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6화 〉(105화) 14. 가족
(제 105 화)
하르빈은 아시아연방의 도시국가중 최대 공업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노동자들을 위한 유흥과 향락문화가 발달되어 있었다. 날이 어두워지자그 고유의 특징이 드러났다.
여성 무희들이 알몸으로 폴 댄스를 추는 클럽은 출입제한이 없는 매우 건전한 업소였다. 쇼 윈도우 안에서 모의성기를 착용한 두 여성이 섹스를 벌이는 걸 코인을 넣어 구경하는 업소조차 미성년자의 출입이 가능했고, 연인사이라면 구경하다 섹스까지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유사 업소들 중 무희나 웨이트리스를 직접 만지고 키스까지 가능한 곳은 이용에 제한이 있었는데 정작 남성은 미성년자 여부와 관계없이 출입이 가능했다.
혼자 돌아다니기 민망한 거리를 자기여자들 심지어 여동생까지 데리고 다니려니 유명은 여간 곤란한 게 아니었다. 그러나 평소 접할 수 없던 색다른 문화에 다들 감탄하기 바빴다.
“어머머, 저기 저 여자 좀 봐!”
“우와~ 저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엄청 잘 쓴다!”
리아와 유리가 감탄한 장면은 한 업소의 쇼 윈도우 안에서 여자가 항문에 대형 붓을 박아 넣고 한자(漢字)를 써내려가는 모습이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원하는 글자를 보지로 써준다고 되어있었다.
섹스가 기본서비스로 포함된 업소들 대부분은 유명을 포함해 3명이 미성년자라 출입이 불가능해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미소년과 환상적인 하룻밤♥’이란 곳을 발견한 맘그룹 멤버 혜리, 세아, 수지가 환호를 지르고 몰려갔다가 곧바로 돌아왔다.
“진짜 너무하다…….”
“나 참… 미소년 다 얼어죽었나….”
혜리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고 세아는 화가 났는지 투덜댔다. 그런데 수지는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유명의 팔을 잡고 흔들었다.
“유명아~ 유명아~ 너 저기서 일하면 떼돈 벌 거 같아~”
“내가 미소년 이미지는 아니잖아?”
“그게 아니라, 완전 못생긴 남잔데 여자들이 돈을 펑펑 써~”
그러자 얼굴이 시뻘게진 주디가 슬그머니 뒤로 빠지려는 걸 아이샤가 확 잡아당기고 물었다.
“주디언니 저런데 가봤구나?”
“뭐…뭐? 내…내가 왜 저런 델 가? 넌 날 어떻게 보고…….”
직설적인 성격이라 속마음이 얼굴에 다 드러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어 다들 킥킥거렸다. 주디를 괴롭히는데 일가견이 있는 유명이 가만있을 리 없다.
“내 친구 중에 귀여운 녀석 있는데 소개시켜 줄까?”
“박스? 걔가 엉큼한 거만 없으면 미소년이긴 하지~”
리아까지 거들고 나서자 바구스를 아는 혜리, 유리, 세아, 아이샤가 손으로 입을 막고 웃음을 터뜨렸다. 주디의 얼굴은 이제 거의 흙빛이 되고 있었다.
“따…딱 한 번 가봤어… 진짜야… 호기심에….”
“푸후흐흐흐~ 근데 저런 애들이랑 되긴 해? 흥분이 되더냐구? 큭!”
수지까지 놀리자 이제 울상이 된 주디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유명의 등 뒤에 숨어버렸다. 그 귀여운 모습에 모두들 한바탕 신나게 웃었다.
“와하하하하하~~~”
식구들과 함께 이런 환락가를 편하게 구경하고 다닐 수 있다는 게 유명은 굉장히 흥미롭고 신기했다. 어느 누구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고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라 다들 표정이 밝은 게 인상적이었다.
“어? 여기 재미있겠다!”
“그러게 직접 참가할 수도 있대!”
단짝인 마야와 린은 연인처럼 팔짱을 끼고 앞서가다 한 업소에 멈춰 섰다. 오픈핑거글러브를 착용한 알몸의 여자 둘이서 격투를 벌이는 장면이 광고 홀로그램 나오고 있었는데 원하는 여자를 골라 직접 상대할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관심 있어?”
리아가 오랜만에 아이돌 이미지를 벗고 종합격투기부 부장출신다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유명이 엉큼한 미소를 씨익 지었다.
“관심 있지, 근데 알몸으로 싸워야 한다는 조건인데 너도 관심 있어?”
“내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구경꺼리가 돼도 괜찮다면 해보고 싶긴 해.”
“음… 그거 꽤 고민되는데…?”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세아가 딸의 손을 잡고 당기면서 말렸다.
“얘가 주인 있는 몸을 어딜 내놓으려고…, 안 돼! 유명이 넌 당연한 걸 고민하고 그러니?”
“리아가 무슨 걸그룹으로 데뷔하는지 모르고 그런 말하는거 아니지?”
수지가 넌지시 따지고 들자 세아가 뭐라고 말 하려다 숨을 삼켰다. 모녀의 마음을 잘 아는 유명이 나섰다.
