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5화 〉(34화) 5. 등교 (35/130)



〈 35화 〉(34화) 5. 등교

(제 34 화)


“자, 5학년 일반체육수업입니다. 오늘은 다른 운동이나 강의 없이 기초체력단련을 하겠어요. 먼저 스트레칭을 할 건데, 유명이를 제외하고 지금 남학생 1명당 여학생이 3명씩이죠? 각자 좋아하는 남학생이랑 조를 짜세요.”

아이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여학생들이 좋아하는 남학생과 같은 조가 되려고 한동안 옥신각신 다툼을 벌였다.

유명은 친구가 다른 여학생의 관심을 못 받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의외로 인기가 있었다. 처음부터 착 달라붙어있지 않았다면 은하도 바구스와 같은 조가 못  뻔했다.


학생들은 아이샤의 지시에 따라 적당한 간격으로 벌려 자리를 잡았다. 실내체육관 한쪽에 모든 학생들이 뒹굴  있도록 특수한 매트가 널찍하게 깔려있었다.


익숙한 순서인지 다른 학생들은 알아서 몸을 풀기 시작했고, 남학생 1명이 같은 조 여학생과 바꿔가며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우리도 시작할까?”

어딘가 기대에 부푼 표정으로 보이는 아이샤는 몸매가 조금만 덜 풍만했으면 10대 소녀처럼 보일 정도로 무척 앳된 인상이었다.


러시아계 혼혈인 마야를 사귀지 않았다면 이 이국적인 흑인혼혈미녀와 말조차 제대로 나누지 못했을 것이다. 유명은 최대한 평상심을 유지하려고 애쓰며 미소를 지었다.


“뭐부터 하나요?”

“마주보고 상대 어깨에 기대서 뒤로 자기 발목을 당기는 것부터 할까?”

유명은 마주보고 서서 어깨에 손을 얹고 하는 줄 알았는데 기대는정도가 아니라 거의 맞대는 수준으로 상대 어깨에 얼굴을 얹고 하는 동작이었다.

‘이거 은근히 꼴린다….’

상대가 이상한 냄새 풀풀 풍기고 무섭게 생긴 흑인아줌마라면 모를까, 아이샤는 맛있는 과일향기를 상큼하게 풍겼고 포니테일로 묶은 웨이브의 긴 흑발이 찰랑찰랑 거려 이렇게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발을 바꾸려고 자세를 바로잡느라 포옹하는 수준으로 더 가까워지자 아이샤가 수줍은 미소를 지으면서 유명에게 물었다.

“유명이 너 살 냄새 너무 좋다. 난 어떠니?”

살짝 닿은 젖가슴의 풍성하고 말랑거리는 감촉에 빠져있느라 유명은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다시 상대에게 기대고 나서야 겨우 말이 나왔다.

“선생님 냄새도 좋아요…, 마음에 들어요.”

“그래? 다행이다….”

여자가 이렇게 나오는 이유는 당연히 관심을 끌고 싶기 때문이다. 예전의 유명이라면 몰랐겠으나 그는 학교 잔디밭에서 쓰리썸까지 해본 남자다.

‘어디… 슬쩍 찔러볼까?’

상대 어깨에 손을 얹고 엉덩이를 뒤로  빼는 동작으로 바뀌어서 대화나누기 조금 더 수월해졌다. 유명은 커다란 살덩이 2개가 출렁이는 걸 힐끗 보면서 군침을 삼켰다.

“선생님, 저 납치되는 바람에 사람도 몰라보고 상식까지 뒤죽박죽 된 거 아세요?”


“응, 들어서 알고 있어. 근데… 성격이나 취향도 바뀌었다던데, 사실이야?”


보이지 않지만 아이샤가 어떤 표정인지  것 같았다. 유명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조금 더 노골적인 말을 꺼냈다.


