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8화 〉(87화) 12. 선물 (88/130)



〈 88화 〉(87화) 12. 선물

(제 87 화)

3명이 탈락한 뒤 남은 62명은 일요일 하루 휴식한 뒤 다시 합숙에 들어갔다. 2주차부터는 5~6명씩 12개 팀으로 나뉘어 경쟁하는 방식으로 탈락자는 1주차와 마찬가지로 회원들의 인기투표로 결정된다.

예전세상에서 비슷한 포맷의 방송을 본적이 있어 익숙한 유명은 식상한 느낌이 없지 않았으나 미녀들 간의 경쟁은 언제나 재미있는 법이다. 게다가 후보들이 외모만 뛰어난 게 아니라 실력 또한현역 아이돌 수준이라 보는 즐거움이 대단했다.

“사라! 너 1위했다고 대충 할 거야?!”

춤동작 딱 한 번 틀렸을 뿐인데 댄스트레이너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이런 말을 들을까봐 단짝인 리아를 닦달해 쉬는 시간까지 연습했는데 또 지적을 당하자 눈물이 핑 돌았다.


“여…열심히 하겠습니다!”


“넌 몸집이 커서 작은 실수도 드러난다고 내가 그랬지?”


“예!”


트레이너들이 사라에게만 이러는 이유를 모르는바아니지만 너무 가혹하게 대하는  같아 같은 팀원들은 마음이 아팠다. 특히 춤에 재능이 없어 만날 지적받던 한 후보는 남의 일 같지 않아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그럼 처음부터 다시 한다, 이번에 실수하는 사람은 팀에서 제외시켜 버릴 거야.”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들어맞게 마련이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다시 실수한 사라는  동료와 함께 팀에서 잘렸고, 잘린 후보들을 위해 별도로 마련된 장소로 가야만 했다.

“어?!”

동료의 손을 꼭 잡고 연습실에 들어서던 사라는 의외의 인물이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상대 역시 단짝의 등장에 적잖이 당황한 모양이다.

“사라 너두…?”

“리아 네가 왜 여기 있어?”

한 번만 보면 손동작 하나까지 완벽하게 따라하는 실력이라는 걸 잘 아는지라 믿기지 않았다. 사라가 놀란 표정을 풀지 못하고 옆에 앉자 리아가 한숨을 푹 쉬었다.


“너무 기계적으로 따라만 한다고 엄청 혼나고 잘렸어.”


“뭘 그런 걸로 혼내고 그런대?”


같은 남자를 사랑하는 단짝 아니랄까봐 자기 일처럼 화내주니 위로가 된다. 옆에  달라붙어 있던 다른 후보가 발랄한 목소리로 사라를 거들었다.

“그래도 우리보단 낫잖아, 우린 동작   틀렸다고 바로 잘렸어.”


“그래? 우리 팀에선 나뿐인데, 너흰 같은 팀인데 잘린 거야?”


리아는 종합격투기부 후배인 하나가 연상되는 동료후보의 해맑은 표정이 옆에 있는 사라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응 같은 팀이야. 난 나비라고 해, 친하게 지내자~”


“아 그래,  부탁해.”

격의 없이 선뜻 손을 내미는 <나비>의 활달한 성격이 리아는 마음에 들었다. 둘이 맞잡은 손을 가운데 있던 사라가 두 손으로 감싸고 활짝 웃었다.


“잘린 사람들끼리 잘해보자!”


“그래!”

“화이팅!!”


셋이 의기투합하는 사이 다른 팀에서 잘린 후보들이 속속 연습실로 들어오고 있었다. 이어 책임 프로듀서와 총괄트레이너까지 들어오자 분위기가 심각해졌다.

“어? 사라하고 리아가 있네? 조회 수 올리려고 일부러 자른 거 아냐?”

크리스털 엔터테인먼트 소속이긴 하지만 연예계에서 굉장히 유명한 프로듀서의 농담이라 연습실 분위기가 바로 풀렸다.  혼나는 줄 알고 긴장하고 있던 후보들의 표정이 한결 편해졌다.


“자자 다들 낙담할 필요 없어, 사라랑 리아가 같이 있으니까 너희들이 주목을 더 많이 받을 거야. 이번 주도 인기투표인 거 알지?”


