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화 〉(61화) 9. 대결
(제 61 화)
“안녕~ 세상에 너무 잘생겼다. 네가 우리 아이샤 남자친구구나?”
아침 일찍 정원에서 만난 아이샤의 엄마 수지는 유명을처음 만나는 것처럼 반갑게 맞아줬다.
“아… 안녕하세요, 유명입니다.”
유명이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하자 아이샤는 웃음을 참느라 손으로 입을 가렸다. 수지는 리아가 연상될 정도로 백치미 가득한 얼굴로 활짝 웃었다.
“난 수지라고 해, 저 까만 애 엄마야. 앞으로 잘 부탁해~”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며칠 신세 좀 져도 될까요?”
유명의 예의바른 태도를 수지는 굉장히 좋아했다. 딸의 손을 잡고 끌어당겨 옆에 세우더니 대견하다는 듯이 말했다.
“둘이 너무 잘 어울린다~ 유명이 너 계속 여기서 살면 안 되니? 우리 둘이 살기엔 집이 너무 크잖아, 응?”
어제 섹스에 끼워달라고 할 때와 똑같은 표정이라 유명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이샤가 한숨을 쉬더니 엄마의 어깨를 다독였다.
“엄마, 유명이 포함해서 식구만 무려 다섯 명이야. 여자친구는 나 말고 둘이나 더 있구. 꿈 깨 알았지?”
“그…그래? 히이잉… 아! 그럼 너희 식구 전부 다 우리 집에서 살면 되겠네! 여자친구도 다 오라고 해. 어때 응? 응?”
아이샤는 엄마의 억지가 처음이 아닌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산책로 쪽으로 스윽 가버렸다. 유명은 생각해보겠다는 약속을 하고나서야 수지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느릿느릿 산책로를 걸으면서 유명이 느낀 점은 정원을 포함한 아이샤의 집이 상상이상으로 넓다는 것과 수지가 딸과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미인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딸에 그대로 물려준 게 분명한 엄청난 볼륨의 몸매는 눈을 어디다 둬야할지 모를 정도로 육감적이었다. 사귀는 여자가 없었다면 반해 버렸을지 모른다.
“우리 엄마 예쁘지?”
앞서가는 수지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아이샤가 불쑥 물어오자유명은 겸연쩍게 웃었다.
“하하으…응….”
“어제 해달라는 대로 확 덮쳐버리지 그랬어? 어차피 기억 못하잖아.”
장난으로 하는 말투가 분명한데 눈빛은 진심인 것처럼 보였다. 메이드에게 끌려가면서 끼워달라고애원하던 수지의 앙탈이 기억난 유명은 피식 웃었다.
“어머님이원래 술주정이 심하셔?”
“후후 가끔 저래.”
그때 딸에 버금가는 탄력 넘치는 엉덩이를 출렁이며앞서가던 수지가 뒤로 힐끔 쳐다보더니 다시 후다닥 앞서갔다. 그 귀여운 행동을 보면서 유명이 넌지시 말했다.
“아이샤, 솔직하게 말해도돼?”
“뭔데?”
“어머니 말야….”
“으…응….”
유명이 망설이는 이유가 자신이 바라는 그 때문이기를 아이샤는 간절히 바랐다.
“진짜 부자 맞아? 그냥 귀여운 누나 같은데?”
“어머 나 진짜 귀여운 누나로 보여?”
언제 가까이 다가왔는지 수지가 바로 옆에서 말하자 유명은 움찔했다. 그런데 아이샤가 굉장히 아쉬워하는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엄마, 그 살살 숨어다니는 버릇 좀 고치라니까? 부하직원들도 만날 놀라잖아!”
“얘는 별 거 아닌 거 가지고 만날 뭐라 그러더라? 그치 유명아?”
누나라고 불러줘 기분이 좋은지 수지는 유명에게 찰싹 달라붙어서 더 살갑게 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여자친구의 엄마가 이러는 걸 굳이 거부할 이유가 없다.