“네, 사실이에요. 근데 덕분에 주변 여자들이 너무 예쁘고 좋더라구요. 여자친구랑 여동생 없었으면  정신 못 차렸을 거예요.”

“그 소식도 들었어. 리아랑 유리가 너…….”


말끝을 흐리는 건 자신의 의도를 부끄럽게 여기거나 드러내기 싫어서다. 유명은 일부러 시치미 떼면서 말했다.

“어? 선생님도 리아랑 유리 아세요? 걔들은 체육수업 안 받는다던데?”


한쪽 발을 붙이고 옆으로 서서 상대의 팔을 잡아 당겨 옆구리를 펴주는 동작으로 바꾸었다. 그때 아이사의 표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연히 잘 알지….”

유명의 주변 여자들에 대해 알고 있는 이유를 말해도 되는지 아이샤는 망설여졌다. 외모에  자신 있는 편이지만 흑인혼혈이라 상대의 취향에 따라 사정이 달라지니 망설일 수밖에 없다.


“근데, 리아랑 유리는 왜 이야기  해줬을까요? 전 아이샤선생님만큼 예쁘고 섹시한 흑인여성은 본 적이 없어요. 아! 기억 못하니 이거 칭찬이 아닌가?”

“후후후 칭찬으로 들을게~”

등을 대고 팔을 껴서 앞으로 숙이는 동작으로 바꿀 때 아이샤는 진심으로 기뻐하는 미소를짓고 있었다. 유명은 살짝 소름이 돋았다.


‘뭐가 이렇게 쉬워?’

스트레칭은 이제 바닥에 앉아서 하는 동작으로 바뀌었다. 다른 남녀학생들은 서로에게 기대거나 눌러주면서 본격적으로 뒤엉켰다. 몇몇은 스트레칭을 빙자한 애무를 즐기고 있었다.


양반다리자세에서 팔을 앞으로  펴고 상체를 숙이는 동작을 할 때 아이샤가 유명의 등을 젖가슴이 터지도록 꾸욱 눌렀다.


“유명이  따로 운동했었니? 몸이 왜 이렇게 유연해졌어?”

교사가 학생에게 하는 것처럼 대수롭지 않은 말투였으나 아이샤의 거친 숨이 귓가에 전해지는 걸 똑바로 느낄  있었다. 스트레칭이 힘들어 거칠어진 숨이 결코 아니었다.

“저도 이유를 모르겠어요. 기억이나 상식을 잃은 대신 몸이 건강해진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말이   되죠?”

아이샤는 자신의 젖가슴을 더욱 노골적으로 비비면서 유명의 무릎과 허벅지를 눌러주는 척 매만졌다.


“말이 안 되긴 하지만 나도 그 이유 말고 다른 생각이  드는데? 솔직히 체육교사입장에서는 무척 반가운 변화야. 이 정도면 전문적으로 운동을 해도 되겠어.”

서로 다리를 벌리고 앉아 상대의 팔을 잡고 당겨주는 자세로 바꿨다.  동작은 상대의 다리가 많이 벌어질수록 상체가 더 가까워진다.

“그래요? 저한테 맞는 운동이 뭐가 있을까요?”


아이샤는 당연하고 유명의 다리까지 거의 일(一)자로 벌어진 바람에 얼굴이 거의 맞닿은 거리에서 당겨주게 되었다. 깜짝 놀랄 정도의 유연성이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전문적인 운동은 남녀학생들이 따로 하는 경향이 강해서 내가 추천하는 게 별로 의미가 없을 거…야…….”


얼굴이 자신의 사타구니 앞에 오도록 의도적으로 거리를 맞춰 쭉 잡아당겼는데, 아이샤가 말을 제대로 끝맺지 못하는 것을 보면 유명의 의도가 적중한 모양이다.


여학생들의 스포츠비키니와 마찬가지로 남학생들의 체육복 역시 수영복수준으로 타이트해서 유명의 우람한 사타구니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 보인 덕분이다.


