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화 〉(48화) 7. 도약
(제 48 화)
아이샤와의 섹스는 기대이상으로 짜릿하고 좋았다. 서로의 욕구를 솔직하게 드러낸 뒤 이어진 섹스라 다른 여자들과 다른 맛이 있었다. 더구나 흑인혼혈이라는 특별함까지 더해져 다음이 기대되는 그런 섹스였다.
그런데 자기여자들 앞에 딱 서니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기분이 왜 밀려드는 것일까. 정작 여자들은 학교를 나와 차를 타고 집에 도착할 때까지 아이샤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꺼내지 않았다.
‘괜찮을 줄 알았는데….’
생각대로 괜찮지 않았다. 미안한 마음인 줄 알았는데 뭔가 불안한 기분이 슬며시 피어오르는 것이 아닌가. 유명은 왜 이러는지 앞에 앉은 세아에게 묻고 싶었는데 여동생과 여자친구가 착 달라붙어있어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유리는 오빠에 착달라붙어서 그 큰 젖가슴을 계속 비비며 함께 훈련했던 이야기를 신나게 떠들었고, 리아 역시 세아와 함께남자친구 허벅지 위에 다리를 얹고 그 이야기에 맞장구치며 즐거워했다.
차를 타고 오는 내내 기분 좋게 웃고 떠드는 바람에 조금 옅어진 유명의 불안감은 집에서 기다리고 있던 마야의 눈부신 자태를 보자 바로 사라져버렸다.
“어?”
“유명아아~~”
마야는 현관에 들어서는 연인에게 폴짝 안기더니 환한 미소와 함께 키스를 퍼부었다. 단짝의 열렬한 모습을 보고 린이 옆에 있는 혜리에게 한마디 했다.
“마야 쟤 평소와 다른 거 혹시 아세요?”
“어머 그래? 평소엔 어떤데?”
연인과 격정적인 키스를 나누던 유명은 둘의 대화를 듣고 뒤늦게 린이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어? 린순경님 오셨네요?”
“후후 모른 척하는 줄 알았어~”
뒤따라 들어오던 다른 식구들이 어색하게 인사하는 린을 보고 궁금해 하자 혜리가 나섰다.
“다들 인사해, 여긴 마야씨 친구이자 단짝동료인 린씨. 여기는 이상한 아줌마 세아, 이쪽은 이상한 아줌마 딸이자 유명이 여자친구 리아, 여긴 내 딸이자 유명이 여동생 유리.”
혜리에게 눈을 살짝 흘긴 세아가 린을 보고 활짝 웃더니 손을 내밀었다.
“반가워요, 이상한 아줌마 세아예요. 딸에 이어 곧 유명이 여자가 될 예정이니까 우리 앞으로 잘 지내요.”
“예에… 반갑습니다… 린이라고 해요.”
세아의 자기소개에 당황하는 린의 반응에 다들 큭큭 거렸다. 리아가 엄마를 달랑 들어 옆으로 옮기더니 백치미 가득한 미소로 인사했다.
“마야언니랑 같이 유명이 도와주신 그 순경님이시죠? 이상한 아줌마 딸 리아라고 해요.”
“으응… 반가워, 앞으로 잘 부탁해.”
린은 말로만 듣던 리아를 직접 보게 되자 속으로 적잖이 놀랐다. 16살의 미모와 몸매가 이 정도일 줄은 예상 밖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쑥 끼어드는 유리를 보고 다시 놀랐다.
“부탁은 저한테 하셔야죠, 전 이 불한당 같은 오빠 친여동생이거든요?”
“아… 미안… 잘 부탁해 유리야.”
마야가 귀여운 여동생 생겼다고 수차례 자랑한 적이 있어 친근하게 여겨지긴 하는데 리아와 쌍벽을 이루는 굉장한 매력 앞에린은 살짝 주눅이 들었다.
여동생과 여자친구가 린과 인사를 나누는 사이 유명은 마야에 이어 혜리와 뜨거운 키스와 애무를 나눴다. 음란하고 어수선한 인사가 끝나자 모두 거실소파로 자리를 옮겼다.