“글쎄요… 아이샤도 제 앞에선 되게 귀엽고 솔직해요. 그래서 좋아하는 거거든요.”
“그러니? 잔소리쟁이가 아니구? 세상에… 아이샤 너 엄청 내숭덩어리였구나?”
딸이 어떻게 반응할지 아는지 수지는 얼른 앞으로 뛰어가 버렸다. 타이밍을 놓친 아이샤가 다시 한숨을 푹 쉬었다.
“저런 푼수데기가 프로격구팀구단주라니… 믿어지니?”
“뭐? 구단주??”
아이샤의 말대로 수지는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진짜 푼수데기처럼 해맑은 표정으로 유명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
유명과 휘신의 격투시합이 확정되자 거의 반쪽 대회나 마찬가지였던 체육대회가 전교생의 관심을 받는 명실상부한 최대 축제가 돼버렸다.
이번 일로 유명이 알게 된 또 다른 사실은 휘신의 인기가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것과 그 반대로 자신을 응원하는 학생들의 수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체육대회가 가까워질수록그 수는 계속 늘어났다.
체육대회 준비를 위한 합숙훈련으로 만날 기회가 줄어들게 되자 유명의 여자들은 순서를 정해 매일 1~2명씩 아이샤의 집을 방문해 하룻밤을 같이 보내기로 했다.
어찌 보면 불청객일 수 있는 유명의 여자들을 아이샤는 물론이고 집주인인 수지는 식구가 늘어난 것 같다고 진심으로 좋아하고 반겼다.
늘 이 핑계 저 핑계로 밖으로 돌던 수지는 정시 퇴근에 이어 곧바로 귀가해 유명의 여자들과 친구처럼 신나게 어울렸다.
“휴우우…….”
하루 훈련목표량을 끝낸 유명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아이샤와 하이파이브 했다.
“수고했어~ 오늘로 기초체력단련 프로그램은 끝났어. 주말엔 푹 쉬고 다음 주부터 리아랑 같이 기술훈련에 들어가자.”
아이샤는 유명의 훈련결과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처음부터 대단한 운동능력을 보여줬으나 지난 2주일 사이에 향상된 체력은 프로그램을 짠 자신조차 믿기지 않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유명아, 여기~”
혜리가 아들에게 수건을 내밀었다. 오늘은 세아와 함께 훈련에 참가해 조금 전까지 같이 땀 흘렸다. 특히 수지와 자매처럼 가까워진 바람에 요즘은 약속한 순서 따위 무시하고 매일 방문하고 있었다.
“아~ 기분 좋아! 이렇게 친구들이랑 같이 운동해본 게 도대체 얼마만이야?”
건네받은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탄성을 흘리는 수지의 탐스런 엉덩이를 팡팡 쳐주면서 혜리가 다정하게 말했다.
“후후 그러게 내가 저번 주부터 같이 하자고 했지?”
“어제까진 다 같이 수다 떨고 노는 게 더 재미있었단 말야.”
한참 어린 혜리에게 투정을 부리는 수지의 모습이 눈부신 미모와 몸매에 어울리지 않게 귀여웠다. 일찌감치 뻗어버린세아가 뒤쪽에 널브러진 채로 한마디 거들었다.
“우리 수지여사께서는 수십 년 운동하신 분이라 지긋지긋하시거든요~”
“하하하하하~~”
세아에게 쌜쭉 눈을 흘기는 수지의 반응에 모두들 즐겁게 웃었다. 유명이 곁에 착 달라붙어 있는 아이샤와 혜리의 엉덩이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하하 그럼 마무리 운동 겸 다 같이 수영하러 갈까?”
꼼짝도 안 하던 세아까지 벌떡 일어날 정도로 여자들은 유명의 제안을 반겼다. 그런데 수지가 어색한 미소를 짓더니 슬그머니 뒤로 빠졌다.
“난 샤워하고 루비랑 같이 야식 준비할게, 다들 즐거운 시간 보내~”
수지가 이러는 이유는 유명이 제안한 수영이 곧 섹스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알몸으로 수영하다보면 서로의 성적매력에 혹하지 않을 수 없고 자연히 섹스로 이어진다.