고개를 들자 둘의 눈과 마주쳤다. 여자들이 자신을 원할 때 짓는 표정과 눈빛을 유명은 이제  안다. 발갛게 달아오른 아이샤는 분명 뭔가를 간절하게 원하고 있었다.


“제가 어릴 때 태권도를 잘했데요. 그래서 리아가 지금까지 종합격투기를 하고 있는 거라던데, 저도 리아랑 같이 운동할까 생각중이에요.”


“격구는… 관심 없어?”

아이샤는 자신에게 관심이 없냐고 묻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은 수업시간이고 자신은 학생들을 책임지고 있는 교사다.


다른 학생들은 스트레칭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유명과 아이샤는 서로에 대한 감정과 자극에 신경 쓰느라 몇 동작 하지 못한 상태였다.

“관심 있어요. 유리가 잘하는 거라 관심 안 갈 수 없죠. 근데 남자도 격구를 하나요?”


아이샤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손을 잡아 유명을 일으켰다. 이제는 여자가 아니라 교사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프로리그에 여자팀뿐이라 관심이 좀 덜한 편이야. 내 생각이 짧았어, 격구보다는 종합격투기가 더 낫겠다.”


어느새 처음 만났을 때 표정으로 되돌아간 아이샤는 유명의 어깨를 다독이더니 다른 학생들 쪽으로 가버렸다.


‘나름 튕기는 건가?’

스포츠브라를 뚫고 나올 기세로 바짝 서있는 아이샤의 젖꼭지를 보면서 유명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

이후 이어진 체육수업은 예전 세상에서 받았던 것과 큰 차이 없었다. 단지 여학생들의 향긋한 살 냄새를 실컷 맡으면서  좋은 시설에서 더 체계적으로 함께 뒹굴었을 뿐이다.


즐겁게 땀 흘리고 샤워까지 하고 나오니 기분이 너무 상쾌했다. 게다가 아이샤라의 마음을 확인한 게 무엇보다 좋았다.


바구스와 은하를 포함한 다른 남녀학생들은 5교시 수업을 받으러 강의실 건물로 돌아갔다. 유명은 리아가 미리 일러준 대로 교사들 연구실이 있는 교수동건물로 향했다.

“어느 교수님을 만나러 오셨나요?”

건물 입구에 경찰복과 비슷한 검정색 타이즈차림으로 서있던 여경비원이 유명에게 친절하게 웃으면서 물었다.

그녀 반대편에는 유명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엄청난 거구의 남자가 무심한 표정으로 열중쉬어자세로 서있었다.

“세아선생님 만나러 왔어요. 저 이 학교 학생인데요?”

유명의 말에 여경비원이 다시 활짝 웃으면서 친절하게 설명했다.


“여기는 여러 이유 때문에 교수님들 외에는 출입을 제한하고 있어서그래요. 해당 교수님의 허가에 따라 다음부터는 이런 절차를 안 받아도 돼요.”

학생들의 성적과 기록  민감한 정보와 자료를 관리하는 교사들이 있는 건물이니 보안에 신경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경비원이 입구에 붙은 단말기를 조작하자 잠시 후 세아의 얼굴이 홀로그램으로 나타났다.


“아, 유명아. 출입허가를 무기한으로 승인해놨으니까 이제부터 마음대로 들어와도 돼, 어서 들어와.”


세아의 홀로그램이 사라지자 여경비원은 손으로 건물 안쪽을 가리키면서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이제 들어가시면 돼요, 좋은 시간 되세요.”

유명은 두 경비원에게 목례를 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세아의 연구실은 2층 구석에 있었고, 노크를 하자 곧바로 문이 열렸다.

“꺄아! 유명아아~~”

오전에 키스까지 해놓고 세아는 오랜만에 연인을 만나는 것처럼 달려와 유명의 목을 와락 끌어안았다.


