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3화 〉(22화) 4. 여동생 (23/130)



〈 23화 〉(22화) 4. 여동생

(제 22 화)

“와하하하하~~~”


리아네 식구가 함께하는 저녁식사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유명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마음을 열어놓고 편하게 식사를 해본 적이 없어 더 즐거웠다.


“그래서 내가 또 놀렸지.”

리아엄마 세아가 오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는 중이다. 다음에 이어질 말이 뭘까 기대에 찬 표정으로 혜리가 다그쳐 물었다.

“뭔데? 뭐라고 했는데?”


세아는 유명의 왼쪽에 앉은 딸을 슬쩍 바라봤다. 리아는 말하면 죽어버릴 거라는 표정으로 엄마를 노려보고 있었는데 세아는 씽긋 웃더니 무시하고 말했다.

“유명이가  많은 여자 싫다고 집에 가버렸다니까 나한테 매달리면서 엄마 나 어떡해라고 펑펑 울지 뭐야~”

“와하하하하하하~~~~”


식탁이 웃음바다가 됐다. 리아는 창피해 죽겠는지 옆에 앉은 남자친구의 팔을 껴안고 얼굴을 숨겼다. 너무 귀여운 반응에 유명은 여자친구의 머리위에 키스를 해줬다.


“리아 너무 귀엽다 하하하~”

마야의 칭찬에 리아는 발까지 동동 구르면서 계속 유명에게 매달렸다. 이런 즐거운 분위기에 맛있고 풍성한 음식까지 더해져있어 함께 자리한 6명 모두 기분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한 남자를 중심으로 이어졌는데 정작 본인은 먹고 웃기 바빠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세아가 유명의 오른쪽에 앉은 마야에게 물었다.

“참, 마야씨. 함께 지내는 문제 이야기 해봤어?”


살짝 말을 놓는 것에 친근감이 들었다. 마야는 연인과 눈빛을 주고받더니 대답했다.

“예. 유명이도 원하고 무엇보다 제가 계속 곁에 있고 싶어서 그러기로 했어요.”


“와~ 잘됐다!”


당사자들보다 혜리가 박수를 치며 더 좋아했다. 리아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백치미 가득한 표정으로 따라서 박수를 쳤다. 세아는 축하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물었다.

“근무지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종로를 포기하기 아깝지 않아?”


 문제는 세아를 제외한 다른 사람은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 마야가 대수롭지 않은  가볍게 대답했다.

“여기로 옮길 거예요. 제가 경찰이 되려고 한 이유가 바로 옆에 있는데 고민할 이유가 없죠.”


“우우우우~~”

여자들은 질투 섞인 야유로 마야의 단호한 선택을 칭찬했고, 고백을 통해 이미 진심을 확인한 유명은 손을 꼭 잡아주는 것으로 감사의 마음을 대신했다. 그때 유리가 분위기만 맞추고 있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한 리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유리야, 넌  한 마디도 해?”


“내가 뭐?”

퉁명스런 대답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혜리가 나서서 달래듯이 말했다.


“마야언니가 앞으로 함께 지내게 됐는데 넌 기쁘지 않아? 식구가 느는 거잖아?”

“나도 기뻐, 그래서 박수도 쳤잖아.”


표정이나 말투는 전혀 그렇지 않다. 유명이 따지려는 눈치가 보이자 마야가 얼른 끼어들었다.

“당분간은 오늘처럼 쉬는 날만 함께 지낼 수 있을 거야, 1년을 다 채워야 하거든. 대신 집에 오면  식구처럼 대해줘, 유리야? 응?”

“……….”


뭔가 대답하려던 유리는 입을 꼭 다물고 오빠를 바라봤다. 노려보는 듯한 시선에 원망의 빛이 서려있는 것을 유명도 알아봤다. 그걸 지적하면 좋은 분위기를 망칠 게 뻔했다.


“리아랑 어머님도  같이 살 수는 없나요? 전 이렇게 식구가 많은 게 너무 좋거든요.”

유명이 재치 있게 화제를 돌리자 세아가 눈치껏 받아준다.

“어머나~ 유명이가 어머님이라고 불러주니까 가슴이 다 떨린다.”

“아이구, 세아여사님 좋아서 넘어가시겠네!”

