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화 〉(64화) 9. 대결
(제 64 화)
“야아아아아아!!!!”
심판의 시작신호와 함께 휘신이 소리를 지르며 유명에게 달려들었다. 그 기세가 이전보다 훨씬 저돌적이고 위협적이었다.
“후우웁!”
숨을 짧게 들이마신 유명은 빠른 풋워크로 부상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휘신의 왼쪽으로 빠져나갔다.
휘신의 라이트훅은 여전히 빠르고 예리했으나 반대쪽으로 사라진 상대의 옷깃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 빈틈에 다시 돌려차기가 들어왔다.
퍽!
이번 미들 킥 역시 타이밍에 맞춘 빠른 공격이었으나 그 위력은 달랐다. 발차기가 더 강했던 것이 아니라 맞은 이의 충격이 컸다.
“크흑! 이 새끼…….”
휘신의 얼굴이 더 일그러졌다. 핏발까지 선 그 얼굴은 이제 잘생겼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무섭게 변했다.
“항복해, 더 하면 너만 손해야.”
공격이 연이어 성공하자 유명의 몸은 더 가벼워졌다. 붙잡힌 후유증으로 목이 시퍼레졌으나 호흡에 지장은 없었다.
“그걸 왜 네 놈이 결정해?!”
여전히 기세등등한 휘신은 다시 자세를잡고 유명을 노려봤다. 그러나 가장 위협적인 원투스트레이트가 힘들어진 상대는 늙은 사자와 다를 바 없다.
“그렇게 나와야지!”
이어진 유명의 공격은 일방적이라 할 정도로 무섭게 쏟아졌다. 로우 킥으로 중심을흔든 다음 이어지는 콤비네이션공격은 휘신의 속도에 버금갈 정도로 빨랐다.
빡 탁탁 퍽퍽퍽
로우 킥에 이은 원투스트레이트 그리고 3연타 나래차기까지 모두 적중시킨 유명은 다시 휘신의 왼쪽으로 휙 빠져나갔다.
“크크크… 온 힘을 다한 공격이 이 정도야? 여자애들도 너보다 낫겠다.”
휘신의 말은 허세가 분명했으나 로우 킥을 제외한 다른 공격을 모두 흘리고 막아낸 덕분에 충격이 크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 여자들이 너나 나보다 나아. 내 여자들 아니었으면 여기 이 자리에 서지도 못 했을 테니까.”
유명의 말에 휘신은 자신의친모를 떠올렸다. 울며불며 매달리던 그 애절한 모습이 가슴 한 구석으로 밀쳐놨던 양심을 건드렸다.
“너 따위가 뭘 알아! 뭘 안다고 지껄여!!”
휘신은 악다구니를 쓰며 다시 유명에게 달려들었다. 더 맹렬한 기세였으나 기술적 섬세함은 없었다. 속도는 따라잡을 수 없겠지만 허점은 그 어느 때보다 명백했다.
퍼억!
로우 킥이 다시 무릎 위에 꽂혔다. 집요할 정도로 반복된 공격이지만 그 효과만큼은 확실해 휘신의 중심이 제대로 흔들렸다.
“쉬이이잇!!”
유명의 입에서 특이한 숨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오른 발 하이 킥이 휘신의 얼굴에 정확하게 들어갔다.
따악!!
제대로 맞았으면 그대로 끝났을 예리한 하이 킥이었는데 그걸 휘신이 가까스로 막아냈다. 하지만 부상을 입은 것으로 보이는 오른 쪽 팔이라 방어가 어설펐다.
“크흑…… 이 새끼…….”
휘신의 오른 쪽 눈두덩이 찢어져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당황한 유명이 잠깐 멈칫하는 사이 도복앞자락을 잡혀버렸다.
“휘신! 그래플링은 금지야! 놓지 않으면 경고할 거야, 어서 놔!”
때맞춰 심판이 소리치며 둘을 떼어놓으려 달려들었는데 휘신이 이성을 잃었는지 심판을 확 밀쳐버렸다.
