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화 〉(81화) 12. 선물
(제 81 화)
12. 선물
[아흥… 좋아… 아흐으읏! 하이이잇! 더…더 깊이… 내 몸이 부서지도록 박아줘! 응히이이잇!!]
무척 풋풋한 이미지의 섬네일을 보고 고른 청춘드라마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섹스장면이 나왔다. 심지어 남녀주인공이 유명과 리아와 같은 16살이라는 설정이라 학교를 배경으로 교복차림으로 섹스하고 있었다.
“와… 진짜 그대로 다 나오네… 이거 실제화면이야?”
유명의 감탄대로 여자주인공의 보지에 남자주인공의 자지가 박히는 모습이 포르노처럼 여과 없이 클로즈업되어 나왔다. 상황자체가 스토리에 잘 녹아들고 연출과 편집이 훌륭해 무척 아름다워 보였으나 어쨌든 미성년자가 연기하기엔 노골적인 게 사실이었다.
“애니메이션이면 모를까, 이런 장면에 대역이나 특수효과 쓰면 욕만 먹고 망해.”
비비안의 말을 소피아가 거들었다.
“예전에 화제가 됐던 적 있지 않았나?”
“맞아, 여주인공이 강간장면을 핑계로 출연료 올려달라는 걸 무시하고 대역에 특수효과까지 써서 제작했다가 시즌 하나 통째로 날려먹은 적 있었어.”
리아의 대답과 함께 여주인공이 남자주인공의 정액을 맛있게 삼키는 모습이 서정적인 분위기 속에 이어지는 장면을 보던 유명은 사라가 등장하면 어떨까 상상하다 웃음이 터졌다.
“풉… 사라가 연기하면 야하긴 진짜 야하겠다, 크크크큭.”
“푸훕 와하하하하하~~”
똑 같은 상상을 했는지 세 여자도 큰 웃음을 터뜨렸다. 사라의 성적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다들 잘 알고 있어 기분 좋게 웃었다. 유명이 다른 영상을고르는 걸 보던 비비안이 물었다.
“배우가 아니면 뭐로 캐스팅 제의를 받은 거지? 그 이야긴 안 해?”
“자기도모른데. 이번에 새로 준비하는 기획이라 계약하기 전까지 비밀이라 더라구.”
리아의 대답에 소피아는 더 음란한 영상을 찾고 있던 유명을 끌어당기고 디스플레이를 꺼버린 뒤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사기는 아니겠지?”
“캐스팅 제의나 동의 같은 거 정부가 관리하는 앱으로 해야 돼서 사기 못 쳐.”
비비안의 대답에 다시 디스플레이를 켜려고 소피아와 옥신각신하던 유명이 불쑥 물었다.
“그 앱이 가짜면 사기인 거잖아?”
“가짜 앱은 휴대폰에서 실행이 안 되는데 어떻게 사기를 치니?”
“휴대폰이 가짜면 어떡해?”
리아의 면박에도 불구하고 얄밉게 따지는 유명에게 헤드록을 걸어 젖가슴으로 얼굴을 문지르면서 소피아가 나무랐다.
“넌 사라가 사기 당하길 바라는 거야?!”
“크헉… 하…항복…….”
항복이라면서 소피아의 젖가슴을 마구 주물러대는 유명의 행동에 다들 즐겁게 웃었다. 비비안이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후후 사라가 동의할 때 자기 휴대폰으로 했을 거고 친구들이 같이 있었다니까 그런 일은 없었을 거야.”
“와… 목 부러지는 줄 알았네, 진짜 힘세다. 근데 내가 리아랑 같이 종합격투기부라고 얘기 했던가?”
하지 않았다. 소피아는 장난삼아 걸었던헤드록에 대한 대가를 발가벗겨진 채 온갖 부끄러운 자세로 갚아야만 했고, 이 그래플링을 가장한 음란행위에비비안과 리아 역시 예외일 수 없었다.
포썸을 하는데 굳이 넓은 침대가 필요한 건 아니다. 섹스라는 게 꼭 누워서 해야만 가능한 행위가 아닐뿐더러 정 안 되면 각자의 침대를 돌아가면서 하면 그만이다.
더구나 새 생활관은 바닥이 특수재질인 함선용 선실을 그대로 구현해놓은 덕분에 알몸으로 뒹굴고 온갖 체액을 흘려도 전혀 문제없었다.
이렇게 섹스만 문제없는 게 아니라 훈련은 아예 유명의 독무대였다. 6주 과정을 이수해야만 받는 훈련기장을 1주차 만에 받은 것만으로 놀라운데 2주차부터는 아예 모든 훈련병들의 대장노릇을 했다.
예전에 살던 세상에서 현역으로 군복무할 때는 그렇게 귀찮고 힘들고 지루하더니, 새롭고 신기해서 그런지 모든 훈련이 재미있고 수월했다. 하나를 배우면 열을 이해하고 거기에 칭찬까지 더해지니 항상 즐겁고 활기가 넘쳤다.
“부대 차렷!”
