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화 〉(13화) 3. 연인과 친구
(제 13 화)
[딩동]
경쾌한 벨 소리에 눈이 떠졌다. 꿀맛 같은 단잠을 잔 덕분인지 머리가 너무 상쾌했고 무엇보다 몸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유명은 꼭 끌어안고 잠이 들었던 연인부터 찾았다.
“어…? 어디 갔어?”
모닝펠라티오는 망상의 영역일지라도 모닝키스는 받을 줄 알았는데 마야가 보이지 않았다. 꽃향기만이 아련하게 남아있는 느낌이 들었다.
[딩동]
책상 위에 놓인 자신의 휴대폰에 활짝 웃고 있는 마야의 얼굴아이콘이 떠 있었다. 실망이 이만저만 아닌 유명은 침대에 누운 채로 말했다.
“메시지 켜줘.”
[마야님이 보내신 메시지가 한 개 있습니다. 실행할까요?]
“응….”
그러자 실물 크기의 마야가 홀로그램으로 방 한가운데에 나타났다. 어젯밤처럼 알몸에 앞치마만 두른 모습이라 섭섭한 마음이 바로 사라졌다.
[좋은 아침~ 깼을 때 곁에 없어서 미안해. 오늘 출근해야 하는 날이라서 먼저 일어났는데, 너무 곤히 자고 있어서 안깨웠어. 나 보고 싶지? 후후~ 아침식사 준비해놨으니까, 일어나면 내 생각하면서 챙겨먹어. 나중에 또 전화할게, 사랑해~~ 쬭!]
상체를 앞으로 숙이고 손 키스를 날린 마야는 발랄하게 뒤로 휙 돌며 윙크까지 날렸다. 탐스런 엉덩이가 출렁이는 사이에 뭔가가 슬쩍 보인 것은 덤이었다.
금발미녀의 애교 넘치는 모습에 입이 헤벌쭉 해진 유명은 어젯밤에 있었던 그 꿈같은 경험을 되새겼다.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 가던 첫 경험과 주방에서 코박죽으로 덤벼들었던 두 번째 섹스까지는 뭔가 정신없이 끝난 기분이었다.
그러나 욕실에서 했던 세 번째는 애무에서 키스로 다시 애무에서 삽입으로 자연스레 이어진 제대로 된 이상적인 섹스였다.
‘삽입하자마자 가버리는 그 모습은 진짜….’
그렇잖아도 아침발기가 유지되고 있는 상태인데 오르가슴을 느끼던 마야의 모습을 떠올리니 아플 정도로 저렸다. 이대로 한 발 시원하게 뺄까하다 바보 같은 짓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 여자가 있는데 자위가 다 뭐야?’
포기하기엔 성욕이 너무 치솟은 상태였으나 유명은 애써 참고 일어났다. 하지만 워낙 거대한 자지가 최대한으로 발기한 상태라 도저히 무시할 수가 없었다.
“거울.”
방문 쪽 벽에 전신거울이 나타났다. 사실은 전면디스플레이지만 차이는 없었다. 유명은 팔뚝만한 돌덩이가 자신의 사타구니에 달려있는 모습에 가슴이 웅장해졌다.
손으로 슬쩍 눌렀다 놓으니 용수철처럼 위로 튕겨 오르는 모습이 가히 경이롭다. 검은 형님들의 그것도 이렇게 단단하고 맹렬한 기세는 아니지 않을까.
남자에게 자지가 우람한 것만큼 자존감을 북돋아주는 게 없다. 게다가 첫눈에 반한 마야의 처녀를 가졌다는 특별함까지 더해지니 뿌듯한 기분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반짝반짝 윤이나는 귀두가 아랫배를 툭툭 쳐댈 정도로 바짝 서있는 믿음직한 자지와 그에 걸맞게 매끈하고 다부진 몸을 보면서 유명은 주먹을 들어 활기찬 새 인생을 축복했다.
‘좋았어!’
