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9화 〉(58화) 9. 대결 (59/130)



〈 59화 〉(58화) 9. 대결

(제 58 화)


9. 대결

마야와 린이 청소부가 됐다는 소식이 학교 전체에 퍼지는 데 걸린 시간은 딱 반나절이었다. 엄청난 미녀  명이 다른 자리가 아닌 청소부로 들어왔으니 화제가  만하다.


그런데 교장에게 사정사정해 복장을 펑퍼짐한 멜빵바지로 바꾸고 모자까지 눌러쓰고 일을 시작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빨리 소식이 퍼진 것은 뭔가 이상하다.


이런 상황에서 원래 작업복인 속이 비치는 녹색 타이즈차림으로 청소한다고 돌아다녔으면 린이 걱정한대로 남학생들에게 꽤 시달렸을지 모른다.


“아 힘들어…….”


“휴…  하던  하려니까 죽을 맛이네.”


마야와 린은 공원에 자리를 잡자마자 유명의 허벅지 위에 머리를 기대고 뻗어버렸다.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지역을 담당구역으로 맡은 덕분에 점심시간 동안은 이렇게 연인 품에서 쉴 수 있었다.


“고생했어, 그냥 눈치껏 대충하면 되지 않아?”


유명이 엉덩이를 토닥토닥 다독여주자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다. 마야가 허벅지에 얼굴을 비비고 투정을 부렸다.


“나도 그러려고 했는데 링  답답이가 너무 열심히한다구!”


“야! 그래도 맡은 바 일은 해야지. 우리가  하면 누가 해?”

린이 빨딱 일어나 나무라자 주변의 친구들이 가볍게 웃었다. 유리가 주변을 살핀 뒤 작은 소리로 말했다.

“마야언니, 위장취업이라 대충하면 티 나니까 열심히 해야 되는 거 아냐?”

“휴… 누가 그걸 모르니? 근데 링 쟤는 그냥 주어진 일이라 열심히 하는 거라니까, 지가 경찰인 것도 잊어먹었을걸?”


마야의 지적에 시선이 린에게 쏠렸다. 순간 당황하던 표정을 모두 놓치지 않았다. 린이 발뺌하느라 말을 더듬었다.


“너…넌 그게 무…무슨 말이야? 내가 언제?”


“린언니 의외로 나하고 비슷한 면이 있구나? 나도 만날 유리한테 혼나는데….”

리아의 위로 아닌 지적에 정체가 다 드러나 버린 린은 유명의 허벅지에 얼굴을 파묻어버렸다.


“유명아, 마야언니랑 린언니가 네 여자라는 이야기가 올라왔는데?”

바구스의 여자친구 은하가 휴대폰 화면을홀로그램으로 확대시켜주자 모두들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게 어떻게 벌써 알려진 거지?”


유명의 의문은 다른 이들도 똑같이 품은 생각이다. 유리가 얼른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뭔가 검색하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정작 아이샤선생님 이야기는 없는데? 이게 먼저 알려져야 하는 거 아닌가?”

“휘신의 짓이지 뭐겠어? 어제 유명이랑 만나는 걸 준이 봤다면서?”


바구스가 확신에 차서 말하자 다들 수긍하는 반응을 보였다. 유리가 확 짜증을 냈다.

“준  자식은  얻어먹을 게 있다고 만날 휘신이 따라다니는 거야?”

“근데…  대표남학생이란 게 뭐야? 휘신이란 애 덩치가 장난 아니던데 학교에서 싸움 제일 잘하는 남학생을 말하는 거야?”


마야의 물음에 린이 키득 거리면서 설명했다.

“크큭 그게 아니구, 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남학생을 말하는 거야. 보통 여자친구 수를 기준으로 정하지.”

“뭐? 그딴 녀석이 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남학생이라구? 아니 왜? 우리 유명이가 아니고  걔야?”

마야가 벌떡 일어나 앉으며 따지자 예상했던 반응이라는 듯이 바구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역시 나이가 많고 적은 건  차이 없구나.”


“뭐? 박스 너 그게 무슨 말이야?”


유리나 마야가 아니라 린이 나설 줄 몰랐던 바구스는 움찔했다. 그러자 여자친구인 은하가 나서서 설명했다.

“우리 박스는 자기 남자친구에 대한 맹목적 사랑이 나이의 많고 적음을 따지지 않는다는 걸 지적한 거예요.”

사랑이라고 말해버리니 더 따질 수가 없다. 머쓱해진 린이 다시 유명에게 기대려는데 멀리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오는 게 보였다.


“저거 휘신인데? 우리 쪽으로 오는 거 아냐?”