“예에~~!!”

총괄트레이너까지 부드러운 말투로 위로해주자 후보들의 대답이 힘차게 나왔다. 그러자 연습실에 모인 후보가 12명인 걸 보고 프로듀서가 말했다.


“여기 얘들 6명씩 두 팀으로 만들고 기존 팀들은 서로 스카우트 형식으로 10개 팀으로 재편해서 진행하는 거 어때?”


책임 프로듀서의 아이디어가 나쁘면 모를까 이런 변수가 곧 이야기가 되고 거기서 재미가 생기는 법이라 바로 시행됐다.


이렇게 같은 팀이  리아, 사라, 나비는 총괄트레이너의 예상대로 회원들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았고 그 인기가 고스란히 득표로 이어졌다.

*****

“매일  팀씩 상대하라는 게 뭘 어떻게 하라는 건가요?”

유명의 질문에 회의에 참석한 직원들이 별다른 대답 없이 서로 눈치만 살폈다. 회의장 한쪽에 있는 초대형 디스플레이에 10명으로 구성된 6개 팀의 프로필이 차례로 올라오고 있었다.


“사업계획 준비할  너도 있었으면서  묻는 거니? 너 일부러 이러는 거지?”

루시의 지적대로 전부 여자들인 직원들의 얼굴이 새빨개져있었다. 구체적으로 설명한적 없으면서 이러면 억울하다. 유명이 볼멘소리로 말했다.


“그냥 마음대로 하면 된다는 말만 했잖아요?”


“그래,  그대로 네 마음대로 해. 같이 웃고 떠들고 놀면서 마음에 드는  있으면 뭐….”

말을 끝맺지 못하고 루시가 얼굴을 붉히자 다른 직원들이 숨죽이고 킥킥거렸다. 마음에 드는 애랑 섹스하라는 이야기인 것 같은데 화면에서 차례로 올라오는 60명의 후보들 중 마음에 안 드는 여자가 없는  문제였다.

“매일 10명씩 상대하면 몸이 남아날까…?”

유명의 혼잣말에 회의장에 있는 여자들 모두 적잖이 놀랐다. 1명 혹은 많아야 2~3명 정도와 밤을 보낼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매일 10명을 어떻게 상대한단 말인가. 보다 못한 루시가살며시 불렀다.


“저기… 유명아.”

“네?”


“이런 거 구체적으로 말해주기 우리들도 저기… 좀 부끄러워서 그런데….”

아이돌을 노예로 삼는 사업을 기획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부끄럽다는 게 이해가  됐지만 남자 앞이라 그럴  있겠다싶어 유명은 루시에게만 들리게 작게 말했다.

“내가 뭐 잘못한 거야?”

“아니… 우린 한두  정도만같이 밤을 보내는 걸로 예상하고 준비했거든.”

“어… 그럼 그럴게….”

막상 1~2명만 골라야 한다고 생각하니 섭섭한 생각이 들었다. 그때 한 직원이 얼른 손을 들고 말했다.

“아… 꼭 그러실 필요는 없는데…요.”

“네? 진짜요?”


“예에… 편집하면 되니까…요….”


그때 회의에 참석한 여자들은 어떻게 해서든 편집에 참여해야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는데, 유명이 활짝 웃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화면 속의 후보들이 급격하게 부러워졌다.


이어진 회의내용대로 월요일부터 시작된 ‘주인님과의 하루’는 10명이 1개 팀으로 유명한 명소에서 화보촬영을 하던 중 누군가의 방문을 받는 이벤트였다.


첫날은 궁궐을 비롯해 조선시대를 그대로 되살려 놓아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테마파크였다. 10명의 후보들은 각자 좋아하는 색상과 스타일의 한복을 입고 화보도 찍고 맛있는 걸 사먹으면서 즐겁게 돌아다니다 누군가를 발견했다.

“어머!”
“얘…얘들아 저…저기!”
“꺄아악~~!!”

멀리서 유명이 걸어오는 것을 보고 소녀들이 동시에 비명을 지르며 달려갔다. 그림처럼 예쁜 한복차림의 미소녀들이 한 미소년을 둘러싸고 좋아하는 모습은 지나가던 관광객들이 발길을 멈추고 구경할 정도로 특별한 광경이었다.


