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1화 〉(70화) 10. 비밀 (71/130)



〈 71화 〉(70화) 10. 비밀

(제 70 화)



테라스에서 있었던 만찬이 끝나자 파티는 끼리끼리 흩어져 즐기는 분위기가 되었고 저녁시간이라 모두들 집안으로 들어왔다.

마야와 린은 아이샤를 데리고 저택 곳곳을 둘러보러 돌아다녔다. 혜리와 세아는 다음 주에 있을 직업체험에 대한 두 중학생 딸의 궁금증을 풀어주느라 여념이 없었다.


혼자가 된 유명은 벽에 걸린 수지의 프로격구선수 현역시절의 사진들을 하나씩 살펴보다 우연찮게 2층에 있는 방까지 들어가게 됐다.

“우와……!!”

방안에 들어서자마자 유명의 입에서 저절로 감탄이 흘러나왔다. 페르시아시대 궁전의 침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광경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유리처럼 비치는 대리석바닥에서부터 화려한 카펫 위에 금색실로 수놓인 쿠션과 돌기둥이 받치고 있는 아치형 창문에 이르기까지 화려하면서 절제된 이국적 분위기가 일품이었다.

“어때, 마음에 들어?”


명품으로 보이는 수제가구와 여러 소품들에 정신이 팔려있던 유명은 수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돌아봤다.

“아, 허락 없이 들어와서 죄송해요. 문이 열려 있는데 안이 너무 멋져서 저도 모르게….”

문틀에 기대고 서있던 수지는 유명이 멋쩍어하자 다정한 미소로 고개를 저었다.

“우리사이에 뭐 이런 걸로 사과까지 하고 그러니? 한 달 가까이 같이 지냈으면서 이제야  방에 왔다는 게 오히려 섭섭한데?”

“아… 그런가요? 하하하~”


 속에 담긴 뜻이 뭘까 생각하느라 유명의 웃음은 조금 어색했다. 수지가 여러 가지 형태와 크기의 쿠션이 가득 놓여있는 카펫 쪽을 가리켰다.

“우리 가서 좀 앉을까?”


“그러죠.”

유명이 선뜻 제안을 받아주자 가슴이 두근거린 수지는 방 한쪽에 마련된 바(Bar)에서 잔 두 개와 와인 한 병을 가져와 가운데 내려놓았다.

커다란 쿠션에 몸을 옆으로 기대고 앉는 수지의 요염한 자태에 유명은 눈을 뗄 수 없었다. 살짝 비치는 베이지색 시스루드레스 속이 알몸이라 더 눈길을 끌었다.


평생 운동만 했다는 여자가 병뚜껑을 따고 크리스털 잔에 포도주를 따르는 손짓에서 교태가 느껴졌다. 유명은 군침을 삼키고 어색한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농담을 던졌다.

“저 아직 중학생인데 술 주시게요?”

“너 만찬 때 샴페인 마셨잖아? 같은 와인인데?”


“아, 그렇구나…….”

“후후후~”

실없는 농담 덕분에 조금 긴장되던 분위기가 조금 부드러워졌다. 수지가 건네는 잔을 받아 든 유명은 와인을  모금 마신  방을 다시 둘러보며 말했다.


“이 방에 온 것만 처음이 아니라이렇게 둘이서만 이야기 나누는 것도 처음이네요?”


“그런가…?”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라 덧붙일 말이 생각이  난 수지는 애꿎은 와인만 마셨다. 자신이 거리를 뒀으면서 먼저 다가서려니 염치없다는 생각이 들어 와인 맛이 전혀 안 느껴졌다.

둘 사이의 이런 거리감을 좁히라고 딸이 오늘 파티를 열어준 것이고, 평소와 달리 유명을 혼자 둔 것 역시 사전에 약속된 것이다. 수지가 아무 말이 없자 유명은 바로 핵심을 찔렀다.


“그동안 일부러 절 멀리하신 거죠?”


“어? 아… 그건…….”