*****
“린~ 리이인~~ 좋은아침~~~”
타이즈제복으로 갈아입은 마야가 탈의실로 들어서는 린을 와락 끌어안고 키스를 퍼부었다. 평소 둘의 사이를 잘 아는 동료경찰들이 부러운 미소를 보냈다.
“추룹, 얘…얘가 왜 이래? 무슨 좋은 일…, 설마… 진짜? 진짜루??”
단짝친구이자 동료 아니랄까봐 표정과 행동만으로 바로 알아본다. 마야는 행복이 가득한 눈빛으로 활짝 웃었다.
“응! 맞아, 후훗~”
마야는 감정에 못 이겨 젖가슴을 사정없이 출렁이며 폴짝폴짝 뛰었다. 린은 함께 폴짝거리다가 이내 콧방귀를 뀌더니 자신의 사물함으로 걸어 가버렸다.
“흥, 우리 이제 헤어져.”
“아이잉~ 왜 그래에~ 자기양~~”
마야의 코맹맹이 소리에 다른 동료들까지 키득 거렸다. 린이 사복을 벗으며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리 꺼져, 이 배신자! 마야 넌 오늘부로 숫처녀클럽에서 제명이야. 처녀막도 없는 년이랑은 상종 안 할 거야!”
“헤헤헤~ 사랑해, 리~잉~~”
린을 뒤에서 감싸 안고서 젖가슴을 콱 움켜쥐더니 마야가 다시 코맹맹이 소리를 냈다. 몸에서 풍기는 냄새부터가 뭔가 더 자극적이고 매력적으로 바뀐 것만 같았다.
“옷 좀 갈아입자, 쫌!”
출근신고를 하고, 업무일지를 확인 한 다음, 권총을 비롯한 장비를 수령해 지구대를 나온 뒤에야 한숨을 돌렸다.
“자, 우리 링이 좋아하는 까풰롸뛔~”
마야가 단골 카페에서 커피를 사와서 내밀자 린이 피식 웃으며 받았다.
“우리 짠순이가 어쩐 일이래? 처녀막 상실 기념이야?”
“헤헤헤, 그동안 짜게 굴어서 미안해.”
순찰시각까지 여유가 있어 둘은 카페의 테라스에 잠깐 자리를 잡았다. 린이 마야의 손을 꼭 잡아주며 말했다.
“축하해. 드디어 꿈을 이뤘구나?”
“고마워….”
“어땠어?”
“응? 아… 그거…….”
첫 경험을 물어보는 것이다. 물어 본 린의 얼굴이 붉어질 정도면 직접 경험한 마야의 얼굴은 어떻겠는가. 귀까지 빨개진 마야가 어제보다 더 예뻐 보이는 것이 과연 기분 탓일까라는 생각에 린이 한탄하듯이 말했다.
“에효… 누구는 근무하다가 우연히 만난 이상형의 남자랑 사랑에 빠져 첫 경험까지 하는데, 난 뭐냐….”
불과 며칠 전의 처지를 말하는 것이라 마야는 새삼 자신의 변화가 놀랍고 신기했다. 그래서 얼굴이 더 달아올랐다.
“솔직히 좀 믿기지가 않아…, 꿈에서 그리던 그 얼굴을 딱 눈앞에 봤을 때 아무 생각이안 떠오르더라구….”
“나참… 그때 나도 옆에 있었거든? 어땠냐니까? 좋았어? 느꼈어? 응응??”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굴뚝같은데 막상 하려니 너무 부끄럽다. 다행히 순찰시간이 다 되어 둘은 카페에서 일어났다.
근무수칙에 어긋나지만 지나가는 시민들도 다 하나씩 들고 다니는 거라 둘은 커피 잔을 들고 천천히 거리를 걸었다.
“처음엔… 너무 아파서 꼭 죽는 줄 알았어.”
마야는 고백하듯이 조용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린은 그 속에 깃든 흥분을 분명 느낄 수 있었고 마치 자신의 일처럼 선명하게 들렸다.
“지금은 괜찮아?”
“괜찮아, 나 몸 튼튼한 거 너도 알잖아. 두 번째까지만 아팠고, 그 다음 부터는….”