“엄마 말대로 고민할 일이 아니네, 해변이면 모를까 내 여자들 알몸을 다른 사람들이 보는 거 싫어. 걸그룹활동이야 아이돌이란 상품화된 이미지를 내보이는 건데 엄연히 다르지.”
그러더니 유명은 리아의 손을 잡고 업소 안으로 성큼 들어갔고 다른 식구들도 우루루 따라 들어갔다. 종합격투기를 아이템으로 한 업소라 그런지 입구에서부터 내부 분위기까지 진짜 격투기경기장이 연상되게 잘 꾸며져 있었다.
계산대와 다른 직원들 복장 역시 손바닥만 한 블루머와 스포츠브라차림이었다. 제법 미모가 출중한 백인여자직원이 상냥한미소로 친절하게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전부 다 참여하실 건가요?”
“아뇨, 저만 할 겁니다.”
“여러 가지 코스가있는데 원하시는 걸 고르시면 돼요.”
직원 옆에 원하는 코스를 단계별로 고르는 방식의 단말기화면이 있었다. 첫 번째 단계는 ‘실전’과 ‘유사체험’이었다. 실전이란 의미는 직관적이라 알 것 같아 유명은 다른 항목을 물었다.
“유사체험이란 게 뭔가요?”
“그냥 격투기 분위기만 즐기는 코스예요. 상대 선수랑 적당히 하는 척 하다가 섹스하는 거죠.”
“그럼 실전은 진짜 싸울 수 있는 건가요?”
직원은 조금 의외라는 표정을 짓더니 단말기의 실전을 눌러 다음 단계를 보여주면서 설명했다.
“실전은 종합격투, 입식타격, 그래플링 3가지로 나뉘구요.”
“종합격투요.”
“종합격투로 가시면 다시 일방공격, 일방수비, 공방이 있어요.”
“일방공격, 일방수비는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맞아주는 걸 말하는 건가요?”
“예, 맞아요. 취향에 맞게 고르시면 돼요.”
유명은 옆에 있는 리아와 눈길을 주고받은 뒤 ‘공방’을 눌렀다. 그러자 ‘공개’와 ‘비공개’ 단계가 나왔다.
“이건 무슨 의미죠?”
“공개로 하시면 가격이 비싸지는 대신 시합을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어요. 비공개는 그 반대구요.”
모르는 사람이 다 구경하는 공개시합이 어떻게 더 비싼지 이해가 안 갔으나 유명은 그냥 넘어가기로 하고 다시 물었다.
“전 우리 가족들끼리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요?”
“그럼 반값으로 제가 조정해드릴게요.”
마야는 자신과 비슷한 이미지인 금발여직원과 혹시나 눈이 맞을까 염려되는지 리아 반대편에 착 달라붙어서 도끼눈을 뜨고 지켜보고 있었다. 유명은 청바지 속으로 손을 쑥 집어넣어 엉덩이를 만져주면서 씨익 웃어줬다.
“음… 경기장은 팔각 케이지보다 사각 링이 다들 가까이서 볼 수 있겠지? 경기복은 도복이 좋겠고…, 이거 추가조건은 뭔가요?”
“그건 상대선수와 섹스 가능여부를 묻는 건데요. 팁으로 조건을 거시면 돼요.”
“이러면 유사체험이랑 뭐가 다르죠?”
여직원은 유명의 거친 손길에 마야가 움찔움찔 하는 걸 부러운 눈길로 훔쳐보면서 설명했다.
“많이 달라요. 만약 손님께서 상대를 제압해서 섹스까지 하시고 싶으면 삽입을 막아내는 데에 팁을 거시는 거예요.”
“아…!”
꽤 흥미로운 조건이라 유명은 식구들에게 의견을 물어 여직원이 예를 든 쪽으로 팁을 걸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상대를 고르는 순서만 남았는데 선수 목록이 엄청 많을 걸 보고 리아가 깜짝 놀랐다.
“우와… 무슨 선수가 이렇게 많아요? 이 여자들이 다 여기 소속이에요?”
“아뇨, 지금 손님께서 선택하신 조건 덕분에 저희 업소와 계약된 진짜 종합격투기 선수들이 다 나온 거예요.”
유명은 여직원의 설명을 바로 이해했다. 아마 마지막 추가 조건을 반대로 했으면 목록이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다. 일반인을 상대로 연습 삼아 뛰어주면 꽤 많은 돈을 챙길 수 있는 벌이를 마다할 선수가 있을까. 윤리적인 문제는 상식자체가 다른 세상이라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이 여자 어때?”
유명이 고른 여자는 누가 봐도 옆에 있는 리아처럼 보였다. 미모는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었으나 몸매나 체형이 주는 이미지가 상당히 비슷했다.
“돈 쓰지 말고 차라리 나랑 하지?”
리아가 눈을 흘기고 옆구리를 꼬집자 다들 키득거리면서 좋아했다. 그때 드디어 가벼렸는지 마야가 손으로 입을 가리더니 다리를 파르르 떨었다.
투명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각 링이 있는 3층으로 올라가던 유명의 식구들은 꽤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대부분 유사체험으로 하는 척 할 뿐이었으나 의외로 실전을 즐기는 여성손님들이 많았다.
