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화 〉(56화) 8. 준비
(제 56 화)
“이거 대장님의 음모 아냐?”
유명과 만나기로 약속한 학생회관 쪽으로 가는 중에 참다못한 린이 짜증을 냈다. 마야 역시 같은 의심이 들었으나 그러기엔 교장의 행동이 뭔가 이상하다.
“내 생각엔… 그냥 교장의 장난 같은데? 우리 반응 보면서 좋아하는 거 봤잖아?”
“글쎄… 그 상황에서 좋아하는 게 이해되니?”
린의 반문대로 이해는 안 되지만 교장의 활짝 웃는 얼굴에 악의가 없는 것은 분명했다. 마야는 교장의 행동에 여전히 의문이 들었다.
“우리가 온 걸 좋아하지 않았어? 우리보고 우수한 경찰이라고 했잖아?”
“그러니까 교장은 대장님이 시킨 대로 한 게 분명하다니까! 둘이 개인적으로 친한 사이라잖아?”
린의 주장이 맞다고하면 대부분의 의문이해소된다. 하지만 지구대장이 종잡을 수 없는성격이긴 하나 개인감정으로 일을 처리할 여자가 아니란 건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린 우리 마음대로 해석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 내일부터 당장 일을 시작해야 하니까 일단 시키는 대로 하면서 알아보자.”
마야가 걸음을 멈추고 진지하게 이야기하자 린은 잠깐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우리 짐작이 사실이 되는 건 아니니까.”
“맞아, 우린 경찰이잖아 증명은 증거로!”
“그래!”
힘찬 대답과함께 마야가 손을 내밀자 린도 씽긋 웃으면서 손을 맞잡았다. 무슨 일이든 둘이 함께라면 힘들 게 있겠는가.
“어이~ 예쁜 누나들, 좋아하는 걸 보니까 우리학교에서 일하게 됐나봐?”
여기서 준이 등장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마야와 린은 살짝 짜증이 났다. 최소 4살은 어린 녀석이 능글맞게 구는 것도 싫지만 신경을 건드리는 목소리가 특히 거북했다.
“그래 일하기로 했어.”
마야는 최대한 싫은 내색을 안 하려고 노력하면서 린의 손을 잡고 멀리 보이는 학생회관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보안요원이라고 했지? 누나들 경찰이야?”
둘은 속으로 뜨끔했으나 겉으로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린이 새침한 표정으로 힐끗 쳐다보면서 말했다.
“우리처럼 예쁜 경찰도 있어?”
“아~ 경찰 아냐?”
경찰이 아니라는 데 표정이 밝아지는 이유가 뭘까.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으나 증거가 중요하다고 다짐한 직후라 마야와 린은 눈길을 주고받은 뒤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상대는 중학생이 아닌가.
“근데 왜 자꾸 따라다녀?”
노려보는 린의 눈초리는 어딘가 무서운데 마야는 금발벽안이라 그런지 흘겨보는 모습조차 귀엽고 섹시하다. 준은 특유의 능글맞은 미소와 손짓을 동원했다.
“당연히~ 누나들의 아름다움에 반했기 때문이지~ 앞으로 자주 볼 텐데 친하게 지내면 좋잖아?”
경찰로 일하면서 별의 별 사람을 다 만나봤지만 준만큼 느끼하고 재수 없는 남자는 처음이다. 마야와 린은 서로의 손을 꽉 움켜쥐고 인내심을 총 동원해 참았다.
“마야, 린! 왜 이렇게 늦었어?”
천상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유명의 목소리가 이렇게 그윽하고 다정하고 섹시하다는 걸 마야와 린은 새삼 깨달았다.
“유명아~”
“유명!”
옆에 리아와 함께 처음 보는 여자 흑인여자가 있었으나 마야와 린은 너무 반가운 마음에 그냥 유명에게 달려가 안겼다.
“어? 뭐야……??”
두 미녀가 다른 누구도 아닌 유명에게 포옹과 키스를 퍼붓는 모습을 보고 준은 놀라기보다 걱정부터 앞섰다. 이 사실을 휘신이 알게 되면 뭐라고 할지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때 리아와 눈이 마주쳤다.
“넌?”
“아… 안녕하세요.”
감정이 잘 드러나는 단점이 있어 인사하는 준의 표정과 행동이 어색했다. 그걸 놓치지 않은 마야가 리아에게 물었다.
“리아 쟤 아는 애야?”
“응 준이라고 4학년인데… 그냥저냥 아는 사이야, 언니는 쟬 어떻게 알아?”
리아의 반문에 린이 의심스런 눈초리로 준을 흘겨보며 말했다.
“아는 게아니라 본관건물 앞에서 처음 만났어. 휘… 뭐라는 이상한 이름의 대표남학생이랑 둘이 우리 헌팅하더라구.”
모두들 상황을 바로 이해했다. 마야와 린의 엉덩이를 떡 주무르듯이 만지는 엉큼한 손짓과 어울리지 않는 근엄한 목소리로 유명이 말했다.
“너 휘신이 후배지?”
“네? 아… 네에….”
