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6화 〉(55화) 8. 준비 (56/130)



〈 56화 〉(55화) 8. 준비

(제 55 화)



“쨘! 드디어 도착!”


택시에서 내린 린은 동서울중학교 교문을 바라보고 감격스런 표정을 지었다. 마야도 그 옆에 서서 활짝 웃었다.


“꺄~ 드디어 유명이랑 같은 학교 다닌다!”

“다니는  아니지, 우리가 지켜야지!”


“링~링~ 우리도 교복 맞출까? 너나 나 정도면 여중생들 정도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잖아?”


속이 비치는 타이즈경찰복을 당당하게 입고 다닐 정도로 몸매가 출중한 마야와 린이 교복차림으로 나서면 여중생이 아니라 연예인마저 상대가 안 된다.

“하아…  유명이랑 섹스하는 거 말고다른데 관심 없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학교로 들어가 버리는 린을 따라가며 마야가 따졌다.

“내가 뭐? 너도 이렇게 기대에 찬 이유가 유명이 때문이잖아? 사랑하는 남자랑 같은 학교 다닌다고 상상해봐! 유리랑 리아 안 부러워?”

린은 가슴이 쿵 흔들렸다. 말을 꺼낸 마야와 마찬가지로 자신 역시 중학생 때 변변한 연애조차 못해본 입장이라 당연히 부럽다. 그러나 비밀임무를 부여받은 경찰로서 지켜야할 최소한의 의무가 있지 않은가.

“지금 임무가 중요해, 아니면 애들 따라하는  중요해?!”

맞는 지적이라 뭐라 할 말이 없다. 그런데 말투가 너무 얄미워 앞서가는 린의 출렁출렁 엉덩이를 마야가 냅다 차버렸다.


“요 애늙은이 같은 계집애! 어디 유명이 앞에서 그렇게 잘난 척  수 있나 두고 보자!”

“꺄아아악! 이 년이!!”

마야와 린은 그 육감적인 몸매를 장난치는데허투루 사용했다. 눈이 부시는 두 미녀가 풍만한 젖가슴과 엉덩이를 음란하게 출렁거리며 쫓고 쫓기는 모습은 하교하는 남학생들에게 뜻밖의 선물이었다.

“헉헉헉 이 끈질긴 계집애… 그만 좀 쫓아와! 헉헉헉헉….”

“헉헉헉헉 마야 너… 언제 이렇게 빨라졌어? 하우우우… 헉헉헉….”

둘은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 나올 정도로 힘들어했으나 덕분에 넓은 교정을 단번에 돌파해 목적지인 본관에 도착했다.

“하악… 유명이… 허우우… 아직 학교에 있겠지? 헉헉… 오늘 리아랑 같이 종합격투기부에 간다고 했으니까….”


마야의 말에 린은 근처 벤치에 털썩 주저앉더니 가쁜숨을 헐떡였다.


“으응… 후우우… 맞아 그랬어…, 아직 학교에 있을 거야 허윽 잠깐만….”


린은 자신의휴대폰을 꺼내 유명이 어디 있는지 찾았다. 이제 연인사이라 연동된 계정으로 서로의 위치 정도는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마야가 린 곁에 앉더니 화면을 확인했다.


“아직 있다, 전화해봐.”


“그럴까?”


린은 통화버튼을 누르면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이 두근거림이 마야 잡겠다고 뛰어 다니느라 숨이 차오른 때문이 아님은 분명했다.

“안 받아?”

“……….”


“이리 줘봐.”


“어 야?!”

마야는 적잖이 실망하는 린을 위해 일부러 폰을 뺏어 영상메시지를 켰다. 그리고 린의 옆구리를 푹 찌른  폰을 들고 활짝 웃었다.

“유명아~ 우리 어디~게?”

자리에서 일어나 학교본관을 배경으로 눈을 찡긋하더니 앉아있는 린을 확 잡아당겼다. 린도 얼른 표정을 풀고 쌩긋 웃었다.

“안녕~ 당신의 새 여자 린입니다! 우리가 드디어 학교에 왔습니다~”

“웬 높임말? 후후 이제 교장선생님을 만나러 갈 거야. 운동 중인가 본데 언제 끝나?”

마야의 말에 실망할 일이 아니란 걸 뒤늦게 깨달은 린이 진심으로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교장선생님한테 인사만 드리면 되니까 우리는 빨리 끝날 거야, 집에  때 같이 가자!”

“링? 우리 숙소도 확인해야 하고 할  많이 남았어.”

“그런가? 아무튼 나중에 우리 꼭 만나고 가야해 알았지? 이따 봐~ 쬬옥~~”


“링! 전에 전화기에 뽀뽀한다고  구박하지 않았어? 이럴 알았어! 이따 봐 유명아~ 쬭!”


마야와 린은 자신들의 젖가슴을 뭉쳐서 흔드는 장면을마지막으로 전송버튼을 눌렀다.

“어이~ 예쁜 누나들~”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도 불구하고 마야와 린은 자신들이라고 생각지 않고 그냥 본관 건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자  남학생이 앞을 막아섰다.