“어떻게 싸울 생각이야?”
도복으로 갈아입는 걸 도와주던 리아가 묻자 유명은 엉큼한 민소를 한가득 지었다.
“너라고 생각하고 아주 거칠게 다뤄서 따먹을 거야~”
“지역수준이지만 저쪽은 프로야, 그게 쉽게 되겠어?”
리아는 자신이 당하는 상상을 하는지 얼굴이 새빨개졌다. 유명은 테니스치마 아래로 손을 집어넣고 엉덩이를 꽉 움켜쥐면서 끌어당겼다.
“그래서 너로 생각한다고 했잖아? 우리 리아가 어디 보통 여잔가?”
“피이… 이젠 그냥 연습생일 뿐인 걸, 춤이랑 노래 연습하느라 격투기수련은 꿈도 못 꾸잖아.”
“너 격투기에 미련이 많은가 보구나?”
“미련까진 아니구…….”
자기여자들 표정을 못 알아볼 유명이 아니다. 기다렸던 상대선수가도착해 대화가 끊어졌으나 리아에 대한 염려는 그대로 남아있었다.
[경기시간은 3분 3회전으로 추가조건이 달성 안 되면 바로 끝난다는 걸 유념해주세요. 그리고 벗겨진 경기복은 다시 입을 수 없습니다.]
안내방송이 끝나자 계산대에서 안내하던 그 금발백인여직원이 심판으로 링에 올라왔다. 비공개라 가족들 외엔 관람이 안 되니 심판자격으로유명을 지켜보겠다는 속셈이 분명했다.
“규칙은 다 아시죠? 대신 상대 성기를 마음대로 만질 수 있다는 것만 기억하세요. 준비 됐어요?”
마우스피스를 물고 유명이 고개를 끄덕이자 하얀색 도복을 위아래 단정하게 입고 마주 선 상대선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
심판의 신호에 가벼운 푸드 워크로 다가선 둘은 오픈핑거글러브를 낀 주먹을 툭 치는 것으로 선전을 다짐했다. 도복 속에 스포츠브라를 했음에도 과하게 출렁이는 걸 보니 리아처럼 젖가슴이 풍만한 게 틀림없었다.
“쉬잇~!”
가볍게 라이트 스트레이트를 뻗으면서 입으로 바람소리를 내는 건 리아에게 없는 버릇이지만 가까이 다가 왔을 때 확 풍기는 살 냄새는 상당히 비슷했다. 그게 유명의 투기와 성욕을 자극했다.
“후욱!”
원투 스트레이트에 이어 레프트 로우 킥이 올 걸 미리 예상한 유명의 움직임에 상대선수가 흠칫 놀랐다. 반만 뻗은 미들 킥이 그대로 들어왔다.
“허윽!”
체중이 실려 있지 않아 무릎이 살짝 흔들릴 정도의 충격에 불과했으나 상대를긴장시키기엔 충분했다. 잘생긴 부잣집 도련님이라고 생각했다가 제대로 당한 셈이라 뒤로 확 빠져 숨을 골랐다.
“시간 별로 안 지났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유명의 목소리가 꽤 다정했으나 상대선수에겐 이죽거리는 걸로 들렸다. 아직 신인에 불과하지만 일반인에게 무시당할 수준은 아니란 생각에 대답하는 목소리에 날이 서있었다.
“그 잘생긴 면상 짓이겨줄게…!”
“와아아아아아~~!!”
로프 안쪽까지 고개를 들이밀고 있던 식구들이 일제히 환호를 질렀다. 상대선수의 목소리가 그 이미지만큼이나 리아랑 비슷해 다들 신이 난 것이다.
“리아 파이티이잉~~!!”
“우리 리아 이겨라아아~!”
“오빠 바보오오~~~!!!”
“유명이 져라아!!”
“리아! 순결을 지켜야 해!”
“엉큼한 남자는 물러가라!”
“우리아들 너무 멋져어어~~!!”
상대선수는 자신을 왜 리아라고 부르는지 의아해했고 유명은 유일하게 자신을 응원한 엄마에게 고개를 돌려 찡긋 윙크했다.
퍽
“훅!!”
굉장한 반사 신경으로 빠르게 반응하기는 했으나 미들 킥이 유명의 옆구리를 살짝 스쳤다. 프로선수의 발차기는 무게가 다른지 몸 전체가 찌릿했다.
“한눈 팔다가 죽는 수가 있어.”
“그래… 명심할게….”
아무리 여자라지만 키도 서로 비슷하고 잘 단련된 몸이라 노려보는 눈빛만큼 기세가 대단했다. 유명은 기대 이상의 실감나는 시합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짜릿한 기분을 느꼈다.
“물건이 꽤 실해 보이는데, 좀 만져도 괜찮지?”
“뭐?”
상대선수의 주특기는 타격이 아니라 그래플링이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눈높이에서 사라지더니 어느새 태클이 들어와 있었다. 진하지만 꽤 향긋한 살 냄새를 맡는 것과 동시에 유명은 링 바닥을 뒹굴었다.
(다음 106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