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6화 〉(95화) 13. 계약
(제 95 화)
“오~ 도시락 이거 맛있는데? 쩝쩝”
학교식당에서 특식으로 판매하는 대형 도시락을 거의 다 먹고 뒤늦게 감탄하는 유명을 보고 친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오랜만에 학교 잔디밭에서 함께하는 점심식사라 다들 기분이 좋았다.
“리아는 언제 데뷔하는 거야?”
식사를 마친 바구스는 여자친구 허벅지에 머리를 기대고 누워 배를 두들겼다. 느긋한 친구의 모습을 보고 리아와 유리가 없는 사실에 유명은 새삼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데뷔는 아직 멀었어, 이번 주 경연 통과해야 연습생 되는 거야.”
리아가 연습생으로 정식계약을 맺은 사실은 대외적으로 기밀사항이라 친구들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은하가 남자친구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물었다.
“연습생 된 후부터 진짜 힘든 거라면서?”
“그래도 연습생이면 아이돌이나 마찬가지 아냐? 팬클럽도 생기고 그러던데?”
막내인 바니아가 빈 도시락을 치우면서 하는 말에 유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봐, 연습생은 회사 정식직원이라 월급도 나오고 학교도 계속 다닐 수 있대.”
“오~ 그럼 우리 리아를 다음 주부터 볼 수 있는 거네?”
바구스가 빨딱 일어나 반가워하자 은하가 남자친구의 옆구리를 푹 찌르고 눈을 흘겼다.
“우리 리아라니? 유명이가 영혼의 친구라고 입에 침이마르도록 자랑할 때는 언제고 절친의 여자친구를 아직 못 잊는 거야?”
“얼씨구? 유명이 품에 한 번만 안겨봤으면 좋겠다고 노래 부르면서 누굴 보고 뭐라는거야?”
남자친구의 반격에 은하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자주 보는 장면인지 바니아가 옆에서 까르르 웃었다.
“너희 둘이 헤어지면 다시는 안 볼 거니까 알아서 잘 사겨.”
유명이 짐짓 으름장을 놓자 금방 싸울 것처럼 으르렁 거리던 둘이 얼른 키스하더니 옆으로 나뒹굴었다. 그때 멀리서 낯선 여자가 손을 흔드는 걸 바니아가 발견했다.
“이쪽보고 손 흔드는 거 맞지? 아는 사람이야, 오빠?”
“아니,첨보는 여잔데… 누구지?”
초미니스커트 정장차림의 여자는 멀리서도 2차 성징한 8등신 몸매가 눈에 확 들어왔다. 신고 있던 킬 힐을 선뜻 벗어들고잔디밭을 건너오는 모습이 철철 흐르는 성적매력만큼 자신감이 넘쳤다.
“안녕하세요, 유명씨 맞죠?”
“네, 제가 유명입니다.”
“전 이런 사람이에요, 잘 부탁합니다.”
휴대폰으로 넘어온 전자명함엔 <레드 윙 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오로라>라고 되어있었다. 사이좋게 머리를 맞대고 함께 살펴보던 바구스가 회사명을 알아봤다.
“레드 윙이면… 격구팀 아닌가?”
“맞아요, 와일드 캐츠와 동서울더비로 유명한 팀이죠. 저희는 레드 윙의 대외교섭업무를 담당하는 회사예요.”
<와일드 캐츠>는 수지가 구단주로 있는 지역 연고팀이다. 더비 매치(Derby Match)가 유명할 정도면 같은 연고지라는 말인데 경쟁 팀에서 왜 자신을 만나러 온 것일까.
“근데 저한테 무슨 일로…?”
“여동생분 일로 만나 뵈러 온 거예요, 잠깐 시간 내줄 수 있을까요?”
자기여자들만큼 섹시한 여자는 어떤 이유에서든 환영이다. 표정과 손짓 하나에서 교태가 줄줄 흐르는 미녀의 제안을 거부할 이유가 없어 대답이 바로 나왔다.
“그러죠….”
이런 중차대한 문제엔 자기가 꼭 같이 있어야 한다고 우겨대는 바구스가 수업 때문에 은하에게 끌려가는 바람에 학교안에 있는 멋진 카페엔 둘만 마주하게 됐다.
