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1화 〉(90화) 12. 선물 (91/130)



〈 91화 〉(90화) 12. 선물

(제 90 화)



“와아아! 끝내준다아~~!!”
“너무 예뻐요오오~!”
“꺄아아아~~ 완전 섹시해!!”


남성보다 여성관객들의 호응이 더 열광적이었다. 그만큼 무대에 선 보미의 팀 의상이 파격적이었는데, 유명은 의상 자체보다 누가 이런 생각을 했는지 그게 궁금했다.

“쟤들 젖꼭지하고 밑에 패드만 붙인 거 맞지?”

세아가 놀란 표정으로 묻자 다들고개를 끄덕였다. 혜리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손으로 입을 가렸다.

“세상에… 꼬리 저거 의상이 아니라 플러그…잖아?”


“리아 또래도 있을 텐데 이런 공개무대에서 하기엔 좀 과한  같은데….”

마야가 거들자 단짝인 린이 한심하다는 듯이 콧방귀를 꼈다.

“흥, 가릴 덴 드러내놓고 팔다리는 왜 망사스타킹이야?”

“토끼가 아니라 고양이긴 하지만 저거 아주 예전에 유행했던 바니  복장이란 거야….”


무대에 있는 소녀들 또래를 가르치는 선생이라 그런지 아이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한숨을 쉬었다. 자기 앞에서 발가벗고 온갖 행위를 다하면서 무대의상가지고 뭐라고 하는 게 웃겨 유명이 능글맞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6인조 맘그룹도 저 의상 입혀놓으면 아주 끝내주겠는데?”


“야!!”


다섯 여자가 동시에 버럭 소리를 질렀으나 주위 관객들이 지르는 환호와 응원소리에바로 묻혀버렸다. 19명의 고양이들이 울음소리와 함께 엉덩이를 흔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보미와 그 팀원들의 실력은 상대 팀과 큰 차이 없었다. 오히려 동작의 정확성이나 군무는 리아의 팀원들이 나은  확실했다. 그러나 안무와 퍼포먼스의 신선함이 관객을 사로잡았다.


20세기와 21세기에 인기를 끌었던 뮤지컬 ‘캣츠’가 연상되는 공연은 중간에 젖꼭지와 클리토리스만 아슬아슬하게 가리던 하트모양의 패드를 슬쩍 뜯어버리는 동작까지 더해져 음란함의 극치를 달렸다.

특히 항문에 꽂아놓은 테일 플러그가 춤 동작에 맞춰 젖가슴과 함께 이리저리 출렁이는 모습이 관객들의 성욕을강하게 자극해 상대 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열광적인 호응을 끌어낸 것이다.


“근데… 애들 진짜 잘한다.”


“그러게… 너무 야한 게  걸리지만… 어리다는 것만 빼고 보면 훌륭한 무대 같아.”


혜리와 세아의 평가는 다른 이들의 생각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마야와 린은 처음 평가와 달리 공연이 시작되자 춤동작까지 따라 할 정도로 좋아했고, 아이샤도 학교선생이란 입장 때문인지대놓고 좋아하지 못할 뿐 어깨와 엉덩이를 연신 들썩였다.

[와우! 멋진 공연이었죠? 우리 소녀들에게 뜨거운 박수 다시 부탁드립니다아~~!!]


“꺄아아아아아아~~~!!!”
“최고야아!!”
“이겼다아~~!!”
“다들 너무 야해에에엣!!!”

거의 모든 소녀들이 패드를 뜯어낸 상태로 활짝 웃었다.  명은 테일 플러그까지 뽑아서 손에 들고 있었다. 유명은 공연이 끝나기 무섭게 마야와 린을 데리고 다시 사라졌다.


*****

“모두 너무너무 수고했어! 최고의 무대야!”

총괄 트레이너의 극찬에 보미와 팀원들은 서로 얼싸안고 발을 동동 굴렀다.


