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9화 〉(18화) 4. 여동생 (19/130)



〈 19화 〉(18화) 4. 여동생

(제 18 화)


4. 여동생




찌걱 추루룹 쬭쬭쪽 추룹 쪽쬭


잠결에 어디서 야릇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더니 아랫도리에서 어제 느꼈던 그 질척하고 야릇한 짜릿함이 확 느껴졌다.

“리아…?”

시키거나 부탁하지 않았는데 리아가 스스로 아침발기를 해소시켜주고 있었다. 유명은 살짝 당황했다가 쭈욱 빨아올려주는 강한 자극에 숨이  막혔다.

“쮸우왑~ 아… 깼어? 쬭 할짝할짝.”

뭐가그렇게 맛있는지 리아는 새빨개진 얼굴로 열심히 머리를 흔들었다. 그때마다 질척한 소리와 함께 쾌감이 유명의 몸에 퍼져나갔다.


‘드디어!!’


어젯밤 첫 펠라티오는 잠깐 하다가 더 참지 못하고 섹스로 이어졌고, 리아는 반복적으로 절정을 오르내리더니 끝내 다시 정신을 잃었다.

“우흡! 맛있어?”

“추룹, 응! 너무 맛있어~ 쬭쪽쪽.”


어제 확인한 사실인데 리아는 피학적 성향과 함께 백치미까지 갖고 있었다. 그게 섹스할 때처럼 특정 상황에서 드러나는 것 같아 유명을 미치게 만들었다.

지금처럼 자기 얼굴을 다 가리는 커다란 자지를 헤벌쭉 해가지고 빠는 모습이 여간 자극적이지 않다.

촤랍 쭈왑 할짝할짝 쬭쪽쪽쪽


여전히 거칠고 서툰 솜씨지만 정성만큼은 대단해서 유명은 빠르게 절정에 도달했다. 지금까지 버틴 것만으로 대견할 지경이다.

“흣! 리…리아야… 싸…쌀  같아… 흐웁!”

“쬭쪽쪽 추룹!”

삼켜주지 않을까란 기대나 삼켜달라는 요구를 할 겨를 없이 확 치솟는 쾌감에 유명은 그대로 정액을 뿜었다.


“하으으으으으읍!!”


“컥! 크훕!!”

 발은 분명히 목구멍으로 직격했고 이어진 사정은 입속을 순식간에 채웠다. 입으로 다 받아내지 못한 나머지 정액이 리아의 작은 얼굴과 머리 위에 대량으로 흩뿌려졌다.


‘모닝펠라… 끝내줘!!’

*****


함께 샤워하다 리아가 바닥에 주저 앉아버릴 정도로 격렬한 섹스를 또 했는데도 불구하고 유명은 아침을 맛있게 먹고 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원기 왕성해졌다.

“유명이  진짜 대단하다…. 평소 운동이라곤 안 했는데 어떻게 나보다 체력이 더 좋을 수 있니?”

거실 소파에서 자신의 품에  안겨 쉬고 있던 리아가 하는 말에 유명은 어깨를 으쓱했다.

“네가 모르는 걸 나라고 알겠어? 어제 유리랑 술래잡기  때도 금방 회복되더라구.”


“진짜? 난 지금 꼼짝할 힘도 없는데…. 그동안 죽어라 단련한 게 뭐였나 싶단 말이야.”


리아의 몸이 프로격구선수를 꿈꾸는 유리와 비교될 정도로 탄력과 유연함이 넘친다는 건 어젯밤과오늘 아침에 몸이 부서지도록 했던 섹스를 통해 확인한 사실이다.

“단련? 리아 너도 운동해? 구기종목이야?”


“아니, 난 격투기 해. 종합격투기.”


유리가 격구와 같은 격렬한 구기 종목을 한다는 것도 믿기지 않는데, 그보다 더 풍만하고 지극히 관능적인 몸매를 가진 리아가 종합격투기를 한다는 사실은 솔직히 믿기지 않았다.


“종합격투기? 리아 네가? 진짜?”


“응. 너랑 나 어릴 때부터 태권도 했거든. 유명이 너 소학교 때까지는 나보다 잘했던 거 모르지?”

당연히 모른다. 태권도나 격투기 같은 걸 혐오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자신을 괴롭히던 녀석들 대부분 무술에 경험이 있던 놈들이라 싫어하는 편이다. 그런데 여자친구인 리아가 한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격투기하는 여고생?’


