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1화 〉(110화) 14. 가족
(제 110 화)
“주인님~ 오늘은 누구로 하시겠어요?”
사랑이 가득한 눈빛과 그윽한 미소가 깃든 목소리가 유달리 다정하고 유혹적이다. 유명은 동갑내기 여자친구 리아의 풍만하고 나긋나긋한 몸을 끌어안고 눈길을 찬찬히 옮겼다.
품에 안긴 리아를 포함해 12명의 미녀가 매혹적인 미소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스루 드레스로 살짝 가린 알몸이 은은한 조명을 받아 숨 막힐 듯이 매혹적이다.
“도저히… 도저히 고를 수 없는 걸….”
중세 이슬람의 하렘을 재현한 분위기에 다분히 맞춘 대답이었으나 진심이었다. 이 미녀들 중에 한 명만 어떻게 고른단 말인가, 유리가 살며시 다가와 나이를 무색하게 만드는성숙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오늘 밤… 저희들 모두 사랑해주시는 건가요, 오빠… 주인님?”
“내가 언제 안 그랬던 적이 있었나?”
여동생과 여자친구에게 뜨거운 키스를 해준 유명이 거실 가운데로 걸어가 자리를 잡자, 여자들이 탐스런 젖가슴과 엉덩이를 음란하게 실룩이며 살며시 다가왔다.
“저에겐 키스 안 해주시나요, 주인님?”
시스루 드레스 위로 바짝 솟은 젖가슴이 애절한 표정과 함께 심장을 자극한다. 이렇게 섹시하고 음란한 여자가 친엄마라니, 유명은 입을 벌려 혜리와 농염한 키스를 나눴다.
“하아… 주인님의 침은너무 달콤해요….”
“주인님은 항상 절 미치게 만들어요….”
마야와 린은 동시에 키스를 주고받으면서 유명의 침을 한가득 받아 맛있게 삼켰다. 단짝인 둘은 언제나 2명 이상의 즐거움을 선사해준다.
“주인님을 모실 수 있어 행복해요~”
“주인님은 저희 모녀의 자랑이랍니다….”
닮은 듯 다른 매력의 수지와 아이샤 모녀를 함께 안고 키스를 나누면 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다.완숙한 아름다움과 치명적인 성적매력이 주는 기쁨과 만족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다.
“주인님…, 소첩에게도 키스의 은혜를 베풀어주세요~”
역사와 사회를 가르치는 교사 아니랄까봐 단어와 말투부터 다른 여자들과 다르다. 헐렁한 드레스 속에 비치는 늘씬한 알몸이 오늘따라 더 매끈하고 매력적이라 키스하지 않고 배길 수 없다.
“평생 주인님을 모시고 살겠어요….”
“주인님이야말로 제가 살아가는 이유랍니다.”
함께 어울리는 게 아직 어색한 소피아와 비비안이지만 자신을 향한 마음은 다른 여자들 못지않게 절실하다. 그 진심이 키스로 진하게 느껴져 더 사랑스럽다.
“영원히 주인님을 지켜드리고 싶어요….”
자신보다 강한 여자에게서 느끼는 성적매력만큼 독특한 것이 또 있을까, 풍성한 여성적 몸매 위에 공격적으로 드러나 있는 강인함이 키스로 통해 느껴지면 참기 힘들어진다.
“다들 주인님이라고 부르면 전 뭐라고 불러야하죠, 주인님…?”
메이드라는 자기정체성에 만족하고 또 벗어나지 않으려 부단히 애를 쓰지만 루비 역시 자신의 여자이자 한 가족이다. 그녀에 대해 잘 몰라 한편으로 미안하지만 그 때문에 키스만으로 이렇게 신선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12명의 여자와 차례로 키스를 주고받고 나자 유명의 자지는 그 어느 때보다 크고 당당하게 서있었다. 두려울 정도의 위용에 12명의 여자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탄성을 흘렸다.
*****
카이로에서 꿈에 그리던 진짜 하렘을 맛본 유명은 자기여자들과 더 할 나위 없이 가까워졌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얼굴이나 몸매와 같은 외모뿐만 아니라 눈빛, 목소리, 말투, 표정, 성격 등 내면의 특징까지 빠짐없이 알게 된 기분은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만족감이었다.
