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화 〉(20화) 4. 여동생
(제 20 화)
“와, 여기 밥 맛있다. 쩝쩝쩝 오랜만에 수영을 하고 나서 그런 건가?”
입안에 음식을 쉬지 않고 집어넣고 있는 유명의 말에 다들 눈웃음으로 동감을 표시했다. 여자들 역시 거침없이 먹고 있었다.
“쩝쩝 유명아, 너희 식구들은 전부 2차 성징해서 식비가 장난 아니겠다. 꿀꺽 우리 집이랑 차이가 크겠는데?”
바구스 딴에는 재미있자고 한 말인데 여자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유리가 경멸에 찬 눈길로 바구스를 노려보며 말했다.
“박스, 한 번만 더 그딴 소리 지껄이면 물속에 던져버릴 거야.”
마야는 연인의 입장을 생각해 애써 모른척했고, 그 연인인 유명은 여동생과 친구의 신경전이 재미있어 웃기만 했다. 혜리가 어색한 분위기를 수습하려고 나섰다.
“후후 식비가 좀 많이 들긴 해.”
“엄마!!”
유리가 소리를 빽 지르고 탐스런 엉덩이를 들썩일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를 알 턱이 없는 무심한 오빠가 친구에게 물었다.
“박스, 너희 집 여자들은 이렇게 안 먹어?”
“오빠!!”
바구스가 미처 대답하기 전에 유리가 다시 발끈하자 마야가 얼른 연인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그제야 분위기를 파악한 두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먹는 데에만 집중했다.
어색한 침묵과 신경전 속에 계속된 식사였으나 세 여자는 바구스보다 최소 2배 이상은 먹어치웠다. 자신을 포함한 2차 성징한 인간의 식사량이 얼마나 많은지 유명은 제대로 실감할 수 있었다.
점심식사를 끝낸 일행은 바구스와 처음 자리를 잡았던 곳과 달리 5~6명이 어울리기 좋은 독립된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어~ 배부르다. 이거 너무 많이 먹어서 물장난 더 못 하겠는데?”
둥그렇게 놓인 덱 체어에 몸을 기댄 유명이 배를 두들기며 하는 말에 모두들 기분 좋게 웃었다. 옆에 앉은 마야가 검정색 비키니수영복 밖으로 당장 튕겨져 나올 것 같은 가슴과 엉덩이를 음란하게 출렁거리며 씽긋 웃었다.
“자기는 박스랑 우리 훔쳐보느라 바빴으면서 언제 물장난했다고 그래?”
“커흐흠 그…그거야 다들 워낙 섹시하니까. 그렇지, 박스?”
건너편에 앉아있는 유리의 은색 슈퍼하이레그 원피스수영복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엿보이는 음모를 훔쳐보고 있던 바구스는 친구의 말에 얼른 고개를 돌렸다.
“으…응 마…맞아 다들 엄청나지!”
“어머, 거기에 나도 포함되는 거니?”
누군가 불쑥 끼어들면서 하는 말에 유명과 바구스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몸을 옆으로 기대고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혜리를 보고 숨이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속이 살짝 비치는 흰색 삼각조각이 마치 유혹하듯이 결정적인 부위만 딱 가리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할 터인데, 그 속의 몸매가 압도적인풍만함을 자랑하고 있었으니 16살 두 남자애가 참고 있는 게 용할 지경이다.
“오…오빠, 나랑 저기 워터 슬라이드 타러가지 않을래?”
건너편에 앉아있던 유리의 갑작스런 말에 유명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혜리의 매혹적인 자태에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때문이지만, 점심식사 후 지금까지 화가 나있는 것처럼 보이던 여동생이 이런 제안을 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한 탓이다. 마야가 기다렸다는 듯이 유명에게 권했다.
“소화도 시킬 겸 남매끼리 사이좋게 갔다 와.”
“재미있겠다, 나도 같이 갈까?”
이런 쪽으로 확실히 눈치가 없는 바구스가 얼른 끼어들자 유리의 표정이 바로 굳어졌다. 그러나 오빠라는 작자 역시 친구와 다를 바 없었다.