평소 안 해본 망상이 없어서 교복차림의 리아가 무술동작을 하는 장면 정도는 얼마든지 떠올릴  있다. 품속의 여자친구가 이런 독특한 여자였다니, 그러고 보니 현역경찰인 마야 역시 연인으로는 특이한 직업이 아닌가.


자신의 여자들에 대해 새삼 각별한 감정을 느낀 유명은 스포츠브라와 핫팬츠차림인 리아가 발차기하는 상상을 하면서 말했다.

“보여줘, 너 운동하는 모습 보고 싶어.”

“안 돼, 지금 이 상태로 꼼짝도 하기 싫어.”


일언지하에거절당할 줄 몰랐다. 시키면 다 해주는 여자인 줄 알았는데 그건 섹스할 때만 해당되는 모양이다. 유명은 실망하기보다 이렇게 선이 그어져서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우리 이제 뭐 할까? 일요일인데, 이대로 집에있기는 좀 그렇지 않아?”

고집 피울  알았던 유명이 선선히 포기하자 마음이 편해졌는지 리아는 하품을 했다.

“흐아아암~ 나 졸려…. 그냥 집에 있으면 안 될까? 으으응…….”

리아는 유명의 품에 더 파고 들더니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아침까지 상대하느라 체력소모가 극심한 모양이다. 그때 누군가 집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 왔어~”


“아…, 오셨어요?”

리아의 엄마 세아였다. 그녀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던 유명은 어쩔 줄을 몰라 엉덩이만 들썩였다. 여자친구의 엄마를 아무렇지 않게 대하기에 경험이 너무 적은 탓이다. 정작 세아는 아무렇지않게 활짝 웃었다.

“어머, 리아는 자니?”


“네…, 피곤한가 봐요.”

가까이 다가온 세아는 딸의 머리를 받쳐 유명이 빠져나오는  도왔다.

“근데 유명이 넌 어떻게 멀쩡해? 매일 운동하는 리아가  정도면 너도 같이 쓰러져야 하는 거 아니니?”


“그러게요. 이상하게전 아무렇지 않네요, 하하하~”


“너 대단하다…. 설마 기억을 잃은 대신 몸이 좋아진 거야?”


말도  되는 추측이지만 달리 해명할 말이 없다. 유명은 바구스에게 그랬던 것처럼 상대에게 맞춰주기로 했다.


“진짜 그런가 봐요, 몸에서 힘이 막 넘쳐요.”

유명이 과장된 몸짓으로 힘자랑을 하는 게 재미있는지 세아는 엄마미소를 한껏 지었다.


“호호호, 너 전에는 밥도 잘 안 먹고 약해서 혜리씨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는데 잘 됐다. 참,  어제 마야씨 봤어. 굉장한 미인이던데?”


“아… 그…그러셨어요?”


딸을 파김치로 만들어 놓은 불한당 같은 놈의 다른 여자를 칭찬 할 줄이야, 유명은 어떤 반응을 보여야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아무렇지 않게 넘어간다.

“이렇게 리아를 받아줬으면 됐지,  그렇게 쑥스러워하니? 아무걱정 말고 너 주변에 좋은 여자들 많으니까, 마음 내키는 대로 사겨. 그게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거니까.”

“……….”


*****


 가꿔진 정원수 속에 숨어 있듯이 자리 잡은 예쁜 집들과 아름드리 가로수 사이의 길을 한가로이 걷기에 쾌청한 날씨의 일요일 오전이야말로  좋은 시간이다.

커다란 고목들 사이로 드리운 아침햇살이 바람을 따라 살랑살랑 반짝이는 주택가의 평온한 분위기는 사람의 기분을 느긋하게만들어준다.


여기에 몸에  달라붙는 핫팬츠와 민소매 탱크톱셔츠만 걸치고 가슴과 엉덩이를 여봐란듯이 출렁이며 운동하는 여자들까지 더해지면 완벽한 그림이 완성된다.

그러나 이 여자들이 간절한 눈길과 함께 유혹의 몸짓으로 걸음을 방해하면 한가롭고 느긋한 기분을 느끼기 힘들어진다.


완전히 곯아떨어져버린 여자친구 옆에 하릴없이 있기 멋쩍어 리아의 집을 나선 유명은 처음 보는 여자가 먼저 말을 걸어오는 경험을 여러  겪었다.


‘와… 이런 기분이구나!’

