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화 〉(36화) 6. 두 엄마
(제 36 화)
“이야아아아아아!!!”
퍽!
유리가 오뚝이샌드백처럼 생긴 커다란 기둥형 미트에 달려들어 어깨로 밀기 시작했다. 반대편에 덩치가 더 큰 선수가 받아주고 있었다.
아마추어격구팀 공격수들은 이런 수비훈련을 안 하지만 프로팀 진출을 노리고 있는 유리는 4학년이 되면서 체계적으로 단련하는 중이다.
그런데 단순히 대비하는 차원이 아니라 타고난 신체능력을 바탕으로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5학년 수비수들을 상대로 대등한 힘을 뿜어내고있었다.
삑!
“거기까지! 다들 수고했어~~”
코치의 호각소리에 모두 힘을 풀고 일어섰다. 모두 2차 성징한 선수들은 터질 듯이 풍만한 젖가슴이 위아래로 들썩일 정도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다들 수고했어!”
“고맙습니다~~”
“선배님들, 멋져요!”
모두들 박수 치거나 포옹과 키스로 서로를 격려했다. 유리는 인사만 겨우하고 계속 숨을 몰아쉬었다.
“후우욱… 후우우… 하아아… 후우…….”
땀을 비 오듯 흘리는 유리의 몸은 스포츠브라와 레깅스 사이에 툭툭 불거져 나온 근육들 덕분에 평소보다 훨씬 강인해보였다.
“하아아… 역시 대단해! 유리에겐 못 당하겠는데? 후우욱… 하아아…….”
미트를 받아주던 5학년이 다가와 친근하게 엉덩이를 툭툭 다독였다. 유리가 활짝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하아아… 선배 상대하느라… 하우우… 젖 먹던 힘까지 다 써버렸어요. 후우욱… 하악….”
“하하하 엄살은~ 후우우….”
선배의 칭찬을 웃어 넘겼으나 유리는 현재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동안 철저하게 단련해두지 않았다면이렇게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힘들어하는 원인은 역시 점심식사직후에 오빠와 했던 섹스 때문이다. 자궁을 가득 채우고 있는 정액 때문에 집중하지 못한 영향이 컸다.
다행히 흡수대가 잘 막아주고 있어 훈련 중에 흘리지는 않았으나 혹시라도 들켰으면 남자친구 없는 선배들에게 시달릴게 분명해 신경이 많이 쓰였던 것이다.
“유리선배! 이거 마셔요~”
바니아가 쪼르르 달려와 음료수통을 내밀었다. 다른 선수들에게도 일반부원인 2차 성징을 하지 않은 소녀들이 한 명씩 달라붙어 있었다.
“아… 고마워, 하아아… 후우욱….”
“괜찮아요? 평소보다 많이 힘들어 하네요?”
커다란 눈망울을 또랑또랑 굴리며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유리는 음료수통을 단번에 비운 후 씨익 웃었다.
“후우와~ 그래 보여? 더 예뻐 보이진 않구?”
“예쁜 거야 우리 팀에서 언니… 아니 선배가 최고죠! 유명오빠 아니 선배랑 오늘 좋은 일 있었어요?”
그 오빠에 그 여동생 아니랄까봐 눈치 하나는 빠르다. 알아봐줘 더 기분이 좋아진 유리는 바니아를 꼭 안고 키스했다.
“그 좋은 일 때문에 힘들어 죽는 줄 알았어. 우리 바니도 오늘 수고 많았어~”
“수고는요, 저야 언니 아니 선배랑 같이 운동하는 것만으로 즐거운 걸요~”
활짝 웃으며 다시 가볍게 키스를 한 바니아는 동료들에게 쪼르르 뛰어갔다. 2차 성징을 하지 않은 일반부원과 아직 후보인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장을 정리하고 있었다.
“후우우… 점심시간에 오빠랑 섹스하는 거 심각하게 고민해봐야겠는데?”
유리는 자신도 모르게 아랫배를 쓰다듬으면서 고민에 빠졌다. 오늘은 월요일이라 훈련이 이 정도에 그친 것인데 내일 이랬다가는 영락없이 중간에 쓰러질 판이다.
더 큰 문제는 그렇게 좋아하던 격구가 이제 뒷전으로 밀려난 것이다.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오빠를 타박하기는 했으나 그 생각만하면 웃음이 나오고 온 몸이 저려온다.
이런 고민에 빠져있는 걸 알리가 없는 부원들은 오늘따라 더 눈이 부시는 유리의 관능미 넘치는자태에 동경의 눈길을 던졌다.
*****
“그마아안!! 오늘 수련은 여기까지! 모두 수고했어~!”
리아의 외침에 종합격투기부원들의 표정이 환해졌다. 격구부와 마찬가지로 서로 격의 없게 큰소리로 격려했다.
“화이팅!”
“고맙습니다!”