“처음엔 제가 너무 어리고 취향에 안 맞아서 싫어하시는  알았어요. 아이샤가 아니라고 말해줬지만 한동안 신경 쓰였어요.”


이렇게 훅 치고 들어올  몰랐던 수지는 적잖이 당황했다. 허점을 파고들어 점수를 얻는 승부의 세계에 익숙한 몸이라 상대의 득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랬어? 미안해… 내가  솔직하지 못했지?”


“괜찮아요, 이렇게 우리식구들 다 좋아해주시는 것만으로 고마운 걸요.”

이런 인사치레를 듣고 싶어서 마주앉은 것이 아니다. 다시 실수하는 한이 있더라도 고백하기로 딸과 몇 번이나 다짐하지 않았던가.

“유명아… 거절해도 좋으니까 내가 하는  들어줄래?”


“네, 그럴게요.”

유명의 시원한 대답에 용기가 생긴 수지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애써진정시키고 솔직하게 말했다.

“지금까지… 나 좋다고 다가오는 남자 거절한 적이 별로 없어.  돈과 배경을 노리는 접근인 걸 알면서 그랬던 적 많아. 그래서 남자관계가  복잡해…. 혹시 아이샤한테 들었어?”


“그냥 남자에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는 정도만 들었어요.”


유명의 대답에 수지는 울컥하는 거 같더니 살짝 숨을 고르고 흘러내린 드레스로 드러난 골반과 허벅지를 가렸다. 그 정숙한 행동이 속에 숨겨진 눈부신 몸매를 오히려 돋보이게 했다.

“믿을지 모르겠는데… 아이샤아빠 말고는 날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확신을 느껴보지 못했어.”


“……….”


겪어본 적이 없는 감정이라 유명은 별다른 반응을 하지 못했다.


“아이샤아빠와 헤어지게  것도 돈 문제가 감정싸움으로 번지면서 결국 내가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야. 내가 이러는 거 이해할 수 있겠어?”

어릴 적부터 천재격구선수로 주목을 받으면서 최고의 프로선수와 국가대표를 거쳐 구단주에 이르기까지, 성공한 인생을 살게 된 대가로 남자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된 것이아닐까.


이런 전후사정을 갖고 있는 여자를 상대한 적이 없지만 이럴 솔직하게 대하면 잘 통한다는  유명은 그간의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이제 16살인 제가 다 이해한다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그동안 만났던 남자들이랑 다를 거라는 확신은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

이렇게 속 시원한 대답을 들을  있을 줄 예상하지 못했다. 말 그대로 16살이라 단순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겠으나 그만큼 어떠한 선입견이 없다는 말이 아닌가.

닳고 닳은 늙은 여자라 경멸하고 싫어하지만 않으면 다행이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선뜻 마음을 열어주다니, 수지는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저녁식사하면서 나온 이야기지만 전 아직 진로를 결정하지 못했어요. 기억을 잃기 전에는 아빠나 엄마처럼 군인이 되고 싶어 했다는데 지금은  모르겠어요.”

“……….”


결론없이 갑자기 진로문제를 꺼낸 이유가 궁금했으나 수지는 가만히 있었다. 이렇게 어린 남자를 좋아한 적이 없다보니 유명을 다른 남자와 같은 선상에 놓고 자기감정만 앞세운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진로를 결정한 친구들에 비하면 늦은 편인데 별로 서두르고 싶은 마음이 안 들어요. 철이 없어서 그런 거라고 하시면  말이 없지만… 하하~”


“아냐, 네 생각대로 서두를 필요 없어. 이제 열여섯이잖아? 학교 졸업하고 다양하게 경험해보면서 천천히 결정해도 괜찮아. 엄마도 둘이나 있고 여자친구들도 다 능력 있잖아?”

고백을 하는 당사자가 바뀐 꼴이지만 덕분에 수지는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추스를 수 있었다. 이제 인생을 시작하는 남자가 자신에게 바라는 게 얼마나 대단하다고 전후사정을 따지고 잘될지 말지를 걱정한단 말인가.

“여자들에게 기대서  생각은 없어요. 엄마들 도움은 안 받을 수 없겠지만 되도록이면  손으로 직접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구요.”