말끝을 흐린 것은 어젯밤에 섹스를 네 번이나 했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라는 중이기 때문이다. 할 때는 너무 좋아서 힘들거나 이상한 줄 몰랐었다.
“뭐? 어젯밤에 첫 경험만 한 게 아니라 세…세 번이나 했다고??”
“아니… 한 번 더…….”
“뭐어어?! 네 버언??!!”
린의 목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지나가던 시민들 놀랐을 정도다. 둘은 황급히 조용한 곳으로 걸어갔다. 마야를 벽에다 세워놓고 린이 심각한 표정으로 따졌다.
“어디서 어떤 식으로 했고, 뭘 어떻게 느꼈는지 빠짐없이 상세하게 말해. 안 그럼 나랑 절교야!”
자랑하고 싶어 죽겠는데 이렇게 강요를 받으니 더 기쁘다. 마야는 마치 범죄를 자백하는 흥분된 기분으로 털어놓았다.
“처음은… 거실에서 키스로 시작했는데, 거사는 유명씨 방에서 치르고 싶더라구….”
“거사? 거사는 무슨, 네년이 무슨 독립운동가니? 그래서 유명씨 방으로 갔어?”
부러워하는 빛이 역력한 린의 표정을 보고 있으니 마야는 너무 재미있고 신이 나 얼른 이어서 말하고 싶었다.
“응.유명씨 방으로 가서 옷을 벗고 어떻게 잘 되다가, 유명씨가 내 가슴을 너무… 집중해서 저기…해서…….”
“저기라니? 이 커다란 젖통을 유명씨가 어떻게 했는데? 자세하게 말 안 해?”
린은 일부러 총까지 꺼내서 협박하듯이 인상을 썼다. 위급상황을 고지하고 경찰청 메인프레임에서 사용허가가 떨어져야 활성화되는 것이라 지금은 그냥 총모양의 장난감이나 다름없다.
“그게… 마치 엄마 젖을 빠는 것처럼 막… 쬭쪽쪽 거리면서 양쪽을 계속 빨아대는 통에 확! 가버렸거든?”
“와… 시작하자마자 가버렸다구? 너 가슴 약한 거 유명씨가 어떻게 알았지? 네가 말했어?”
둘은 순찰을 돌기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근무시간에 있었던 행동이 모두 기록되고 기록된 내용을 업무평가인공지능이 1차로 분석하기 때문에 별 일 없는 곳에서 너무 오래 있으면 감점사항이다.
“내가 말하긴, 나도 정신이 없었다니까. 유명씨가 그냥 가슴을 좋아하는 걸 수도 있잖아.”
“아… 그건 그렇겠네. 우리들이 여기저기 좀 넉넉한 편이니까, 널 좋아하면 거기도 좋아하는 거겠지.”
린이 마야의 젖가슴과 엉덩이를 쿡쿡 찌르며 장난을 쳤다. 지나가던 한 남자시민이 둘의 행동을 엉큼한 눈으로 보고 지나갔다.
“근데 내가 쉽게 가버리는 걸 유명씨가 알면 혹시싫어할까봐 손으로 입을 막고 억지로 참았거든? 나 그때 1차로 죽는 줄 알았어.”
“냐하하하~ 마야 너 왜 이렇게 귀엽니? 와하하하하~~”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린이 자지러지듯이 웃어재끼자 지나가던 시민들이 또 깜짝 놀랐다. 마야가 대신 고개를 숙이고 사과를 한 뒤 다시 이야기를 계속했다.
“내가 못 참을 것 같기도 했고, 유명씨가 가슴에 너무 집중하는 게 뭘 해야 될지 몰라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서….”
“와… 드디어 시작이지?”
기도하듯이 손까지 가지런히 모아서 눈을 반짝이는 린의 과장된 반응이 너무 재미있어 마야가 웃음을 터뜨렸다.
“풋! 하하하~ 시작이 맞긴 맞아. 어떻게 서로 마주보면서 누었는데 유명씨가 멈칫하는 거야.”
