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화 〉(109화) 14. 가족
(제 109 화)
남성이 지구와 인류의 안녕을 위해 군대에 자원해 헌신하는 걸 최대의 영광으로 여기는 것처럼, 여성은 출산과 육아를 의무이자 책임이라 여긴다.
이런 의식이 생존과 번영이라는 공동의 목표에 기인했다면, 상대의 의식을 대하는 판단과 행동은 극심한 성비불균형이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
그래서 통합우주군을 비롯한 공익에 헌신하는 사람들에 대해 남녀노소 관계없이 존경과 찬사를 보내는 반면, 출산과 육아에 대해서는 복지제도로 보상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여긴다.
남자들이 비록 사랑하던 여자라 할지라도 임신을 하면 곧바로 헤어지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남성보다 여성이 자초한 면이 크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의무이자 책임이라는 사회적 의식보다 소수에게만 허락된 축복이라는 생리학적 특성이 연인에 대한 사랑보다 출산과 육아를 우선순위로 두면서 야기된 현상이란 것이다.
물론 모든 여성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런 생각과 행동은 남성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고, 여러 여자를 동시에 사귈 수 있는 관대함과 맞물려 지금의 현실에 이르렀다.
이런 삶에 대한 통찰은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지 않는 한 예나 지금이나 나이를 먹거나 경험이 쌓여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임신하고 싶다고 유명에게 경쟁적으로 달려드는 모습이 어떻게 보일까.
유리와 리아는 아직 어려 철이 없어서 그럴 수 있다지만 경찰경력 2년차인 마야와 린까지 덩달아 달려들면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휴우… 나도 마야나 린처럼 앞뒤 가리지 않고 덤벼들 수 있으면 좋겠다….”
소피아의 한탄은 진심이었다. 오르가슴에 정신을 잃어놓고 하는 말이라 설득력이 심각하게 떨어지지만 그 마음만은 공감이 갔다. 휘몰아치던 쾌감이 겨우 진정된 비비안이 숨을 고르고 거들었다.
“너나 나나 남자한테 버림받은 적 있다고 너무 조심하는 거 아닐까?”
“맞어, 마야나 린이 나이에 맞는 행동이야. 너희들도 조금 전까지 정신 못 차렸잖아?”
아이샤가 다가와 하는 말에 소피아와 비비안은 달아오른 얼굴로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수지가 다가와 딸의 탐스런 엉덩이를 톡톡 다독였다.
“너야말로 남자랑 얼마나 사귀어봤다고 그래?”
“하긴… 엄마에 비할 바겠어?”
“얜… 그럼 남자 매일 갈아치운 줄 알잖아, 나도 상처받고 그런다 모….”
풍성하고 탐스런 머리를 정리하는 매혹적인 모습은 남자를 매일 갈아치웠을 것처럼 보인다. 이런 수지의 예쁜 젖가슴을 주디가 뒤에서 다가와 주물렀다.
“그냥 유명이를 믿고 의지하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미리 걱정할 필요 있어?”
“미리 걱정하는 전문가가 그런 말 하니 설득력이 너무 없는데?”
늘씬한 몸매에 걸맞게 세아가 폴짝 다가와 지적하자 다들 가볍게 웃었다. 혜리가 딸들과 함께 유명의 자지를 맛있게 빨고 있는 걸 보고 수지가 피식 웃었다.
“후후 혜리 쟨 걱정도 안 되나봐.”
“그냥 아들이 하는 말을 있는 그대로 다 믿어서 저래, 그리고 친엄마라는 무적의 카드가 있잖아.”
세아의 말에 다시 가볍게 웃었다. 그때 속이없는 소피아가 수지와 세아를 보고 물었다.
“근데 다른 남자의 아이를 또 임신하는 경우가 있어요?”
“얘!”
비비안이 벌떡 일어나 단짝의 입을 가렸으나 이미 두 엄마의 귀에 들어간 뒤였다. 수지는 그 크고 예쁜 눈을 흘겼고, 세아는 주디의 품에 기대더니 씁쓸한 미소로 말했다.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지. 안 되는 건 아닌데 굉장히 힘들어. 소피아나 비비안 너희들도 마야나 린보다 오래 걸릴걸?”