리아의 복수성 빈정거림에 다시 웃음이 터졌다. 그런데 유리의 표정이 여전히 굳은 상태였다. 유명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리  왜 그래? 그러고 있으니까 다들 신경 쓰잖아? 오빠에게 할  있으면 그렇게 담아두지 말고 해.”


유명이 이렇게 어른스럽게 말할 줄 미처 몰랐던 여자들은 살짝 놀랐다. 유리마저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볼멘소리로 말했다.

“흥, 오빠가 언제 나 신경 쓰기는 했어?”


“내가 왜 널 신경 안 써? 너처럼 예쁜 여동생을 신경 안 쓰는 오빠가 세상에 어딨어?”


다른 여자들은 가슴이  흔들렸다. 유리도 적잖이 영향을 받았는지 도전적이던 표정이 어느새 울상이 됐다.


“거짓말! 오빠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날 그냥 애 취급하잖아?!”

유리가 벌떡 일어나 도망치듯 2층으로 올라가버리자 우려대로 화기애애하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멍하니 앉아있는 유명의 등을마야가 떠밀었다.

“자기야 어서 따라가.”

“그래, 우린 괜찮으니까….”


리아까지 거들고 나오자망설일 필요가 없어졌다. 유명은 예의바르게 두 엄마와 눈길을 주고받은 뒤 유리방으로 향했다.


*****



자신의 방과 마주보고 있는 여동생의 방 앞에 도착한 유명은 그냥 들어가려다 일부러 심호흡을 했다. 지금껏 자신 때문에 감정이 상한 여자를 달래본 적이 없어 너무 망설여졌다.


다행이라면  반대의 기분은  수 없이 많이 느껴본 덕분에 유리의 기분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게 오빠의 역할을 할 이유로 작용했다.

“유리야,나 들어가도 돼?”

“……….”


아무 대답 없는 걸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인 유명은 굳게 닫혀있는 방문을 살짝 건드렸다. 자동문일 텐데 아무 반응이 없었다.


“유리야 문 열어봐, 우리 보면서 이야기하자.”

“싫어, 저리 가!”


우는 모양인지 목소리가 떨렸다. 그냥 이대로 이야기하는 게 더 편하게 여겨졌지만 자기만 편하고 별 도움이 안  게 분명하다. 유명은 다른 방법을떠올렸다.

“우리 집, 이 문 강제로 열 수 없어?”

[죄송합니다, 유리님께서 잠그셔서 열 수 없어요.]

그냥 포기하려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시 물었다.

“오빠가 여동생 방문도 못 열어?”


[오빠권한을 사용하시겠습니까?]

그러자유리가 가까이 다가와 큰 소리로 외쳤다.

“안 돼! 그러지 마! 내 방문이야, 열지 마!”

[유리님의 거부의사가 강합니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으나, 오빠권한으로 열 수 있습니다. 문을 열어드릴까요?]


“그래, 열어.”


유명의 명령이 내려지자 방문이 곧바로 열렸고 바로 앞에 유리가 서 있었다. 발갛게 상기된 예쁜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살짝 헝클어진 머리와 실망에 찬 눈빛 그리고 자신을 향한 원망의 표정까지 더해진 여동생에게 유명은 성욕을 느꼈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 말을 해줘야 알잖아?”


유명이 상냥한 말투로 달래자 유리의 표정이 순식간에 풀렸다. 그러나 기분은 그대로인지 등을 획 돌리고 침대로 가버렸다.

“저리 꺼져, 바보야! 내방에 나가 나가라구!”


목소리가 한풀 꺾였다는 느낌을 받은 유명은 자신감이 조금 생겼다. 그러자 돌핀팬츠를 뚫고 나올 것만 같은 먹음직스런 엉덩이가 눈에 들어왔다.


“진짜 나가? 이대로 나가면 앞으로 계속 신경 안 쓸지 모르는데, 진짜로 나가?”

“……….”

침대에 걸쳐서 등을 돌리고 앉은 유리는 아무 대답 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큰 키에 운동으로 다져진 건강하고 풍만한 몸매가 지금은 연약한 소녀로 보였다.


‘이거… 어떻게 달래지?’


뭐라고 해야 할지 생각이   유명은 조용히 다가가 슬쩍 옆에 앉았다. 분명 기척이 느껴질 텐데 유리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유리야, 오빠 좀 봐봐.”


“저리가… 오빠 싫어….”