“아… 어딘지 못 찾았구나?”
마야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인사를 하는 시민에게 상냥하게 손을 흔들었다. 그러곤 확 고개를 돌리며 진지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
“그랬나봐, 분명 그랬을 거야. 그래서 내가 손으로 유명씨 그걸… 이렇게 살짝 잡았거든?”
“……….”
린은 기다리던 순간이라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마야는 왠지 모를 자존감에 가슴까지 두근거렸다. 더 신이 나서 설명을 이어갔다.
“그때 나… 2차로 죽는 줄 알았어.”
“왜? 아…아직 안 들어갔잖아? 왜?”
마야의 얼굴이 다시 새빨개지는 것을 보고 린은 무슨 말이 나올지 짐작이 갔다. 너무 기대가 되어 자신의 가슴까지 두근거렸다.
“너…너무…너무 큰 거야! 기절하는 줄 알았다니까! 아주 살짝 봤는데…, 무슨 팔뚝만한 거 있지!”
“세상에…….”
자지가 크고 굵고 긴 남자는 얼마든지 있다. 문화와 인종이 뒤섞인 세상이라 더더욱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관계할 남자가 있는 여자에게만 허락된 행운이다.
마야와 린은 숫처녀였던만큼, 지금까지 대중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한 것이 전부였다. 그러니 유명이 그런 대단한 남자였다는 사실에 놀라는 건 당연한 반응이다.
“그…그게 들어온다고 상상하니까 너무 무섭고 또… 너무 좋아서….”
“엄청 기대됐겠다, 그치?”
이제 순찰은 뒷전이다. 두 미녀경찰은 길 한 복판에 서서 본격적인 첫 경험 감상을 주고받았다.
“으응…, 너무 기대돼서 정신이 없는 거야. 근데 그때….”
“그때 왜? 막 거칠게 밀고 들어왔어? 네 기분 따위 무시하고 막 박았어? 네가 고통에 몸부림치는 걸 막 웃으면서 좋아했어? 아님 다…다른 곳에?”
평소 자신이 바라던 망상을 늘어놓는 린의 표정이 너무 웃겨 마야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후후후, 그건 아니구. 그 큰 게 비집고 들어오는데… 아픈 건 둘째 치고 숨이 턱 막히면서 눈앞이 캄캄해지는 거야.”
“와아!!”
린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흘렸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첫 경험과 달리 마야의 묘사는 뭔가 현실감이 있어 상상하는 게 더 쉬웠기 때문이다.
“근데… 그때 너무너무 아픈데 날 다정하게 바라보는 유명씨 얼굴을 보고 있으려니까….”
“있으려니까?”
“있으려니까, 아픈 것도 잘 모르겠고 그냥 하나가 됐다는 사실이 너무너무 좋은 거야.”
린은 마치 자신이 첫 경험을 하는 것처럼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기숙사였다면 마야에게 키스를 퍼붓고 달려 들었을지 모를 정도로 흥분되었다.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그래서 유명씨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우리 드디어 하나가 됐으니까 날 받아달라고 물었지.”
그 순간을 떠올리며 얼굴을 붉히는 마야를 보고 있으니 그런 감정을 느껴보지 못한 린은 답답함과 조바심에 안달이 났다.
“그랬더니 뭐래? 응? 응?”
“그럴게 그러더니 마야는 이제 내 여자야라고 하는데…, 읍!”
린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마야에게 키스를 퍼부었다. 속이 훤히 비치는 타이즈경찰복차림의 두 미녀경찰이 길 한 복판에서 끌어안고 키스를 나누는 모습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한 광경이다.
“와~ 숫처녀 경찰누나끼리 길에서 뽀뽀한다!”
어제 같은 자리에서 자신들의 엉덩이를 치고 도망갔던 그 꼬마남자애가 또 버릇없이 손가락질을 하며 놀렸다. 린이 잽싸게 몸을 날려 꼬마에게 꿀밤을 먹이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 누나는 이제 처녀 아니거든!!”
(다음 14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