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6화 〉(45화) 7. 도약 (46/130)



〈 46화 〉(45화) 7. 도약

(제 45화)



실내체육관을 나와 격구체육관으로 향하던 중 유명이 뜬금없이 물었다.

“아이샤선생님이 우리학교 선생님들 중에서 가장 미인인가요?”


“뭐? 그게 왜… 궁금한데?”

가슴이 두근거린 아이샤는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학생들 사이로 성큼성큼 걸어가면서 반문했다.


“너무 예쁘시니까  예쁜 선생님이 없을  같아서요. 엄마인 세아선생님은 제외하구요.”

“아… 세아선생님….”


유명은 나름 확신이 있어  말이다. 이 넓은 학교의 수많은 교직원을 모두 살펴본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라지금까지 오가면서 만난 사람들  학생을 제외하면 세아와 아이샤의 미모가 가장 월등했기 때문이다.

“다른 과목 선생님들은 모두 2차 성징을 안 하신 분들인가요?아… 위생과목 선생님도 2차 성징하신 분이었지.”

아이샤는 유명의 의도가 뭔지 궁금했다. 그냥 호기심에 묻는 말 같기는 한데 이상하게  속에의도가 담겨 있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상대는 이제 16살짜리 남학생이고 숨기는 속마음이라고 해봤자 성욕이 전부일 것이다. 자신이 너무 생각이 많다고 여긴 아이샤는 심호흡을 한  되도록 사무적인 목소리로 말하려고 노력했다.

“체육이랑 위생을 제외한 일반교과 담당하시는 선생님들은 모두 세아선생님처럼2차 성징을  하신 분이야.”

“그렇군요. 어쩐지 아이샤선생님이 눈에  띄더라.”


아이샤는 다시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상대가 훅 들어오니 도무지 중심을 잡을 수 없다.


“유명아.”

“네 선생님.”

자신을 부르는 아이샤의 목소리가 달라진 것에 유명은 움찔했다. 여자들이 이렇게 나오는 경우는 거절할 때다. 예전에살던 세상에서 여러 번 겪어본 일이라  안다.

“나… 마음에 들어서 이러는 거니?”

예상을 뒤엎는 반응이라  소름이 돋았으나 유명은 표정관리에 성공했다.


“네.”


“그냥… 체육교사로서야 아니면 여자로서야?”

“둘 다요.”

거침없는 대답에 아이샤는 눈에 띠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애초에 거절할 마음이었다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


“너 리아가 있으면서  같은 여자한테  관심을 가지는 거니?”


“선생님이 어때서요?”

“그게… 흑인혼혈이라 가지는 호기심 같은 건가해서 말야….”


순간 유명은 고민이 됐다. 지적대로 호기심에 성욕이 살짝 얹어진 수준인데 미모와 몸매가 자기여자들 못지않게 워낙 매력적이라 가볍게 대하기 망설여진 것이다.

‘어쩌지…?’

고민하던 유명은 문득 섹스부터 하고 사귄다는 혜리의 말이 기억났다. 그리고 아이샤의 크고 선한 눈망울에서 솔직하게 말할 용기를 얻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은   정도이긴 해요. 제 기억으로는 선생님을 어제 처음  거거든요.”

“아… 맞다… 그랬지…….”


아이샤의 표정이 더 복잡해졌다. 실망하는 빛이 역력한데 반대로 방어적이던 기세는 사라진 게 분명했다. 어쨌든 한 고비 넘긴 셈이라 유명은 자신감을 가지고 말했다.


“전 선생님이랑 개인적으로 가깝게 지내고 싶어요. 이제 운동시작하면 수업시간에 못 뵙게 되는 거잖아요?”


이 말에 아이샤는 뭔가 결심을  모양이다.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근데 나… 남자 사귄 경험이 거의 없어서 너한테 잘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

“괜찮아요, 저도 기억  잃고 정신 차린 거 이제6일째라 여자 사귄 경험 별로 없어요.”

유명의 대답에 아이샤의 얼굴이 환해졌다. 너무 천진난만한 표정이라 괜히 죄책감마저 들었다.


“그럼 리아랑 유리하고만 사귀는 거니?”

“아뇨, 마야씨라고 저 발견한 경찰관인데….”