“엑?! 지…진짜요? 저…전 딱 2명뿐인데….”
사색이 된 소피아가 말을 더듬자 옆에 있던 비비안이 풀죽은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
“하아… 4명인 난 포기해야겠구나…….”
“얘들이… 난 어쩌라구…….”
섹스한 남자가 4명이 넘는 게 분명한 아이샤의 얼굴이 울상이 됐다. 그때 자포자기한 게 분명한 주디가 씨익 웃으면서 동생들의 엉덩이를 꽉 움켜쥐었다.
“나처럼 그냥 포기하면 편해, 아하하하~”
“포기하긴…, 이런 애들이 임신하면 자기가 먼저 남자 차버려요.”
수지의 지적에 다들 손으로 입을 가리고 큭큭거렸다. 누구보다 복근이 두드러진 주디는 살이 전혀 없는 탄탄한 아랫배를 매만지면서 얼굴을 붉혔다.
“이런 자궁이 아이를 가질 수는 있을까…?”
“언니 자궁이야 그 근육 안에 잘 있으니까 문제없지, 아이가 근육질로 나올까 그게 걱정인데?”
세아의 농담에 다들 큰 웃음을 터뜨렸다.
“꺄하하하하하하하~~~”
여동생과 엄마의 보지를 차례로 맛보고 마야와 린에게 동시 청소페라를 받은 뒤 리아에게 임신 사정할 생각에 빠져있던 유명은 큰 웃음소리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어 뭐야? 무슨 재미있는 이야긴데 그래?”
“푸하하하~ 세아가… 와하하하~ 주디가 임신하면 근육질아기 낳을 거라고… 꺄하하하~~”
수지가 뒤로 넘어가면서 하는 말에 오르가슴에 몸을 떠느라 정신없던 유리와 혜리까지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하하하하~~~”
“으아앙… 나 못살아…!”
얼굴을 감싸고 앞으로 엎어지는 반응에 더 큰 웃음이 터졌고 유명은 침대에 얼굴을 묻고 엉덩이를 쳐들고 있는 주디에게 다가가면서 군침을 삼켰다.
“어디 진짜 근육질아기를 낳는지 임신시켜볼까?”
뿌지지직 푸부부북 치걱 찌거걱
“아후우웃! 어…어쩜 좋아…! 아후우우우!!”
이미 자궁이 빵빵할 정도로 정액을 한가득 싸놓은 상태였으나 유명의 말과 행동은 여자들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홍콩의 밤을 환하게 밝혔던 섹스가 이렇게 카이로로 향하는 비행기 안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
‘북아프리카의 수도’라는 별명을 가졌던 옛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는 아프리카는 물론 인도와 중동의 유민들까지 모두 모인 도시국가로, 아프리카가 지구연합이 직접 관리하는 지역인 이유로 원래는 아시아연방 소속이 아니었다.
지리적으로 서울과 너무 멀어 ‘유럽연방(UE; United of European)’으로 들어갈 계획이었으나 ‘수에즈 운하’의 독점을 우려한 ‘아메리카연방(UA; United of America)’의 견제로 결국 아시아연방 소속이 됐다.
그러나 수에즈 운하는 명분일 뿐이었고 실제론 유럽연방이 상대적으로 강성해지는 것을 우려해 아예 지구연합 본부가 위치한 아시아연방에 힘을 몰아준 결과였다.
“와~ 여긴 인종도 그렇고 한글이 보이는 게 오히려 어색하다.”
호텔로 이동하던 중 터뜨린 유명의 감상에 다른 식구들 모두 같은 마음으로 탄성을 흘렸다. 오가는 사람들의 옷차림이나 거리풍경이 홍콩보다 더 이색적이라 그럴만했다.
“여기 여자들 예쁘다~”
유리의 감탄대로 또렷한 이목구비나 연갈색의 피부의 조합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여자들의 미모와 몸매가 홍콩에 비해 평균적으로 나아보였다.
