이 다 비치는 레이스로 장식된 새하얀 드레스차림이 마치 천사가 강림한 것처럼 아름다워 보였다.
“저쪽에 수지회장님이랑 있는 애가 오늘 파티 주인공인 주인님 친여동생 유리.”
“와…! 15살이라며? 어쩜 저렇게 예쁘지…?”
다른 여자들은 그나마 나이가 있어 그럴 수 있다지만 자신보다 4살이나 어린 유리의 미모와 몸매가 눈에 확 들어올 정도인 걸 보고 보미는 주인님혈통이라 확실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엄마는 넘어가고…, 저쪽에 사라보다 더 음란한 몸매가 주인님 친엄마, 그 옆에 덩치 큰 주리언니가 저번에 주인님 구출해낸 분이야.”
“와아……!!”
주디는 워낙 특별한 이미지라 상대비교가 의미 없는 것처럼 느껴졌고, 혜리는 주인님의 친엄마라는 사실이 바로 납득될 정도로 미모와 몸매가 대단했다. 리아가 이해된다는 의미로 씽긋 웃었다.
“두 명 더 있는데, 통합우주군에 복무 중이라 얼마 전에 우주로 나갔어. 당분간 못 만날 거야.”
“그 두 언니도 물론 굉장한 미녀겠지?”
“당연하지, 우리들 보면 주인님이 여자들 고르는 기준이 대충 예상되잖아?”
자신감에 찬 당돌한 대답이지만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라 보미는 떨어졌던 자존감이 조금 회복되는 것 같았다.
“저기 리아야… 우리들 정도면주인님 여자로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지?”
불과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실력과 외모 모든 면에서 주변 연습생들을 선도하는 입장이었던 보미가 이제는 자신의 위치를 걱정할 처지가 됐다.
“너무 걱정하지마, 우리가 마음에 안 들었다면 매주 찾아와서 그런 밤을 보내시겠어?”
“……….”
리아가 말한 그런 밤이 어떤 밤인지 얼굴이 확 달아오를 정도로 잘 알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자신들을 예뻐하거나 좋아해서 하는 섹스가 아닌 것만 같아서 걱정이다.
며칠 전만 하더라도 항문으로 주인님의 자지를 물고 다른 연습생들 앞을 기어 다니면서 마치 발정 난 암캐처럼 애액을 줄줄 흘려대지 않았던가, 보미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눈앞의 여자들이 과연 자신들과 같은 취급을 받을지 그게 궁금했다.
“보미야,너 일 안 하고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가시는 손님들 배웅해야지.”
“어? 아… 그…그렇지, 미안….”
잠깐 생각에 빠진 사이 리아는 음료가 담긴 쟁반을 들고 손님들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나비의 지적에 보미는 머리를 흔들어 걱정을 한쪽으로 밀어내고 얼른뛰어갔다.
*****
“난 그런 고민 한 적 없는데…?”
백치미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는 사라의 대답에 보미는 한숨을 푹 쉬었다.
“후우우… 나도 너처럼 이런 생각 안 들면 좋겠어….”
“그거 칭찬처럼 안 들리는데?”
사라가 토라진 표정으로 눈을 흘기자 리아가 얼른 나섰다.
“괜한 걱정을 하는 것 같다는 의미야, 보미언니가 자기만 생각해서 고민하는 게 아니잖아.”
“나도… 보미언니처럼 파티 때 그런 생각이 잠깐 들긴 했어.”
나비까지 나서자 다들 속마음을 솔직하게 내놓기 시작했다.
“나도 그랬어….”
“난 그 정도까지는 아닌데, 부럽긴 했어.”
“부러운 거야 당연하지, 우린 아직 연습생일 뿐인걸.”
“맞아, 그 분들은 엄연히 주인님 가족인데 우리랑 입장이 다르지.”
“난 지금 이대로 만족해.”
“만족이야 하지만… 솔직히 비교는 되잖아?”
“비교하지 마, 우리가 파티에 안 갔으면 이런 고민을 지금 하고 있겠어?”
“맞아, 배부른 투정 할 때가 아냐. 당장 연습시간이 부족하다구.”
“언니들은 오전에 시간이 있지만 우린 학교까지 가야해서 너무 힘들어….”
“바보야, 학교에 이야기해서 직업훈련으로 빠지면 돼.”
이야기가 어느새 다른 쪽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보미가 여전히 고민에 찬 표정인 걸 보고 리아가 한마디 했다.
“보미언니, 정 답답하면 오늘 주인님 오시면 물어봐.”
“이런 이야기… 어떻게 물어보니…?”
그러나 머리보다 몸을 쓰는데 익숙한 보미는 결국 유명에게 자신의고민을 털어놓고야 말았다.
“음… 불만이 아니라 단지 궁금한 거라고?”
“예에… 불만이 있을리가요….”
보미는 동료들의 눈치를 살폈다. 좋은 분위기를 깬 것만 같아 괜한 말을 꺼냈다는 생각이 들어 안절부절못했다.
잠깐 생각하던 유명은 무릎 꿇고 다소곳이 앉아있는 12명의 연습생들을 가만히 훑어봤다. 몇 시간에 걸쳐 한 명도 빠짐없이 질내사정을 한 뒤라 노곤한 기분 때문인지 갑자기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런 이야긴 섹스하기 전에 해야 되는 거 아냐? 이러면 내가 화를 못 내잖아?”
“………….”
옅은 미소를 짓는 연습생들이 있었으나 화가 났다는 의미일 수 있어 대부분 걱정스런 표정을 풀지 못했다.
“대답해주기 전에 하나만 물어볼게, 여기서 내가 그러라면 아이돌 포기할 수 있는 사람?”