바구스의 주장대로 누군가 옆에 있어야하는 상황인데, 유리는 원정 경기하러 다른 학교에 가있었고 아이샤는 1학년들 참관수업 인솔하러 간데다 세미나 준비로 세아까지 학교를 비운 상태였다. 교복을 더 짧고 타이트하게 개조한 유니폼을 입은 웨이트리스가 주문한 걸 놓고 가자 오로라가 먼저 말을 꺼냈다.
“이렇게 연락 없이 불쑥 찾아와서 미안해요, 불편하지 않으세요?”
예전 같으면 워낙 미녀인데다 초미니스커트 사이로 슬쩍 보이는 새하얀 팬티 사이의 음모에 눈이 돌아가 대답조차 제대로 못했겠지만 유명은 이제 눈앞의 여자를 대놓고 훑어보는 남자다.
“불편할 리가 있나요, 언제든 환영입니다.”
“호호호 고마워요, 제가 더 가슴이 떨리네요.”
목적이 있으니 접대성 멘트겠으나 좋다고 해주는데 기분 나빠할 이유는 없다. 유명은 본론으로 바로 넘어가려다 일부러 엉큼한 생각을 드러냈다.
“혹시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인 거 알고 계획적으로 접근하신 건가요?
“그렇다면 어쩌시겠어요?”
역시 망설임 없이 대답하는 걸 보면 사실이 분명하다. 초면의 초절정미녀와 심리전까지 해내다니 그간의 경험이 헛되지 않은 거 같아 유명은 스스로 대견하게 여겨졌다.
“그렇다면 그 계획에 바로 넘어가려구요.”
“호호호 어쩜 너무 재미있으시다, 아하하하~”
고개를 뒤로 젖히고 웃음을 터뜨리는 오로라의 반응이 꽤 자연스러웠으나 유명은 속으로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여동생의 문제를 가벼이 다룰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몸매에 얼마나 자신이 있는지 드레스와 셔츠 위로 젖꼭지의 굴곡이 엿보일 정도로 얇은 재질의 정장차림에 잠깐 딴 생각을 품었던 유명이 아이스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물었다.
“오늘 오후수업이 없는 것까지 혹시 알고 오신 건가요?”
본론은 아닌데 핵심을 찌른 질문에 오로라는 적잖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치 체념하는 것처럼 한숨을 가볍게 쉬더니 예쁜 얼굴에 어울리는 그윽한 미소를 지었다.
“이거 못 당하겠네요. 맞아요, 오늘처럼 유명씨하고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기다렸어요.”
아이샤와 세아의 일까지 다 알고 있는걸보면 자기 주변인물들에 대한 조사까지 다 했다는 걸 의미한다. 그렇다면 경쟁 팀의 구단주인 수지가 자신의 여자라는 것 역시 알고 있을 텐데 왜 접근했을까.
“원하시는 대로 둘만 만났으니 건설적이고 좋은 이야기를 나눠야겠죠?”
유명의 말과 표정을 보고 오로라는 상대가 16살이 맞는지 순간 의심했다. 대표인 자신이 직접 나설 정도로 여자에 대한 안목이 월등하다는 건 알고 왔으나 이럴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혹시 제가 뭣 때문에 만나자고 했는지 눈치 채신 것 아녜요?
“것보다 말씀 낮추세요, 제가 한참 어린 동생이잖아요.”
오로라는 정말 오랜만에 남자 앞에서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아무리 첫눈에 반할 정도로 멋진 남자라지만 동생이라고 가볍게 던진 말에 이렇게 흔들릴 줄이야, 하지만 애초에 유혹하려고 접근하지 않았던가.
“그럴까? 나 유명이처럼 멋진 동생 가져본 적이 없는데,우리 친하게 지내지 않을래?”
“음… 너무 노골적인 말이지만 예쁘니까 넘어가드릴게요.”
“후후 고마워, 진짜 잘 부탁해.”
악수를 청하는 이번 행동은 표정과 더불어 진심이 느껴졌다. 이런 걸 어떻게 알아볼 수 있는지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유명은 오로라의 부드럽고 따뜻한 손을 잡고 씨익 웃었다.