지난 2주간 수지는 다른 여자들 못지않게 유명과 가까워졌으나 첫날 술에 취했을 때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어떠한 성적접촉과 유혹이 없었다. 신이 난 혜리와 세아가 수영장으로 뛰어가는 것을 보면서 아이샤가 한숨을 내쉬었다.
“휴… 엄마가 아직도 마음을 못 정했네.”
수지의 행동과 그걸 바라보는 아이샤의 표정으로 분위기는 대충 느끼고 있으나 그걸 직접 묻기엔 조심스럽다.
“엄마가 마음을 못 정했다니?”
“엄마가 유명이 널 나만큼이나 좋아하는 건 분명한데 다가 설 결심을 못하고있는 게 좀 안타까워….”
모든 걸 다 가진 여자가 뭐가 두려워 딸의 남자친구를 어려워하는 걸까, 유명은 약간의 사심을 더해 넌지시 물었다.
“날 좋아하신다니까 내가 먼저 다가서볼까? 아이샤만 좋다면 나도 엄마랑 더 가까워지고 싶어.”
“나야대환영이지. 아빠랑 헤어진 뒤로 엄마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사랑을 해본 적이 없어. 주변에 남자가 많긴 한데 전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사이거든.”
“그렇구나….”
수지가 자신의 식구들을 이렇게 반기고 좋아해주는 이유를 유명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아이샤가 다시 긴 한숨을 쉬더니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엄마가… 지금까지 남자들을 이용하는 대상으로만 여기고 살아와서 저러는 거야. 어릴 땐 그게 싫어서 집을 나가 혼자 살았던 적이 있었어.”
“……….”
겪어보지 않은 일이라 유명은 해줄 말이 없어 아이샤의 등만 조용히 쓰다듬었다. 속이 비치는 레깅스를 찢어버릴 것 같은 탱탱한 엉덩이를 만지고 싶지만 그 정도 자제력은 있었다.
“엄마도 자기 행동에 죄의식을 느끼는 거겠지. 저기… 유명아?”
“응?”
아이샤의 얼굴에 간절한 빛이 역력했다. 첫 섹스할 때 샤워장에서 보여준 그 표정과 눈빛이다.
“우리엄마… 필요하면 이 남자 저 남자 막 만나고 몸까지 섞는… 그런 여잔데 받아 줄 수 있겠어?”
“………….”
유명이 곧바로 대답하지 못한 건 어떻게 하면 멋있게 보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이기 때문인데 아이샤는 그걸 망설이는 것으로 알아본 모양이다.
“받아주기만 하면…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른 남자 못 만나게 할게, 응? 유명아….”
남자가 귀한 극심한 성비불균형 세상에서 이 남자 저 남자 만날 정도면 수지의 능력이 이 대저택을 보유한 재력보다 더 대단할지 모른다. 그런 여자를 친엄마로 둔 아이샤가 이렇게까지 매달릴 이유가 뭔지 궁금했다. 유명은아이샤의 어깨를 잡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 친엄마기 때문에 다른 조건이나 이유는 문제될 게 없어, 신경 쓰이지도 않구. 아이샤만 날 사랑해주면 얼마든지 상대해드릴 의향이 있어.”
“아… 유명아….”
아이샤는 진심으로 기뻐하며 눈물과 함께 키스를 해왔다. 한참 진한 키스와 애무를 주고받은 후 입술이 떨어지자 유명이 다시 물었다.
“한 가지만 알고 싶어, 내가 엄마하고 가까워지길 원하는 이유가 뭐야?”
기대에 부푼 아이샤는 더없이 활짝 웃으면서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유명이 넌 여자를 행복하게 해주는 남자잖아, 난 엄마가 나처럼 행복했으면 좋겠어!”
*****
퍽! 퍽! 팡! 팡! 팡!
사각방패모양의 대형미트를 들고 공격을 받아주던 리아는 몸까지 쿵쿵 울려대는 강한 힘에 숨이 턱턱 막혔다.