“그럼 지금 만나는 여자는 세 명인 거네?”


아이샤가 손가락을 꼽는 걸 보고 마야 이야기는 괜히 꺼냈나싶었다. 여기다 혜리와 세아까지 더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했으나 여자 경험 별로 없다고 해버린 뒤라 참아야했다.


“뭐… 그런 셈이죠.”


“그런 셈이라니? 그럼 다른 여자가 더 있는 거야? 아… 혹시….”


누굴 말하려는 것일까, 제풀에 찔린 유명이 먼저 말을 꺼냈다.

“근데 유리는 여동생인데 사귄다고 하긴 좀 그렇지 않나요?”


“그런가? 하긴 남자들 첫 여자는 친엄마니까 가족은 빼야겠지? 그럼 두 명인 거네, 그치?”


대화가 조금 어긋난 기분이 들었으나 진도는 제법 나간 거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생각이 실수를 불러왔다.


“하하~ 그럼 세 번째 하실래요?”


“……….”


아이샤는 살짝 놀라는 거 같더니  대답 없이 격구체육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 넘어온 상황이었는데 이렇게 되다니, 이래서 경험이 중요한 것이다. 유명은 자신의 입을 꿰매버리고 싶었다.


*****

격구전용체육관이라 건물자체는 실내체육관에 비해 작았으나 실내에 수백 명이 들어갈 좌석까지 마련되어있는 규모였다.


여자들에게 최고인기종목이라고 하더니 포지션별 기술훈련 중인 여학생들 수가 어림잡아 100명은 넘을 것 같았다.

경기장을 포함한 체육관 대부분을 주전선수들이 포함된 2차 성징한 여학생들이 사용하고 있었고 그 외 여학생들은 입구 쪽에 따로 모여 훈련하고 있었다.


“오빠아~~!!”

유명이 체육관으로 들어서는 것을 발견한 유리가 모두가 들릴 정도의 큰 소리로 외치더니 함께 훈련 중이던 선수들은 아랑곳없이 엄청난 속도로 뛰어왔다.


“와아아아아아~~~!!!”


유리가 오빠에게 달려가 안기기 무섭게 다른 선수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남매의 격정적인 포옹을 놀리는 것이 아니라 격구체육관에 남학생이 등장한 것에 대한 진심어린 성원이었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안 오는 줄 알았어!”

유리는 격렬한 키스와 함께 오빠에게 대놓고 응석을 부렸다. 속살이 비치는 타이즈유니폼차림으로 땀을  오듯 흘리는 여동생의 몸은 안고 있기가 두려울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아이샤선생님이랑 상담하고 시간표 바꾸느라 시간이 좀 걸렸어. 나 기다렸어?”


“당연하지! 선수들 전부 오빠 오기만 손꼽아 기다렸는걸.”


유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든 선수들이 펄쩍펄쩍 뛰면서 다시 환호와 박수를 쳤다.


“꺄아아아아아~~~!!!”


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

지나치게 열렬한 환영이라 유명은 쑥스러웠다. 게다가 여동생처럼 모두 알몸이나 다름없는 타이즈나 스포츠비키니차림인지라 똑바로 쳐다보기 너무 민망했다.

이때부터 유명의 안내는 유리가 도맡았다.  일이 없어진 아이샤는 그냥 가버릴 법한데 둘의 뒤를 묵묵히 따라다녔다.

유리는 오빠가 자신의 영역에 와 준 것에 흥분이 되는지 훈련은 잊어버리고 코치들부터 시작해서 선배와 동급생 그리고 후배들까지 빠짐없이 소개했다.


참관하는 것만으로 이렇게 좋아할 줄 몰랐던 유명은 여동생을 위해 격구를 해볼까 심각하게 고민됐다. 그러나 우려했던 대로 속이 비치는 타이즈를 입고 운동할 엄두가 도무지 나지 않았다.


그러나 2차 성징한 육감적인 몸매의 여학생들이 뛰고 달리고 넘어지고 뒹구는 모습은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음란하면서 볼만했다.

“오빠, 구경만 하지 말고 같이 해보자 응?”

유리가 말을 꺼내자 다른여학생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같이하자고 난리를 피웠다.