“꺄아아아아!!”
“우리 팀 만세에에~~!!”
“와하하하하하!!!”

승리를 확신한 소녀들은 진한 키스까지 주고받고 땀으로 흠뻑 젖은 맨몸을 서로 격렬하게 문질렀다. 이대로 놔두면 집단자위가 벌어질 것 같아 총괄 트레이너가 서둘러 진정시켰다.

“자자 흥분 좀 가라앉혀! 결과발표는 마지막 합동공연을 하고난 뒤에 관객들 돌아가고 나면 있을 거니까 모두들 다음 공연 준비해, 어서!”


“예에에에!!!”

소녀들은 바짝 성이 난 젖꼭지와 클리토리스처럼 양 볼을 발갛게 물들이고 힘차게 대답한 뒤 대기실로 우루루 몰려갔다.


“아휴…… 어쩜 좋지….”

다음 공연 의상으로 갈아입은 사라가 리아 옆에 털썩 주저앉더니 큰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팀원들은 삼삼오오 모여앉아 별  없이 고개만 떨구고 있었다.

“아직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닌데 다들 왜 이래? 다음 공연 망치면 어쩌려고?”

나비의 말에 몇 명은 자리에서 일어났으나 대부분 별 반응이 없었다. 그만큼 상대 팀의 공연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보다 못한 리아가 큰소리로 말했다.

“그래 솔직히 우리가 졌다고 생각해, 하지만 이렇게 패배감에 빠져있으면 우리 전부 탈락하게 될지 몰라. 남은 합동공연도 우리 무대야, 그리고 우리들 인기가 저쪽보다 높잖아?”


리아의 격려는 확실히 영향력이 달랐다. 말 그대로아직 공연이 남아있고 탈락자는 이번 경연영상이 공개된 후 정해진 날짜까지 받은 하트에 따라 결정된다.

오늘 공연에서 호응을 못 받았다고 끝나는 게 아닐뿐더러 지금  순간마저 회원들이 보게 된다는 생각이 들자 소녀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심호흡을 했다. 그런데 겨우 수습되던 분위기에 누군가 찬물을 끼얹었다.

“너희들 리아 따라 망하느라 고생 많았어~”

동료들을 이끌고 대기실에 들어온 보미가 처음 시비를 걸 때와 놀랍도록 똑같은 자세와 표정으로 비아냥거렸다.


“함께 고생하는 사이끼리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우리가 뭐 잘못했어?”


나비가 당당하게 나서서 따지자 다른 팀원들까지 용기를 얻어 뒤따랐다. 그러나 의기양양한 보미와 그녀의 팀원들 앞이라 초라한 저항처럼 보였다.


“이게 어디서 언니들한테 반말이야? 저리 안 비켜? 3류 회사출신이면 알아서 기어.”

보미가 아니라 다른  팀원이 나서더니 나비를 강하게 밀쳤다. 그걸두고  리아가 아니다.

“야, 언니면 언니답게 행동해!”

“와하하하 얘가 이제 막 가네? 너 진짜 죽고 싶어? 카메라 끄고  번 붙어볼래?”

진짜 달려들 것처럼 나서는 걸 다른 사람이 아닌 보미가 얼른 말렸다.

“그만 해, 아직 공연 남았어.”

“이거 놔, 리아 저 쌍년이 날 아주 우습게 알잖아? 우리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누구 때문이긴? 다들 열심히 하다보니까 이렇게 된 거잖아? 계속 이런 식으로 남 탓만 할 거야?”


보미가 큰소리로 말하자 다들 말문이 막혔다. 사라가 어디서 들었는지  사람이 같은 소속사 출신이란 걸 살짝 말해줬다.


“보미 네가 나한테 이러면 어떡해? 내가 얼마나 절박한지 몰라? 흑… 내가 저런 초보자들 보다 인기가 없다는  말이 돼? 응? 흐흑….”

