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화 〉(97화) 13. 계약
(제 97 화)
“최종선발전을 통과한 12명입니다. 앞으로 유명씨를 모실 자격을 갖출 때까지 본사소속 연습생으로 활동하게 됩니다.”
크리스털 엔터테인먼트 기획이사이자 이번 사업의 최고책임자이자인 루시의 소개에 1열로 도열한 소녀들이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주인님!”
힘찬 목소리에서 자신감과 기대가 그대로 느껴졌다. 더사랑스러워진 리아를 비롯해 더 음란해진 사라와 더예뻐진 나비 그리고 몸매가 더 완벽해진 보미에 이르기까지 두 손을 앞으로 가지런히 모으고 수줍은 미소로 서있는 12명 모두 흠 잡을 데 없이 예쁘고 섹시했다.
이런 소녀들이 자신만의 노예아이돌이 되기 위해 그 힘든 과정을 이겨냈다는 생각이 들자 유명은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짜릿했다. 자연히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우와! 다들 너무 예쁘다~ 그냥 이대로 데뷔해도 되겠다, 그치?!”
“예에에~! 후후후~~”
활짝 웃으며 좋아하는 연습생들은 눈빛이나 표정이 예전과 많이 달라져있었다. 경연 승리 때마다 밤새도록 했던 섹스로 더 가까워진 덕분에 유명의 여자가 되겠다는 각오가 훨씬 강해진 것이다.
“자자 주인님에게 달려들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일단 계약부터 해야 돼요. 여러분들은 이제 연습생신분이니까 그에걸맞은 의식과 자세를 갖춰야 해요.”
좋은 분위기 망치는 지적 같지만 필수적인 절차다. 섹스까지 하는 가까운 사이이긴 하나 그 사이에 크리스털 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가 끼어있어서 모든 관계가 계약에 의해 규정되기 때문이다.
루시의 지시에 따라 직원들이 회의실로 들어왔고 영상을 통한 주요계약내용에 대한 설명과 개별 상담이 이어졌다. 꽤 길고 지루한 시간이었으나 유명은 소녀들 곁을 끝까지 지켰다.
“꺄아~ 유명아~~”
계약서에 서명 한 리아는 남자친구에게 날아가듯이 뛰어가 안겼다.경연에서 2주 연속 지는 바람에 그동안 따로 만나지 못해서 더 반가운 모양이다. 둘이 어떤 사이인지 이제 다 알고 있어 동료들은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고생 많았어, 힘 들었지?”
“응, 힘 들었어… 너 보고 싶어서 흑… 힘 들었어… 흐흑… 흐아아앙…….”
리아는 결국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러자 다른 연습생들까지 유명에게 달려들어 펑펑 울기 시작했다. 가장 나이 많은 보미가 겨우 19살이라 지난 시간을 견뎌낸 것만으로 대견한 일이다.
“다들 이리와~ 내가 한 명 한 명 다 안아주고 뽀뽀해줄게, 이리와!”
유명은 리아에 이어 연습생들을 일일이 꼭 안아주고 키스까지 진하게 주고받았다. 지금 필요한 건 계약서가 아니라 위로라는 잘 알고 있기에 나온 진심어린 행동이다.
*****
“엄마아아아~~~”
“꺄아아~~ 리아야아!!”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던 세아는 벤에서 딸이 내리자 비명을 지르고 달려가 안겼다. 유리가 머리 하나 더 커서 엄마를 안아주는 모양새였으나 오랜만에 만난 친모녀사이에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엄마~”
“우리 리아, 정말 고생했어~”
친엄마에 이어 혜리의 품에서 울음을 삼킨 리아는 기다리고 있던 아이샤, 리아, 린과 격렬한 포옹과 키스를 주고받았다.
“뭐야, 더 예뻐졌잖아?”
“우와앙~ 유리야아아~~”
일부러 기다렸다 마지막에 인사한 유리는 새침한 말투와 달리 리아를 끌어안고 눈물까지 흘렸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외모까지 달라졌을 정도라면 얼마나 노력했을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왈칵 울음이 터진 것이다.