“그래, 다 같이 가자.”
자신을 향해 천진난만하게 웃는 이 어린 연인을 어떻게 설득하면 좋을지 마야는 난감했다. 못하겠다는 유리를 겨우 설득해서 만든 상황을 이렇게 망쳐버릴 줄이야, 그때 모든 걸 눈치 챈 혜리가 몸을 던졌다.
“박스는 나 마사지 좀 해주지 않을래? 여자보다는 남자 손이 더 좋을 거 같은뎅.”
당장 끌어내릴 것처럼 마이크로비키니 끈을 살짝 잡아당기는 혜리의 도발적인 유혹에 안 넘어갈 남자는 없다. 문제는 유명까지 넘어가버렸다.
“나도 해 줄 수 있어!”
대뜸 유명이 나서자 바구스는 혹시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라는 기대에 찬 표정으로 유리를 바라봤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한 법이다.
“나 혼자 갈래….”
실망한 유리가 혼자서 휙 가버리자, 마야가 벌떡 일어나더니 두 남자의 등에 차례로 손도장을 내주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쫌! 눈치는 이니아에다 팔아먹었어, 응?”
“뜨아아악!!”
늘씬한 몸매에 어울리게 가늘고 연약해보이는 것과 달리 최정예 현역경찰인 마야의 손과 팔은 사실상 흉기에 가까웠다. 바구스는 등이 터질 것처럼 아파 바닥을 떼굴떼굴 뒹굴었다.
친구와 마찬가지로 손자국이 선명하게 났지만 유명은 대수롭지 않은 듯 어깨를 쓱쓱 문지르면서 물었다.
“이니아에 팔아먹다니? 이니아가 뭐야?”
“지금 그게 중요해? 유리나얼른 따라가! 글구 박스 넌 여기서 꼼짝도 하지 마, 알았어? 시민은 경찰의 권고에 따를 의무가 있어!”
평소 즐기는 판타지게임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초절정미녀엘프가 하는 명령을 바구스가 거부할 리 없고, 유리를 따라가려던 마음 역시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혜리의 엄청난 몸을 만져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어떻게 포기한단 말인가.
유명의 마음 역시 별다르지 않았으나 연인의 권유를 무시하면서까지 엄마에게 매달리는 모양새가 너무 노골적이고 한심스러워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앞서 가버린 여동생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오전에 비해 사람이 많이 늘었으나 한눈에 확 뜨일 정도로 빼어난 뒤태는 거의 없었다.
“유리야~”
눈물이 날 정도로 실망해 터벅터벅 걸어가던 유리는 오빠의 목소리가들리자 언제 그랬냐는 듯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돌아보지 않고 톡 쏘아붙였다.
“박스랑 놀지 왜 왔어?”
“미안해, 일부러 가자고 했을 텐데….”
해놓고 보니 조금 전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해주는 말이다. 유명은 자신이 무심했다는 자각이 뒤늦게 들었다.
“흥, 언제부터 나 생각했다고….”
새침한 말투와 달리 유리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천만다행으로 그걸 유명이 놓치지 않았다. 손을 잡으려다 큰 마음먹고 어깨를 덥석 껴안았다.
“언제 타봤는지 기억은 없지만 내 귀여운 여동생이랑 타볼까?”
“뭐…뭔데? 갑자기 왜 친한 척이야?”
발버둥치거나 팔을 쳐낼 줄 알았는데 어색하게 놀라는 척만 하는 반응이 너무 귀여워 저절로 웃음이 났다. 눈치는 없으면서 이런 건 또 어떻게 알아보는지 유명은 회심의 미소와 함께 여동생을 옆에 끼고서 워터 슬라이드로 올라갔다.
“준비됐죠?”
가슴과 풍성한 음모가 다 비치는 반투명한 전신수영복차림의 안전요원이 큰소리로 묻자출발지점에 앉은 유명과 유리가 동시에 대답했다.
“네!”
“예~”
워터 슬라이드가 평범한 규모라서 별다른 기구 없이 앞에는 유리가 뒤에는 유명이 맨몸으로 착 달라붙어 앉았다.