어쩌다보니 자기들끼리 싸우는 상황이 됐다. 보미가 다른 후보들 시선을 의식해 울음을 터뜨린 동료를 잡아 끌었다.


“애들 앞에서울지 말고 가자, 곧 공연 시작해. 그쳐, 어서!”

“흐흑… 놔! 리아 저 싸가지 없는 년 가만 안 놔둘 거야! 이까짓 공연 알게 뭐야!!”

“꺄악!”


데리고 나가려고 억지로 잡아 끌던 보미가  밀쳐져 바닥에 나뒹굴었다. 눈물이 범벅된 채 노려보는얼굴이 너무 무서워 다들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치자 리아와 둘만 가운데 남았다.


“우리 이러는 거 다 찍히고 있어, 알고 있지?”

“이 년이 끝까지 반말이네, 내가 지금 그런 거 신경 쓰는 거 같아? 응?”


표정이나 자세는 싸움 꽤나 해본  같은데 어디까지나 평범한 여자들 기준이다. 리아는 어디에 몇 대를 때리면 쓰러질지 아니면 어떻게조르면 빠르게 기절할까 살펴보다 차라리 한 대 맞아줄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보미언니 말대로 이제 곧 공연이야, 이럴 때가 아니라구.”


“내가 이딴 공연 상관없다고 했지이잇!!”

전문선수였다면 선방을 위해 앞발을 그대로 두고 어깨만 돌려 주먹을 뻗었겠지만, 그냥 성깔  있는 아이돌 연습생이라 뒷발을 크게 앞으로 끌면서 상체를 있는 힘껏 돌리는 게 그대로 다 보였다.


리아는 상대의 턱에 주먹을가볍게 질러 기절을 시키려다 혹시나 예쁜 얼굴 상할까봐 몸이 열린 쪽으로 빠르게파고 들어서 내지르는 쪽 겨드랑이와 목을 잡았다.

“자 모두 준비됐지? 오늘 마지막 공연이….”


대기실로 들어와소리치던 총괄 트레이너는 모두 빙 둘러서서 가운데 두 소녀를 지켜보고 있는 이상한 광경에 말을 끝맺지 못했다. 리아가 상대의 목을 감쌌던 손을 얼른 젖가슴으로 옮기고 웃었다.


“아… 이 언니 가슴이 너무 예뻐서 만져보는 중이었어요. 저희들 준비  됐어요.”

눈치 빠른 후보들부터 후다닥 대기실을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언제 어떻게 목이 잡혔는지 모르는  소녀는 사색이 된 표정으로 총괄 트레이너에게 어색하게 인사한 뒤 꽁지 빠져라 도망갔다.


“고마워, 리아야….”

손을 잡고 일으켜주자 보미가 선뜻 고개를 숙였다. 리아는 아무렇지 않은 듯 씽긋 웃었다.

“언니는 춤은 끝내주는데 연기가 너무 형편없어, 여기 나비가 전문이니까  배워.”


“너… 어떻게 알았어…?”

“후후후 어서 가요~”

친구에게 떠밀려 억지로 시비를 걸었다 감당 못할 지경까지 치닫는 바람에 가슴을 얼마나 졸였는지 모른다. 그런데 어떻게 단번에 알아봤을까,자신의 손을 꼭 잡고앞서가는 리아가 너무 고마워 보미는 왈칵 눈물을 터뜨렸다.

“흐흑… 고마워 리아야… 엉엉 고마워엉…….”

*****

성격만 불같을  노력파이자 천성이 착해빠진 보미는 도망치던 친구를 끝끝내 설득해 데려왔고,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으며 마무리 합동공연을 무사히 끝마쳤다.


각계의 명사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심사평을 듣고 관객들까지 모두 돌아간 뒤 56명의 후보들은 무대가 아니라 객석에 다시 모였다.


[모두 수고 많았어요, 피곤하죠?]


“괜찮아요오~!”