린까지 더해지니 그 넓은 거실이 꽉 차 보였다. 6명의 미녀가 자신을 중심으로 앉아있는 광경은 유명에게 굉장한 만족감을 선사했다.
여기에 오늘 먹은 아이샤까지 있으면 완벽한 그림이 된다는 기분 좋은 생각에 젖어드려는 찰나 학교에서부터 자신을 괴롭히던 그 불안감이 다시 떠올랐다.
‘이거 대체 이유가 뭐지…?’
너무 빠른 시간에 여러 여자를 안게 된 때문일 거라는 짐작이 들었으나 이런 생각은 이미 여러 차례 고민했던 것이고 이미 이겨낸 문제가 아니던가. 괜한 자격지심이 아닐까 생각하려는데 여동생의 목소리가 귀에 쑤욱 들어왔다.
“엄마엄마! 오늘 이 바보오빠가 학교에서 발정 난 흑인여자한테 홀딱 넘어가버렸다?”
“아! 발정 났다고 해서 미안하다니깐!”
세아가 짜증난 표정으로 발을 동동 구르고 그걸 리아가 재미있어 하는 걸 보고 혜리가 아들에게 물었다.
“유리가 뭐라는 거야? 발정 난 흑인여자라니?”
“혹시 유명이 납치한 범인 아냐?”
마야가 뜬금없이 심각한 표정으로 끼어들자 린까지 깜짝 놀라더니 엉덩이를 들썩였다. 장난 쳐놓고 좋아하는 유리를 노려보면서 세아가 말했다.
“그런 게 아니구… 우리학교에 아이샤라는 무지 섹시한 체육교사가 있는데 그 선생님이 흑인혼혈이거든.”
세아의 설명에 마야와 린의 표정이 바로 풀렸다. 그때 혜리가 딸의 엉덩이를 아주 찰지게 한 대 때렸다.
짜악!
“꺄아아~!”
“요게 식구들 오해하게 어디서 앙큼한 고자질이야!”
다시 엉덩이를 때리려는 엄마를 피해 유리는 얼른 2층으로 도망가 버렸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백치미 가득한 얼굴로 생글생글 웃고만 있는 리아에게 마야가 넌지시 물었다.
“그 흑인체육선생님하고 유명이랑 무슨 일 있었어?”
“어? 아… 그 아이샤선생님이랑 섹스했대.”
“그래? 근데 유리가 왜 고자질 한 거지?”
이 세계에 와서 처음 만난 여자이자 자신의 첫사랑이고 첫 여자인 마야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자 유명은 뭔가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 린이 슬쩍 끼어들었다.
“그 체육선생님이 얼마나 예쁘기에 유명씨가 넘어간 거야? 혹시 사진이나 영상 없어?”
“잠만요….”
리아가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뭔가를 찾는 사이, 혜리는 저녁식사 준비하러 주방으로 가고 세아는 옷 갈아입으러 1층 안방으로 가버렸다. 리아와 마야가 머리를 맞대고 있는 걸 지켜보던 유명은 린과 눈이 마주쳤다.
“집 분위기가 좀 어수선 하죠?”
“이런 시끌벅적한 분위기 좋아해요.”
유명은 수줍은 미소와 함께 대답하는린이 새삼 예뻐 보였다. 이렇게 제대로 마주한 적이 없어 몰랐는데 탱크톱에 핫팬츠차림의 육감적인 몸매와 친근한 인상의 미모가 마야와 우열을 가리기 힘든 수준이란 생각이 들었다.
“저도 좋아해요. 근데 누나신데 말 놓으세요.”
“유명아 잠깐, 둘이 친해지기 전에 이 아이샤라는 여자에 대해 정리부터 하자. 여기 린보다 안 예쁘면 어떻게 할 거야?”
마야의 말투나 표정에 다분히 장난이 섞여있었다. 유명이 대답하려는데 린이 버럭 했다.
“판단기준이 왜 나야?”
“여기서 네가 제일 못 생겼잖아?”
“뭐…어…?”
