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화 〉(28화) 5. 등교
(제 28 화)
리아의 손을 꼭 잡고 들어선 5학년 강의실건물은 규모, 시설, 장식 등 모든 면에서 훌륭하고 너무 깨끗해서 어디 만지는 것조차 망설여질 정도였다.
‘고등학교… 아니 중학교라며?’
SF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지나치게 단순하고 차가운 분위기가 아니라 고전적 건물에 미래적 시설이 잘 조화된 느낌이라 부담이 없었다.
유명에게는 초미니 주름치마와 타이트한 세라교복차림의 섹시한 여학생들을 곳곳에서 쉴 틈 없이 만날 수 있는게 무엇보다 좋았다.
“오늘 첫 수업은 역사야. 강의실은… 2층 3호실이네, 올라가자.”
리아의 안내로 계단을 오르려니 눈앞에 앞서 올라가던 여학생들의 뽀얀 엉덩이와 그 속으로 반쯤 먹혀 들어간 팬티가 들어왔다. 유명은 습관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멈칫했다.
‘그냥 봐도 괜찮은 거잖아?’
이럴 땐 조금 전 펠라티오를 해준 여자친구에게 물어보면 된다. 유명은 리아의 손을 살짝 당겨 최대한 목소리를 낮춰 조심스럽게 물었다.
“리아야 앞에 올라가는 여학생들 치마 속이나 몸 여기저기 막 봐도… 괜찮아? 대놓고 보면 날 이상한 놈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프후후후 유명이 너 너무 재밌어 아하하~”
리아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손으로 입을 가리고 고개를 숙였다. 여자친구의 반응에 유명은 자신이 바보 같은 질문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하하 아직 적응이 안 돼서 그래… 히히히”
사정을 속속들이 다 아는 사람이라면 아직 헤매고 있는 유명이 답답해 보일지 모르나 정작 본인은 서두를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이런 상황을 겪을 때마다 느껴지는 자극이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하나의 즐거움이라 여기고 있었다.
예전에 살던 세상이 어떠했는가, 온갖 혐오스런 명칭과 비합리적인 이유를 만들어 남성의 본능을 옥죄었고, 거기서 조금만 벗어나는 모습만 보이면 곧바로 잠재적 성범죄자 취급까지 당했다. 여기에 키 작고 못 생긴데다 돈까지 많이 없었으니 시궁창 같은 현실이었다.
그렇다면 이왕에 새로운 세계에 왔으니 마음 내키는 대로 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고 유명 역시 그럴 생각이 없는 게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제 겨우 5일차에 학교는 첫 등교이고, 감히 자기여자라 자신할 수 있는 초절정미녀를 벌써 셋이나 품에 안았다. 이정도면 헤매는 것뿐만 아니라 감당이 안 돼서 정신을 못 차릴 수준이 아닐까.
“이 강의실이야, 들어가자.”
리아가 이끌고 들어간 강의실은 대학교처럼 극장식으로 4~50명 정도 들어가는 크기였다. 아직 절반 정도만 차있었고 둘은 정 중앙에 자리를 잡았다.
“이 정도가 한 반이야?”
남자친구의 물음이 뭘 의미하는지 리아는 바로 알아듣지 못했다. 고정된 교실에서 1년 동안 같은 친구들과 똑같은 수업을 받았던 유명의 기억을 알리가 없다.
“한 반이 뭘 의미하는지 모르겠는데, 이번 수업은 5학년 필수과목이라서 수강인원이 많은 거야.”
“아…!”
대학교를 다니지 않았다면 여자친구의 설명을 바로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동식 수업에 원하는 과목과 강의를 선택해 수강한 뒤 학점을 얻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교수님 보고 놀라지나 마.”
리아가 볼에 키스를 해주며 하는 말에 유명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사이 다른 학생들이 빈자리를 채웠고, 잠시 후 속이 살짝 비치는 흰색 블라우스에 검정색 초미니스커트와 검정색 가터벨트를 한 미녀가 강의실로 들어왔다.
“어? 어…엄마??”
친엄마인 혜리가 아니라 오늘부터 엄마라고 부르기 시작한 세아가 남다른 성적매력을 풀풀 풍기면서 강단 위에 올라서고 있었다.
세아는 활짝 웃으면서 유명과 딸에게 대놓고 손을 흔들었다. 리아는 백치미 가득한 웃음을 한껏 머금고 손 키스까지 날렸다.
“자, 아직 안 들어온 학생들은 알바가 아니니까 시작해볼까요?”
“하하하~”
강의실에 가볍게 웃음이 번졌다. 세아의 직설적이고 시원시원한 성격은 강단에 서있는 당당한 모습과 너무 잘 어울렸다.
여기에 혜리의 허벅지 위에서 애액을 뿜어대던 모습과 자신에게 지어주던 야릇한 표정까지 더해지자 유명은 성욕이 확 치솟았다.