게다가 성감대에서부터 버릇,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물론 특기와 취향까지 모두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사실은 여자들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게해줬다.
“이제 임신만 하면 되는구나….”
다음 행선지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마주보고 앉은 주디의 허벅지 위에 다리를 얹고 느긋한 기분을 만끽하던 유명의 혼잣말에 옆에 앉은 수지가 생글거리고 물었다.
“자기는 누가 먼저 임신할 거 같아?”
“남 이야기하듯 하네? 자기는 임신하기 싫어?”
이렇게 훅 들어올지 예상 못한 수지는 심장이 쿵 흔들리고 얼굴이 확 달아올라 바로 대꾸하지 못했다. 유명의 다리를 다정하게 마사지하던 주디가 씽긋 웃었다.
“우리 모두 다 임신하고 싶지, 하지만 현실적으로 힘든 몸이니까….”
“통계를 무시할 순 없지만 과학적으로 임신 가능성은 차이 없다고 하던데?”
이런 문제에 관해 누구보다 관심이 많고 또 공부를 많이 한 아이샤가 앞에 앉은 엄마를 다독여주면서 유명의 말에 동의했다.
“네 지적이 맞아, 심지어 출산여부마저 영향이 없다고 밝혀졌어. 하지만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가 더 정확한 표현이야.”
“그럼 차이가 있다는 속설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란 말이네?”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하던 마야가 어딘가 불편한 표정에 힘이 없는 목소리로 지적하자 그 옆에 앉은 혜리가 특유의 백치미 가득한 표정으로 좋아했다.
“우리 유명이 아기 가질 수 있다면 난 속설무시하고 과학을 믿을래.”
“우리도 다 같은 마음이지만… 쉽지 않은 건 사실이잖아요?”
장교를 희망하는 몸이면서 임신에 관심이 많아진 비비안은 적잖이 실망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단짝인 소피아가 등을 다독여주는 걸 보고 마야를 찾아 화장실로 가던 린이 한마디 던졌다.
“여자들이 원하는 대로 임신이 잘되면 세상이 이 모양이겠어?”
“세상이 뭐 어때서? 다녀보니까 예전보다 훨씬 나은 것 같은데?”
유명의 지적에 다들 고개를 갸웃했다. 21세기에 살던 남자의 시각이니 이해될 리가 없다. 2차 성징을 안 한 유일한 일반인인 세아가 계속된 섹스로 지친 몸을 겨우 일으켜 힘겨운 목소리로 설명했다.
“유명이 말은 21세기 이전 세계와 비교해서 그렇다는 거야. 아우… 나 이러다임신은커녕 섹스로 골병 들겠다….”
“푸훗!”
유리 웃음을 터뜨리자 다들 따라서 즐겁게 웃었다. 엄마를 위해 겨우 웃음을 참은 리아가 세아를 다시 편안할 수 있도록 눕혀주면서 유명에게 말했다.
“예전보다 훨씬 낫다는 거 하렘 말하는 거지?”
“음… 그 지적에 반론을 제기할 수 없는 게 좀 안타깝네.”
“하하하하~”
재치 있는 대꾸에 다들 다시 웃었다. 유명은 종교율법에 복종하고 살던 사회가 보다 자유롭고 활기차게 바뀐 것을 두고 한 말이지만 굳이 따질 필요는 없었다.
“아이샤언니, 마야가 아침부터 속이 불편했는데 지금 많이 안 좋은가봐….”
린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다가와 말하자 아이샤는 망설이지 않고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주디까지 얼른 따라가는 걸 보고 다들 걱정된 나머지 말이 없었다.
그때 화장실에 들어갔던 아이샤가 급하게 다시 나오더니 뭔가를 챙기곤 혜리, 세아, 수지를 손으로 불렀다. 주디가 처음 보는 표정으로 우물쭈물 되돌아오자 유명이 얼른 물었다.
“많이안 좋아? 엄마들은 왜 부르는 거야?”
“아직 확실하지 않으니까… 조금만 기다려봐.”