*****
“하읏! 어머… 히양! 어쩜… 아흥응… 어쩜 좋아! 히야아앙! 가…가버려… 가아아…아아아학! 유…유명아… 나 간다구우우… 우흐으으읏! 가아아아아아아아앙!!!!”
벌써 2시간 넘게 시달리는 중이다. 아니 시달린다기보다 절정의 쾌감에서 도무지 빠져나오지 못하는 중이다. 오로라는 자신이 유혹하러 왔는지조차 까맣게 잊고 교성을 내질렀다.
팡팡팡팡 찌걱 퍽퍽퍽퍽 찌거걱 뿌지직 뿍
이번엔 예쁜 거리가 내려다보이는 창문에 밀어붙여놓고 뒤로 박아댔다. 격렬한 섹스의 흔적이침대는 물론이고 호텔 스위트룸 여기저기에 선명하게 보였다. 지금도 이미 사정해놓은 정액이 거침없는 박음질에 애액과 함께 터져 나오고 있었다.
“후으으읍! 오…오로라 몸… 아후욱! 진짜 맛있어… 끝내줘! 허윽… 싸…쌀게… 하아아악!!”
“히그으으… 그…그마…그만… 아히이이익! 나 죽어… 이러다 나 죽어어어!! 히야아아아앙!!!”
다시 자궁을 파고드는 아찔한 자극에 오로라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주저 앉아버렸다. 지금껏 버텨낸 것만으로 평생토록 해왔던 격구로 쌓은 체력을 다 써버린 것 같았다.
“후우우… 정말 정신없이 했네… 하아아아~”
낯선 여자와 단 몇 십분 간의 대화 후 호텔로 직행해 섹스해본 기억이 없다. 같은 학교 학생들조차 여러 번 안면을 익히고 친해진 후 했었고, 아이돌 후보들은 몇 시간 이상씩 데이트한 뒤에야 집단으로 했었다.
이대로 헤어지면 소위 말하는 원 나이트 스탠드(One-night stand)가 되는 것인데 상대가 자기여자들만큼 마음에 들 뿐더러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은 상태라 유명은 기분 내키는 대로 즐길 생각이었다.
“아후으으응… 나…나 좀… 일으켜줘….”
“알았어.”
“히야악! 하으으으으응…… 어쩜 좋아… 나 또 가아아! 아후으으으읏!!”
유명이 가볍게 안아서 들어주자 오로라는 목을 꽉 끌어안고서 몸을 파르르 떨었다. 정액을 얼마나 많이 머금었는지 애액이 터져 나오지 못하고 엉덩이 사이로 주루룩 흘러내렸다.
“흐흐흐 가는 표정이 정말 예쁜데? 또 할 수 있겠어?”
“뭐…뭐? 또? 아후우우우… 제발 나 좀 살려줘… 너 유혹하러 온 건데… 이게 뭐야아앙… 아히이이잉…….”
오로라는 안긴 상태로 발을 휘저으며 투정을 부렸다. 키스해주자 연인에게 하듯이 진하게 안겨왔다. 유명은 난장판이 된 침대가 아니라 욕실로 향했다.
둘이 대형욕탕에 몸을 담그고 있는 사이 바깥에서 룸메이드들이 청소하는 소리가 들렸다. 격렬한 섹스의 흔적이 너무 심해 오로라가 서비스를 부른 것이다.
“이거 좀 미안하네….”
뒤에서 젖가슴을 만지면서 하는 유명의 말에 16살이라는 게 처음으로 실감났다. 오로라는 아직 몸에 남은 여운을 느끼기 위해 넓은 등에 몸을 더 깊이 묻었다.
“괜찮아, 팁 많이 줬어.”
“몸은 이제 괜찮아?”
“너무 나른해… 이런 기분 정말 처음이야….”
인생 최고의 쾌감을 선사해준 남자에게 키스 외엔 보답할 게 없어 아쉬운 마음이다. 오로라는 처음 만난 남자 품이 이렇게 좋았던 적 역시 없어 가슴이 너무 뛰었다.
“근데 우리 중요한 이야기 하려던 거 아녔나? 어쩌다 섹스하게 됐지?”