솔직한 대화만큼 상대와 가까워지기 좋은 방법이 없다. 수지는 손조차 제대로 잡아보지 않은 유명이 어떤 남자들보다 가깝게 느껴졌다.

“훌륭한 생각이야, 유명이 너라면 꼭 그럴 수 있을 거야. 근데… 아이샤는 너만 좋다면 같이 살면서 도와주고 싶어 하던데?”


수지의 표정이 처음과 달리 무척 편안해 보였다. 작업을 걸 순간임을 직감한 유명은 딸 이야기가 나온 김에 슬쩍 받아넘겼다.

“아이샤는 교사와 학생으로 만난 처지라 처음엔  가볍게 시작하려고 했어요. 여자친구를 사귄지 얼마 되지 않았던 상황이라 호기심이 앞섰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깊은 사이가 된 거야?”


딸에게 이미 들은 사연이나 유명의 시각은 처음이고 자신에 대한 감정을 엿볼 수 있을까란 기대에 수지는 무척 관심이 갔다.

“좀 쑥스러운 이야긴데 다른 여자들과 비교해보니까 아이샤가 얼마나 좋은 여자인지 알겠더라구요.  아시잖아요?”

“내 딸이라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흑인혼혈 중에 아이샤만큼 예쁜 애가 흔치 않지?”

“그럼요~!”


“호호호호~~”


둘은 기분 좋게웃으면서 와인 잔을 들어 가볍게 부딪쳤다. 대화분위기는 깊어가는 밤처럼 조금씩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그 분위기에 맞게 와인 맛이 원래보다 훨씬 깊고 그윽하게 느껴졌다.

“하하 어머니 처음 뵀을 때 이런 생각이 딱 들었죠. 아이샤가 엄말 닮아서 예쁘고 섹시하구나!”


“어머 얘는 능글맞게! 그리고 나도 엄마라고 부르고 말 편하게 해줘, 안 그럼  화낼 거야.”

손자뻘이라 할  있는 어린 남자에게 투정을 부리다니 수지는 얼굴이 화끈 거릴 정도로 부끄러웠다. 그걸 유명이 아무렇지 않게 받아준다.


“어? 아무나 엄마로 불러주지 않는데… 진짜 엄마라고 불러도 돼요?”

“엄마 자격 같은 거 있어?  정도면 유명이 엄마해도 되지 않을까?”


똑바로 앉더니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허리에 손을 턱 얹고 크고 예쁜 가슴을 내미는 수지에게 유명은 준비해둔 말을 꺼냈다.


“엄마는 무조건 제 여자로 만드는 게 원칙이거든요.”


“아…….”


말이 안 되는 억지에 당황하는 것만으로 넘어온 것이나 다름없다. 애초에 진심을 털어놓고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 이 정도면 거의 다된 밥이나 마찬가지다. 유명은 쐐기를 박았다.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처음 봤을 때부터 제 여자로 만들고 싶었어요. 아이샤랑 같이 섹스하는  만날 상상해요.  여자들 중에 친모녀가 두 쌍이나 있는 거 아시죠?”

“그래? 맞아… 그러네….”


딸이랑 같이 얼렁뚱땅 팔려가는 기분이 들었으나 그건 그거대로 나쁘지않다. 아무런 조건 없이 성적매력에 이끌려 남자를 사귄 적이 있었는지 수지는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어? 근데 모녀랑 같이 섹스한 적이 없네… 왜 그랬지?”


말 그대로 제대로 된 ‘모녀덮밥’을 아직 먹어보지 못했다. 친모녀를 혜리와 유리, 세아와 리아  쌍이나 거느리고 있으면서 지금껏 따로 섹스했다니.

“너 지금 아이샤랑 동시에 섹스하고 싶어서 나랑 사귀자는 거니?”

“그게 아니라 아이샤의 엄마를 내 여자로 만들어서 함께 섹스하는  상상한 거라니까요. 어… 그게 그건가? 아무튼 진짜 엄마로 불러요? 참고로 난 엄청 그러고 싶어요!”