“어이어이 우리학교 대표남학생이신 휘신선배께서 부르시잖아?”


좀 마르긴 했으나 훤칠한 키에 반듯하게 생긴 남학생이 고개를 까딱하며 반대쪽으로 가리켰다. 뒤를 돌아보자 휘신이 거만한 표정과 자신만만해하는 자세로 서있었다.

“대표남학생이 뭐야? 학생대표랑 다른 거야?”

마야가 묻자 린이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어? 너희동네는 대표남학생문화가 없었어?”

“응. 다 사돈에 팔촌이라 남학생들끼리 툭하면 싸우기만 했지 대표나 그런 건 다 여학생들이 했어. 근데 쟤 덩치 보니까 싸움  하겠는데?”


단단한 체구라고 생각한 유명보다 어깨 하나는  있는 휘신의 체격을 마야와 린이 훑어보자 옆에 있던 남학생이 눈치껏 끼어들었다.


“하하 우리 예쁜 누나들도 보는 눈이 있네.  멋진 분께서 마음에 들어 하시는 거 같은데 우리가 학교구경 시켜줄까?”


생긴 건 멀쩡한데 이상하게 말투가 거슬린다.

“제안은 고맙지만 우린 일 때문에 온 거라 좀 바빠, 다음에 보자~”


연인의 동급생들 같아 마야는 되도록 친절하게 대하려고 애썼다. 억지로 미소까지 지어주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다시 남학생이 막아섰다.

“하하하 뭐가 그렇게 급해? 대표남학생이 관심을 가져주는 게 어디 흔한 일인 줄 알아?”


만에 하나 마야와 린이 유명의 여자친구가 아니었다면 관심을 가졌을지 모른다. 그만큼  남학생의 외모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안, 누나들이 여기 보안요원 되려고 온 거거든? 그러니까 다음에 보던지 안 봤으면 좋겠다, 잘 가~”

린이 씽긋 웃더니 어깨를 다독여주고 마야와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리자, 말을 걸었던 남학생은 휘신에게 돌아와 비굴한 표정을 지었다.

“예쁘다고 무지 튕기는데요?”


“뭐하는 년들인데 튕겨?”

헌팅을 실패한 걸 탓할 줄 알았는데 섹시한 여자들이라 휘신이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보안요원 되려고 왔답니다.”

“보안요원? 그럼 경찰 아냐?”


경찰이라는 말에 남학생의 표정이 확 구겼다. 그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휘신의 팔을 당겼다.

“그냥 가시죠, 회장님이 뭐 부족해서 나이많은 경찰년들이랑 어울립니까?”


“어이 준, 내가 뭐 죄진 거 있어? 경찰은 여자 아냐?저렇게 섹시한 경찰 코앞에서 본  있어?”

“그…그렇긴 하지만….”

틀림없는 사실이라 준은 마지못해 수긍했다. 휘신이 걸음을 옮기면서 툭 내뱉었다.


“쟤들에 대해  알아봐.”


다른 누구도 아닌 휘신의 지시를 준이 마다할 수 없다. 그는 다시 비굴한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숙였다.

“네, 알겠습니다.”


*****



샤워를 끝내고 옷을 갈아입는 내내 종합격투기부 부원들을 들뜨게 만든 화제의 주인공은 부장인 리아나 체육교사인 아이샤가 아니라 놀라운 움직임을 보여준 유명이었다.

남자친구라서 봐준 거라는 의견이 많았으나 나래차기 이후 이어진 리아의 파상공격은 부원들조차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 그걸 다 피해냈다는 사실은 화제가 되기 충분하다.


멀리 리아와 아이샤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는 신비한 남학생을 바라보며 부원들은 앞으로 함께 운동하게 될 거라는 기대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부원들이 자신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는지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유명은 교복으로 갈아입다 영상메시지가 온 것을 확인하고 무심코 실행시켰다.

“유명아~ 우리 어디~게?”
“안녕~ 당신의 새 여자 린입니다! 우리가 드디어 학교에 왔습니다~”

마야와 린의 발랄한 모습이 홀로그램으로 나타나자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이는 아이샤였다.

“얘들은…?”

홀로그램에서는 두 여자가 학교본관 건물을 배경으로 만담을 주고받고 있었다. 유명이 고개를 끄덕이고 마야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금발머리가 마야고 이쪽이 린, 둘이 단짝동료에 친구사이야.”


마야와 린이 뽀뽀를 던지고 터질 듯이 풍만한 젖가슴을 흔드는 모습을 뒤에서 훔쳐보던 하나가 당황한 표정으로 말을 더듬었다.


“유명선배… 이 예쁜 언니들 누구예요? 무슨 사인데요?”

“어? 그…그게….”

하나의 진심을우연찮게 알아버린 터라 유명이 제대로 대답을 못하자 리아가 나서서 일부러 냉정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이  언니는 납치됐을 유명이를 처음 발견한 경찰이야. 나처럼 둘 다 유명이 여자야.”