유명이 지적한 쪽으로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휘신을 비롯해 준과 그 둘을 추종하는 여학생들 10여명이 함께 걸어오고 있었다.


“어이 유명~”

휘신이 자신만만한 걸음걸이로 다가오더니 특유의 거만한 표정으로 인사했다. 유명이 다리를 쭉 편 채 그대로 앉아 있어서 다른 친구들도 동요 없이 그냥 앉아있었다.


“매일 같은 스쿨버스 타고 등교하면서 새삼스레 인사하고 그래?”


“허… 자식이 뭐가 이렇게 까칠해?”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기는 말투와 달리 표정이 살짝 구겨졌다. 휘신을 따르는 여학생들은 상당히 예쁘고 섹시했으나 유리나 리아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게 유명에게 자신감을 북돋아줬다.

“까칠한 건 내 성격이니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고, 무슨 일인데?”

“하하하 유명선배~ 가는 말이 고아야 오는 말이 곱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우리 회장님이 친히 찾아오셨는데 말을 좀…….”


그때 남자친구 옆에 다소곳이앉아있던 리아가 불쑥 끼어들었다.

“준 너나 선배들 말하는데 끼지 말고  닥치고 있어.”


리아의 차가운 말투에 휘신 뒤에 서있던 여학생들이 일제히 움찔했다. 그나마 준을 따라온 것으로 보이는 몇 명만 살짝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다.

“하하하 리아 너  쌀쌀맞아졌네. 예전에는 그렇게 나긋나긋하더니 말야, 안 그러냐? 하하하하~~”


휘신이 일부러 웃음을 터뜨리자 여학생들과 준이 따라서 억지로 웃었다. 유명은 이 불편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가  됐다. 마야와 린 역시 어이없어하는 표정이었다.


“휘신이 너 자꾸 없는 이야기 할 거야? 내가 꼭 심한 말을 해야겠어?”


리아가 굳은 표정으로 슬며시 일어나 따지자 여학생들이 본능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인원수는 휘신 쪽이 2배 가까이 많은데 리아 혼자 모두를 상대하는 분위기가 됐다.


명색이 남자친구가 돼서 그냥 앉아있기 민망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유명은 마야와 린의 엉덩이를 탁탁 쳐주고 리아를 따라 일어섰다.

“상대가 거북해하는 말은 안 하는 게 예의 아닐까?”


그러자 휘신이 선뜻  걸음 다가오더니 깔보는 표정으로 눈을 부라렸다.

“네 놈이 예의를 따져? 기억을 잃더니 겁도 없어졌냐?”

“…….”

유명이 대답을 못한 건 처음 만났을 때처럼 겁이 나서가 아니라 자신보다 키와 덩치가  큰 휘신이 전혀 무섭게 느껴지지 않아 놀라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휘신은  반응을 다르게 받아들였다.


“크크크 그래그래~ 이래야 유명이 답지. 넌 예전처럼 혼자 다니면서 여기 쪼그만 애들이랑 노는 게  어울려.”

은하가 따지려고 일어서려는 걸 바구스가 얼른 잡아서 다시 앉혔다. 여자친구를 보호하려는 게 아니라 유명의 표정이 평소와 다르다는 걸 알아봤기 때문이다.

바구스만이 아니라 옆에 서있는 리아와 유리 그리고 마야와 린마저 유명의 표정과 자세에서 설명할  없는 뭔가를 느꼈다.


“여기 쪼그만 애들 내가 사랑하는 친구고 여기 큰 애들도 내가 사랑하는 친구야. 너도 뒤에 따라온 쟤들 아끼고 사랑하면 헛소리 그만하고 조용히 가라. 점심시간 얼마 안 남았잖아?”


휘신은 유명의 눈빛에 살짝 주눅이 들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어떤 남자든 심지어 어른들조차 이런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본 적이 없었다.

“너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구나? 학교 다니기 싫어? 내가 여기 온 이유가 뭔지 알고 지껄이는 거야?”


자신의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하게 하려고 휘신은 더 심하게 이죽거렸다. 그러나 뭐든지 처음이 어려운 법이다. 유명은 생전처음 느껴보는 야릇한 쾌감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 자신만만한표정에 주변 여자들 모두 동시에 숨을 삼켰다.

“이제야 날 제대로 알아보는구나. 내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건 맞아. 그러니  만나러 온 이유를 알 턱이 없겠지?”


“하하하하하하하하!!!”

침을 튀겨가며 대놓고 웃음을 터뜨리는 휘신의 반응에 유명은 속으로 조금 당황했다. 주먹을 휘두를까 싶어 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휘신이 과도하게 크게 웃자 뒤에 서있던 추종자들이 얼른 따라서 웃었다. 리아의 눈치를 보는 여학생들은 준이 나서서 억지로 웃게 만들었다.