[와우! 힘이 넘치네, 다들 결과가 궁금하죠?]

“예에에!!”


사회자의 질문에후보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긴장한 상태로 합동공연에 경연까지 하느라 피곤할 텐데 다들 무슨 이유인지 기운이 넘쳤다. 그때 기 기운의 원천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자, 누가 왔는지 보세요!]


“얘들아, 저기…!”
“주인님이다아~~!!”
“꺄아아아아아~~~!!!”

후보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를 지르고 폴짝폴짝 뛰었다. 유명의 시원한 미소를 보는 순간 오늘 받았던 모든 긴장과 피로가 씻은 듯이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다들 너무 멋졌어!!”

“꺄아아아아아~~~~!!!!”


조금 전까지 모든 관객의 열광적인 성원을 받던 주인공들이 이제는 반대로 오직 한 남자만을 위해 광적인 환호를 질렀다. 유명은 무대 아래로 몰려든 소녀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와 악수를 나눴다.


[그럼 오늘 두 팀의 경연결과만 발표하고 자리를 비켜드리겠습니다.]

“……….”

사회자의 말에 소극장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틈에 유명은 리아와 사라그리고 나비와 눈길을 주고받았다.


[오늘 경연의 승리 팀은… 보!미! 팀입니다!!]


“와아아아아아~~!!”
“이겼다아아!!”
“만세에에~!”
“꺄하하하하하~~~!!!”

38명의 소녀들이 서로 얼싸안고 진심으로 좋아했다. 패배한 18명도 별로 낙담하지 않고 박수로 축하했다.

[그럼 우리 주인님이신 유명씨에게 다음 일을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자는 마이크를 끄고 얼른 나가버렸다. 조명은 꺼지지 않았으나 소극장에 남은 사람은 이제 남자 1명과 여자 38명뿐이었다. 유명은 소녀들을 객석에 다시 앉히고 자신은 무대 끝에 걸터앉았다. 덕분에 분위기가 훨씬 편해졌다.

“다들 내가 줄 선물 기다리지?”

“와하하하하하~~”

“어떤 선물일 거 같아?”


유명이 묻자 패배한 리아의 팀원들은 가만히 있고 승리한 보미의 팀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데이트요!”

“하하하하 그거 좋겠네. 근데 38명이랑 동시에 어떻게 데이트하지?”

“꺄하하하하!!”

다들 신나게 웃더니 어린 나이에 걸맞게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유명은 아무 말 못하고 부러운 눈길만 보내는 18명의 소녀들이 너무 안쓰러워 가서 안아주고 싶었다.

“자자 다들 진정해, 미안하지만 내가 주려는 선물은 그런  아냐.”


“………….”


소녀들의 수다로 떠들썩하던 소극장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다정한 미소를 머금던 얼굴이 심각해지는  보고 다들 어리둥절해했다. 유명은 일부러 무대 위로 다시 올라가 섰다. 객석과 무대가 가까워 다들 올려다보는 구도가 됐다.


“오늘 공연은 대단히 훌륭했어, 모두 열심히 노력했다는 게 보여서 정말 기쁘고 행복해.”

“……….”


분명 칭찬하는 내용인데 그렇게 들리지 않는 게 정말 이상했다. 소녀들은 동료의 얼굴에 나타난 표정에서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확인할  있었다.


“하지만 너희들은 모두 선물이란 이름의 벌을 받아야 해.”

“………….”

잘했다고 칭찬할 땐 언제고 선물이 아니라 벌을 받아야한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그런데 리아나 보미 다른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런 생각을 하는사람조차 없는 것 같았다.

“리아, 보미 일어나.”

유명의 명령에 두 소녀가 망설임 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라는 벌써부터 울상이 됐고 몇몇 소녀들도 뭔지 모를 불안감에 안절부절못했다. 환호와 박수가 울려 퍼지던 소극장에 무거운 침묵만 감돌았다.

(다음 91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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