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0화 〉(89화) 12. 선물 (90/130)



〈 90화 〉(89화) 12. 선물

(제 89 화)




리아와 보미가 이끄는 두 팀의 경연은 이번 사업의  번째 공개행사이긴 하지만 회원들만을 상대로 한 공연이라 회사에서 가까운 소극장을 대여해 개최됐다.

각 팀 당 한 번씩만 공연하고 유료인데 예매시작하자마자 바로 매진됐다. 하지만 좌석수가 워낙 적어 이 정도만으로 인기를 가늠하기엔 무리가있었다.

그러나 공연장 분위기만큼은 여느 최상급 걸그룹의 공연을 방불케 할 정도로 열광적이었고 이에 힘입어 공연에 참여한 후보들도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관중석에 유명이가 있대!”
“진짜?”
“주인님이 직접 보러왔다구?!”
“어쩜 좋아… 나 가슴이 너무 뛰어….”
“실수하면 어쩌지?”
“지면 주인님이 벌 준다는 소문 사실일까?”
“선물 준다고 했잖아?”
“아우…  너무 떨려…!”

유명이 자신들을 보러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기실에서 준비하던 후보들은 저마다 긴장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공연은  팀 합쳐 37명만 참석하지만 나머지 19명도 합동공연을 위해 함께 모여 있었다.

주말이라 자기여자들 거느리고 일반관객으로 참석한 유명은 관객들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사업의 성격이나 그간 회원들이 보여준 성향으로 남성이 더 많을 거라고 짐작했었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부터 크리스털 엔터테인먼트에서 회원님들만을 위해 준비한 공연을 시작하겠습니다!]

“와아아아아~~~!!!”
“꺄아아아아!!!!”

압도적으로 많은 수의 여성관객들이 환호와 박수를 아낌없이 보냈고, 그걸 신호로 56명의 후보들이 무대 위로 올라오자  큰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꺄아아아아아~~!!”
“예쁘다아!!”
“귀여워요오~~!!”


교복과 비슷한 복장으로 통일한 후보들의 자태가 조명을 받아 더 예쁘고 섹시했다. 그 중에 여자친구인 리아와 사라가 단연 돋보인다는 사실에 유명은 굉장히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양옆에 마야와 린이 없었다면 다른 관객들처럼 소리를 질렀을지 모른다.


[경연에 앞서 우리소녀들이 회원님들을 위해 합동공연을 준비했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봐주세요~~!!]


“안녕하세요!!”


관객들을 향해  같이 고개를 깊게 숙이고 인사한 후보들은 환한 미소와 함께 음악이 나오자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군무를 펼치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

정식 공연이 아니라 준비된 굿즈가 없었으나 관객들은 저마다 가져온 공연용 홀로그램을 공중에띄워놓고 음악과 춤에 맞춰 신나게 소리를 질렀다.


유명은 예전에 살던 세상에서조차 이런 공연에 직접 참여해본 적이 없어 관객들은 물론자기여자들마저 공연에 흠뻑 빠져드는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

[멋진 공연 보여준우리 소녀들에게 큰 박수 부탁드려요오~~!!]

“꺄아아아! 너무 예뻐요오~~!!”
“와아아아아아~~~!!!”
“너무 멋지다아~!”


그리 길지 않은 합동공연이 끝나자 다시 큰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첫 공개행사인데다 격렬한 동작을 끝마친 직후라 후보들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유명은 자신과 눈이 마주친 후보들이 저마다 야릇한 미소를 던지는 걸 보고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 매력적인 56명의 소녀들을  명도 빠짐없이 매일 10명씩 돌아가면서 품에 안았다는 사실이 주는 흥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관객이 아니라 오직 자신만을 위해 이 무대를 준비했을 거란 생각이 들자 성욕이 걷잡을 없이 치솟았다. 이대로 무대로 뛰어 올라가 한  한 명 모두 범해버리고 싶었다.

“우리 리아 너무 예쁘지 않아?”


세아가 다른 식구들에게 작게 말하자 모두들 무대에서내려가는 리아를 바라봤다. 밝은 미소로 관객들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이  그대로 너무 예뻐 보였다.

“우리 6인조 맘그룹도 무대에 서면 저렇게 예뻐 보일까?”

막간에 잠깐 조용해진사이 자리에 앉자마자 혜리가 기대에 찬 표정으로 말하자 마야와 린이  째려보면서 따졌다.

“잠깐… 맘그룹이라니?”

“엄마들은 모르겠지만 왜 우리까지 맘이야?”

그러자 아이샤까지 어이없다는 듯이 혜리의 팔을 툭툭 치면서 따졌다.

“맘그룹하려면 셋이서 해, 난 마야와 린이랑 3인조 걸그룹 할 거니까!”

“대체 무슨 이야기야? 맘그룹이라니? 3인조 걸그룹은 또 뭐고?”

자기들끼리 농담 삼아 했던 이야기를 유명이 궁금해 하자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몰라 여자들은 시선을 이리저리 돌렸다. 그때 세아가 눈치껏 심사위원들이 모여 있는 귀빈석을 가리켰다.