옆에 앉은 여자친구의 엄마라서 아줌마로 느껴질 뿐이지, 세아의 앳된 미모는 혜리와 마찬가지로 갓 입사한 초년생 직장인 같은 풋풋함이 물씬 풍겼다.
“강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모두들 유명학생의 사정은 알고 있죠? 납치되면서 모든 기억을 잃은 것은 물론 상식까지 뒤엉킨 고통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용감하게 등교한 친구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줍시다~!”
망상에 빠져들던 유명은 세아의 갑작스런 제안에 깜짝 놀랐다. 그런데 이어진 주변 동급생들의 행동에 더 놀랐다.
“와아아아~~~!!!”
짝짝짝짝짝짝짝짝
남학생 여학생 가릴 것 없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진심어린 환호와 박수를 보내는 모습에 유명은 울컥 눈물이 터졌다. 이 순간 따돌림과 괴롭힘으로 외롭고 쓸쓸한 학창시절을 보냈던 아픔이 단번에 치유되었다.
*****
동영상과 자료사진을 적절하게 이용한 역사 강의는유명한 인터넷강의나 유튜브보다 몇 배는 더 재미있고 유익했다. 무엇보다 세아의 강의 실력과 지식의 깊이가 굉장했다. 덕분에 1시간 30분이 훌쩍 지나갔다.
“내 강의 어땠어?”
학생들과 친근하게 작별인사를 나누던 세아는 딸의 손을 꼭 잡고 다가오는 유명에게 환한 미소를 던지며 물었다.
“너무너무 재미있었어요. 강의 진짜 잘하시던데요?”
“집에서처럼 엄마라고 부르고 말도 편하게 해. 안 그럼 학점 안 줄 거야.”
“하하하하~”
셋은 사이좋게 웃으며 강의실을 나섰다. 세아는 딸의 엉덩이를 토닥이면서 말했다.
“내 연구실에 가서 커피 마실까? 캡슐 말고 새로 산 맛있는 원두 있어.”
“우리 다음시간에도 수업 있어. 엄마도 여기서 강의 또 있잖아?”
딸의 지적에 세아는 과장되게 실망하는 표정을 짓더니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히잉… 아들 무릎에 앉아서 응석부리고 싶었는데….”
“하하하하하~~”
다시 웃음이 터졌다. 수업 시작할 때 들었던 엉큼한 망상이 다시 생각 난 유명은 큰마음 먹고 이 귀여운 엄마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러자 세아가 기다렸다는 듯이 아들의 허리를 꽉 감싸 안았다.
‘여기서 엉덩이 움켜쥐면 어떻게 될까?’
유명이 차마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망설이는 사이 세아가 발뒤꿈치와고개를 바짝 들더니 얼른 키스를 했다.
많은 제자들이 오가는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대놓고 포옹과 키스를 하다니, 정작 주변의 남녀학생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부러운 눈길과 미소만 던지고 지나갔다.
강의실복도에서 선생님인 여자친구 엄마와 키스를 나누는 걸 딸이 활짝 웃으며 바라보는 이 상황에 유명은 참기 힘든 짜릿함을 느꼈다.
“나 오후에는 강의 없으니까 연구실에 언제든지 놀러 와.”
얼굴이 새빨개진 세아가 수줍은 미소로 딸에게 말했다. 키스의 여운에 빠져 멍하게 서있는 유명을 백치미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던 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럴게, 이따 봐 엄마~”
세아는 유명의 볼을 다정하게 쓰다듬어준 뒤 강의실로 다시 들어갔고 유명은 여자친구에게 끌려가듯이 다음 강의실로 향했다.
“엄마가 저렇게 섹시해도 되는 거야? 너하고 냄새까지 같아서 참느라 죽는 줄 알았어.”
남자친구의 투정 섞인 말에 리아는 별다른 대꾸 없이 씽긋 웃기만 했다. 둘은 복도와 계단 사이에 있는 공간에 마련된 휴게실에 잠깐 앉았다.
“우리엄마보다 큰엄마가 더 섹시하잖아?”
리아의 지적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혜리야 말로 성적매력의 화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는 학교이고 미녀교사야말로 모든 남학생들의 성적판타지 대상 1순위다.
“그건 그렇지만… 작은엄마는 엄마만의 매력이 있어. 너랑 유리가 다른 것처럼 말야.”
어느새 혜리는 큰엄마 세아는 작은엄마로 정리돼버렸다. 리아는 잠깐 숨을 고르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진짜 우리엄마가 마음에 들어? 단지 학교라서 그런 생각이 든 건 아니구?”
“……….”
유명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여기가 예전에 살던 세상이라면 한국여자들 평균을 훌쩍 넘는 세아를 선택하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성적취향은 단연 2차 성징한 여자들이고지금 눈앞에그런 여학생들이 육감적인 몸매를 뽐내면서 계속 지나가고 있었다. 남자친구가 망설이는 이유를 아는지 리아가 설명하듯이 말했다.