마야와 리아처럼 자신 주변에 있는 여자들과 비교되어 그렇지, 여자들 모두 거절하기 미안할 정도의 매력은 하나씩 갖고 있었다.


‘근데… 어제랑 그저께는 이러지 않았는데?’

의문은바로 풀렸다. 이 놀랍고 매력적인 세계에 눈을 뜬 뒤로 혼자서 길을 걷는 게 처음이었던 것이다. 반해버릴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가 혼자 있었으니 여자들이 가만 놔둘리가 없다.


‘무서워서 혼자  다니겠네.’

푸념과 달리 생전처음 겪어보는 경우라 기분 나쁘지 않았다. 사실은 거절할 때마다 진심으로 실망하는 여자들의 반응에 카타르시스가 느껴져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그렇게 여자들의 간절한 관심을 즐기던 유명은 <주변에 좋은 여자 많으니 마음 내키는 대로 사귀는 게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일>이라고 했던 세아의 말이 생각났다.

‘뭔가 다른 의미가 있는 거 같은데…?’

어제 고백할 때 리아가 직접 확인해줬다시피,  세계는 극심한 성비불균형 사회라 남자가 여러 여자 만나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 심지어 근친상간마저 허용되어있다.


결국 주변에 있는 좋은 여자들과 사귀는 자체가 아니라 그로  모두가 행복하게 되는지를 알아야하는 것이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유명은 친구 바구스를 떠올렸다. 이런 미묘한 문제일수록 검색보다 알 만한 누군가에게 물어보는 게 훨씬 유익한 법이다.

이럴 때 조건 없이 부를  있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 세계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의 부름이라면 어디서든 즉각 출동하는 박스가 왔습니다~”


바구스의 명랑함은 가시적이란 느낌이  들어 촐싹대는 것마저 거부감이 없다. 둘은 가볍게 주먹인사를 했다.

“부름에 응해줘서 고맙다, 친구. 내가 살게, 어디 갈까?”

“날 만나자고 한 이유에 따라 목적지가 달라지지. 왜 부른 거야? 급한 일이야?”

그러고 보니 일요일 오전에 누군가를 특히 친구를 만난 적이 중학교 졸업이후로 없다. 게다가 이 세계에 와서 가본 곳이라곤 병원, 집, 상점가뿐이라 어딜 가면 좋을지 전혀 감이 잡히질 않았다.

“고민이 있어서 만나자고 한 건데, 엄마랑 근처 상점가에 가본  전부야.”


기대대로 친구의 상태를 곧바로 이해한 바구스가 씽긋 웃었다.


“그렇다면 이 일요일 오전에 갈 곳은  한 군데지, 가자~”

바구스가 유명을데리고 간 곳은 실내수영장이었다. 상점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공공체육시설 있었는데 규모와 시설이 굉장히 훌륭했다.


일요일 오전이라 아직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그 넓은 곳이 한적한 편이었으나 워터파크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어 썰렁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와~ 가까이에 이런 곳이 있네? 게다가 무료라구?”


유명이 두리번거리면서 신기해하자 바구스는 한층 신이 난 표정으로 설명했다.


“이런 공공복지시설은 곳곳에 있고 대부분 무료야. 그리고 나처럼 여자 없는 놈들은 이런 수영장을 매우 사랑하지, 헤헤헤~”


장난으로 말하는 것 같지만 바구스는 진심으로 시민수영장을 사랑한다. 친구의 여동생과 단짝친구같이 2차 성징 한 여자들의 섹시한 몸을 감상하기 딱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여기 진짜 좋다~”


유명의 감탄은 여자가 아니라 수영장시설에 대한 감상이다. 마야와 리아의 눈부신 몸을 구석구석 마음껏 맛을 봤으니 아무리 수영복차림이라도 다른 여자들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여기 자리가 명당이야.”


바구스가 안내한 곳에는 수영장이나 해수욕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덱 체어 스트라이프(긴 접이식 의자)’들이 구역별로 2~5개씩 놓여있었다.


“여기 좋네, 가서 마실 거라도 사올게.”


유명이 다시 일어서려고 하자 바구스가 말리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러더니 멀리 쟁반을 들고 지나가는 여자를 손으로 불렀다.

“세금을 내는 시민으로서 공공복지를 충분히 누려야지.”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알아들은 유명은 친구를 따라 의자에 몸을 기댔다. 노란색 탱크톱셔츠와 핫팬츠차림의 미소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왔다.


“필요하신  있으세요?”