“하하하하~~”

유명은 차마 엉덩이를 움켜쥐지 못하고 그냥 잘록한 허리만 조심스럽게 끌어안고 반갑게 웃었다. 세아는 가볍게 키스를 하더니 순순히 손을 풀었다.


“체육수업은  했어? 어디 힘들거나 이상한 데는 없구?”


세아가 유명을 소파로 이끌어 앉으면서 자상하게 물었다. 꽤 넉넉한 공간이라 넓은 책상과 함께 커다란 소파까지 번듯하게자리 잡고 있었다.

복도 끝이라 구석인 줄 알았는데 벽 두 개가 통짜로 유리로 되어있어 교내 정원과 운동장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이 훌륭한 방이었다.

“아무 이상 없이 운동 잘하고 오는 길이야. 엄마는 강의  없어?”

유명이 말을 놓고 엄마라고 불러주자 기분이 좋아진 세아는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더니 연구실에 딸린 방으로 들어가면서 대답했다.

“나도 오늘 강의는 다 끝났어. 리아랑 유리 기다릴 거지?”

“글쎄, 얼마나 기다려야 해?”

안에서 들리는 소리로 봐서 차를 준비하는 모양이다. 유명은 편안한 소파에 느긋하게 몸을 기댔다. 다용도실 안에서 세아가 대답했다.

“앞으로 족히 1시간은 더 기다려야 해.”

“엄마는 어떻게 할 거야?”

잠깐 대답이 없던 세아는 아이스커피를 두 잔을 쟁반에 올려 가져왔다.


“평소엔 기다렸다가 리아랑 같이 퇴근해. 많이 늦어지면 먼저가라고 메시지 보내거든.”

유명은 마주앉은 세아의 초미니스커트 속을 슬쩍 훔쳐보면서 커피를 쭉 들이켰다.


“와~ 시원하다. 그럼 오늘도 여기서 놀다가 같이 가지 뭐. 집에 있는 엄마한테 미리 말해야 되나?”

세아는 기다렸다는 듯이 책상에 있는 휴대폰을 가져와 전화를 걸었는데 신호가 가자마자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혜리는 전화  사람은 무시하고 유명을 보고 활짝 웃었다.

“유명아~~ 오늘 학교 어땠어?”


“자기는 내가 전화 걸었는데 아들부터 찾아?”


투덜대는 세아에게 윙크와 손 키스를 보내는 혜리의 반응이 너무귀여웠다.

“좋았어! 기억이 없어져서 수학수업은 좀 힘들었는데, 역사랑 체육은 무지 재미있었어.”


“역사수업 재미있다고 하는 말 들었지? 내가 이정도라구~~”

세아가 자랑하듯이 가슴을 불룩 내세우자 혜리는 다시 윙크와  키스를 보낸 뒤 아들을 보고 말했다.

“괜찮아, 차차 적응될 거야. 근데 집에 바로 안 오구 왜 이상한 아줌마랑 같이 있어?”


“이상한 아줌마라니? 이 여자 진짜 웃기네? 아들이 엄마랑 같이 있는 게 이상해? 솔직히 말해봐, 부럽지? 그치?”


그러더니 세아는 대뜸 유명의 허벅지위에 엉덩이를 걸치면서 안겨왔다. 딸과 놀랍도록 똑같은 향기에 순간 훅 달아올랐다.

“세아 너 우리아들 손만 대봐, 발가벗겨서 거꾸로 매달아 버릴 거야!”

혜리가 진짜 화가 난 표정으로 협박하자 세아는 어린 소녀처럼 혀를 쏙 내밀면서 놀렸다.

“메롱~ 아들이랑 뽀뽀할거다~”

세아는 혜리가 보는 앞에서 진한 키스를 퍼부었다. 친엄마가 보는 앞에서 여자친구의 엄마와 뜨거운 키스라니, 유명은 너무 흥분되어 정신을 차릴  없었다.



(다음 35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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