“리아언니가 오빠 부하직원이 되는 건가?”
오랜만에 모든 식구가 다 모인 저녁만찬 중 유리가 입안에 음식을 가득 넣고 묻자 유명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난 크리스털 직원이 아냐.”
“어? 근데 왜 거기서 일해? 엄마는 오빠랑 결혼까지 해놓고 어떻게 그냥 부려먹을 수 있어?”
유리가 따지는 대상은 수지였다. 막내라 사정을 잘 몰라서 그런 것이라 다들 가볍게 웃었다. 유명이 여동생에게 꿀밤을 먹인 뒤탱크톱셔츠 위로 빨딱 솟은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꼭 움켜쥐었다.
“바보야, 내가 회사직원이면 우리끼리 다 해먹는 거잖아?”
“아웃! 아포오… 그럼 리아언니가 데뷔하면 그때는? 아혹! 살살 당겨… 옵하 아히잉…….”
오빠가 당기는 바람에 젖꼭지가 셔츠를 뚫고 나올 기세로 완전히 발기해버렸다. 새빨개진 얼굴로 투정을 부리는 유리의 귀여운 반응이 분위기를 더 북돋아줬다. 루비가 건네주던 음식을 받으면서 수지가 설명했다.
“리아가 활동할 걸그룹은 주인님을 위한 아이돌이란 목표라서 데뷔하면 유명이하고 결혼한 상태로 활동하게 돼. 회사는 이 둘 사이를 연결해주는 고리 같은 역할일 뿐이야.”
“그런 거야? 우웅… 그럼 나도 한다고 할 걸 그랬나?”
한창 무르익어가는 커다란 젖가슴을 식탁에 턱 얹고 후회하는 여동생이 너무 귀여워 유명은 머리에 키스를 해줬다. 건너편에 앉아 린과 신나게 음식을 먹던 마야가 한마디 거들었다.
“넌 프로선수 돼서 오빠랑 결혼할 거라고 했잖아? 아이돌보다 돈 더 벌면 되지.”
“맞다, 레드 윙에서 접근했다더니 어떻게 됐어? 와일드 캐츠는 유리 포기하는 거야?”
엄마에게 관련 소식을 듣지 못했는지 아이샤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관심사가 리아에서 넘어오자 유리가 대놓고 좋아하는 걸 보고 수지가 가볍게 웃었다.
“협회를 통해 각 구단에 공문을 보냈어. 계약까지 진행된 상태가 아니라 말이 좀 나오긴 하는데, 우리 연고지 선수를 보호하겠다는 명분이라 받아들이는 분위기야.”
“오빠한테 주게 그냥 돈 많이 준다는 구단으로 가버릴까?”
유리는 옆구리에 손을 턱 얹고 우쭐한 기분을 만끽했다. 궁금한 건 못 참는 세아가 딸에게 음식을 덜어주다 물었다.
“유리가 지금 프로로 가면 얼마나 받을 수 있어?”
“많이 받아봐야 계약금일 뿐이야, 프로선수의 가치는 연봉이나 이적료로 증명되는 거라 상징적인 의미 밖에 없어.”
수지의 대답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 자신의 관심이 사라지는 게 싫은지 유리가 다시 거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15살이나 16살에 프로가 되는 게 흔한 일은 아니잖아?”
“요게! 좀 잘한다고 칭찬해주니까 우쭐해져가지고! 중학교 졸업하고 입단해 바로 1부 리그 가는 선수도 드물거든요~!”
“아앙… 또… 아효오오오…….”
유명이 혼을 내는 의미로 다시 양쪽 젖꼭지를 잡아당기자 유리가 젖가슴을 감싸 쥐고 몸을 떨었다. 여동생 일이라 관심을 갖고 틈나는 대로 검색해둔 정확한 정보라 식구들이 웃음으로 받아넘겼다.
“근데 가능하다면 하루라도 빨리 더 큰 무대에서 뛰는 게 좋지 않을까?”