“풉! 푸하하하하하~ 와하하하하하하~~”
유명의 농담에 오로라는 정말 오랜만에 마음껏 웃었다. 현역에서 은퇴한 이후 지금처럼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 적이 있었는지 기억조차 안 나 기분이 너무 상쾌했다.
“유리를 우리 팀으로 데려가고 싶어서 접근한 거야, 대충 눈치는 챘지?”
“근데 아직 4학년짜리를 프로팀에서 데려갈 수 있어?”
선뜻 받아주니 말하기 훨씬 편해졌다. 오로라는 이렇게 부담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남자를 만나 본 적이 없어 가슴을 넘어 감정까지 흔들렸다.
“협회규정을 몇 가지 위반하게 되겠지만 구단에선 밀어붙일 생각이야. 이건 말해주면 안 되는데… 우리 말고 서울시내 격구팀 대부분이 유리를 노리고 있어.”
섹스 덕분인지 알 수 없으나 상대가 이렇게 솔직하게 나와 주면 민감한 대화가 훨씬 수월해진다. 유명은 대놓고 말했다.
“와일드 캐츠 구단주가 내 여자라는 거 알고 접근했을 텐데 어쩌려고 그래?”
“그 것 때문에 내가 나선 거야, 어떻게 안 될까?”
“뭐? 섹스 한 번 한 걸로 내 여동생 데려가려고?”
“이게 한 번이야? 지금 몸이 내 몸이 아냐!”
농담 속에 뼈가 있으나 둘 다 신경 쓰는 표정이 아니다. 그 야릇한 표정에 다시 격렬한 키스가 이어졌다. 어쩌면 키스만으로 몸이 이렇게 달아오르는 것일까, 몸에 힘이라곤 없는데 오로라는 다시 유명을 받아들이고 싶어졌다.
“하우우… 나 또 하면 진짜 죽을 거 같은데…, 유리 그냥 우리 팀에 주면 안 될까?”
“글쎄… 또 한다고 유리를 내줄 생각이 들지 않을 거 같은데… 어쩔래?”
“나쁜 남자 같으니… 이러고 헤어지면 내 체면은 어떻게 돼?”
발갛게 달아오른 오로라의 얼굴에서 첫 여자인 마야가 엿보였다. 머리와 눈동자가 연한 갈색이라미처 몰랐는데 같은 북구혼혈인 것까지 여러 면에서 비슷했다. 그래서 더 끌리는 것일까, 유명은 도톰한 입술에 키스하면서 그윽한 미소를 지었다.
“안 헤어지면 어떻게 되는데?”
“뭐?”
“이러고 다음에 또 만나면 되잖아? 유리 대신 날 건지는 선택지는 어떠냐구.”
“………….”
오로라는 인생 최대의 고민을 그 짧은 순간동안 했다. 사실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상대는 애초에 이쪽의 요구를 들어줄 생각이 없었던 게 분명했고 섹스 역시 자신이 더 흥분해서 달려들었으니 누굴 탓할 상황이 아니었다.
“유리 데려가려면 져야할 부담이 크다며? 어느 구단이든 못 데려가게 하면 되는 거 아냐?”
고민에 빠져있는데 간단하게 해결책을 내놓으니 뭔가 허무하다. 오로라는 너무 흥분된 상태이기도 하고 당황한 나머지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
“그렇긴 한데… 근래에 유리만큼 주목을 끄는 선수가 없었어.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구단에서 내놓는 조건 들어보면 그런 말하기 힘들 걸?”
“음… 오로라만큼 예쁜 여자들이 계속 달려든다면 고민이 좀 되긴 하겠는데?”
“뭐? 으이구… 너 진자 나쁜 남자야! 나 어쩔 거야? 응? 어쩔 거냐구!”
“하하하하~”
살다 살다 초절정미녀에게 나쁜 남자라는 평가까지 받게 되다니, 이러면 헤어진 뒤 다시 연락하지 않더라도 아무 문제없는 거 아닌가. 유명은 피어오르는 자존감을 만끽하며 다시 단단해진 자지를 스스로 안겨오는 오로라의 몸에 쑤셔 박았다.
(다음 96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