그때 남자친구인 바구스와 함께 조용히 앉아있던 은하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더니 리아의 손에 쥐어줬다. 손수건을 건네받은 유명은 상대 쪽과 비교가 안 되는 친구들의 센스에 자신감이  충만해졌다.


“입은  가리고 웃어라, 얼굴에 침  튀잖아. 21세기에  침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역사시간에 안 배웠냐?”

유명이 언급한 역사를 기억하는 이는 바구스와 은하 뿐이었다. 둘은 웃음을 참느라 서로 쳐다보고 손으로 입을 가렸다. 이 행동이 휘신과  추종자들의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다. 만만하게 생각하는 애들이 자신들을 비웃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야, 박스! 너 죽고 싶어? 이게 어디서….”

휘신이 바구스에게 덤벼들려는 행동을 하자 눈치 챈 리아가 나서려는데 어느새 유명이 어깨를 잡고 있었다. 가볍게 쳐낼  있을 거라고 여기고 어깨를 슬쩍 빼려는데 꿈쩍하지 않자 휘신은 짐짓 당황했다. 유명이 노려보면서 말했다.

“무슨 짓을 하려는지 모르겠는데 그게 내 친구를 향한 것이면 하지마라.”

“너 이거 안 놔? 내가 지금 참고 있는   보여?”


그러자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유리가빨딱 일어나더니 끼어들었다.


“야 준! 너희 회장님 모시고 그만 가. 별 일 아닌 거 같은데 괜한 시비 걸지 말고 가줬으면 좋겠어.”

“오~ 유리유리~ 우리 회장님께서는 중요한 일로 오신 거야. 시비는 너희 쪽에서 먼저 걸어놓고 우리한테 뒤집어씌우면 안 되지~”

준은 더욱 재수 없는 말투와 행동으로 유리의 요구를 무시했다. 그를 따르는 여학생들이 키득 거리다가 리아의 눈치를 보더니 얼른 웃음을 삼켰다.

그때 뒤에서는 나서려는 린을 막느라 마야가 애를 먹고 있었다. 길에 작은 쓰레기 버리는 행위조차 반드시 따지고 드는 성격이라 휘신일행의 억지를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래, 그렇게 참으면서 만나러 온 중요한 이유가 뭔데? 어서하고 우리 좀 놔주라, 슬슬 지겹다.”

휘신은 주먹을 날리고 싶었으나 붙잡혀있는 어깨가 아파 꼼짝을 할  없었다. 그걸 추종자들 앞에서 내색할 수 없어 그냥 못이기는 척 넘어가기로 했다.


“좋아, 나도 너 상대하기 짜증나니까 볼 일 보고 가야겠다. 근데 너 보러 온 거 아니니까 저리 좀 꺼져있어라.”

살짝 머쓱해진 유명은 어쩔 수 없이 손을 놓았다. 당연히 남자인 자신을 만나러 왔을 줄 알았는데 지레짐작이었던 모양이다. 휘신은 어깨가 욱신욱신 거렸으나 최대한 아무렇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고개를 돌렸다. 리아는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몰라 긴장하는 듯 보였다.


“네 이야기라면 별로 듣고 싶지 않은데?”

리아가 먼저 치고 들어오자 휘신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음흉한 미소로 말했다.

“하하  종합격투기부에 가입신청하려는 것뿐이야, 부장이시니까 받아줘야지?”


휘신의 뜬금없는 말에 유명은 물론이고 다른 친구들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안  못 받아줘.”

리아가 단칼에 거절하자 뒤에 있던 준이 기다렸다는 듯이 앞으로 나서서 능글맞은 웃음을 실실 흘렸다.

“아아~ 리아선배 부장이라고 동아리가입을 막을 권한이 없을 텐데요? 우리 유리도 그건 잘 알고 있지?”


모두의 시선이 쏠리자 유리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콧방귀를 꼈다.


“알게 뭐야, 보기 싫고   들을 게 뻔한 애들은 안 받으면 그만 아냐?  정도도 못하면 부장을 뭐 하러 해?”


너무 명쾌한 답변에 유명과 친구들은 피식 웃었다. 그런데 휘신과 준의 얼굴에 동요되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흐흐흐~ 부장이라도 적법한 이유 없이 가입신청을 거부할 수 없다고, 몰·랐·어?”


휘신은 유명을 보고 말끝에 힘을 줬다. 그런데 리아가 콧방귀를 끼더니 가볍게 받아 넘겼다.

“휘신이 넌  적법한 이유가 있잖아? 네가 우리 종합격투기부에 무슨 짓을 했는지 지금 떠올리게 해줘?”