“……….”
사라가 손을 들려는 걸 리아가 잽싸게 잡아챘다. 그걸 보고 나비도 눈치껏 손을 내렸고 심지어 말을 꺼낸 보미마저 손을 들고 싶었는지 동료들 눈치를 보고 있었다.
“없어? 그럼 절대 포기하지 않을 사람?”
“…….”
몇 명이 슬그머니 손을 들자 다시 몇 명이 따라서 들었고 절반 가까이가 고개를 숙인 채 손을 들었다.
“나머지는 포기하고 싶진 않지만 고민은 된다는 의미인가? 좋아… 알았어, 손 내려.”
완전히 길들였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성적으로만 그런 모양이다. 하극상은 아닌데 하극상 같은 이 어색한 분위기를 어떻게 수습해야 될지 몰라 유명은 입을 다물어버렸다.
진짜 노예였으면 채찍으로 때리고 겁을 주면 가볍게 해결 되겠지만,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런 여자들을 그렇게 막대할 수 없는 노릇이 아닌가.
물론 오늘도 8층에 들어서자마자 주인님에게 버릇없이 구는 노예를 대하는 심정으로 눈에 띄는 연습생부터 차례차례 혼을 내주다 지금에 이르렀지만 방법은 섹스였고 도구는 자지였다.
무엇보다 이제 16~20살 남짓한 여자들의 순수하고 여린 마음에 상처주고 싶은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다보니 방법이 더더욱 생각 안 났다.
그런데 유명이 이런 고민에 빠져있는 줄 알리가 없는 연습생들은 이어지는 어색한 침묵에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한두 명씩 훌쩍이기 시작했다.
이대로 놔두면 제풀에 뭔가 될 거 같은 느낌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얻어걸린 게 한두 번이 아닌지라 유명은 팔을 뒤로 빼서 몸을 기댄 채 가만히 지켜봤다.
“흐흑… 죄송해요, 주인님….”
“저희가 잘못했어요, 훌쩍….”
“흐윽… 불만 없어요, 주인님….”
“용서해주세요… 훌쩍훌쩍 잘 할게요….”
예쁜 소녀들이 알몸으로 무릎을 꿇고 앉아 우는 모습은 정말 얼른 안아서 다독여주고 싶을 정도로 애처롭고 섹시했다. 힘이 쭉 들어가는 자지를 진정시키기 위해 유명은 죽을힘을 다해야만 했다.
“흐으윽…너…너무 행복해서제 정신이 아녔나봐요… 흐아앙….”
“흑… 저흰 주인님밖에 몰라요… 후이잉….”
사라는동료가 우니까 덩달아 우는 것처럼 보였고 리아와 나비는 연기가 분명했다. 보미가 울음을 삼키는 걸 보고 유명은 뭔가 생각났다.
“보미.”
“훌쩍 예에… 주인님… 흑….”
“너 아까 저기 문 앞에서 한쪽다리 위로 쳐들고 박히면서 나한테 뭐라고 그랬지?”
그냥 물어보면 될 걸 왜 자세히 묘사하는 걸까, 다리를 1자로 뻗고 버티는 힘겨운 자세로 느꼈던 그 짜릿한 기억을 떠올리며 보미는 자신도 모르게 뜨거운 숨결을 후 내뱉었다.
“후우우… 사…사랑한다고… 주인님 사랑한다고 그랬어요….”
“그래, 그랬지. 근데 왜 날 사랑해?”
“예? 훌쩍 무슨 말씀이신지…?”
머리가 멈춰버린 보미는 무슨 대답을 해야 될지 몰라 동료들을 쳐다봤다.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날 왜 사랑하냐니까? 회사에서 주인님으로 모시라고 해서 그런 거야? 아니면 아이돌이 되기 위해 마지못해 사랑하는 척 하는 거야?”
“………….”
100명이 모였을 때부터 마지막12명으로 선발되기 전까지 어쨌는지 모르지만 최소한 지금은 진심인 게 확실했다. 한 연습생이 눈물을 훔치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전 그냥 주인님이 너무 좋아요…, 처음 보자마자 반했고… 그래서 요즘은 꿈만 같아요.”
“저두요, 저 언젠가부터 주인님 곁에 있고 싶어서 열심히 하게 됐거든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다른 이유 없이 주인님을 위해서 노래 부르고 춤추고 싶어요.”
다들 너도나도 나서서 비슷한 심정을고백했다. 리아는 당연하고 사라, 보미, 나비도 다른 연습생들과 똑같이 오직 유명을 위해서 이 자리에 있다고 말했다.
“그래 잘 알았어, 근데 뭐가 불만이야?”
“…………….”
말문이 막힌 연습생들은 애초에 왜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왜 이런 분위기가 됐는지 순간 생각이 안 났다. 유명이 다정한 미소와 함께 나직이 말했다.
“내 여자들은 너희들처럼 각자 맡은 바 역할이 다 있어. 그게 직업일 수 있고 그냥 서있는 그 자리 자체일 수도 있겠지.”
“……….”
자신들을 ‘내 여자’라고 딱 부러지게 지칭하지 않았으나 최소한 동일한 선상에 놓고 말하는 뉘앙스라 연습생들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도 인간인 만큼 모두를 공평하게 만족시킬 순 없어. 하지만 너희들 한 명한 명을 똑같이 사랑해주고 싶고, 나만의 아이돌로 키워내고 싶을 뿐이야.”
말 그대로 12명의 연습생들은 지금껏 차별 없이 사랑받았다는 사실이 기억나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울음을 터뜨리고 주인님에게 달려가 안겼다.
(다음 119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