맨살을 많이 드러내는 홍콩과는 반대로 형형색색의 시스루 드레스나 가운을 두르고 다니는 복장이 눈길을 끌었는데, 속에 맨 젖가슴은 기본이고 거뭇한 음모까지 보이는 여자가 심심찮게 눈에 뜨였다.
히잡, 아바야, 차도르, 니캅, 부르카와 같은 이슬람 전통복식은 가운의 형태로만 조금 남았을 뿐, 여성의 노출이나 행동에 어떠한 제약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남성의 복식이나 행동이 다른 곳에 비해 단순하고 제한적이었다. 아시아연방 도시국가 중 남성의 비율이 가장 낮은 영향이 크지만 2차 성징하는 여성이 상대적으로 훨씬 많기 때문이었다.
“여기 여자들 장난 아닌데…?”
호텔의 벨 걸들의 끔찍하게 선정적인 복장을 보고 유명이 혀를 내두르자 다른 식구들이 눈을 흘겼다. 눈이 마주치자 아이샤가 기겁하는 표정으로 경고했다.
“나보러 저렇게 입으라고 하면 서울로 가버릴 거야!”
팔꿈치에서 손목, 무릎에서 발목은 좁고 나머진 헐렁한 전신 시스루 드레스를 넓은 허리띠로 조인 유니폼 속이 완전 알몸이니 아이샤가 몸서리칠 만하다.
“레깅스에 스포츠 브라만 하고 학생들 유혹하던 애가 갑자기 왜 그러니?”
“엄마!”
수지가 슬쩍 지적하자 아이샤가 버럭 했다. 한국어를 다 알아듣고 유창하게 구사하는 벨 걸들이 생긴 것처럼 시원스레 웃었다.
“와아아~ 여기 멋지다아~!”
유명은 아랍의 궁전을 옮겨놓은 듯한 스위트룸이 꽤 마음에 들었다. 수지가 꾸며놓은 안방의 분위기와 비슷해 친숙한 느낌마저 들었다.
“유명이 너 저기 가운데 앉고 우리가 여기 쭈욱 누우면 하렘 분위기 나겠는데?”
수지가 발코니와 이어진 넓은 거실 바닥에 놓은 커다란 쿠션에 기대면서 하는 말에 여자들의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 유리가 무릎으로 쿠션 위에 폴짝 올라가면서 좋아했다.
“와~ 그거 멋지겠다~ 근데 하렘이 뭐야?”
“넌 그것도 모르고 좋아하니?!”
리아가 옆에 엎드리면서 타박하자 세아가 다른 쿠션에 기대면서 넌지시 물었다.
“리아 넌 하렘이 뭘 말하는지 알고?”
“하렘이 뭐지? 나도 몰라….”
린이 다가와 하는 말에 같이 자리에 앉던 마야 역시 고개를 저었다. 주디가 긴장을 풀고 다리를 쭈욱 뻗었다.
“너희들 생각보다 되게 무식하다. 어떻게 하렘을 모르니?”
“언니는 평생 군인이었으면서 하렘이 뭔지 어떻게 알아?”
소피가 커다란 쿠션에 비비안과 함께 기대면서 묻자 엄마 옆에 자리를 잡은 아이샤가 대신 대답했다.
“지금 여기가 바로 유명이 하렘인 거잖아?”
여자들 시선이 혜리가 상석으로 보이는 곳에 데려다 앉히는 한 남자에게 쏠렸다. 얼떨결에 꿈꾸던 상황을 맞이한 유명은 순간 당황했다.
“가…가만 이렇게 갑자기…?”
“넌 뭘 새삼스럽게 그러니? 우리 집이나 여기나 뭐가 다르다고 그래?”
자신의 허벅지를 다정하게 다독여주는 엄마의 환한 미소가 다른 여자들에게 번지는 걸 보고 유명은 당황함이 감동으로 바뀌는 걸 느꼈다.