어처구니없어하는 린의 반응이 너무 재미있어 유명은 웃음을 참기위해 손으로 입을 막아야했다.
“아, 여기 있다! 이거 작년 체육대회영상인데, 여기 이쪽에….”
리아가 홀로그램으로 띄운 영상은 격구경기장면이었다. 처음 보는 영상이라 저절로 관심이 갔는데 린이 과장되게 반응했다.
“우와~ 굉장한 미녀잖아? 마야 너보다 훠어얼씬 섹시한대?”
“바보야, 이 여자가 나보다 섹시하면 넌 무슨 수로 유명이 관심을 받을 건데?”
단짝끼리 옥신각신하는 모습이 너무 재미있었으나 유명은 홀로그램 속 아이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 정도면 유명이가 넘어갈 만하죠?”
리아의 말에 동의하는지 마야와 린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열심히 뛰어다니는 아이샤의 모습은 주변의 수많은 여자들 중에서 단연 돋보였다.
‘이 정도일 줄이야…!’
아이샤의 성적매력은 실로 압도적이었다. 주변 여자들이 워낙 대단하다보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모양이다. 이런 여자를 어떻게 간단히 손에 넣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자 유명은 깨닫는 바가 있었다.
“오빠, 리아언니 옷 안 갈아입어?”
그때 2층에서 유리가 외치자 자신의 휴대폰을 선뜻 마야에게 넘긴 리아가 유명의 손을 잡고 계단으로 이끌었다.
“아… 저도 옷 갈아입고 내려올게요. 린순경님 계속 계실 거죠?”
“그럼요, 나 오늘 안 갈지도 몰라요.”
살짝 붉어진 얼굴로 해맑게 웃는 린에게 아이샤가 겹쳐보였다. 그제야 유명은 자신의 불안감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알 것 같았다.
*****
“다녀왔습니다~”
아이샤가 큰 목소리로 외치자 안쪽에서 누군가 서둘러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오셨어요? 오늘 조금 늦으셨네요?”
메이드복차림의 미녀가 아이샤가 메고 있던 커다란 스포츠가방을 얼른 받아 들더니 활짝 웃었다.
“엄마는?”
“오늘은 수영하시는 날이잖아요.”
메이드는 공손하지만 친근한 말투로 대답한 뒤 가방을 들고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메이드복은 새하얀 팬티가 보일정도로 극도로 짧은 초미니 프릴스커트에 코르셋이 맨 젖가슴을 받치고 있는 형태였다.
엄마의 취향이 여전히 적응 안 되는 아이샤는 메이드의 음란하기 짝이 없는 뒤태를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수영장으로 향했다.
아이샤의 집은 유명의 집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넓고 화려했다. 거실에 딸린 테라스 너머에 펼쳐져있는 정원과 숲의 규모가 굉장했고, 품위 있게 치장된 수영장은 절반은 실내에 있고 절반은 정원의 분수대와 연결된 구조였다.
“엄마!”
실외구역으로 넘어가있던 여자는 아이샤의 외침에 팔을 들어 반갑게 흔들더니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빠른 속도로 헤엄쳐 다가왔다.
“어서와, 우리 딸~”
“다녀왔어요~”
수영장에서 나온 아이샤의 엄마는 딸과 뜨거운 포옹과 함께 키스를 주고받았다. 그녀의 알몸은 딸과 비교될 정도로 눈이 부셨다.
흑인혼혈인 딸과 달리 아이샤의 엄마는 뽀얀 피부색이나 인상이 한국계로 보였다. 딸의 폭발적으로 풍만한 몸매와 단아하고 예쁜 얼굴선은 모두 엄마에게 물려받은 것이었다.
“어머 오늘 좋은 일 있었니?”
역시 엄마는 못 속인다고 생각한 아이샤는 수줍은 미소를 짓더니 옆에 있는 커다란 수건을 펴서 엄마의 어깨에 둘렀다.
“그렇게 표시 나?”
“그럼~ 우리 딸의 기분을 내가 모르면 누가 아니?”