“출발!”
안전요원의 신호가 떨어지자 유명이 팔 힘으로 당겨서 힘차게 앞으로 나갔다.
“꺄아아아아~~~”
출발과 동시에 유리의 입에서 비명에 가까운 환호가 터져 나왔다. 오빠와 함께 즐기는 얼마만의 행복인지 몰라 저절로 양팔을 번쩍 들리더니 만세까지 나왔다. 유명 역시 아주 어릴 때 튜브에 의지해 타본 후로 처음이라 신나게 소리를 질렀다.
“와아아아아~~~”
그때 앞에 앉은 여동생과 떨어질 것 같아 허리를 붙잡으려던 유명의 손이 물에 젖어 차가워진 맨살에 미끄러지는 바람에 가슴을 확 움켜쥐어버렸다.
“꺄아아아악!!”
유리의 이번 비명은 기뻐서가 아니라 놀라서 본능적으로 나온 것이다.
‘크다!!’
마야와 리아에 비하면 조금 작은 편이었으나 한 손에 다 쥐어지지 않는 막강한 존재감이나 손가락이 쑥 들어가 버리는 환상적인 말랑거림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했다.
예기치 않은 행위에 워터 슬라이드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둘은 풀 위로 튕겨져 나오면서 사이좋게 물속에 잠겼다.
물을 좀 먹긴 했어도 중간에 벌어진 야릇한 이벤트까지 더해진 덕분에 기대이상으로 재미있었다. 유명은 벌떡 일어나 여동생을 부축해주면서 즐겁게 웃었다.
“와하하하하~~”
“켁켁! 물… 많이 마셨어… 콜록~”
오빠에게 기대어 기침을 하던 유리는 뭔가 허전하고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어? 유리 너…….”
원피스지만 슈퍼하이레그라 윗부분이 그다지 단단하게 가려주지 않아 유리의 커다란 가슴이 훤히 드러나 버린 것이다. 분홍색의 젖꼭지와 젖꽃판이 뽀얗게 농익은 살덩이 가운데서 바짝 성이 나 있었다.
“꺄악!”
깜짝 놀란 유리가 얼른 가슴을 감싸더니 오빠 품에 파고들었다. 구경하는 사람이 거의 없고 그마저 여자들뿐이라 난처할 상황이 아니었으나 소녀다운 여동생의 행동에 유명의 심장이 쿵 흔들렸다.
‘이런 기분은 또 처음이네….’
이 낯선 느낌이 유명의 기분을 야릇하게 만들었다. 엉큼한 생각이 표정으로 드러나는 것 또한 예전과 달라진 모습이다. 유리는 자신을 쳐다보는 오빠의 낯선 눈길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뭐…뭘 그렇게 엉큼하게 훔쳐봐?”
“훔쳐보긴? 그냥 보인 걸 어떡해?”
실실 웃으면서 시치미 떼는 것 또한 본적 없는 모습이다. 그게가슴을 더 요동치게 만들자 유리는 괜히 새침하게 말했다.
“흥, 바보가 변태가 됐어!”
‘변태’라는 말의 의미가 21세기와 달리 ‘자신의 여자를 공공장소에서 성적수치심을 느끼게 만드는 남자’에게만 쓰이는 제한된 표현이라는 걸 알았다면 유명의 반응이 달라졌을까.
유리가 수영복을 추스르면서 수영장을 나가버리려고 하자, 얼른 따라붙은 유명은 여동생의 잘록하고 탄탄한 허리에 슬쩍 손을 두르고 능글맞게 말했다.
“우리 한 번 더 탈까?”
“싫어! 또 가슴 만지려고?”
싫다면서 유리는 허리를 감싼 오빠의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유명은 손으로 전해지는 매끈한 감촉만으로 여동생의 먹음직스런 몸매를 느끼기 충분했으나 눈앞에서 유혹하듯이 출렁이는 살덩어리를 보고 있자니 욕심이 생겼다.
“재밌었잖아?”
“우리가 애야? 저딴 게 재미있게?”