원투스트레이트에 3연속 발차기를 이어가는 유명의 콤비네이션공격은 그 매끄러운 동작과 정확도가 이제 완벽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받아 주는 것만으로 흥분될 정도로 강렬한 기세는 집중할 때 뿜어져 나오는 눈빛과 더불어 상대를 압도하는 힘이 있었다.
“그만!”
리아의 구령에 맞춰 유명이 공격을 멈추자 옆에서 넋을 놓고 지켜보던아이샤, 수지, 유리가 동시에 한숨을 내쉬더니 허리를 곧추세우고 자세를 바로잡았다.
“후우욱… 훅… 하아아아… 하아악….”
가쁜 숨을 몰아쉬는 유명의 모습은 흘러내리는 땀과 푹 젖은 도복차림과 함께 극한의 남성미를 뿜어내고 있었다. 여기에 미트를 터뜨려버릴 것처럼 몰아치던 야성적인 모습까지 바로 곁에서 지켜봤으니 여자들이 몸을 파르르 떨 정도로 흥분한 건 당연하다.
“박스오빠가 뭘 보내왔네?”
그 흥분된 분위기를 아쉽게도 유리가 가라앉혀버렸다. 바구스가 보내온 소식이 제법 심각했기 때문이다.
“휘신이 얘 무시무시한데?”
엄마라서 그런지 혜리는 영상을 보자 걱정부터 앞섰다. 키보다 더 큰 거대한 타이어를 가볍게 들어 뒤로 넘기는 휘신의 모습을 보고 수지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정도 근력은 프로선수 수준이야. 이런 애가 어떻게 아직 주목을 못 받고 있었지?”
“걔가 진득하게 하는 게 없어, 하면 다 잘하는데 정작 특출하진 않아.”
딸 아이샤의 설명에 수지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영상을 되돌려보던 유리가 꽤심각한 표정이었다.
“몸이 더커진 거 같지 않아? 글구… 단순히 힘만 키운 게 아닌 거 같은데?”
유리의 지적에 리아가 자신의 휴대폰으로 뭔가를 열심히 찾더니 다른 영상을 내밀었다.
“뭐야… 얘 권투도 잘 하는데?”
수지의 지적대로 전문권투선수와 맞서서 스파링하고 있는 휘신의 모습이 홀로그램으로 생생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리아야 이 영상 말고 또 있어?”
아이샤가 자신의 휴대폰을 들고 묻자 리아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게 다야, 대신 스파링 전체가 다 올라와있어.”
“그래? 그럼 링크 좀 줘봐.”
영상을 다운받은 아이샤는 한쪽이 있는 어떤 기기에 가서 열심히 매만졌다. 그러자 조금 전 유명이 훈련하던 자리에 휘신의 홀로그램이 실제와 동일한 크기로 나타났다.
“어? 이거 진짜 같은데?”
유명만이 아니라 리아와 혜리, 유리까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수지가 씽긋 웃더니 설명을 덧붙였다.
“이거 우리 팀에서 사용하는 건데, 상대 선수들 움직임과 전술을 분석하고 대응할 때 아주 유용해. 웬만한 프로팀들은 다 사용하고 있을 거야.”
수지의 설명에가장 관심을 보인 이는 역시 프로격구선수를 꿈꾸는 유리였다. 아이샤가 기기를 조작하자 휘신의 홀로그램이 권투동작을 펼쳤다.
“유명아 이거 영상을 보정해서 실제보다 빠르게 할 수 있거든? 앞에 서서 받아봐.”
“응.”
아이샤가시킨 대로 홀로그램 앞에 서보니 진짜 휘신과 맞서고 있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도 유명과 같은 심정인지 표정들이 진지했다.
“그냥 가만히 서있지 말고 공격을 피해봐.”
리아의 조언에 유명은 자세를 잡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샤가 긴장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시작할게!”
“????!!!!”
엄청난 속도로 주먹을 질러대는 홀로그램을 보면서 여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다음 62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