“저리 비켜! 이 새끼 죽여 버리겠어!!”
이 상황을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심지어휘신 쪽 참관인들조차 말문이 막혔을 정도로 당황했다.
상대를 죽이겠다니, 이 시합은 체육대회의 일환으로 두 남학생 간의 사적인 감정을 해결하기 위한 비공개행사일 뿐이다.
휘신이 그저 그런 평범한 학생이라면 격해진 감정으로 그럴 수 있다 여기고 말리면 된다. 그러나 2미터가 넘는 큰 키에 어마어마한 덩치 그리고시합 중에 보여준 놀라운 운동능력 등은 흉기나 마찬가지라 결코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안 돼, 휘신! 어서 그 손 놔!! 후회할 짓 하지 마!!!휘시이인!!!!”
밀쳐 날아갔던 심판이 벌떡 일어나 다시 달라붙어서 소리치자 휘신의 관심이 순간 흔들렸다. 그걸 놓치지 않고 유명이 옷깃을 잡힌 채로 휘신의 등 쪽으로 발을 옮겼다.
“끄아악!!”
고통에 찬 비명은 휘신의 목에서 터져 나왔다. 유명을 붙잡고 있는 팔이 부상을 입은 쪽이었던 것이다.
“선생님! 반칙패 각오할게요!!”
손아귀에서 벗어난 유명은 다시 밀쳐 날아간 심판에게 외치고 휘신의 등에 올라탔다. 부러진 쇄골을 붙잡고 등을 구부리고 있던 휘신은유명이 매달리자 순간 중심을 잃고 앞으로꼬꾸라졌다.
뭉쳐져 앞으로 한 바퀴 뒹구는 사이 유명이 등 뒤에서 휘신의 목에 팔을 둘러 리어 네이키드 초크를 걸었다. 체중과 덩치차이를 뛰어넘을 수 있는 기술이 그래플링이다. 체육교사인 심판의 말을 안 들을 정도로 흥분한 상대를 진정시키기에 매우 적절한 기술이다.
“끄으으으으……….”
휘신은 밑에 깔린 유명을 어떻게 해보려고 발버둥 쳤으나 그럴수록 목을 휘감은 팔이 더 깊게 들어갔다. 제아무리 흉포한 괴물이라도 혈관이 눌려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 정신을 잃기 마련이다. 휘신이 축 처질 때까지 걸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끝났어 유명아! 목풀어 어서!”
황급히 다가온 심판의 말에 유명이 손을 풀었다. 피투성이인 얼굴로 살기등등하던 휘신은 그렇게 맥없이 쓰러졌다.
*****
유명과 휘신의 시합은 비공식이라 승패의 유무가 발표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시합을 직간접적으로 지켜본 모든 사람들이 떠올린 승자는 누구인지 분명했다.
시끌벅적했던 체육대회가 끝난 학교는 바로 주말을 맞이한 덕분에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물론 마야와 린과 같은 청소부들은 주말 내내 추가근무를 해야 했다.
학생들은 남녀 불문하고 유명과 휘신의 시합을 놓고 온라인에서 떠들어대느라 주말동안 정신없이 바빴다. 처음엔 시합내용이 화제였으나 시합결과가 불러올 후폭풍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갔다.
결과야 어찌됐든 목에 멍이 든 것 외에 다른부상 없이 시합을 끝낸 유명은 꿀맛 같은 주말을 보냈다. 그 꿀맛은 당연히 자기 여자들이었다.
시합직전 며칠을 제외하고 매일 2~3명씩 어쩔 땐 4~5명과 즐겼으면서 마치 군 입대 후 첫 휴가를 나온 이등병처럼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밥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섹스만 했다.
“아, 또 올라왔다!”
오빠 허벅지 위에 머리를 대고 누워 휴대폰을 살펴보던 유리가 빨딱 몸을 돌리더니 옆으로 찰싹 붙어서 엎드렸다.