준은 얼른 자리를 피하고 싶어 머리를 굴렸다. 그때 그 머리를 정지시키는 인물이 뒤에서 나타났다.
“어? 준, 너 여기서 뭐해?”
“유…유리! 하하하 넌 왜 여기에….”
유명의 여동생이니 나타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고 오히려당연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가장 어정쩡한 존재가 바로 준이었다.
“오빠랑 언니들 만나러 왔지, 너야 말로 여기 왜 있는데? 휘신이가 뭐 시켰어?”
“휘…휘신이라니! 유리~유리~ 아무리 너라도 회장님은 선배님이라고 불러야지.”
목소리가 갑자기 나긋나긋해지는 것에 여자들의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심지어 체육교사인 아이샤조차 표정관리에 실패했다.
“넌 나만 보면 이상한 소리 지껄이더라? 볼일 없으면 좀 꺼져줄래?”
유리는 침이라도 뱉을 것처럼 준을 노려보더니 순식간에 표정을 바꿔 오빠에게포옹과 키스를 퍼부었다.
“하하 나의 유리~ 그럼 내일 보자, 안녕~~”
끝까지 자신의 스타일을 지키는 모습이 사뭇 대단하다. 유명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캐릭터의 등장에 잠깐 멍했다 품에 안겨있는 여동생에게 물었다.
“유리 너 저 자식이랑 어떤 관계야? 그냥 같은 학년이라 아는 사이 아닌 거 같은데?”
오빠가 발끈해서 물어보는 게 재미있는지 유리는 콧대를 세우고 잘난 척했다.
“나 좋다고 따라다니는 남자야. 좀 재수 없지만 나름 규모 있는 남학생클럽 부회장이지.”
“뭐?!”
남매의 귀여운 대화에 여자들이 즐겁게웃었다. 그때 린이 뒤에 조용히 서있는 아이샤를 의식하며 물었다.
“유명아 이 분은 누구셔?”
“아 서로 인사해. 여긴 우리나라 최고미녀경찰 마야와 린, 여긴 우리나라 최고미녀선생님 아이샤.”
남자친구의 과장된 칭찬에 얼굴이 새빨개진 세 여자는 엉거주춤 90도로 인사했다. 그 어색한 모습에 유리와 리아가 큰 웃음을터뜨렸다.
*****
“와하하하하하하하~~!!”
유명이 배를 잡고 뒤로 넘어갈 정도로 웃어재끼자 마야와 린은 동시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길안내를 맡은 아이샤조차 웃음을 참지 못했다.
“푸흣… 그만 웃어 유명아, 마야랑 린 기분을 생각해야지.”
“말리는 언니가 더 싫거든!”
어느새 아이샤와 친해진 마야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린은 우는 것처럼 어깨까지 들썩였다. 아이샤가 둘의 어깨를 다독이면서 언니다운 다정한 목소리로 달랬다.
“우리 교장선생님이 좀 재미있는 분이야. 악의는 없는 게 분명하니까 기분 풀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경찰인 우리한테 어떻게 청소를 시켜?”
린이 고개를 빨딱 들면서 울부짖듯이 소리치자 유명이 다시 뒤로 넘어갔다.
“푸하하하하하하하하~~~!!!”
“이이잉… 유명이 너 미워!!”
울상이 된 마야가 유명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퍽퍽 치며 원망했다. 일행은 마야와 린이 사용할 숙소가 있는 복지관 건물로 향하는 중이다.
“참 유리와 리아는 집에 잘 갔대?”
선생님 아니랄까봐 아이샤가 제자들을 챙겼다. 유명은 겨우 웃음이 가라앉히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하 응, 엄마가 잘 데리고 간다고 답신 왔어 아하하하~”
“유명아 너 오늘 우리랑 학교에서 잘래?”
마야가 유명의 팔짱을 끼더니 언제 원망했냐는 듯 생글거렸다. 그러자 린까지 반대편에 팔짱을 끼고 활짝 웃었다.
“그래, 낯선 방에서 자는 우릴 유명이가 지켜주는 거 멋있잖아?”
“너희 둘 경찰이라며, 누가 누굴 지켜?”
아이샤의 지적에 두 미녀경찰이 동시에 째려봤다. 그러자 유명이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정확하게는 전직경찰 아냐? 이제 청소부잖아?”
둘의 엉덩이를 터질 듯이 움켜쥐고 장난을 친 유명은 얼른 앞으로 내뺐다. 마야와 린이 소리를 지르며 뒤쫓아 갔다.
“야아! 거기 안 서?!”
“유명이 너 잡히면 죽었어!!”
이번에도 쫓고 쫓기느라 복지관 건물에 순식간에 도착했다. 세 명을 가뿐히 따라잡은 아이샤가 안내해준 덕분에 길을 헤매지는 않았다.
“와~ 여기 시설 진짜 좋다~”
특급호텔 수준의 복지관에 들어선 마야는 감탄부터 흘렸다. 교직원전용 건물이라 그런지 안내나 관리하는 직원은 보이지 않았다.
“둘이 저쪽에 가서 신분증명하면 방 배정 해줄 거야.”
