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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1화 〉(100화) 13. 계약 (101/130)



〈 101화 〉(100화) 13. 계약

(제 100 화)

종마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 대장소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뒤 서울로 돌아갈 방법을 찾을 거라는 유명의 원대한 계획은 시작하자마자 산산이 부서졌다.


대장소녀의 알몸이 상당히 매력적이고 살 냄새까지 꽤 향기로운 덕분에 농염한 키스와 애무까지는 잘 진행됐다. 그러나 성기 크기가 차이 나는 게 문제였다.


유명은 대가리도 못 넣어보고 그 자리에서 쫓겨나 지저분한 감옥에 던져졌다. 키 차이가 너무 심하게   예상을 했어야하지만 그렇다고 결과가 달라지진 않았을 것이다.


“휴우…….”


일과를 마친 유명은 자리에 등을 기대자 한숨부터 나왔다. 종마에서 하루아침에 짐말 신세가 되는 바람에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하느라 온몸이 욱신거렸다.

성적으로 흥분된 상태에서 이뤄지는 섹스로만 임신이 된다는 걸 소녀들도 잘 알고 있어 끌려온 첫날 이후로 지금껏 접근하는 여자가 없었다.대장소녀 전용으로 팔려온 남자라서 접근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덕분에 마음은 편한 반면 도망갈 틈이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서로 친해져야정보를 수집할 텐데 일 시켜놓고 멀찍이 서서 총만 겨누고 있어 하루에 나누는 말이라고 해봤자 몇 마디뿐이었다.


소녀들이 사용하는 무기가 21세기 때나 쓰던 구식이란 것과 각종 무기를 비롯한 탄약까지 모두 허름한 자체 공장에서 만든다는 정도가 지난 1주일 동안 알아낸 정보의 전부다

그나마 매 끼 먹여주고 잠은 충분히 재워줘 몸이 축나지는 않았으나 이대로 일만 하다 죽을 처지를 만족할 수 없는 노릇이라 유명은 너무 답답했다. 무엇보다 자기여자들의 생사나 처지를 모르는 게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쉿!”


누군가 들어오더니 손가락으로 입부터 가렸다. 마을 소녀들이 다들 비슷하게 생겨 누군지 알아보지못했으나 손에 들려있는 게 뭔지는 바로 알아봤다.

“이건…?”

“이 거 주면 안다고 했어.”


겁에 질려있는지 휴대폰을 건네주는 손과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재빨리 일어나 앉은 유명은 일부러 소녀를 꼭 끌어안아줬다.

“고마워, 누가 전해준거야?”

“몰라… 너처럼  큰 여자야. 너 도와주면  데려간다고 했어….”


타이완 섬에 와서 남녀 상관없이 2차 성징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자신을 구하러 온 게 분명한데,  곳까지 올 엄두를 낼 여자라면 경찰인 마야나 린 그리고 통합우주군 예비역 하사이자 친엄마인 혜리뿐이다.


세 여자의 사랑스런 모습이 눈앞에 스쳐지나갔으나 지금은 경비가 삼엄한 이 마을을 빠져나가는 게 중요했다. 휴대폰을 켜니 화면 가운데 지문 아이콘만 있었다. 유명은 망설이지 않고 엄지를 갖다 댔다.

<해당 위치로 오면 길을 열겠습니다>

짤막한 문장이 표시되더니 이어 현재의 위치와 이동할 곳이 홀로그램으로 나왔다. 유명은 순식간에 주변 지형을 눈에 넣고 휴대폰을 껐다.

평범한 16살짜리 학생이었다면 홀로그램을 보면서 이동했을 테지만 예전 세상에서 현역으로 복무한데다 통합우주군 기초군사훈련소를 최고성적으로 이수한 남자에겐 이정도로 충분했다.

“준비됐어?”

유명이 묻자 소녀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긴장으로 땀이 흠뻑 젖은 작은 손을 꼭 쥐고 천막을 나서자 어둠이 둘을 숨겨줬다.

언제 써먹을지 몰라 그냥 외우고만 있었던 경비의 위치나 사각지대가 이렇게 유용할 줄이야, 소녀와 함께 빠르게 목표한 위치에 도착한 유명은 주머니에 손을 넣어 휴대폰을 눌렀다. 그러자 철조망 앞을 지나가던 경비가 풀이 스치는 작은 소리와 함께 누군가에게 끌려갔다.


“유명씨?”


잠시 후 철조망 너머에서 상냥한 목소리의 한 여자가 나타났다. 처음 보는 여자라 속으로 당황했으나 유명은 소녀를 데리고 가까이 다가가 대답했다.

“네, 제가 유명입니다.”


“수지회장님의 부탁으로 모시러 왔습니다. 여기 지문을 찍으세요.”

“네.”

군용장비를 여기저기 착용한 검은색 타이즈차림 여자는 손목에 있는 조그만 단말기를 내밀었다. 유명이 선뜻 지문을 찍자 곧바로 <본인인증>이란 메시지가 나왔다.