유명의 살인적인 미소가 생각난 아이샤는 피식 웃었다. 둘은 서로의 허리를 연인처럼 다정하게 감싸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목욕가운으로 갈아입은 엄마와 테라스에 자리를 잡자 그 음란한 메이드가 음료수를 가져왔다. 아이샤는 멀어지는 메이드의 탐스런 엉덩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불쑥 털어놨다.
“나… 남자 생겼어.”
“어머! 진짜? 진짜루?!”
깜짝 놀란 아이샤의 엄마는 딸의 손을 덥석 잡더니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춤을 출 것처럼 엉덩이를 들썩이는 엄마의 호들갑을 보고 있으니 이제야 실감이 났다.
“전에 말했던 그 학생 있잖아?”
“아! 며칠 전에 납치됐다던?”
딸의 사정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면 두 모녀가 여간 친근한 사이가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응. 어제 수업시간에 다시 만났는데 성격이랑 취향이 완전히 바뀌었더라구….”
“어머머 그래?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엄마도 안 믿기지? 나라고 그게 믿을 수 있었겠어? 그런데 오늘 상담하러 동급생 여자친구랑 찾아왔었는데….”
아이샤의 엄마는 딸의 얼굴에 가득한 행복이 마치 자신의 일처럼 여겨져 코끝이 찡했다.
“오늘 다시 보니까 그게 사실이었어?”
“응. 그 여자친구가 우리학교에서 최고미녀라고 공인받은 애거든.”
“후후 걔 보니까 너도 될 거 같았구나?”
평생 격구만 생각하고 살아왔으면서 어떻게 사람 마음까지 정확하게 꿰뚫어 볼 수 있는지 신기하다. 아이샤는 이렇게 엄마와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만으로 큰 행복을 느꼈다.
“으응… 내 마음을 전해도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
“그래서 우리 딸의 마음을 그 남학생이 받아 줬어?”
엄마의 반문에 아이샤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인생 최고의 섹스를 했고 기분은 날아갈 것 같은데 정작 결정 난 게 없었다.
“글쎄… 내 마음이 전해진 거 같기는 해….”
“네 마음이 어떤데?”
엄마의 반문에 아이샤는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잠깐 생각에 잠겼다. 그때 누군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메이드의 경쾌하고 가벼운 발걸음이 아니었다.
“구단주님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아이샤아가씨.”
2차 성징을 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키는 작아보였으나 반듯한 얼굴에 탄탄하고 매끈한 체형의 꽤 매력적인 남자가 깔끔한 슈트차림으로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래요 내일 회사에 봐요.”
“네 구단주님. 아이샤아가씨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아이샤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만 까딱했다. 그가 집에서 나갔다는 메시지를 인공지능이 말해 줄 때까지 기다린 아이샤가 살짝 투덜댔다.
“엄마는 저 남자 아직 만나?”
“넌 이상하게 쟤 싫어하더라?”
엄마는 음료수를 한 모금 마시면서 처음으로 나이가 엿보이는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아이샤는 응석을 부리는 어린 딸같은 표정으로 엄마를 바라봤다.
“난 저 남자 싫어, 엄마 이용하는 거 뻔히 보이잖아?”
“후후 우리 딸이 이제 그런 것도 알아보네?”
어린아이처럼 엉덩이를 다독여주는 엄마의 손길이 싫지 않은지 아이샤는 볼을 살짝 부풀리고 그 도톰한 입술을 쑥 내밀었다.
“나보고 저런 남자 조심하라면서 엄마는 왜 집으로 불러들이는 거야? 섹스도 신통치 않다면서?”
“좋아서 집으로 부르는 거 아냐, 네가 싫다면 개인적으로는 안 만날게.”
사랑하는 엄마가 이렇게 나오면 딸로서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아이샤는 엄마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엄마도 나처럼 좋아하는 남자 만났으면 좋겠어. 돈이나 명성이 더 필요한 건 아니잖아?”
“후후 우리 딸이 사랑을 하더니 엄마한테 이런 말도 해주네? 그 남학생 진짜 사랑해?”
“……….”
아이샤는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했다. 자신의 마음 때문이 아니라 상대인 유명의 마음을 아직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음 49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