당당하고 활기차서 성숙한 여자로 여겨졌는데 지금은 영락없는 15살 소녀다. 측은한 마음까지 더해지니 그냥 놔둘 수가 없다. 유명은 성욕의 힘으로 유리의 어깨를 살며시 당겼다.


“난 내 여동생이 너무 좋단 말야, 예쁜 얼굴 좀 보여줘.”


 멋진 말이 생각나지 않아 그냥 나오는 대로 말했는데 이게 통했다. 못이기는  고개를 돌리는 유리의 토라진 표정에 유명의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난 오빠가 너무 싫어…….”


“왜? 내가 왜 싫은데? 혹시 예전에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어?”

이번에도 생각나는 대로 말했는데 여동생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보며 유명은 제대로 짚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기억 못하면서….”

“기억 못한다고 저지른 잘못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

오빠의 말에 커다란 유리의 눈이 더 커졌다. 어느 정도 기대는 했지만 이정도 까지 바뀌었을 줄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다. 왈칵 눈물이 터졌다.


“흐아아아앙…… 와아아아아앙!!”


“어? 유…유리야……?”


유리는 오빠의 품에 안겨 한참을 울었다.


*****



“뭐? 내가 그런 말을 했다구?”

유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오빠무릎에 앉아 응석을 부리는 중이다. 15살 소녀에 걸맞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러나 이 소녀는 워낙 키가 크고 몸매까지 풍만하고 탄탄해서 오빠무릎에 걸터앉아있는  자체가 음란하기 짝이 없다.

오빠와 여동생의 단란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지만 눈앞에 출렁이는 커다란 살덩이에서 풍기는 달콤한 과일향기에 유명은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다.


“2차 성징으로 아무리 성격이 바뀌었다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자기 좋다고 따라다니는 여동생에게 그런 매정한 말을 할 수 있지?”


남의 일인 것처럼 말하는 투가 거슬렸으나 기억 못하는 일을 계속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지금은 오빠에게 응석부리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강한 상태라 유리 역시 남의 일처럼 말했다.

“그러게 말야, 여동생한테 더럽다고 그러는 오빠가 어딨어? 어느 날 갑자기 그러는데 얼마나 슬펐는지 알아?”

“오빠가 잘못했네, 죽을 짓을 저질렀어. 요렇게 귀엽고 예쁜 여동생 어디가 더럽다는 거야? 아… 혹시 너 어릴  잘 안 씻은 거 아냐?”

엉큼한 눈길로 자신의 젖무덤을 뚫어져라 바라보면서 던지는 엉뚱한 농담에 유리는 쿡 웃음이 터졌다. 덕분에 지금껏  사람 사이를 불편하게 만들던 기억이 완전히 밀려났다.

“안 씻긴 누가 안 씻어? 내가 얼마나 깨끗하고 멋진 여자인지 지금 보여줘?”

유리는 무릎에서 내려와 오빠 앞에 빨딱 서더니 스스로 돌핀팬츠를 무릎까지  내렸다. 유명의 코앞에 막 거뭇해지기 시작한 사타구니가 그대로 드러났다.


“와~ 유리  몸매는 리아랑  차이 안 나는데 여기는 아직이네?”

“치이~ 나도 곧 풍성해질 거다 모. 근데… 오빠는음모가 많은 게 좋아?”

지난날의 아픔을 꺼내 서로를 보듬어주던 단란한 분위기는 어디가고 이게 오빠와 동생의 대화로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정작 본인들은 전혀 신경 안 쓰고 있었다.

“너무 덥수룩한 건 나도 싫어. 근데 엄마 정도까지는 괜찮아.”

이 상황에서 비교대상이친엄마의 풍성한 음모인 것 역시 어처구니없지만 둘은 개의치 않았다.

“그래? 나도 엄마 많이 닮았으니까 이대로 계속 안 다듬는 좋겠지? 아흣!”

오빠가 손가락으로 음모를 매만지자 유리는  멋진 몸을 살짝 떨었다. 유명은 여동생의 사타구니에서 풍기는 달콤한 과일향기를 한껏 들이키며 씨익 웃었다.


“냄새좋고~ 내가 그러라면 그럴 거야?”


“하으응… 글쎄… 그건 오빠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리지 않았을까?”


여동생의 얼굴에 요염한 미소가 번졌다. 다혈질에 가까운 활달한 성격처럼 표정이 풍부한 것이 유리의 매력이다. 그게 유명의 마음에 든 것은 당연하다.



(다음 23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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