각자 취향의 과일주스를 주문했는데 사람이 많이 없어서 그런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져왔다. 여직원의 출렁이는 엉덩이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난 뒤에야 두 친구는 본격적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자, 이 박스님을 직접 소환해서 털어놓으려는 고민이 뭐야? 검색해서 해결되는 거면 고민 한 개당 한 대씩이다.”


주스를 쪼로록 마시며 주먹까지 들어 보이는 모습이 진짜 16살 자신을 보는 것 같아 유명은 저절로 웃음이 났다.


“하하, 알았어. 여자문제 때문에 부른 거야.”


막상 이야기를 꺼내려니 망설여졌다. 친구와 여자문제로 상담해본 적이 없는데다  어떻게 물어야할지 아직 감을 못 잡았기 때문이다.

“여자문제? 왜, 리아가 그만 헤어지자고 그래? 아니면 너의 취향이 예전으로 되돌아갔어?”

“그런 거 아냐, 인마. 그리고 미안하지만 리아는 이제 내 여자친구다.”

“뭐어??!!”

바구스는 벌떡 일어나며 소리를 질렀는데 아무리 봐도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보였다. 유명은 시치미를 뚝 떼고 말했다.

“짜식이 놀라는 척 하기는, 리아가 내 여자였다는 건 너도 알고 있었잖아?”

“배신자새끼, 고민상담은 이것으로 끝이다!”


진짜 가려는 것처럼 등을 돌리는 바구스를유명은 기대어 앉은 자세 그대로 팔을 뻗어 가볍게 주저앉혔다.


“내 고민 들어줘야지, 어디가?  말고 이런 고민 털어놓을 친구 없단 말야.”


마지막 말이 섭섭함을 날려버렸다. 바구스는 못이기는 척 다시 등을 기대고 다리를 펴더니 일부러 퉁명스럽게 말했다.

“뭐…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어제 이후로 리아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고 있는 상태라서 그냥 넘어가주는 거야, 알았어?”

“그래그래, 알았어~”

아무리 짝사랑이지만 좋아하던 여자를 포기하는 일이 그리 쉽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유명은 고마운 마음에 친구의 조그만 머리를 벅벅 쓰다듬었다.


여자친구는커녕 변변한 친구 하나 없이 졸업할 것만 같아 기억을 잃은 기회를 틈타 계획적으로 접근한 사이였는데, 이렇게까지 가까워질 줄 몰랐던 바구스는 유명의 격의 없는 행동에 살짝 감명을 받았다.

애초에  될 가능성이 없던 자신의 짝사랑 때문에 섭섭할 이유가 없으니 이번 고민 상담이야말로 우정을 돈독히 하기에 좋은 기회였다.


“취향까지 바뀌었는데 여자로 고민할 게 뭔데? 리아가 기대에 못 미쳤어? 참고로 섹스에 대해서도 아주 빠삭하게 잘 아니까, 뭐든 물어봐.”

헝클어진 머리를 바로 할 생각 없이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모습을 보고 유명은 터지려는 웃음을 겨우 참았다.

“큭, 알았어. 근데 리아와는 별 문제없어.”

“그래? 그럼… 여러 여자랑 사귀는 문제야?”


“어?  어떻게 알았어?”


살짝 놀라는 유명의 반응에 바구스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의자에 기대더니 주스를 한 모금 쭈욱 들이켰다. 그 사이 한가하던 주변에 여자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


“이 박스님께서 어제 조사를 좀 했지.”


“조사? 무슨 조사?”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이상해서 인공지능까지 동원해서 알아보니까, 네 엉뚱한 기억들이 지구세기 이전이었던 21세기 때와 관련이 있다더라고.”


“그…그래…?”


반응은 그리 크지 않았으나 유명은 진심으로 놀라는 중이다. ‘지구세기’라는 게 뭔지 궁금했지만 지금 중요한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유명이  납치당하기 전에 21세기 때 역사물에 빠져있었던  아냐? 작년에 한창 유행했었잖아?”


“그…글쎄, 기억을  잃어서 나야 모르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바구스는 끔찍하게 야한 수영복차림의 주변 여자들을 노골적으로 감상하면서 말했다.

“분명히 그랬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유명이 네가 어떻게 21세기 때나 통하던 상식을 기억하고 있겠어?”


“내가 21세기 사람처럼 행동한다는 거야? 그…그게 말이 돼?”

“말이 되고  되고를 떠나서 이거 말고 네 상태를 어떻게 설명할 건데?”