아이샤가 가리킨 곳은 중앙 홀 기둥에 마련된 단말기였다. 익숙한 기기라 마야와 린은 각자 신분을 확인한 뒤 바로 정해진 숙소로 올라갔다.
경찰서기숙사처럼 2인용인 숙소는 평범한 호텔 방보다 2배는 넓어보였다. 퀸 사이즈의 침대가 나란히 놓여있었고 티 테이블과 의자까지 있는 멋진 발코니에 각종 편의시설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다.
“여기 너무 좋은 거 아냐? 세금 이렇게 낭비해도 되나?”
린이 질투 섞인 감탄을 늘어놓자 아이샤가 가볍게 웃으며 설명했다.
“후후 이 복지관은 세금이 아니고 기부금으로 지은 거야. 이 학교출신 독지가가 거액을 기부했거든.”
“그래? 와…! 이 정도 건물이면 엄청난 금액일 텐데?!”
유명이 깜짝 놀라며 감탄을 터뜨리자 설명해준 아이샤가 얼굴을 살짝 붉혔다. 그 의외의 반응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따로 운송시켰던 짐들은 이미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여기저기 둘러보던 둘은 마지막으로 각자의 침대에 몸을 던졌다. 마야가 한숨을 크게 내쉬고 말했다.
“하아… 이렇게 좋은 방에 지내면서 청소나 해야 하다니….”
마야의 한탄에 이어 린이 한숨을 푹 내쉬더니 투덜댔다.
“청소부라고 남학생들한테 시달릴 거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해….”
아이샤와 함께 웃음이 터지려는 걸 겨우 참아낸 유명이 침대 가운데로 슥 들어가더니 마야의 침대에 걸터앉아 린의 침대에 다리를 얹고 말했다.
“그럼… 내일부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예쁘고 섹시한 청소부가 되는 거지?”
“너… 진짜!”
마야가 발끈하더니 유명의 목을 감싸서 뒤로 넘어뜨렸다. 린이 잽싸게 일어나 유명에게 몸을 날렸다.
“유명이 너 좀 전에 우리 놀렸지?”
둘이 유명에게 달려드는 걸 보고 아이샤는 어떻게 해야 될지 살짝 망설였다.같이 어울리고 싶은데 아직 어색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럼 난 이만 가볼게, 다들 좋은 시간 보내~”
아이샤가 방을 나가려고 하자 유명이 얼른 불러 세웠다.
“어디가?”
“응? 난 퇴근해야지….”
유명은 마야와 린을 양쪽에 끼고 일부러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나 놔두고?”
“……….”
이유는 단지 어색함뿐이라 아이샤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못했다. 문득 유명이 자신을 더 잘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이리와, 아이샤도 내 여자잖아?”
“언니 이리와요, 함께 어울려요.”
활짝 웃으며 손을 뻗어주는 마야의 행동에 아이샤는 가슴이 뭉클했다. 자신보다 한참 어린 애들인데 어떻게 다들 자신감이 넘칠까.
“에이 언니가 이러니까 우리도 어색하잖아요, 어서요~”
린이 일어나 폴짝 뛰어와서 팔짱을 끼고 끌어당겼다. 아이샤는 피식 웃더니 점퍼를 벗어 던지면서 말했다.
“종합격투기부 참관 갔을 때 유명이가 갑자기 흥분하는 바람에 화장실에서 한번 해서 난 빠지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네, 나야 좋지 뭐~”
“뭐어?! 그런 거야?”
어색한 분위기 바꾸려고 하는 말인 걸 다 알면서 마야는 진짜 놀라는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린이 눈치껏 장단을 맞춘다.
“언니 가! 괜히 붙잡았네. 우린 아침에 정액 조금 삼킨 거 말고는 지금까지 못 했거든?”
“어? 난 아직 유명이 정액 못 삼켜봤는데? 그럼 그것만 좀 해보고 갈게, 그럼 괜찮지?”
아이샤가 선뜻 스포츠브라를 벗어던지고 유명에게 다가서자 마야와 린이 서둘러 옷을 벗더니 엉덩이로 막고 나섰다.
“그런 게 어딨어? 어서 막아 링!”
마지막 남은 레깅스를 훌렁 벗어 내린 아이샤가 막아서는 마야와 린을 가볍게 밀쳐버리고 유명에게 안겼다.
“어어? 무슨 여자가 힘이 이렇게 세?!”
“와~ 역시 청소부들은 체육선생님 상대가 안 되는구나~”
유명의 말에 침대에 널브러진 마야와 린은옷을 벗다 만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이샤는 이 상황이 너무 재미있고 유쾌해서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아하하하하하~~~”
거대한 젖가슴을 출렁이며 기분 좋게 웃는 아이샤의 모습은 유명에게 큰 흥분을 선사했다. 양옆에 옷을 하나하나 벗는 마야와 린 역시 참을 수 없는 자극이다.
우연히 함께하게 된 3색의 여자들 그리고 대피소와 화장실에 이은 세 번째 섹스. 유명은 자신의 이 끊임없는 정력과 성욕에 감사하며 갈색피부의 아이샤에게 먼저 키스를 퍼부었다.
(다음 57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