“철조망을 자르게 뒤로 조금만 물러나세요.”


“아…!”

소녀가 미처 말릴 사이 없이 여자가 손가락만한 전자 봉으로 철조망을 가볍게 후두둑 잘라냈다.

삐이이잉 삐이이잉 삐이이잉 삐이이잉

“……?!”


이런 낙후된 마을에 첨단 경비시스템이 되어 있을 줄이야, 엄청난 크기의 경고음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고 이어 서치라이트가 팍팍팍 켜졌다.


“달려!!”


여자의 짧은 외침에 셋은 어둠을 향해 몸을 날렸다. 2차 성징한 둘에 비해  훨씬 키가 작은 소녀라 뒤쳐질  알았는데 숲에 익숙한 덕분인지 유명의 손을 잡고 잘 뛰었다.


“Nàyàng~~!!”


누군가의 외침이멀리서 들리자 곧이어 엄청난 총격이 주변에 쏟아졌다.


타다다다다탕 타다탕 타다다다다다다탕


1주일 동안 있으면서 경비나 호위 할 것 없이 사격연습 하는 걸 본적이 없다. 총격은 소리만 요란했지 전부 뒷발치 멀리 떨어졌다. 서치라이트도 멀어지는 세 명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꺄아아악~~!!”

잘 따라오던 소녀가 비명과 함께 갑자기 앞으로 고꾸라졌다. 유명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으나 그냥 냅다 안아들고 다시 달렸다.

“이러다 잡혀요, 그냥 버리세요!”

여자의 지적이 지극히 타당했으나 겁에 질린 얼굴로 자신에게 휴대폰을 건네주던 모습이 눈에 밟혀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제가 안고 갑니다! 갈 수 있어요!!”

“젠장! 내가 찾아갈 테니 그대로 달려요!!”


여자는 그대로 뒤돌아 무릎을 꿇더니 걸치고 있던 소총을 재빨리견착해 쏘기 시작했다.


슈수수수수숙 슈수수수수숙 슈수수수수숙

익숙한 소리가 뒤통수에서 들렸다. 이어 서치라이트가 차례로 꺼졌고 총격소리가 조금씩 줄어들었다. 유명은 여자를 믿고  힘을 다해 앞으로 내달렸다.

*****



“흐흑… 이름도 물어보지 못했는데… 흑흑….”


유명은 품에 안은 소녀의 작은 가슴에 얼굴을 묻고 펑펑 울었다. 지금 숨어있는 위치에 도착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미소 짓고 있었는데 지금은 작은 몸에서 어떠한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유명씨…….”


여자는 급한 마음에 유명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가 말을 잇지 못했다. 온몸을 파르르 떠는 넓은 등에서 느껴지는 슬픔이 너무 절실했기 때문이다.


“흑흑… 자…잠깐만요… 꺽꺽… 잠깐만요오… 흐으으윽… 커흐흐흑….”


빨리 이동해야 한다는 잘 알지만 품속의 소녀를 유명은 차마 내려놓을 수 없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탈출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소녀가 아닌가.

“상대를 만만하게 생각한  불찰입니다, 그 정도 경비시스템이 되어있을 줄 예상하지 못했어요. 미안해요, 유명씨….”


“커흡… 아뇨… 제가 잡혀오지 않았다면 이런 일 자체가  생겼겠죠. 전부 다 제 탓입니다.”

소녀를 내려놓은 목소리에 비장함이 깃들어 있었다. 눈물을 훔치고 돌아서는 유명의 눈빛을 본 여자는 섬뜩한 기운을 느꼈다.

“여…여기서 1차 목표지점까지 10분이면 도착해요, 거기서 필요한 물품을 드릴게요.”

“알겠습니다, 가시죠.”


소녀의 주검을 뒤로하고  남녀는 빠르게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5분 만에 도착한 목표지점엔 여행용 가방 크기의 상자가 숨겨져 있었다. 유명이 상자에서 꺼낸 장비를 착용하자 두 남녀는 비밀작전을 나온 특수부대원처럼 보였다.


“여기서 탈출지점까지 도보로  3시간이 걸립니다. 이쪽을 지나가는 위성이 모두 상업용이라 대공무기 여부를 알아낼 수 없어 해변까지 가야해요.”

홀로그램으로 주변 상황을 설명하는 여자는 목소리나 외모에서 비범함이 느껴졌다. 운동능력뿐만 아니라 덩치도 그렇고 풍기는 기운이 자신보다 강하다는 느낌을 주는 여자를 유명은 처음 본다.


“알겠습니다, 고생할 각오는 돼 있으니까 걱정마세요. 명령에 따를게요.”


“후후 저나 유명씨나 군인이 아니니 명령 같은 딱딱한 말 쓸 필요 없어요.”

“그럼 용병이신가요?”

“이런 끔찍한 곳에 올 여자가 용병 말고 또 있겠어요?”