지금껏자신의 상태로 인해 문제된 적이 별로 없지만 이거야말로 완벽한 변명이 아닌가. 유명은 바구스야말로 누군가 자신을 위해 준비해둔 존재 같았다.


“그러게…, 듣고 보니 네 말이 맞는 거 같다.”

“흐흐흐, 기계가 분석한 결과만 맹신하는 여자들 머리론 절대 할  없는 상상력이지.  박스님이나 되니까 가능한 거야~”

득의양양을 넘어 자만심 가득한 미소를 지은 바구스는 친구의 듬직한 어깨를 툭툭 쳐준 뒤 주변 여자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던 우려까지 말끔하게 날아가 버려 홀가분한 기분이 된 유명은 고민을 꺼내는데 부담이 없어졌다.

“박스, 그럼… 마음에 들면 이 여자 저 여자 사귀어도 되는 거야?”

“응, 그냥 사귀는  아니라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

“먹어치우라니?”

유명의 반문에 바구스가 엉덩이를 들썩들썩 위로 박는 시늉을 하면서 대답했다.


“섹스 말이야, 섹스! 아무나  먹는 게 사귀는 여자만 먹는 것보다 훠어어~얼씬 좋아.”


궁금하던 이야기가 나왔다. 대충 짐작이 가긴하지만 보다 정확한 이유를 알고 싶어 유명은 살짝 돌려서 물었다.


“나도 섹스 좋아하긴 하는데…, 그래도 모르는 여자랑 섹스하는 건 좀 그렇지 않아?”

“무슨 답답한 소리야? 넌 너 좋다고 달려드는 여자  먹고 다녀. 넌 그러라고 태어난 녀석이니까.”


2차 성징을 빗댄 것 같은데 뉘앙스에 뭔가 다른 의미가 담긴 것 같았다. 유명은 조금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덩치 말고 너하고 내가 뭐가 다르다고 그래?”

“에효… 너처럼 모든 걸 다 가진 녀석이 내 아픔을 어떻게 알겠냐.  같은 놈들은 나중에 성공해야만 지금 네가 누리는 겨우 흉내 낼 수 있어.”

미국 고등학생들의 파벌인 ‘클리크(Clique)’ 중 ‘적스(Jocks)’에 해당하는 덩치 크고 운동 잘하면서 잘생긴 남학생들이 누리는 특권을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러나 이제 2명의 여자와 섹스해본 게 전부인데다  세계의 학교 분위기가 어떤지 전혀 모르는 유명으로서는 실감이 안 났다. 오히려 자조 섞인 바구스의 설명이 남의 일 같지 않아 마음이 쓰였다.

“겪어보니까 섹스는 좋아하는 여자랑 하는 게 최고인  같더라. 아무 여자랑 해봐야 탈 밖에 더 나겠어?”

벌떡 일어나 앉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벌리기에 화를 내는 줄 알았는데 바구스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누가 그걸 몰라? 서로 사랑하는 상대와 하는 섹스가 좋다는  소학교 다니는 꼬맹이들도 다 알아. 하지만 달려드는 여자들에게 열심히 씨를 뿌려야 애가  명이라도  태어날 거 아냐?”

“……??”

유명이 멍한 것을 보고 바구스는 이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설명을 이어갔다.


“미안미안, 네가 21세기 원시인이 된  또 잊었군.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줄게. 인공수정이 불가능하고 출산율이 낮다는  너도 알고 있지?”


“응.”


“좋아, 그 문제 때문에 남녀관계가 21세기에 비해 굉장히 관대해진 것 역시 알지?”

“응. 그래서 근친상간이….”


친구가 말끝을 흐리자 바구스는 다 이해한다는 의미로 유명의 어깨를 툭툭 쳐줬다.

“그래그래, 나로선 근친상간을 금지한다는 게 오히려 이해가 안 되지만 그게 너한테는  자극이  테니까 나쁘진 않지?”

“맞아…, 너무 자극적이라 차마 엄마랑 유리 보기가 좀 어색해.”

“혜리아줌마랑 유리 정도면 자극이 좀 과하긴 하지, 큭크크.”


“푸흐흐흐.”

두 친구는 엉큼한 눈길을 주고받으면서 능글맞게 웃었다. 이렇게 마음이 통하는친구가 있다는 게 얼마나 즐겁고 좋은 일인지 유명은 지금껏 알지 못했다.

(다음 19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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