모르는 일이라 너무 궁금했다. 그렇다고 지금 물을  없는 노릇이라 유명은 휘신의 반응을 기다렸다.

“크크큭 그렇게 나올 줄 알았어, 내가 그 정도도 안 알아보고 왔을까봐? 리아 너 날 너무 무시하는  아냐? 그래도 명색이  남자친구를 이렇게 대하면 안 되지?”

“내가 오해할만한 이야기 하지 말라고 했지?”


리아는 진짜 한 대  것처럼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휘신을 노려봤다. 그때 다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어이 휘신, 너 종합격투기부에서 여학생 강제로 범하려다 리아에게 죽도록 얻어터진 영상 아직 남아 있는 거 모르나 보다?”


바구스의 손에 들려진 휴대폰에서 홀로그램으로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그 영상은 유명이 잘 아는 여학생이 휘신에게 도복이 벗겨진  강제로 펠라티오를 시키는 상황이었다.

유명과 친구들은 물론 휘신의 추종자들조차 처음 보는 영상인지 모두 경악에 찬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박스 이 자식! 네가 그 영상을 어떻게… 이리 내놔!!”

휘신이 바구스에게 달려들려는 찰나 홀로그램에서 리아가 나타나 휘신을 두들겨 패기 직전의 상황이 재생되고 있었다.

휴대폰을 뺏으려는 휘신의 손짓을 피하려다 바구스는 그만 휴대폰을 놓치고 말았다. 그 때문에 홀로그램이 꺼졌는데 땅에떨어진 휴대폰화면에서는 휘신이 리아에게 무자비하게 얻어맞는 장면이 이어지고 있었다.

휘신의 추종자들은  장면을 보지 못했으나 유명은 똑똑히 봤다. 그런데 그 흥미진진한 장면에 집중하느라 휘신이 휴대폰을 밟아버리는 걸 미처 막지 못했다.

와그작

“너 뭐하는 짓이야?!”

진짜 화가 난 유명이 휘신의 어깨를 확 밀쳤는데 하필 좀 전에 붙잡았던 그 어깨였다.

“아악! 이…  새끼가!!”

바구스 때문에 치솟았던 화가 유명의 행동으로 터져버린 휘신이 있는 힘껏 주먹을 휘둘렀다. 그의 엄청난 덩치는 단순히 근육만 뭉쳐진 것이 아니었다.


부우우웅

바람 가르는 소리가  정도로 휘신의 주먹은 무시무시했다. 오직 리아만이 그 궤적을 쫓아갈 수 있었는데 놀랍게도 유명이 상체만 뒤로 살짝 젖혀 아주 가볍게 피해버렸다.

“딱 걸렸어, 휘신이 네가 먼저 주먹 휘둘렀지? 내가 다 찍어 놨지롱~”


유리가 휴대폰을 들고 혀를 쏙 내밀었다. 그러자 준이 눈치 없이 끼어들었다.

“아니아니 유리~ 휘신선배님이라고 불러야 한다니까~”

“입 좀 닥쳐 새끼야아!!”

기습적으로 휘두른 주먹이 허공을 가른 것이 믿기지 않아 당황하던 휘신은 눈치 없이 나선 준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유명이 침착한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

“너 이 영상 뭐야? 하나에게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어?!”

“영상? 무슨 영상? 누구? 하나? 하나가 누군데? 무슨  있었어?”


대놓고발뺌하는 휘신의 행동에 유명과 친구들은 할 말을 잃었다. 그는 유리가 촬영하고 있다는  의식하고 있는  분명했다.


“이 쓰레기 같은 새끼 똑바로 말 안 해?!!”


유명이 진심으로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자 여자들이 깜짝 놀랐다. 끼어들려고 발버둥 치던 린과 그걸 말리던 마야까지 굳어버릴 정도로 낯선 모습이었다.


“뭐?  거지새끼가 어따대고!!”


유명의 멱살을 와락 잡았던 휘신은 유리가 촬영하고 있다는 걸 재확인하고서 얼른 손을 놓더니 뒤로 물러났다.

“또 치게? 너 교칙 잘 아는  같은데 쳐봐, 어서!”

유명이 얼굴을 내밀고 가까이 다가가자 준이 얼른 중간에 끼어들었다. 휘신은 끌려가듯이 물러나면서 선언하듯이 외쳤다.

“유명이   새끼 죽었어! 좋아, 교칙대로 이번 체육대회에서 널 밟아주마! 그때 가서도 이럴  있는지 두고 보자. 도망갈 생각 하지 마, 알았어?!!!”

 상황이 전교생에게 동영상으로 퍼져나가는 데 불과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다음 59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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