루비를 도와 식탁을 정리하던 혜리가 말하자 모두의 시선이 그 끔찍하게 음란한 메이드복차림에 쏠렸다. 수지가 프릴치마와 레이스속치마 아래 살짝 드러난 풍성한 음모를 손가락으로 매만지면서 말했다.
“그렇긴 한데 큰 무대라고 무조건 좋은 건 아냐, 유리가 잘하는 건 맞지만 프로 기준으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
“그렇게 느긋하게 있다가 우리 유리 다른 구단에 뺏기면 어쩌려고 그래?”
아이샤의 지적에 오빠의 손아귀에서 겨우 벗어난 유리가 식탁 반대쪽으로 도망치면서 소리쳤다.
“난 와일드 캐츠에 못가면 리아언니처럼 아이돌이나 할 거야!”
“저 계집애가 막 던지네… 야! 아이돌은 아무나 하니? 너 어디가? 야!”
발끈한 리아가 유리를 쫓아가는 걸 보고 모두들 크게 웃었다. 이렇게 즐거운 저녁만찬을 즐기는 모습을 누군가 감시하고 있다는 걸 유명의 가족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
“씨발… 주변에 무슨 미녀들이 이렇게 많아? 이 년들 전부 이 새끼 여자 맞아?”
욕지거리부터 내뱉는 경박한 말투인데 알몸으로 무릎 꿇고 있는 여자가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
“예, 주인님. 틀림없습니다!”
“이 두 년이 경찰이라고 했지?”
남자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홀로그램 속 여자는 마야와 린을 말하는 것이다.
“예, 맞습니다.금발여자는 경찰특공대학교에 다니고 흑발여자는 수사관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해요.”
“음… 조사는 자세히 잘 했군.”
“아… 고…고맙습니다, 주인님!”
대수롭지 않은 칭찬에 여자는 거듭 머리를 조아렸다. 2차 성징을 하지 않은데다 평범한 몸매지만 무릎 꿇고 손을 가지런히 모은 자세자체가 워낙 굴욕적이라 매끈한 알몸이 주는 음란함은 부족하지 않았다.
“이 년들 전부 다 조사하고 있는 거지?”
남자가 의자에서 일어서자 작은 키에 비해 꽤 우람한 자지가 발딱 성이나 있었다. 뭐가 그리 대단한지 경외에 찬 표정으로 올려다보던 여자가 얼른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
“예에… 매일 2교대로 따라다니고 있어요.”
“흐흐흐 좋아 좋아~ 그래야지, 날 배신한 대가를 치르려면 한두 년으로 성이 안 풀려. 동시에 전부 다 잡아와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해!”
“명령만 내리시면 목숨을 다해 완수하겠습니다, 주인님.”
다시 머리를 조아리는 여자의 얼굴은 몸매와 마찬가지로 평범했으나 대답처럼 비장한 각오가 서려있었다. 남자가 한발자국 가까이 다가서는 게 신호인지 여자가 살며시 고개를 들었다.
“넌 둘도 없는 나의 충복이다. 이번 일만 잘하면 내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해주지.”
“여…영광입니다, 주인님!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실현 불가능한 약속일 텐데 남자의 발에 키스를 퍼부으며 벌거벗은 몸을 음란하게 떨어대는 여자의 반응은 절대적으로 믿는 것처럼 보였다.
“자 입을 벌리고 나의 성수를 마셔라, 너의 충성심과 각오가 더 단단해질 것이다.”
“아… 주인님…….”
남자의 알 수 없는 명령에 여자는 황홀하다는 표정으로 손바닥을 모아 턱에 갖다 대고 입을 벌렸다. 그리고 남자가 싸는 오줌을 진짜 성수인 것처럼 아무 거리낌 없이 그대로 받아마셨다.
*****
“후으으응… 나도 유명이랑 같이 학교 다니고 싶다아아….”