음란한  같으면서 전통적인 단아함이 묻어나는 한복차림의 후보들이 너무 예뻐 유명은 차례로 키스부터 나눴고, 이렇게 시작된 미소녀들과의 데이트는 함께 화보촬영에 식사도 하면서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다음 날 아침, 10명 모두와 섹스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관계자들은 깜짝 놀라는 것과 동시에 박물관에서 진행될 2일차 일정을 조정하기 위해 서둘러 회의를 소집했다.


“안녕하세요, 다들 아침식사 하셨어요?”

어제 아침에 보던 말끔하고 반듯한 얼굴 그대로 인사하는 유명을 보고 다들 입이 떡 벌어졌다. 그리고 첫 번째 팀원을 깨우러 갔던 담당직원이 전해준 소식에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다들 기절한 것처럼 일어날 생각을 안 해요.”


후보들이 일반인이라면 이해하겠는데 똑같이 2차 성징한 데다 춤으로 단련된 소녀들이 못 일어날 정도로 격렬한 섹스를 해놓고 정작 본인은 멀쩡하다니.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박물관을 방문한 두 번째 팀 역시 유명이 나타나자 어제와 똑같이 난리가 났고 2일차 데이트도 호텔까지 무사히 이어졌다.

다만 어제와 다른 일이 딱 하나 있었는데, 섹스하다말고 한 소녀가 비명과 함께 호텔방을 뛰쳐나왔다가 동료들에게 잡혀간 사건이다. 그 후보가 숫처녀였다는 사실이 알려져 별 문제없이 넘어가긴 했으나  사건은 회사 내에서 큰 화제가 됐다.

“아… 힘들어, 아직나흘이나 남았네…….”

셋째  아침식사 후 호텔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던 유명이 한숨과 함께 몸을 뒤로 기대자 루시가 피식 웃었다.

“얼굴표정이나 바꾸고 그런 말을 해야 걱정해주지?”

“아 걱정 좀 해줘, 나도 힘들단 말야.”


“힘들다는 애가 이렇게 멀쩡하게 일어나 아침을 그렇게 많이 먹니?”

“힘드니까 많이 먹지!”

“후후후~”

밤사이 지켜본 직원들의 말과 전혀 다른 불평이라 루시는 다시 웃어넘겼다. 유명은 아이스커피를 단번에 들이키더니 조금 전과 달리 의욕적인 표정으로 힘차게 말했다.


“드디어 리아랑 사라를 만나는구나!”

“후후 오늘 장소는 수영장인데 저녁까지 참을 수 있겠어?”


“못 참지… 아니 안 참으면 어떻게 돼?”

엉큼한 표정이 귀여워 보이다니 루시는 다시 항문에 힘을 꽉 주고 치솟으려는 성욕을 참아냈다. 아침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거란 생각에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안 참아도  걸? 촬영장소인 워터파크가 오늘 휴관일이라 통째로 빌렸거든.”


“오 그래? 그럼….”

다시 엉큼한 미소를 슬그머니 짓는 유명에게 하마터면 키스할 뻔했다. 루시는 얼음을 하나 입에 물고 신경질적으로 씹으면서 오늘 촬영은 절대 따라가면  되겠다고 다짐했다.


아무리 휴관일이라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초대형 워터파크를 통째로 빌리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그러나 워낙 규모가 커 남자 1명에여자 10명만 돌아다니면 썰렁할  뻔해 배경으로 등장할 관중까지 동원됐다.


저번 주와 마찬가지로 같은 팀원이 된 리아와 사라는 유명을 보자 워터파크가 떠나가라 환호를 질렀다. 3주 만에 보는 남자친구니 그럴 만했는데 새로이 단짝이 된 나비와 다른 팀원들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예상보다 훨씬 얌전하고 평범한 비키니수영복이었으나 2차 성징한 8등신 몸매자체가 워낙 육감적인데다 다들 춤으로 단련된 상태라 보고 있는 것만으로 성욕이 치솟았다.


치솟은 성욕은 풀어주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럴 수 있는 상황이고 그래도 문제없는 장소라 고삐 풀린 종마와 같았다. 그나마 유명이 사리분별이 되니까필요한 영상을 건졌지 화보촬영이 아니라 포르노가 될 뻔했다.