기대에 차있는 거 같은데 너무 조심스러운 표정이라 이유를 짐작하기 힘들었다. 그때화장실에서 네 여자의 비명이 동시에 터졌다.
“꺄아아아아아~~”
“꺄아악! 꺄아아아아!!”
“와! 와아아아!! 유…유명아아!!!”
“유명아아! 어서 와봐!! 어서어어!!!”
중형비행기라지만 화장실까지 거리가 멀어봐야 얼마나 된다고 기대에 부풀어 다급해진 유명은 영원히 닿지 않을 것만 같았다.
“뭐…뭔데? 무슨 일인데? 응??”
변기를 끌어안고 주저앉은 마야가 눈물을 글썽이고 올려다보는 모습이 어쩜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울까, 그러나 아이샤가 눈앞에 내미는 막대기를 보는 순간 모든 사고가 멈춰버렸다.
“임신이야….”
“유명아, 마야가 임신했어!”
“임신이라구! 유명아아!!”
“얘들아, 마야가 임신했어어어~~!!”
혜리, 세아, 수지의 떨리는 목소리에 이어 마지막 아이샤의 외침에 비행기가 흔들릴 정도로 환호가 터졌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
*****
출발한지 채 1주일이 지나지 않았고 여정도 많이 남아있었으나 마야의 임신에 비행기는 곧장 방향을 돌렸고, 서울에 도착하기 무섭게 병원으로 향했다.
“임신 맞습니다, 이제 8주째에 접어들었네요. 축하합니다~!”
산부인과 전문의의 소견에 식구들은 병원이 떠나가라 다시 환호를 지르고 간호사들이 달려와 말릴 때까지 방방 뛰어다녔다.
“와하하하하~~!! 임신했어! 내 여자가…마야가 임신했다구우!! 우하하하하하~~~!!!”
여기저기 뛰어 다니면서 미친놈처럼 소리를 질러대던 유명은 퍼뜩 정신을 차리더니 황망한 표정으로 산부인과 전문의인 여의사의 손을 덥석 잡고 물었다.
“저기… 마야랑 아기는 괜찮나요? 이번 주에 좀 저기… 심하게….”
“아… 섹스하신 거 걱정하시는 건가요? 괜찮아요, 아무 이상 없어요. 정액이 좀… 과다하게… 많이 차있는 거 말고는 자궁도 상처 하나 없이 건강하고 아기도 잘 자라고 있어요.”
“아기… 아기란 말이죠? 제 아기란 말이죠, 그쵸?”
유명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쁜 일이라 감격에 겨워 한 반문한 것인데 여의사는 여느 남자들의 반응으로 받아들였는지 진료실 벽에 데이터를 띄워 확인시켜줬다.
“여기 보세요, 유명씨 아기 맞죠? 전에 저희 병원에서 진료 받으신 데이터가 있어서 대조한 결과라 틀림없어요.”
“………….”
워낙 정신없는 상태라 의사의 의도를 바로 이해하지 못한 유명은 순간 멍했다. 그 반응을 또 다른 남자들과 같은 의미로 해석한 여의사가 얼른 태블릿을 내밀었다.
“여기 서명하시고 승인하시면 나중에 아기가 태어난 직후부터 연금지급이 될 거예요.”
“네…? 뭘 하라구요?”
“출산연금이요, 여기 서명을….”
유명이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잘 아는 식구들은 웃음을 참느라 서로 부둥켜안은 채 손으로 입을가리고 부들부들 떨었다.
“유명아 얼른 서명해~”
친엄마인 혜리가 대표로 아들의 등을 다독여주면서 나직이 권하자 유명은 순순히 서명하고 엄지를 눌러 승인까지 했다. 의사가 얼른 필수 고지사항을 늘어놓았다.
“이로서 유명씨는 태어날 아이의 아빠로 공식 등록되셨습니다. 다른 문제가 없는 한 앞으로 16주에서 17주 후부터 연금지급이 시작될 겁니다. 아직 미성년자시니까 친모이신 혜리씨 계좌로 지급된다는 점 잊지 마시구요.”
“자…잠깐만요, 16…16주요? 지금 임신한지 8주 지났다면서요?”