유명은 16살처럼 보이려고 일부러 부렸다. 여자친구의 친모를 유혹하는데 필요한 지식은 성인물에서 본 게 전부라 애초에 도움이 안  테니 지금까지 통했던 방법이 최선이다.

“크큭 후후후후… 와하하하하하~~~”

수지는 베이지색 시스루드레스 속의 터질 듯이 풍만한 젖가슴을 음란하게 출렁이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이 뭘 의미하는지 유명은 바로 알 수 있었다.



*****

“와~ 침대 끝내준다!”

4개의 기둥과 시스루커튼으로 장식된 침대는 페르시아 분위기의 방에 잘 어울리는 초대형으로, 그냥 보는 것과 직접 올라가서 누워보는 차이가 상당했다.

“어린애처럼 좋아하네, 이 침대에 들어 온 남자는 유명이 네가 처음이야.”


나름 기념하려는 의도로 꺼낸 말인데 하고 보니 기분 나쁠 수 있어 수지는 아차 싶었다. 그런데 상대가 전혀 개의치 않고 넘어가준다.

“그래? 와~ 그럼 내 침대라고 우겨도 되는 거지?”


“후후 우길 필요 없이 이제 네 침대야.”

앉아서 엉덩이를 들썩이더니 누워서 이리저리 움직여보고 다시 무릎 꿇고 앉아 방방 뛰는 모습이 덩치에 걸맞지 않게 너무 귀엽다.

“웁!”

수지는 천진난만하게 웃는 유명의 환한 웃음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키스부터 했다. 둘은 침대 위에 무릎 꿇은 채 한참동안 진한 키스를 주고받았다.

“하아… 무슨 중학생 남자애가 키스를 이렇게 잘하니?”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거친 숨을 흘리는 수지의 감탄에 유명은 탄탄하고 잘록한 허리에 손을 얹고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흐흐 나 다른 것도 잘하는데?”


“그래? 지금껏  제대로 만족시켜준 남자 없었는데 기대해도 되는 거야?”


수지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기껏 솔직하게 한다는 말이 다른 남자와 비교라니, 너무 흥분한 탓인지 절대 하면 안 될 말을 해버렸다. 그런데 이번에도 유명이 아무렇지 않게 받아준다.

“오호~ 기대에 부응하면 어떻게 되는 거야?”

“그…글쎄…  원하는 거 있어?”


당황한 나머지 수지는 대충 얼버무려버렸다. 유명은 드레스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엉덩이를  주무르듯이 만지며 대답했다.

“평생 내 여자로만 살겠다고 맹세해줘.”

“뭐? 도대체 뭘 믿고 그렇게 자신만만한 거니? 아이샤도 그랬어?”

대화내용과 달리 둘은 서로의 몸을 열정적으로 만지고 쓰다듬고 문지르며 키스까지 계속 주고받는 중이다. 수지는 거부할  없는 기세에급격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아이샤와 난 맹세하거나 확인할 필요 없어, 우린 서로를 완벽하게 소유하고 있거든.”

유명의 확신에  대답에 수지는 가슴이 찌잉 저려왔다. 평생토록 그리던 그런 사랑을 자신의 딸이 하고 있다니. 이런 순수한 상대에게 천박한 잣대를 들이댄 자신의 잘못은 용서받아선 안 된다. 실행가능 여부를 떠나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좋아, 날 만족시키면 평생 네 여자로 살겠다고맹세할게. 대신 조건이 있어.”

수지가 드레스를 벗어 셀 수 없이 많은 팬들을 만족시킨 역대 최고격구선수의 완벽한 몸을 드러내자 유명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의 숨을 훅 토했다.


“후와…! 뭔데…?”

“날 아이샤처럼 진짜 여자친구로… 혜리나 세아처럼 진짜 엄마로 대해줘.”

유명은 망설임 없이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고 환하게 웃더니 수지의 허리를 잡고 끌어당겼다.


“날 만족시키면 그렇게 해줄게.”




(다음 71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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