“모두 고생했어~”
포옹과 진한 키스까지 나누거나 땀에 전 도복 위로 두드러진 젖꼭지나 음모를 쓰다듬는 등 음란한 장난을 치면서 즐거워하는 부원들은 지켜보면서 리아는 혼자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부장님, 여기요.”
2차 성징을 하지 않은 일반부원 한 명이 내미는 음료수통을 받아들던 손이 살짝 떨렸다.
“후우우… 고마워, 너도 수고했어~”
“히히 오늘 부장님 기분이 좋은 거 같아서 칭찬받으려고 열심히 했죠~”
그녀의 말대로 오늘따라 성적매력이 평소보다 더 강하게 드러나는 부장의 목소리와 행동 때문에 부원들이 수련 내내 정신이 없었다.
“아아… 시원해~~ 좀 더 갖다 줄래?”
음료수통을 단번에 비운 리아가 환한 얼굴로 부탁하자 부원은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같은 여자가 이럴진대 남자들의 심정이 어떨지 상상조차 안 갔다.
“예, 갖다드릴게요. 잠시만요~”
땀을 흡수해 아예 투명하게 변해버린 도복하의 속 맨 엉덩이를 출렁이고 뛰어가는 부원을 보면서 리아는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숨을 크기 들이마셨다.
“왜 이렇게 진정이 안 되지…?”
이유를 알면서 굳이 혼잣말하는 건 누군가 알아줬으면 하는 심리 때문이다. 너무 힘들어 당장 주저앉고 싶은데 아랫배에 가득 차있는 그게 기운과 기분을 북돋아주고 있었다. 도장 정리를 시작하는 후배들의 모습이 오늘따라 더 정겹고 사랑스럽다.
“부장님! 부장님! 누…누가 찾아왔어요.”
음료수를 채우러갔던 부원이 다급한 표정으로 뛰어왔다. 누구냐고 물으려는데 커다란 덩치의 남학생이 신발도 벗지 않고 도장 안으로 쑥 들어왔다.
“휘…신…?”
휘신의 등장에 도장을 정리하던 부원들이 한쪽으로 우루루 물러났다. 그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학교대표남학생이라는 존재감 때문이다.
“휘신선배님, 여긴 무예를 수련하는 도장입니다. 신발을 벗고 들어오세요.”
다음 부장을 예약 해놓은 4학년 후배가 앞에 나서서 당당하게 요구했다. 휘신은 자신과 키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그 후배여학생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리아에게 걸어왔다.
“후배 말 듣지?”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던 몸에 어느새 힘이 쫙 들어갔다. 그 힘이 눈빛에서 뿜어져 나왔는지 휘신은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췄다.
그는 평소처럼 추종하는 여자나 클럽후배들을 대동하지 않고 혼자였다. 그게 리아의 반감을 조금 누그러뜨렸다. 휘신은 신발을 여전히 신고 있는 대신 더 가까이 다가오지 않고 씨익웃었다.
“하하 이거 전 부원에게 너무 야박하신 것 아닌가요, 부장님?”
“전 부원이니까 봐주는 거야. 후배들 앞에서 험한 꼴 당하기 싫으면 신발을 벗던가, 꺼져줬으면 좋겠어.”
리아는 자신의 속살을 휘신이 훑어보는 게 너무 혐오스러워 도복 상의를 살짝 잡아당겼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시선을 끌었다.
“와아~ 리아의 몸은 여전히 멋지네. 음모가 전보다 더 진해진 거 같은데, 지저분해지기 전에 깨끗하게 밀어버리지 그래?”
도복자체가 수련을 위한 옷이라 속옷을 따로 입지 않는다.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상의는 반팔에 헐렁한 형태인데 하의는 무릎까지 레깅스수준으로 타이트해 속이 다 비친다.
전 부원이라면 도장 내에서 부장의 권위가 얼마나 절대적인지 잘 알 텐데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이유는 역시 상대의 신경을 건드리려는 것이다. 그걸 모르고 있을 리아가 아니다.
“스쿨버스에서 무시당한 뒤 여자들 다 떨어져 나갔어? 음모 없는 여자가 필요하면 다른 데 가서 찾아, 여기는 없으니까.”
휘신이 움찔하더니 얼굴을 실룩거렸다. 만만히 보고 들어갔다가 카운터펀치 맞은 꼴이다. 이렇게 되면 본론을 꺼낼 수밖에 없다.
“말 잘했어, 그 일에 대해 해명을 좀 듣고 싶어서 이 지저분한 곳에 직접 왕림을 했지.”
“자기 행동에 왕림이라는 표현을 쓰는 걸 보니 여전히 멍청하구나?”
“이… 개쌍ㄴ….”
확 달려들려는 휘신을 어느새 몸을 날린 4학년 후배가 가로막았다.
“선배님 대우 해드리는 건 여기까집니다.”