카이로의 따사로운 햇빛을 받아 꽃이 피어나는 것 같은 혜리, 유리, 리아, 세아, 마야, 린, 수지, 아이샤, 소피아, 비비안, 주디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와…… 이렇게 예쁜 여자들이랑 살고 있단 말이지? 내가 전생에 지구 정도는 구해서 이런 행복을 누리는 거겠지?”
사랑하는 남자의 진심어린 감탄에 여자들은 감격에 겨운 미소를 지었다. 하렘이 뭘 의미하는지 그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이 순간 함께 있는 것보다 큰 행복은 없었다.
“아, 하렘! 이슬람 국가에서 여자들이 분리되어 기거하던 방…, 이게 무슨 뜻이지? 이슬람은 또 뭐야?”
막내 유리가 휴대폰으로 검색한걸 보고 하는 말에 다들 행복에 찬 큰 웃음이 터뜨렸다.
“와하하하하하~~”
*****
카이로에서 가장 큰 볼거리는 역시 예전 그 자리에 그대로 변함없이 서있는 피라미드였고, 주변 주요 문화유산을 이전 혹은 재건해 놓은 세계최대 규모의 역사박물관인 아랍문화공원이 그 다음이었다.
잘 훈련된 낙타를 타고 이동하면서 이집트에서부터 인도, 페르시아, 동로마, 오스만 튀르크 등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를 대변하는 각종 문화유산들은 한 자리에서 보는 것만으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와… 이걸 한꺼번에 다 보게 되다니…!”
유명은 고대유적지를 마치 텔레포트하는 것처럼 연속으로 보게 되자 저절로 감탄이 나왔다. 원래 있던 자리를 찾아가 보는 것에 비할 바는 아니겠으나 평생토록 가보고 싶었던 만큼 감동은 결코 작지 않았다.
“너 여기보고 그렇게 놀라면 로마에 가면 기절할걸?”
수지의 말에 유명은 기대에 찬 표정으로 얼른 물었다.
“로마는 어떤데? 혹시 고대 로마제국을 그대로 재현해놓은 거야?”
“어머, 알고 있었어?”
“우와……!!”
생각만으로 가보고 싶은 생각이 활활 불타올랐다. 그러자 이 분야의 전문가인 세아가 그 불에 기름을 끼얹었다.
“원래 유럽연방 남부엔 동쪽의 아테네 서쪽의 파리만 있었는데, 카이로가 여기 아랍문화공원으로 인기를 얻으니까 재건하는 김에 건물이나 거리를 아예 고대 로마식으로 지은거야.”
“그럼 사람들까지 옛날 모습 그대로 산다는 말이야?”
유명의 반문에 아이샤가 여행안내 자료를 찾아 내밀면서 설명했다.
“아쉽지만 일부 지정된 지역만 옛날처럼 하고 다니고 그 외엔 별 차이 없나봐.”
“와아…! 그래도 이게 어디야? 카이로 다음으로 로마에가보면 안 될까?”
남자들은 토가, 여자들은 스톨라를 입고 대리석 건물 사이로 돌아다니는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광경을 보고 유명이 흥분하자 수지가 어깨를 으쓱했다.
“안 될 건 없지, 근데 이번 휴가는 아시아연방만 둘러보기로 했잖아?”
“그리고 소피아와 비비안은 통합우주군이긴 하지만 다른 연방에 가려면 허가를 받아야 해.”
주디가 중요한 사실을 덧붙이자 당사자인 소피아와 비비안이 미안한 마음에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 당장 못 간다고 멀쩡한 도시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게 아니니 아쉬워할 건 없었다.
“어쩔 수 없지, 카이로만으로 내 평생의 소원은 다 푼 셈이니까~”
“오빠 평생소원이 이런 더운데 오는 거였어?”
앞에 앉은 여동생이 딱 맞춰 딴지를 걸자 유명은 와락 끌어안고 젖가슴을 움켜쥐면서 귀를 깨물어버렸다.
“요게! 그냥 그렇다는 거지~!”
“아양…!”
(다음 110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