훈련병 대표로 6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의 대미를 장식하는 퇴소식을 지휘하게 된 유명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크고 당당했고, 훈련병들 역시 그간의 훈련으로 정예병으로 거듭났다는 걸 증명하듯이 대장의 명령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사령관님께 경례!!”
유명의 구령에 따라 수백 명의 남녀훈련병들이 연단에 선 통합우주군 기초군사훈련소 사령관에게 절도 있게 경례했다. 정복차림으로 훈련소 본관 앞 연병장에 도열한 훈련병들의 모습은 퇴소식에 참석한 가족과 지인들이 보기에 너무 멋지고 의젓해보였다.
혜리는 교관자격으로 연단에 자리했고 다른 가족들은 양옆에 마련된 내빈석에서 사랑하는 남자를 향해 연신 비명 섞인 환호를 질렀다. 최고급 정장을 맞춰 입고 참석한 유명의 여자들은 그 아름답고 섹시한 자태로 주변 여자들을 압도했다.
“모두 수고했다, 해산!”
“와아아아아아아!!!!”
사령관의 마지막 명령으로 퇴소식이 끝나자 훈련병들은 쓰고 있던 정모를 공중에 던지며 환호를 질렀다. 유명은 지난 6주 동안 함께 고생한 리아, 소피아, 비비안과 끌어안고서 아이처럼 폴짝폴짝 뛰었다.
“우리아들 수고했어~”
“오빠 축하해~~”
“자기 너무 멋져!”
“나 자기 때문이 심장이 너무 떨려….”
“우리아들 최고야~”
“고생 많았어, 유명아.”
“어쩜… 이렇게 멋진 남자가 다 있어?”
혜리, 유리, 마야, 린, 세아, 아이샤, 수지의 아낌없는 성원에 유명은 격렬한 포옹과 키스로 보답했다. 남자친구 뒤만 따라다니다 우수훈련병으로 표창까지 받은 리아는 사랑하는 가족들의 축하에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유명의 소개로 소피아와 비비안의 가족까지 참석하게 된 퇴소축하 파티는 저녁만찬에 이어 마치 예정된 수순처럼 섹스파티로 이어졌다. 6주간의 군사훈련으로 더 단단해진 몸을 보고 단번에 달아오른 12명의 여자들은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오르가슴에 환희의 비명을 질렀다.
“휴우우… 난 소피아랑 비비안 식구까지 더해져서 숨돌릴 틈이 좀 있을 줄 알았는데… 우흐으으응.”
집단섹스 후 감탄 섞인 불평은 늘 린의 몫이다. 유명을 중심으로 뒤엉켜 널브러져있던 여자들이 큭큭 거렸다. 정신을 잃어버린 몇명을 제외하고 웃느라 흘러나온 정액 때문에 다들 몸을 가볍게 떨었다.
“그러고 보니까 지난 6주 동안 진짜고생한 사람은 오빠가 아니라 리아, 소피아, 비비안언니 아냐?”
“하하하하하~”
유리가 발딱 일어나 앉으면서 하는 말에 기분 좋게 웃었다. 그 누구보다 황홀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소피아와 비비안이 서로 쳐다보고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엄마 품에 안겨있던 리아가 유명에게 다가와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너 훈련 받을 때는 힘들어서 한 번씩만 한 거야?”
“응? 한 번씩만으로 충분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녔어? 박아줄 때마다죽는다고 소리 지른 여자가 누구더라?”
그때 소피아가 벌떡 일어나 앉더니 손을 번쩍 들었다.
“나나! 내가 그랬어!”
“와하하하하하하~~”
어느새정신을 차린 두 엄마들과 더불어 모두들 즐겁게 웃었다. 각자 다른 위치에서 다른 인연으로 한 자리에 모였으나 한 남자만을 위한 마음은 모두 똑같았다.
*****
“나 유명이랑 결혼할까해.”
일요일 오전 브런치를 먹던 자리에서 수지가 고백처럼 한 말에 모두들 굳어버렸다. 옆에 앉은 아이샤의 표정을 보니 모녀사이엔 미리 의논이 있었던 모양이다.
“가…갑자기 그게 무슨… 나아직 중학생인데?”
“꺄아아아아~~~”
유명의 말은 여자들의 비명 섞인 환호에 묻혀버렸다. 혜리는수지의 목을 끌어안고 볼에 뽀뽀까지 했고 다른 여자들은 박수치면서 자기 일처럼 좋아했다.
결혼과 같은 중요한 문제를 당사자의 의사는 묻지 않고 결정하는 게온당한 것인가를 떠나서 말을 꺼낸 수지나 다른 여자들의 반응이 뭔가 이상했다. 혜리가 수지의 손을 꼭 잡고 감격한 얼굴로 물었다.
“아이샤랑 의논하고 결정한 거야?”
“당연하지, 아이샤가 먼저 제안한 거야. 나도 유명이 여자가 된 순간부터 그럴까 고민하고 있었고.”
대답의 뉘앙스가 자신이 생각하던 그 ‘결혼’과 뭔가 다르다. 마야와 린이 아이샤에게 달라붙어 호들갑 떠는 걸 보고 유명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들의 상태를 바로 알아본 세아가 물었다.