“근데 수지언니 저렇게 있는 거 보니까  낯설다.”


낯선 정도가 아니라 유명 인사들과 앉아있는 모습이 엄청 화려한 드레스차림과 더불어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아이샤가 콧방귀를 끼면서 투덜댔다.


“흥, 저래봤자 오늘 아침에 우리랑 같이 유명이 차지하려고 싸우던 아줌마일 뿐이야.”

“꺄하하하하하~~~”


여자들은 물론 유명까지  터졌다. 아이샤의 말 그대로조명까지 받아 아름답고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지만 수지 역시 조금 전 무대에서 공연을 하던 소녀들과 마찬가지로 자기 품에서 온갖 교태를 부리던 여자에 불과하다.

유명은 누굴데리고 갈까 고민하다 모두를 즐겁게 만들어준 아이샤의 손을 잡고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상황인지 바로 알아차린 여자들은 그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


“모두 수고했어, 동작은 많이 틀렸지만 다들 표정이나 표현이 좋았어. 마지막 합동공연은 더 잘하자, 알았지?”


“예에에~~!!”


총괄 트레이너의 말에 후보들이 합창으로 힘차게 대답했다. 첫 공개행사의 첫 합동공연치고 꽤 괜찮은 평가라 다들 표정이 좋았다.


“다음 공연 준비합시다!”

뒤에서 누군가의 외침에 후보들은 세 팀으로 나뉘어 우루루 몰려갔다. 먼저 공연하는 리아의 팀원들이 더 바쁘게 움직였다. 그때 한 후보가 뛰어오더니 팀원들에게 속삭였다.

“보미네 팀 의상이 속이 비치는 타이즈래.”


“……?!”

의상을 비롯한 퍼포먼스는 서로 비밀로 약속하고 준비한 거라 지금껏 모르고 있었다. 한 팀원이 심각한 표정으로 리아에게 말했다.

“우리 어쩌지?”

그러자 다른 팀원들이 너도나도  마디씩 거들었다.


“그러게 쟤네들 분명 속에 아무 것도 안 입고 나올 텐데….”
“남자 심사위원은  명  되니까 상관없잖아?”
“남자가 많으면 오히려 우리가 유리하지.”
“이번 심사야말로 주인님이 해야 하는 거 아냐?”
“공개행사라 심사위원을 따로 모신거래.”
“아무튼 어떻게 해? 팬티라도 벗을까?”


마지막 나비의 의견에 다들 의상을 입다 멈칫했다. 조명에 잘 반사되라고 흰색  팬티를 준비했는데 벗게 되면 상황이 좀 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팀장인 리아가 결정해야  문제였다.

“아니 그냥 이대로 입고 가자, 노팬티가 더 야하겠지만 우리 의상이랑  어울릴뿐더러 심사위원들 평가가 어떨지 전혀 예상이  되잖아?”

다들 대답은 없었으나 납득하는 표정이었다. 요즘은 잘 입지 않는 엉덩이를 절반만 가리는 새하얀 면 팬티에 불과하지만 나름 역할을 할 의상이라 벗는 거보다 입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의상을 모두 갖춰 입고머리까지 다듬은 소녀들은 풋풋한 느낌의 첫 무대와 달리 훨씬 성숙하고 섹시해 보였다. 긴장감은 여전했으나 합동공연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치룬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이제 기다리시던 경연을 시작하겠습니다! 첫 무대는 당돌한 신인 리아가 이끄는 팀입니다. 18명의 소녀들을 박수로 맞이해주세요~~!!]


“꺄아아아아~!”
“와아아아~~!!”


리아의 팀이 무대로 올라오자 관객들이 열광적으로 환호와 박수를보냈다. 그때 유명이 아이샤와 함께 좌석으로 돌아왔다. 하마터면 공연에 늦을 뻔한  세아가 탓했다.

“왜 이렇게 늦었어? 아이샤 너 실력 좋잖아?”


세아가 말한 실력은 펠라티오를 말하는 것이다. 여자들 중 마야와 더불어 목구멍을 사용하는 딥 스로트(Deep Throat)까지 거뜬히 해내는 아이샤가 손으로 입을가리고  커다란 눈동자를 껌뻑거렸다.

“저기… 입으론 금방 끝났는데… 그러다….”

다들 짐작하고 있는 일이라 대답을 굳이 끝까지 들을 필요 없었다. 아이샤의 몸에서 풍기는 익숙한 향기에 여자들은 가볍게 몸을 떨었다.겸연쩍은 상황을 벗어나고자 유명이 무대를 가리키고 외쳤다.

“시작한다!”

리아의 팀 18명은 특정 직업의 제복이 의상이었다. 경찰, 군인, 소방관, 의사, 간호사, 청소부 등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공공업무 종사자들의 제복을 각자입고 나와서 공연을 펼쳤다.