특히 리아와 사라는 촬영장소와 수영복이 바뀔 때마다 갑자기 어디로 사라졌다가 유명의 부축을 받고 돌아왔다. 사실은 여자친구라 그런 것이지만 다른 후보들은 둘이워낙 인기가 높아 그런 줄 알고 마냥 부러워했다.


“안녕, 난 나비라고 해. 17살이고 다른 회사에서 2년 정도 연습생으로 있었어.”

리아와 사라에게 소개받은 나비는 커다란 눈동자처럼 표정이나 말투가 무척 밝고 활기가 넘쳤다.2차 성징한 여자치고 키가 조금 작은 게 특징이었는데 몸매의 볼륨까지 딱 알맞아서 언니인데도 오히려 동생처럼 보였다.

“그래 반가워, 잘 부탁해. 말 놔도 되지?”


“그럼~ 우리 주인님이잖아? 후후”


다른 후보들이 워낙 성적매력이 뛰어나 상대적으로 덜한 것처럼 보였는데 막상 친해지고 나자 오히려  매력적으로 보였다. 특히 음란함의 극치인 사라와 잘 어울리는 게 유명의 마음을 끌었다.


회사관계자들은 이  데이트를 통해 하루에 20번 넘게 사정했다는 고백이 사실이라는 걸 직접 목격했다. 워터파크에서만 10번 넘게 섹스했는데 저녁식사 후 잠깐 쉬더니 다시 호텔방을 돌아다닌 것이다. 다음 날 다시 멀쩡하게 일어나 아침인사를 하는 걸 보고 직원들이 경악에 찬 비명을 질렀다.


이처럼 쇼핑몰, 수목원, 동물원으로 이어진 나머지 일정을 아무 문제없이 잘 소화한 유명은 최종적으로 60명의 후보 모두와 섹스를 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역시 사람인지라 6일간의 일정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이틀 내내 죽은 듯이 잠만 자는 바람에 정작 주말에만 연인을 만날 수 있는 마야와 린은 피눈물을 흘려야했다.

“유명이 쟤 저러다 큰일 나는  아냐?”

“그러게… 아무리 좋아서 하는 일이라지만 저렇게 무리하다 탈나면 어떡해?”

역시 엄마라 혜리와 세아는 걱정부터 앞섰다. 유리가 합숙훈련으로 집을 비우지 않았다면바보오빠라고 한 마디 했을 것이다. 이 상황을 일으킨 장본인이라 할 수 있는 아이샤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가진 검사기엔 아무 이상 없다고 나오는데 병원에 가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무리하는  같아 나도 많이 걱정했는데, 애들 따라다녔던 주치의가 괜찮을 거라고 했어.”

항상 곁에 있는 수지가 하는 말이라 모두 선선히 받아들였다. 불평 담당인린이 팔짱을 끼고 툴툴거렸다.


“이러다 우리 버림받는 거 아냐?”


“우리들도 꽤 예쁘잖아? 아이돌 하겠다고 나서면 껴줄까?”


마야가 진지하게 말하자 쿡 웃음이 터졌다. 그런데 딸까지 심각하게 고민하는 걸 보고 수지가 얼른 나섰다.

“얘들이 왜 이러니? 유명이가 우릴 버릴 이유가 없잖아? 게다가 60명이 전부 멤버가 되는 거 아냐, 몇 명이나 남을지 아무도 모른다구.”

“엄마야 회사소유주에다 결혼까지 했으니 걱정 없겠지만 우린 아니잖아? 우리 셋이 3인조로 나서면 꽤 괜찮을 거 같은데?”

아이샤가 따지고 들자 마야와 린이 얼른 붙어서 주먹까지 꼭 쥐었다. 그때 세아가 철딱서니 없는  딸을 발로 확 밀면서 말했다.


“3인조 같은 소리하고 있네, 혜리랑 난? 5명은 돼야 걸그룹이지!”


“잠깐잠깐… 왜 5인조야? 난  빼는데?”


다른 누구도 아닌 수지가 딸과 똑같이 옆구리에 손을 턱 얹고 따지자 거실에 잠깐 동안 침묵이 흘렀다.




(다음 88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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