“엄마도 예전부터 친아들 이상으로 널 좋아했어. 그게 지금까지는 내 어릴 적 단짝친구라서 그런 것뿐이었는데….”
“……….”
다음에 이어질 말이 뭔지유명은 짐작이 갔다. 조금 전 키스를 나눈 뒤 자신을 바라보던 세아의 눈빛은 딸과 놀랍도록 똑같았기 때문이다.
“엄마가 널 남자로 좋아하는 거야. 아직 말 안 했지만 엄마는 좋고 싫은 게 분명한 여자라서 저러는 거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면 돼.”
“그렇구나…….”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는 것에 조금 익숙해지기는 했으나 세아까지 자신을 남자로 좋아한다는 사실에 유명은 살짝 당황했다. 엄마라고 부를 정도로 친해진 사이가 아니었다면 어색한 기분마저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평소 성숙한 유부녀와의 뜨거운 관계와 같은 망상을 즐겨하던 터라 세아의 고백 아닌 고백은 만세를부르고 싶을 정도로 기분 좋은 일이다.
‘잠깐… 그럼 엄마도 날 남자로서 좋아하는 거 아닌가?’
유명은 등교하기 전에 혜리가 해준 키스와 포옹이 기억났다. 세아가 해준 것과 똑 같은 느낌이 분명했다.
*****
2교시 수업은 첫 수업이 끝나고 30분뒤에 4층 다른 강의실의 ‘수학’이었다. 매우 다행스럽게도 유명은 국어와 영어는 별로였으나 수학은 잘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16살에 배우는 수학이라고 가볍게 여겼던 강의가 대학교 이공계 전공수학에 가까운 수준이라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세아의 역사 강의처럼 각종 동영상을 이용한 수준 높은 강의덕분에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으나 유명은 강의를 따라가는 것만으로 벅찼다.
재미있는 사실은 옆에 앉은 리아가 수업시간에 깜빡 졸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강의실에 있는 20명 정도의 학생 중 절반 가까이가 졸거나 딴 짓을 하고 있었다.
‘그럼 그렇지… 이렇게 어려운 걸 16살짜리들이 어떻게 다 이해해?’
하지만 유명이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는데 함께 강의를 듣던 남녀학생들 모두 2차 성징한 이들이라는 것이다.
똑같은 시각 옆 강의실에서는 바구스를 포함한 2차 성징을 하지 않은 남녀학생들만 모여 한 차원 높은 고등수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물론 이 강의실 역시 절반 가까운 남녀학생들이 졸거나 딴 짓을 하고 있었는데, 그들조차 유명과 리아가 받는 수준의 수업은 이미 2~3학년에 통과했다는 사실을 유명이 알리가 없다.
“어? 박스~”
강의실을 나서다 복도에서 친구를 만난 유명이 활짝 웃으며 주먹을 내밀자 바구스도 반갑게 주먹을마주쳤다.
“헤이 브로~”
“어? 너희들 언제부터 그렇게 친했어?”
2차 성징을 하지 않은 굉장히 귀엽고 예쁜 한 여학생이 지나가다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바구스가 당황한 표정을 짓자 유명이 대뜸 대답했다.
“나 납치당하고 난 뒤 부터야. 미안하지만 넌 누구야? 우리 잘 알아?”
“너야 지금까지 여자들에게 관심이 없었으니 날 모르지. 기억을 잃었다고 했지? 그럼 정식으로 인사할게, 난 은하라고 해. 너랑 박스 둘 다 좋아하니까 잘 부탁해.”
직설적이고 시원시원한 성격이 마치 세아를 보는 것 같았다. 예뻐서 그런지 외모까지 닮은 것 같은 <은하>가 유명은 마음에 들었다.
“그래 나도 잘 부탁해, 친하게 지내자.”
“어 진짜? 리아야 친하게 지내도 돼?”
은하는 마치 허락을 받으려는 것처럼 물었다. 유명과 바구스의 시선까지 쏠리자 리아가 난처해하더니 어색하게 대답했다.
“다…당연하지, 근데 그걸 왜 나한테 물어?”
“그거야 이 두 남자보다 널 더 좋아하니까 그렇지. 나 입학식 때부터 너랑 친하게 지내고 싶었어.”
말투나 내용만 보면 레즈비언으로 오해할 법한데 은하의 표정이나 행동은 바구스가 유명에게 하던 것과 똑같았다.
“그…그럼 말하지 그랬어? 나도 부원들 말고는 친구 없는데….”
쑥스러워 하는 리아에게 얼른 팔짱을 낀 은하가 유명을 바라보며 발랄하게 웃었다.
“유명이 덕분에 우리까지 친구가 됐네? 점심 먹으러 갈 거야? 나 껴도 되지?”
“으…응…….”
은하에게 여자친구를 뺏긴 유명은 대답을하면서 옆에 친구를 바라봤다. 바구스가 피식 웃으며 친구의 넓은 등을 툭 쳤다.
“미안한데, 난 팔짱 못 낀다.”
(다음 29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