리아는 친엄마인 세아를 흉내냈는지 초미니스커트 정장에 검정색 스타킹과 가터벨트를 하고 그 육감적인 몸을 음악에 맞춰 격렬하게 움직였다. 사라는 통합우주군 제복을 입었는데 체형 때문인지 혜리와 너무 비슷해 보였다.

“맘그룹해도 꽤 괜찮겠는데?”


“풉!! 꺄하하하하하하~~~”


유명의 말에 여자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지만 주변 관객들의 환호와 응원소리에 묻혀버렸다. 무대는 이제 미니스커트  새하얀 팬티를 드러내는 요염한 엉덩이 동작이 펼쳐지고 있었다.

“와아아아~ 멋지다아!!”
“꺄아아! 너무 섹시해~~!!”
“최고야아!!”


관객들의 열광적인 호응에 소녀들의 표정이 더 밝아졌다. 각기 다른 의상의 미소녀 18명이 정확한 동작으로 춤을 추는 광경은 섹시한 것 이상으로 멋지고 인상적이었다. 유명은 이 속에 자신의 여자친구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번 사업에 참여한 보람이 흠뻑 느껴졌다.


그리고 비록 엉큼한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처럼 신나고 재미있는 일이 없다는  깨달았다. 기초군사훈련소를 수료하면서 받았던 감동과 우열을 가릴  없으나 더 흥분되는 일인 것만은 틀림없었다.

[리아의 팀이 보여준 멋진 무대에 다시  번 뜨거운 박수 부탁드려요오~~!!]


“와아아아아아아~~~~!!!!”

공연을 마친 리아의 팀원들은 첫 번째 합동공연 때보다 훨씬 가쁜 숨을 내쉬었다. 그만큼  열심히 했다는 증거라 땀을  오듯 흘리는 모습이 대견하고 예뻤다. 유명의 식구들은 리아의 이름을 외칠 수 없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함성을 크게 질렀다.


“리아  진짜 재능 있다. 춤이라는 게 단 몇 주 만에 저렇게 잘 출 수 없잖아?”

“그러게 마야나 나도 몸 쓰는 거라면  잘하지만 리아처럼 할 자신 없어.”

마야와 린이 진심어린 칭찬을 하자 친엄마인 세아가 옆에 앉은 혜리에게 매달려 소녀처럼 좋아했다. 유명이 다른 사람들에게  들리게 조심하면서 자랑하듯이 말했다.

“내가 잘한다고 했잖아?  정도는 해야 아이돌이 될 수 있다구.”

“유명이 너 또 맘그룹 이야기 꺼내려고 했지?”

혜리가 아들의 볼을 두 손으로 잡아당기고 노려봤다. 누가 엄마 아니랄까봐 바로 알아보다니 이럴 땐 시치미 떼는  상책이다.

“아…아무 말 안 했잖아…, 아야야 아파 엄마!”

“다들 맘그룹이나 3인조 이야기 다시 꺼내면 엉덩이 맞을 줄 알아!”

이번엔 귀엽게 앙탈을 부리는엄마다. 마야의 팀을 보고 치솟은 성욕을 풀기위해 유명은 혜리를 데리고 다시 어디론가 사라졌다.

“가만… 지금 지나고 나면 막간휴식은 한 번밖에 안 남는 거지?”

세아는 다른 여자들이 대답하기 전에 빨딱 일어나더니 유명과 혜리를 찾으러  사라졌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마야와 린이 입을 가리고 킥킥거렸다. 그러자 아이샤가 느긋한 표정으로 넌지시 말했다.

“여기 화장실 되게 좁아, 세아언니는 모르지만 너희 둘이 동시에 들어가려면 고생 좀 할 걸?”

마야와 린의 표정이 순식간에 심각해졌다. 이럴 때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가위바위보가 아닌가, 단짝인 둘은 눈길을 주고받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먼저 들어가는 거?”


“그래, 대신 가버리면 바로 교대하기.”


“좋아, 가위 바위 보!”



*****



“다들 준비됐지?”


실력에서 비롯된 보미의 카리스마와 리더십은 강한 힘이 있었다. 팀원들은 결의에 찬 표정으로  목소리로 외쳤다.

“그래!”

단순히 타이즈라고만 알려졌으나 지금 입고 있는 의상의 특별함에서  수 있듯이 보미의 팀은 자신감에 넘쳐있었다. 리아의 팀이 공연을 잘하긴 했으나 예상했던 수준이라 다들 흔들림이 없었다.

“주인님 선물은 우리가 차지하자! 화이팅!!”

“와아아아!!!”


보미가 앞서 뛰어가면서 외치자 팀원들이 일제히 뒤따르면서 소리를 질렀고, 이어 환호와 박수가 무대로 쏟아졌다. 관객들의 호응이 리아의 팀보다 훨씬 열광적이었다.

“어? 무대의상이…?”

기진맥진한 두 엄마를 양쪽에 끼고 돌아온 유명은 무대에서 활짝 웃으면서손을 흔드는 보미의 팀원들 모습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다음 90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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