땀에 전 도복이 착 달라붙은 몸매가 리아에 버금 갈 정도로 섹시했다. 그러나 지금 휘신의 눈에는 그저 버릇없는 후배로 보일뿐이다. 자신을 이렇게 대드는 여자들이 모인 곳은 학교에서 종합격투기부가 유일하다. 그 이유는 당연히 압도적인 성적매력을 풀풀 풍기고 눈앞에 서있는 리아 때문이다.
“내가 상대할 테니까 너희들 모두 돌아가, 어서!”
종합격투기부에서 부장의 말은 곧 법이다. 당장 달려들것처럼 투기를 발산하던 부원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평범한 여학생으로 돌아갔다.
“내일 뵙겠습니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차례로 인사하고 준비실로 빠져나가는 모습을 휘신도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4학년 그 후배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어이, 부장님 말씀 들어야지?”
어깨를 다독이려는 휘신의 손을 후배는 일부러 막기 동작으로 쳐냈다. 그러더니 이를 앙다문 채로 말했다.
“우리 부장님 옷자락이라도 건드렸다가는 넌 내 손에 죽어, 알았어?”
“……….”
자신을 노려보는 후배의 눈길이 실로 살벌했으나 휘신은 별 개의치 않았다. 당장 주먹을 날릴 것 같은 후배의 투기가 등을 쓰다듬어주는 리아의 손길에 간단히 풀렸다.
“내 걱정 말고, 너도 그만 돌아가.”
“부장님…….”
부장이 어떤 사람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 걱정이 되는 이유는 그녀에 대한 존경심과 애정 때문이다. 그걸 잘 아는 리아는 후배의 엉덩이를 다독였다.
“얘랑 오늘 등교하면서 다툼이 좀 있었어. 그거 따지러 온 모양이니까 별 일은 없을 거야.”
슬쩍 고개를 돌려 외면하는 휘신의 반응이 영 마땅치 않지만 부장이 이렇게까지 나오면어쩔 수 없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부장님.”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는 후배에게 리아는 활짝 웃으면서 일부러 키스까지 했다. 휘신은 그제야 이 버릇없는 후배가 자기여자들보다 예쁘고 섹시하다는 걸 알아봤다.
뻐억!!
뭔가 터지는 것 같은 엄청난 소리에 휘신이 움찔했다. 얌전하게 사라지는 줄 알았던 후배가 도장 뒤편에 쭉 걸려있는 샌드백 중 하나를 힘껏 찬 것이다.
부원이 다 빠져나간 도장이라 소리가 더 크게 울린 것이지만 웬만한 발차기로 낼 수 없는 수준의 소리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후배가 도장에서 나간 뒤 리아는 미처 정리되지 않은 도구들을 치우면서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이 누추한 곳에 직접 왕·림·하신 거야?”
여자 따위가 비아냥대는 게 영 거슬렸으나 상대가 상대인 만큼 그냥 참았다. 휘신은 최대한 거만해 보이려고 애쓰면서 말했다.
“너 유명이랑 다시가까워졌다며? 학교에 소문이 파다하더라고~”
“그래서? 축하해주러 온 건 아니잖아?”
리아의 무덤덤한 반응에 관심을 끌려는 의도인지 휘신은 과장되게 팔을 휘저으면서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하하하 당연하지, 사랑하는 리아가 그런 반병신과 다시 사귄다는데 가만있을 수 있나?”
“너 죽고 싶어?”
노려보는 리아의 눈길에 휘신은 간담이 서늘해졌다. 땀에 전 도복이 착 달라붙은 몸매가 조금만 덜섹시했다면 지렸을지 모를 정도로 눈빛이 살기등등했다.
“어… 반병신이라는 말은 취소할게 하하하~ 하지만 운동도 제대로 못하는 그런 놈에게 리아네가 만족할리가 없잖아? 안 그래?”
“……….”
리아가 아무 반응이 없는 이유가 자신의 주장에 수긍한 때문이라고 지레짐작한 휘신은 준비해온 말을 늘어놓았다.
“둘이 어릴 적부터 단짝친구였다는 건 잘 알지만 너에 대한 내 감정은 진지해. 게다가 누가 보더라도 유명이 그 놈보다 내가 더 낫잖아? 우리 아버지가 누군지 너도 잘 알지?”
말이 안 되는 억지 같지만 휘신의 주장은 저번주까지 사실이었다. 그런데 끔찍하게 싫어했던 그 사실을 통해 지금의 상황을 절감할 수 있을 줄이야, 리아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웃음이 나왔다.
“고마워, 휘신아.”
“어?”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두근거리는 환한 미소와 함께 리아가 상냥하게 말하자 당황한 휘신은 바로 반응하지 못했다.
“네 덕분에 내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 깨닫게 됐어.”
“아… 그래? 그럼 유명이 놈은 버리고 내 여자가 되는 거지?”
리아는 휘신에게 가까이 다가가더니 대뜸 그의 사타구니를 쓰다듬으면서 속삭였다.
“고자 되기 싫으면 당장 꺼져.”
(다음 37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