“애들 신났네~”
반대편에 누워있던 리아가 남자친구의 가슴에 얼굴을 턱 얹더니 나른한 표정을 지었다. 두 여자의 부드러운 맨살을 쓰다듬으며 유명이 물었다.
“별다른 내용 있어?”
“없어, 다 오빠가 최고라는 이야기들이야. 여자애들이 올린 야한 글 많은데 읽어줄까?”
그러자 리아가 손으로 입을 가리고 하품을 하더니 다시 유명의 품에 파고들었다.
“하아암~내일 학교가면 아주 난리겠네, 우리 유명이 좋겠네.”
“뭐가 좋아?”
휴대폰을 끄고 옆으로 치운 유리가 리아처럼 품에 파고 들더니 오빠의 자지를 만지작거렸다.
“뭐가 좋긴? 이제 여학생들 인기 독차지하게 됐으니 좋겠다는 거지.”
“우리학교에서 가장 예쁘고 섹시한 여학생 둘이 지금 알몸으로 품속에 있는데 다른 애들 관심 받아서 뭐해? 다필요 없어~”
알몸으로만 안겨있는 게 아니라 유리와 리아는 자신의 정액을 넘치도록 품고 있다. 저녁식사 직후 주방과 거실에서 차례로 해치운 두 엄마 역시 자신의 정액을한가득 머금고 있는 상태다.
“오빠, 리아언니랑 난 완전히 기진맥진이야. 이거 세워봤자 어떻게 못해주니까 계속 하고 싶으면 1층으로 가.”
유리의 말대로 유명의 자지는 다시 단단해지고 있었고 리아는 거의 반수면 상태였다. 유명은 사랑스런 여동생과 여자친구에게 차례로 키스를 한 뒤 일어났다.
“흐흐 알았어, 그럼 잘 자~”
유리와 리아의 방에서 나온 유명이 1층으로 내려오자 거실에서 다정하게 대화중이던 혜리와 세아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두 엄마는 알몸으로 속이 다 비치는 이브닝드레스를 걸치고 있었다. 혜리가 둘 사이에 앉을 수 있도록 유명에게 자리를 내주면서 물었다.
“우리 예쁜 아기들은 자?”
“후후 그 난리를 피웠으니 곯아떨어질 만하지, 유명이 넌 괜찮아?”
어깨를 쓰다듬어주며 다정하게 묻는 세아에게 유명이 팔을 두르고 씨익 웃었다.
“더 하고 싶어서 내려온 건데?”
“어머 안 돼. 너 오늘도 그렇고 주말동안 너무 많이 했어, 좀 쉬어야 해.”
혜리가 얼른 말리자 세아 역시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아들을 달랬다.
“우리 착한아들, 엄마들 말 들어야지?”
“싫어! 더 하고 싶단 말야~~”
유명은 두 엄마를 와락 끌어안더니 젖가슴을 마구 주무르고 투정을 부렸다. 혜리가 자지가 아니라 가슴을 쓰다듬으면서 다시 달랬다.
“더 했다가 진짜 쓰러져, 유명아.”
“너도 그렇지만 엄마들 좀봐줘~ 난 내일 출근해야 되고 혜리는 내일부터 예비군훈련이야.”
처음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16살, 15살짜리 아들과 딸을 둔 엄마가 예비군훈련이라니.
“예비군훈련? 엄마가?”
“응. 엄마 통합우주군 예비역 하사야, 올 연말 시험만 통과하면 드디어 중사로 진급해.”
자랑하듯이 환하게 웃는 혜리의 예쁜 얼굴을 보고 유명은 잠깐 멍했다.
‘통합우주군(USF; Unified Space Force)’과 그 산하의 예비군조직에 대해서는 바로 옆에 꽃향기를 그윽하게 피우고 있는 세아의 수업시간에 배운 바 있어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자신의 친모인 혜리가 예비역 하사일 줄은 생각조차 못했다. 알몸으로 속이 훤히 다 비치는 이브닝드레스차림으로 맛있는 과일향기 풍기고 있는 이 섹시한 엄마가 전직부사관이었다니.