경찰이라는 말에 반응을 보인  하나가 아니라 아이샤였다. 홀로그램은 이미 꺼졌으나 둘의 미모와 몸매를 확인하는 데는 충분했다.

“지금 만나러갈 거니?”


아이샤의 질문에 하나의 표정이  엉망이 됐다. 은근슬쩍 함께 어울리는 분위기였는데 두 미녀경찰의 갑작스런 등장으로 찬밥신세가 될게 뻔했기 때문이다.

“응 그러려고, 아이샤…선생님도 같이 가실 거죠? 이제 같은 교직원인 셈이잖아요?”

“그럴까?”

유명은 옆에 있는 하나를 의식해 슬쩍 높임말로 바꿨다. 아이샤는 레깅스에 엉덩이를 집어넣으며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정식으로 사귀기로 한 여자의 자신감이란 이런 것이다.

부장은 존경하고 사랑하니 그렇다 치고 미녀경찰이 둘이나 등장해 정신이 없어 죽겠는데  까만돼지는 왜 유명에게 교태를 부리는 것인가. 다리 풀어준다는 핑계로 서로 만지다 섹스라도   아닐까.

온갖 추측과 오해를 거듭하다보니 머리가 더 복잡해졌다. 하나는 자신의 일편단심 순정이 오늘로 막이 내리는 게 아닐까싶어 안달이 났다.

이럴 줄 알았으면 거절을 당하더라도 본인에게 고백할 걸 후회막급이다. 부장이 화장실에서 자위하고 있을 줄 어떻게 예상한단 말인가, 하나는 심란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유명의 살 냄새를 있는 힘껏 들이켰다.




*****


“오, 어서와요~”

교장은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서는 마야와 린에게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하고 활짝 웃었다. 이렇게 반갑게 맞아 줄줄 몰랐던 둘은 사복차림이지만 정식으로 경례까지 했다.


“순경 마야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순경 린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교장은 2차성징을  한 여성답지 않게 뚱뚱해 보일 정도로 굉장한 몸매의 소유자였다. 마야와 린은 자신들을 전출시킨 지구대장 보다 풍만한 일반여성을 처음 본다.


“자자 이쪽으로 앉아요. 내가 둘이 온대서 맛있는 차 준비해놨어.”

말투는 물론 표정까지 친근해 마야와 린은 바로 긴장이 풀렸다. 사실상 직속상관인 셈인데 이렇게 격의 없이 대해주면 부하로서 마음이 훨씬 편해진다. 둘이 소파에 나란히 앉자 교장은 직접 차를 타서 내어왔다. 은은하게 퍼지는 차향이 긴장을 더 풀어줬다.


“이렇게 반갑게 맞아주셔서 고맙습니다, 교장선생님.”


교장이 내미는 찻잔을받아들고 마야가 활짝 웃으면서 인사하자 린도 예의바르게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교장선생님.”


“뭘 이런 걸로 그래,  분 같이 우수한 경찰이 학교로 와줘서 내가 고맙지~”

학교의 규모와교직원의 수에 비례하여 최고책임자인 교장의 권한이 한정된다. 국립학교라 권한이 절대적이지 않지만 막대한 예산을 주무르는 중요한 위치라는 점은 틀림없다.


더구나 기업으로 치면 CEO에 해당하는 교장이 말단 직원에 가까운보안요원들을 이렇게 존중해줄 정도면 다른 면은  것도 없다. 환담을 주고받던 중 적절한 순간에 마야가 물었다.

“저흰 어디에 배치되나요?”


“어디에서 근무하고 싶어요?”

교장의 반문에 마야와 린은 적잖이 놀랐다. 사전에 정해진 곳에 배치될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린이 조심스럽게 다시 물었다.

“저흰 보안요원으로 근무하는 줄 알았는데요?”


“아~ 지구대장이란 저하고 개인적으로 아주 친한 사이예요. 두 분이 무슨 임무로 여기 온 건지 잘 알아요.”

마야와 린은 의미심장한 눈길을 주고받았다. 이렇게 되면 유명의 실종사건을 대놓고 수사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마야가 기대에 찬 표정으로 물었다.

“현재 학교보안은 교육청과 계약한 업체가 맡고 있죠?”


“맞아요, 그래서  업체로 위장취업을 추천했는데 지구대장이 곤란하다고 하더군요.”

교장의 대답에 린이 뭔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그럼 저희들이 보안요원으로 근무할 수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음… 아무래도 그렇겠죠? 그래서 제가 두 분이 마음 놓고 수사할  있는 자리를 만들어 놨어요.”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어 단짝을 바라보니 역시 같은 생각인지 린의 얼굴이 굳어지고 있었다. 마야는 숨을 살짝 들이쉬고 넌지시 물었다.

“어떤… 자린데요?”


“학교 구석구석을 마음대로 다닐 수 있고  학생들과 아주 편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최적의 자리죠!”


뭔가 재미있어하는 표정인 교장의 대답에 마야와 린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 두근거림은 결코 기대에 의한 것이 아니었고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들어맞게 마련이다.

(다음 56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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