행복하고 격렬한 주말을 보내고 기숙사로 돌아가던 린은 혼자뿐인 차 안에서 그 멋진 몸을 쭈욱 뻗고 기지개를 켜더니 대뜸 한탄을 늘어놓았다.
“혼자 말하는 버릇 이거 언제 고쳐지지…? 어디보자…….”
주중엔 수사관학교에서 지내고 주말에만 집에 왔다가 돌아가는 생활이라 수지가 사준 최고급 스포츠카를 여태껏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 평소엔유명에게 시달려 곯아떨어지기 일쑤였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혼잣말하는 버릇까지 다시 나왔다.
“오호… 이런 기능까지 있네? 우와…! 이 인공지능은 경찰에서도 아직 도입 안 된 최신형 아냐?”
보급형 자동차들은 중앙교통통제실과 연동되어 움직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인공지능만 탑재되지만 지금 린이 타고 있는 스포츠카는 그 성능에 걸맞은 인공지능이 필요하다.
“와~ 별 기능이 다 있네? 오~ 이런 건 수사할 때 굉장히 유용하겠는데? 경찰청에선 왜 이런 거 도입 안 하지? 어? 이거 뭐야…?”
인공지능의 각종 기능을 살펴보던 린은 단말기에 표시된 어떤 정보를 보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 이상하기보다 예비 수사관으로서 가져야 되는 당연한 의심이었다.
“여보세요? 마야, 마야!”
의심이 확신이 되려면 증거가 필요하다. 린은 서둘러 단짝에게 전화를 걸었다. 평소처럼 곯아떨어져있던 마야가 눈을 비비고 하품을 했다.
“흐아아암~ 왜? 벌써 나 보고 싶었져?”
“보고는 싶은데 정신 좀 차리고 내가 말하는 거 확인 좀 해봐.”
“아우우웅… 졸린데 내일하면 안 돼?”
“아 쫌! 심각한 일이야, 어서 정신 차려!”
워낙 가까운 사이라 목소리만 들으면 장난인지 아닌지 바로 알아차린다. 비록 머리보다 몸을 더 쓰는 특공대 지망이지만 같은 경찰이라 마야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정신 차렸어! 뭔데?”
“너 차에 있는 인공지능 기능 살펴보면 주변 상황을 기록해놓은 게 있을 거야.”
말을 끝낸 린이 잠깐 기다려주는 사이 열심히 단말기를 조작하던 마야가 다시 물었다.
“응, 있어. 이게 왜?”
“거기 맨 아래 목록에 특수기능이란 게 있을 거야, 그거 눌러봐.”
“으응…, 눌렀어. 어? 어어? 이게 뭐지?”
마야 역시 자신과 비슷한 정보를 확인하고 있을 거라고 확신한 린은 더 심각해진 표정으로 단짝에게 물었다.
“너도 미행당하고 있다고 나와?”
“응, 너도??”
“넌 특공대라 알아볼 수 없을 테니까, 그 정보 내 휴대폰으로 보내줘.”
“알았어.”
린의 휴대폰으로 곧바로 정보가넘어왔다. 마야가 전에 없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랑 날 왜 미행하는 거지? 그냥… 상급과정의 일환 같은 거 아닐까?”
“그런 거라면 걱정할 필요 없지, 아니면 어떡해?”
“그러네… 근데 왜 우릴…?”
그 순간 마야와 린은같은 사람을 떠올렸다. 워낙 사이좋은 단짝이라 비슷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대외적인 공통점은 경찰이라는 것과 한 남자를 사랑한다는 사실 뿐이다.
“엄마들한테 연락할까?”
마야의 의견에 린이 잠깐 고민하다 고개를 저었다. 이런 일일 수록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었다.
“아니, 내가 학교 가서 좀 알아보고 결정하자. 네말대로 상급과정일 수도 있으니까….”
“그래 알았어, 조심해서 들어가.”
린은 대답대신 단짝에게 손 키스를 하고 통화를 끝냈다. 그리고 이번엔 혼잣말 없이 별다른 일이 아니길 속으로 빌었다.
(다음 98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