타자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이러는 건 본심을 숨기려는 행동이지만 유명의 수준으로 이걸 바로 알아보기는 무리다.
“너도 재미있어서 소리 지른 거 아냐? 어서 타러 가자~”
그런데 엉큼한 욕구가 앞서버린 유명은 여동생의 손을 덥석 잡고서 워터 슬라이더로 성큼성큼 걸어가 버렸고 이 일방적인 행동이 유리의 마음을 그대로뒤흔들었다.
“어머, 야! 손 놔, 타기 싫단 말야!”
엉덩이를 빼고 손을 뿌리치려는 모습과 달리 유리는 맥없이 질질 끌려갔다. 프로선수를 꿈꾸는 학교격구팀 주전공격수가 이렇게 연약할 줄 누가 알았을까.
“준비됐죠?”
처음 탈 때와 마찬가지로 가슴과 풍성한 음모가 다 비치는 반투명한 전신수영복차림의 안전요원이 큰소리로 물었다.
“네!”
“예~”
올라오는 내내 앙탈을 부릴 때는 언제고 대답은 오빠와 함께 시원하게 질렀다. 앞에 앉은 유리의 얼굴을 누가 봤다면 홍당무라고 말했을 것이다.
“출발!”
안전요원의 신호가 떨어지자 이번에도 유명이 팔 힘으로 당겨서 힘차게 앞으로 나갔다. 그러자 곧바로 유리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꺄아아악! 뭐…뭐야아아?!”
이왕 변태취급 당한 김에 저질러보자는 심산이었던 유명이 출발하자마자 여동생의 수영복속으로 손을 쑥 집어넣고 가슴을 콱 움켜쥐어버렸던 것이다.
“와아아! 유리 너 가슴 크다아아아!!”
“이바보야아아! 손 빼라구우우!!”
도망치려는 여자와 놓치지 않으려는 남자가 뒤엉킨 상태로 물위로 튕겨져 나왔다. 이번엔 준비하고 있었는지 둘 다 물을 거의 먹지 않고 빠르게 일어났다.
“아, 또 벗겨졌다.”
벗겨진 게 아니라 자기가 벗겼으면서 손가락까지 가리키며 놀리는 오빠의 행동에 유리는 부끄러움과함께화가 났다.
“이 바보변태가!!”
유리는 드러난 가슴을 가릴 생각 없이 소리를 지르며 오빠에게 달려들었다. 처음처럼 소녀와 같은 반응을 예상했던 유명은 깜짝 놀라 뒤돌아 도망쳤다.
“아아! 잘못했어! 오빠가 잘못했어, 유리야아!”
“어딜 도망가?!”
토요일 아침에 있었던 술래잡기와 반대의 상황이었으나 결과는 달랐다. 몇 걸음 도망가기 전에 물에서 뛰어오른 유리가 무릎으로 오빠의 등을 찍어 눌러버린 것이다.
“으악!!”
갑작스런 공격에 유명은 꼼짝없이 물을 한가득 삼키고 말았다. 눈부시게 잘생긴 남자가 연인으로 보이는 여자에게 당하는 모습은 주변의 관심을 받기 충분했다. 주변에서 환호와 야유, 박수와 웃음이 터져 나왔다.
“흥, 동서울중학교 격구팀 주전공격수를 우습게보지 말라구!”
“켁켁! 우웩…, 물 엄청 마셨어! 크헉!”
“어딜!”
빠져나오려는 오빠의 머리를 힘으로 한 번 더 눌러버린 유리는 가볍게 몸을 날려 물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웃음을 참느라 두 손으로 입을 막아야했다.
오빠와 도대체 얼마 만에 해보는 장난인가, 화가 난 것처럼 행동했지만 사실은 너무 신나고 흥분되어 물에서 일어났을 때 키스를 퍼붓고 싶었다.
그러나 자신과 엄마, 리아를 무시하고 외면하던 그 모습이 잊히지 않아 지금의 오빠를 받아들이기아직 망설여진다. 유리는 도저히 뒤돌아볼 엄두가 안 나 도망치듯 뛰어갔다.
(다음 21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