“예…, 평균 24주 정도 지나면 출산하거든요. 금방 지나가니까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의사가 유명의 반응을 또 다르게 해석하자 보다 못한 세아가 얼른 끼어들었다.
“아… 얘가 너무 놀라서 정신이 없나 봐요, 이제 돌아가도 되죠?”
“예에…, 아… 혹시 몰라서 말씀드리는 건데 출산하기 1주일 전까진 지금처럼 섹스… 심하게 하셔도 아무 문제없거든요? 그러니까….”
보기와는 달리 아직 16살에 불과한 남자애라 임신한 여자친구를 버리고 도망 갈까봐 걱정되는지 여의사의 목소리는 무척 조심스러웠다. 그제야 상황파악이 된 유명은 얼굴에 한껏 웃음을 머금고 큰소리로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여자 11명과 일일이 포옹과 키스를 나누면서 진심으로 기뻐하는 유명의 행동을 보고 산부인과 전문의는 이들의 정체를 해석하는데 한동안 고민에 빠졌다.
“마야,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응?”
집에 도착하기 무섭게 마야를 안아들고 묻는 유명을 보고 함께 현관으로 들어서던 혜리가 볼멘소리로 투정을 부렸다.
“우이잉~ 그건 내가 물어야 하는 거잖아!”
“어이… 아드님, 임신했다고 달라지는 거 없어요. 입덧도 며칠 있으면 사라지거든요?”
세아가 설명 겸 지적을 하자 현관으로 들어서던 식구들 모두 즐겁게 웃었다. 안아들고 있는 마야에게키스를 퍼붓던 유명이 뭔가 생각났는지 엄마들을 보고 물었다.
“근데 아이가 진짜 24주 만에 태어나? 원래 40주 아냐?”
“얘가 언제 적 이야길 하는 거니? 2차 성징 여부와 관계없이 임신기간은 정확하게 24주야. 앞으로 4개월 정도만 기다리면 우리 가족 첫 아기가 태어나는 거야~”
수지가 해주는 설명에 유명은 다시 정신이 없어졌다. 모든 게 너무 빨리 지나가는 기분이라 혹시나 잘못되면 어쩌나 없던 걱정까지 생겼기 때문이다.
“근데 우리막내랑 리아는 어디 갔지?”
여행가이드로서 마지막 임무인 식구들 챙기기를 하던 아이샤가 두리번거리자 루비와 함께 양손에 짐을 들고 들어오던 주디가 대답했다.
“차 안에서 속닥거리더니 내리자마자 화장실로 뛰어 가던데?”
“어? 린, 소피아, 비비안도 안 보이는데?”
혜리의 지적에 놀란 유명이 마야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자 멀리 화장실 쪽에서 투덜대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손에 뭔가를 들고 실망에 찬 표정의 다섯 여자가 터덜터덜 걸어 나왔다.
“마야언니랑 며칠 차이 안 나는데….”
유리가 임신테스트기를 다시 살펴보면서 실망하자 리아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난 거의 매일 했는데 왜 이렇지…?”
“난 뭔데? 만날 같이 하는데 임신도 같이해야 정상아냐?”
린이 진심으로 화가 난 표정으로 투덜대자 처지가 조금 다른 소피아와 비비안은 차마 말할 엄두가 안 나는지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어휴… 저 철딱서니 없는 애들 좀 봐….”
세아가 팔짱을 끼고 탄식하자 수지가 다정하게 팔을 두르고 피식 웃었다.
“그래도 저런 기대 할 수 있다는 거 너무 부럽지 않아?”
“주디언니는 결과가 어땠어?”
혜리가 불쑥 묻는 말에 모두의 시선이 열심히 짐을 옮기던 주디에게 쏠렸다. 분명히 들었으면서 모른 척 도망가려는 걸 수지가 얼른 붙잡았다.
“너도 테스트해봤구나? 언제 해봤는데? 응?”
“아… 그게… 비…비행기에서…, 근데 나도 아녔어…….”
너무 심각하게 아쉬워하는 주디를 보고 다들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몰라 서로의 얼굴만 쳐다봤다.
(다음 111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