“유명이 너 결혼이 뭔지 모르는 구나?”
“그게… 내가 알고 있는 거랑 다른가본데?”
유명의 대답에 유리가 재미있어하며끼어들었다.
“오빠가 아는 결혼은 어떤 건데?”
“그거야… 사랑하는 남녀가 법적으로 함께 사는 거던가…?”
‘부부’라는 단어가 떠올랐으나 이 세계에서 가장 안 어울리고 쓰이지 않을 것 같아 유명은 대충 둘러댔다. 그렇다면 결혼 역시 사라졌을 관습이 아닌가. 세아가 자상한 미소와 함께 설명했다.
“역시 21세기 이전의 의미로 알고 있구나? 요즘 말하는 결혼은 자신의 재산을 사랑하는 상대와 법적으로 공유하는 제도를 말하는 거야.”
“……….”
유명은 세아의 설명이 이해가 되긴 되는데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혼이 어떻게 재산과 관련된 의미로 바뀌게 된 것일까. 그때 유리가 생각에 잠긴 오빠에게 자랑하듯이 말했다.
“나도 나중에 프로 선수되면 오빠랑 결혼할 건데?”
“그럼… 결혼이라는 게 상대의 동의 없이 할 수 있는 거야?”
“동의? 그런 게 왜 필요해? 사랑하는 남자 붙잡아두려고 그러는 건데, 싫으면 모른 척하고 안 쓰면 되잖아?”
다른 여자들이 지적을 안 하는 걸보면 유리가 결혼이란 제도의 핵심을 제대로 설명한 모양이다. 수지가 유명의 손을 꼭 잡더니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유리 말대로 내가 너 붙잡고 싶어서 결혼하려는 거야. 부담 갖지 말고 받아줘, 응?”
“……….”
유리의 설명과 수지의 말을 종합해보면 결혼은 마치 뇌물 같은 것이 아닌가. 유명은 덥석 받아들이자니 염치가 없어 잠깐 멍하니 있었다. 보다 못한 아이샤가 어깨를 툭 치더니 도톰한 입술을 쑥 내밀고 말했다.
“엄마가 얼마나 부자인지 몰라서 지금 이러는 거지? 아니면 싫어서 그러는 거야?”
“아…아니 싫은 게 아니라… 이러면 일방적으로 나만 좋은 거잖아? 난 아직 엄마한테 용돈 받는 학생이란 말야….”
유명의 대견한 대답에 여자들 모두 미소를 지었다. 세아가 브런치를 마저 먹으면서 푸념하듯이 말했다.
“수지언니가 결혼하면 우린 뭘 해야 유명이 마음을 잡지?”
“엄만 내가 있으니까 걱정 마~”
리아가 남자친구를 꽉 끌어안고 하는 말에 다들 가볍게 웃었다. 그러나 웃는 표정 뒤에 의외로 걱정하는 기색이 엿보였다. 그걸 또 어떻게 알아봤는지 유명이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들 뭘 걱정하는 거야? 내가 돈에 넘어갈 남자로 보여?”
“뭐야? 안 넘어올 거야? 나 엄청 부잔데? 좀 넘어와 주지?”
수지의 재치 있는 농담에 웃음과 함께 분위기가 다시 좋아졌다. 그러나 세아, 마야, 린은 결혼을 그냥 웃어넘기기엔 신경이 좀 쓰였다. 셋 다 공무원이라 부족하지는 않지만 결혼하겠다고 나설 정도의 수입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같이 있는 시간이 많이 줄어든 마야와 린은 할 수만 있다면 결혼으로 유명을 붙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버림받지 않을 거라는 확신은 있으나 어디까지나 자신들만의 생각이 아닌가.
“엄마, 결혼 정도로는 만족 못하는 거 같은데?”
아이샤의 말에 각자 생각에 잠겨있던 여자들의 놀란 눈으로 수지를 바라봤다. 자신들보다 못하면 그나마 위안이 될 텐데 시스루가운 속의 몸매와 환한 얼굴까지 어디하나 부족한 점이 없는 외모의 소유자인데 부자이기까지 하니 여간 부담스런 존재가 아니다.
“그렇지? 그럼 진짜 선물을 꺼내볼까?”
“결혼만으로 감당 못하겠는데 여기다 뭘 더 주려고? 나 도망 가버릴 거야!”
유명의 반응에 수지와 아이샤를 제외한 나머지 여자들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주말동안 모두가 공평하게 사랑받으면서 행복했던 기억이 떠올라 잠깐이나마 시기했던 게 너무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렸다.
“후후 도망갈 때 도망가더라도 선물이 뭔지 듣고 가.”
“좋아, 나는 당연하고 다른 사람들 부담 주는 선물이면 진짜 안 받고 도망 갈 거야.”
여자의 마음을 어쩌면 이렇게 잘 알아주는 남자가 있을까, 선물을 준비한 수지와 아이샤까지 코끝이 찡할 정도로 감동을 받았다. 리아와 유리가 모두의 마음을 대신해 유명을 꼭 끌어안았다.
(다음 82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