“나 전혀 몰랐어, 군인이었다는 이야기 왜 지금까지 안 한 거야? 사진도 없었잖아?”
“아… 그건…….”
혜리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지자 유명은 곧바로 다른 엄마를 쳐다봤다. 세아가 난처해하는 미소를 짓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건… 혜리의 친오빠 그러니까 유명이 네 아빠도 군인이었거든, 근데…….”
잠깐 말을 멈춘 세아가 표정을 살피는 걸 보고 유명도 엄마를 바라봤다. 혜리는 눈물을 살짝 훔치더니 아들에게 애써 미소를 지었다.
“전사했어…, 6년 전 화성궤도 공격 때 함대와 함께 산화했어….”
“……….”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친부의 전사소식에 유명은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몰라 멍하니 두 엄마와 눈길만 주고받았다. 세아가 다시다정하게 어깨를 쓰다듬어 주면서위로했다.
“혜리도 그때 그만뒀다가 유명이 너 중학교 들어가면서 예비군으로 재입대한 거야.”
“아… 설마 나 2차 성징하면서 돌변한 것 때문에 그랬던 거야?”
생각나는 이유가 그것뿐이라 물은 것인데 반응을보니 제대로 짚은 모양이다. 혜리가 아들의 손을 꼭 잡고 얼굴을 쓰다듬었다.
“이제 다 지난 일이야 유명아. 엄마도 그때 재입대한 덕을 많이 봤어.”
두 엄마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유명이 알고 있는 예비군조직과 다른 체계인 것이 분명하다. 이제 섹스는 뒷전이 됐다.
“훈련기간 동안은 현역군인이랑 동일한 신분이 되는 거 같은데, 맞아?”
“알고 있네? 그때 발표가 우연히 나온 게 아니었구나? 아이구 장해라~”
세아가 기뻐하면서 엉덩이를 다독였다. 사회수업시간에 했던 발표를 말하는 것이다. 유명이 다시 혜리에게 물었다.
“자세한 건 검색해보면 될 테고 내일부터 언제까지 훈련이야? 집에서 출퇴근 해?”
“기간은 12주고 합숙이야. 대신 주말에는 집에 올 수 있어.”
“12주?! 예비군훈련이 뭐가 그렇게 길어?”
12주라면 훈련이 아니라 복무에 가깝다. 편입이 아니라 재입대라고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혜리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생글 거렸다.
“후후 작년에 기초군사훈련소로 옮겨서 이제 오가기 편해졌어. 재작년까지는 지구정거장에서 근무하느라 한 번도 못 왔잖아?”
“맞아, 나더러 면회오라고 난리 피운 거 기억난다. 후후~”
세아의 맞장구에 혜리는 얼굴을 살짝 붉히고 즐겁게 웃었다.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실감난 유명은 이 신기한 상황을 어떻게 해야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고민했다.
“엄마, 그럼 내일 군복입고 출발해?”
아들이 특유의 엉큼한 눈길로 묻자 혜리는 뭔가 알아차린 눈치였으나 애써 모른 척하고 덤덤하게 대답했다.
“응. 내일부터 훈련기간 동안은 통합우주군 신분이라 군복 입어야 해.”
“군복 입은 모습 지금 보고 싶어.”
아들의 간절한 눈길에 마음에 약해질까 봐 혜리는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안 돼.”
엄마라면 당연히 들어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매정하게 잘라버릴 줄 몰랐던 유명은 머쓱해졌다. 둘의 반응이 너무 재미있어 세아가 어깨를 들썩이며 키득거렸다.
“크큭 엄마 정복차림 보면 깜짝 놀랄걸? 유명이 너라면 절대 가만 못 있을 거야, 확실해~”
(다음 65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