“그래 같이하자~”
“같이해요~”
“유명선배 어서요!”
“같아하자 유명아.”
“같이해요 재밌어요!!”

동급생, 후배 할  없이 수많은 여학생들이 진심으로 권하는데 마냥 거부할  없었다. 미리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온 터라 바로 시작할 수 있었다.

“자~ 유명이는 초심자니까 다들 너무 심하게 하면 안 된다, 알겠지?”


“예에에~~!!”


수석코치의 주의에 선수들이 합창으로 대답했다. 유리를 포함한 몇몇은 유명과 함께 격구를 한다는 사실에 발을 동동 구를 정도로 좋아했다.


정작 유명은 좋고 싫고를 떠나서 수십 명의 여자들이 사방에서풍겨내는 향긋한  냄새에 자극받아 치솟는 흥분으로 머리가 어질어질할 지경이었다.


삐익!!


호각소리와 함께 훈련이 재개되자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사방을 에워싼 선수들이 젖가슴과 엉덩이를 사정없이 출렁이기 시작한 것이다. 알몸이나 다름없는 음란한 출렁임이 코앞에서 펼지니 이건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와… 다들 너무 섹시해서 정신을 못 차리겠다. 나 쓰러지면 전부 유리 너 책임이야.”


어찌어찌 고비를 넘기고 수비훈련에 참여한 유명은 상대편 공격수로 마주선 여동생에게 으름장부터 놨다. 오빠랑 같이 격구를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행복감에 젖은 유리는 가볍게 받아넘겼다.

“헤헤 내가 다 책임질게, 이번에는 나 잡을 수 있겠어?”

“당연히… 자신 없지. 너 오늘은 아주 펄펄 나르던데?”

오빠의 평가대로 오늘 자신의 몸 상태는 최상이었다. 너무 흥분한 것이 아닌가 걱정될 정도였으나유리는 아무 문제없다는 듯이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삐익!


호각소리에 맞춰 공격수들이 상대진영을 파고들기 시작했고 유명을 포함한 수비수들이 전담한 상대를 막기 위해 움직였다.


“나 잡아봐라~”


유리는 오빠에게 혀를  내밀고 놀리더니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러자 유명은 앞으로 쏠린 몸을 한손으로 바닥을 집고 텀블링으로 가볍게 방향을 틀었다.


“와아아아아~~”


주변 선수들이 자신의 동작에 환호를 하는지 모르고 유명은 여동생의 뒤를 바짝 따라갔다. 손을 뻗으면 눈앞에서 출렁이는 먹음직스런 엉덩이를 붙잡을 수 있을  같았으나 지금은 술래잡기 중이 아니다.

“꺄아아아~~!!”


예상지 못한 태클이 들어오자 유리는 별수 없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들고 있던 공까지 놓치는 건 공격수로서 치명적인 실수다.


“어, 잡히네? 봐준 거야?”


유리는 오빠가 자신의 젖가슴을 꽉 움켜쥐고 있는 것보다 잡혔다는사실에 더 놀라는 중이다.


“어떻게 따라잡은 거야? 나 완전히 제쳤는데?”

“몰라, 그냥 텀블링해서 따라 잡았어.”


말 해놓고 보니 자신이 텀블링을 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텀블링은커녕 팔굽혀펴기조차 몇 번 못했었는데 어떻게 할 수 있었던 것일까.


“휘이이익~~”
“우우우우~”
“와~ 부럽다아~~”

선수들의 야유소리를 듣고서야 유명은 여동생을 누르고 있는  알아차렸다. 얼른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아, 미안!”


“아…아냐…….”


자상한 오빠의 손을 잡고 수줍은 듯이 일어나는 여동생의 모습을 보고 선수들이 다시 야유와 환호를 보냈다.


이어진 훈련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지켜보는 선수들은 물론 당사자인 유명조차 자신의 신체능력이 주전선수들 못지않고 심지어 뛰어나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남자라서 이런 건가?’


유명의 생각대로 성별에 따라 키나 덩치와 같은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남자인 자신이 더 강하고 뛰어나다고 생각할  있다. 그러나 이런 상식은 예전에 살던 세상에서나 통하던 것이다.



(다음 46화에 계속)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