그런데 무장한 장비의 수준이나 말투가 돈에 위험을 무릅쓰는 단순한 용병 같아 보이지 않았다. 유명은 손바닥을 내밀고 활짝 웃었다.

“정식으로 인사드리죠, 전 동서울중학교 5학년 유명이라고 합니다.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후후 전 주디라고 해요, 잘 부탁해요.”

<주디>의 미소는 강한 인상과 더불어 독특한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자기여자들에게 느껴보지 못한 신선한 매력에 유명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


쏴아아아아아아

출발하자마자 떨어지기 시작하던 빗방울이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 폭우로 변했다. 최첨단 타이즈군복을 착용한 상태이긴 하나 늦가을 저녁시간이라 기온이 뚝 떨어져 한기가 살짝 들었다.

[이거 3시간 만에 도착 못하겠는데요?]

앞서 가는 주디의 탐스런 엉덩이만 보고 뒤따르던 유명은 엉뚱한 대답을 했다.

[제가 한참 어릴 텐데 말 놓으세요, 그래야 친해지죠.]


[음… 고객에 대한 예의가 아닌데?]

[와… 투철한 직업정신!]

[후후  잘생긴 것만큼 넉살이 아주 좋구나?]


[헤헤 예쁜 여자한테만 그래요~]


[어머? 호호호호~]


[우히히히히~]

분위기는 사이좋은 남매의 밤나들이 같아졌으나 폭우의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고성능 전술헬멧이라 고글에 주변 지형이 대낮처럼 보이지만 푹푹 빠지기 시작한 땅이 문제였다. 주디가 걸음을 멈추고 몸을 숙였다.


[이러다 고립되겠는데?]

[그러게… 길을 따라가면 위험하겠지?]


[안 위험하더라도 이미 이쪽으로 너무 많이 와서 거의 되돌아가는 거리야.]

[결국 야영인가?]

유명의 말에 주디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헬멧을 조작했다. 미리 탐색해둔 주변지형을 살펴보는 것이다.

[저쪽에 적당한 곳이 있어, 가자.]

거의 무릎까지 빠지기 시작하던 숲을 빠져나와 도착한 곳은 동굴까지는 아니지만 절벽 아래 움푹 들어간 곳이라 덩치 큰 두 남녀가 누울  있을 정도로 넉넉한 공간이었다.


“휴… 살림 차려도 되겠다.”


헬멧을 벗고 짧은 단발머리를 흔드는 주디가 바닥에 내려놓은 램프 빛을 받아 제법 여성스러워 보였다. 전술배낭에서 생존용품들을 꺼내던 유명이 씨익웃었다.

“하룻밤이지만 살림 차리지 뭐.”


“후후  같이 무식한 아줌마랑 살림 차리게?”

“예쁜데 무슨 상관이야?”

“어머나~ 날더러 예쁘다고 해주는 남자 정말 오랜만인걸.”


주디는 물에 젖은 장비를 끌러낸  타이즈차림으로 허리를 집어넣고 엉덩이 내미는 포즈를 장난삼아 취했다. 폭발적이 풍만함이 제대로 드러난 몸매가 아이샤가 연상될 정도로 육감적이었다.


“우와~ 몸매 끝내주네! 만지면 때릴 거야?”

“어딜!”


유명이 엉덩이에 손을 대려고하자 주디가 찰싹 때리더니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강인해보이던 여자에게 이런 매혹적인 면이 있을 줄이야.

“전투복 벗어서 말리는 게 좋겠지?”

“램프 온도 올리면 금방 마를 거야, 난 빗물에   씻어내고 올게.”

대답과 함께 주디는 거리낌 없이 타이즈전투복을 벗었다. 마이크로비키니수영복 라인이 선명한 살짝 그을린 피부가 습기를 먹어 더 번들거렸다. 유명은 자신도 모르게 군침을 삼켰다.

어디 멀리 갈  알았는데 주디는 바로 앞에서 씻기 시작했다. 곳곳에 툭툭 튀어나온 근육이 풍성한 살집과 절묘하게 섞여있는 몸을 넋을 잃고 보고 있으려는데 팔이 들리면서 사타구니만큼 풍성한 겨드랑이 털이 눈에 들어왔다.

“……!!”

2차 성징이라는 신기한 신체변화가 있는 세상이라 여자들 겨드랑이털이 안 나는 줄 알았다. 특히 자기여자들 겨드랑이가 워낙 매끈하고 반질반질해 관리하고 있으리란 생각을 전혀못했던 것이다.

“어머! 어쩜…….”

땀을 씻어내고 다시 들어오던 주디는 바짝 성이 나 있는 거대한 자지를 보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자신을 보고 발기한 남자를 얼마 만에 보는지 기억이 안 나 가슴이 미칠 듯이 쿵쾅거렸다. 유명이 겸연쩍은 미소로 장난스레 말했다.


“내가 덤벼들면 때릴 거야?”


(다음 101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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