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화 〉(7화) 2. 신세계 (8/130)



〈 8화 〉(7화) 2. 신세계

(제 7 화)

과학과 기술이 발달할수록 남녀의 사회적 지위와 차이는 줄어 들거나 없어진다. 종족번식을 위한 생물학적 역할 역시 윤리적인 문제만 넘어서면 경계가 무너질 수 있다.

이어서 리얼 돌이나 인간형로봇인 안드로이드가 성욕을 완벽하게 해소해주는 것이 가능해지면 인간파트너의 필요성마저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다.

그런데 인공수정이 불가능하고 출산율이 낮은데다 성비까지 극도로 불균형해지면 인류의 생존이 위협을 받는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여기에 근친상간이 생리적으로 문제가 없고 심지어 상대적으로 임신율까지 높다면 인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그리고 남자 1명당 최소 2명 이상의 여자가 필요한 세상에서 사람들의 가치관과 행동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그럼 여자들의 옷차림이 그랬던 건…?’

유명은 경찰과 의료진의 제복이 왜 그런지, 교복이  그런지, 거리의 여자들 옷차림이 왜 그런지 알 것 같았다.

그 짧은 시간에 아들의 표정이 몇 번이나 바뀌는 것을 보며 혜리는 걱정되면서도 한편으론 재미있어 웃음이 났다.

“후후후, 유명이 너 표정 너무 재미있어. 무슨 생각을 하기에 그러니?”

“응? 그냥… 이런저런 생각을 좀 했어.”

“어떤 생각인데?”

혜리가 자기자리로 돌아가서 앉자 유명은 팔꿈치가 허전해진 것이 너무 아쉬워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엄마의 가슴은 정말 놀랍도록 크고 부드럽고 따뜻했다.

“유리가 했던 말이 생각났어. 내가 주변 여자들에게 관심이 없었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 갔거든.”

몸의 원래 주인이 어땠는지 신경 쓸 필요가 없어졌지만 뭔가 알아내는데 이용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이해가 안 가다니?”

“혹시 나… 게이였어?”

“응? 뭐…뭐? 게이? 동성애자? 유명이 네가?”

혜리는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짓다가 아들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에 얼른 손으로 입을 가렸다.

“리아도 그렇고 엄마나 유리까지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예쁘고 섹시한데, 내가 동성애자가 아니면 어떻게 관심을 안 가질 수 있어?”

“유명아…….”

근친상간을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말에 혜리가 살짝 얼굴을 붉히고 머뭇거리는 것을 보면 유명이 원하는 반응인 것 같은데 조금 미묘했다.

그 이유를 물으려는데 새로 산 휴대폰이 반짝거렸다. 화면에 전화번호만 표시되어서 무시하려다 분위기 바꾸기 적당한 순간이다 싶어 화면을 눌렀다.

“어, 여보세요?”

[유명씨?  마야예요.]

마야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퇴원하고 지금까지 정신이 좀 없었기로서니, 서로 첫눈에 반한 사이인데 어떻게 잊을 수가 있을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폰 새로 산 거 어떻게 알고 전화하셨어요?”

[아… 그게, 유명씨가 뭐하나 궁금해 하고 있었는데 좀 전에 번호가 다시 활성화됐다고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마야가 자기를 생각하고 있었다는 말에 유명은 가슴이 뭉클했다. 자신에게 첫눈에 반했다고 했을 때보다  큰 감동이 밀려오는 건 그만큼 감정이 남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저도 어제 그렇게 헤어진 뒤로 마야씨가 계속 보고 싶었어요.”

조금 전까지 잊고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거짓말은 아니다.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섹스하는 꿈을 꾸다 몽정까지 했을까.

[저도… 많이 보고 싶어요…….]

마야의 수줍은 고백에 유명의 심장이 요동쳤다. 그때 꿈속의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더니 성욕이 확 일었다. 앞에 혜리가 생글거리고 있지 않았다면 무슨 말이 나왔을지 모른다.

“하하…, 지금 어디세요? 일하는 중인가요?”

[예. 동료랑 순찰 도는 중이에요. 혹시… 오후에 만나 뵈러 가도 될까요?]

여자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오는 게 너무 신기하고 심지어 신기하다. 섹스하자고 그랬을 때는 정작 느끼지 못했던 기분이다.

유명은 바로 대답을 하려다 16살 아들처럼 보이려고 엄마를 바라봤다. 혜리는 활짝 웃으며 윙크와 OK사인을 보냈다.

“당연하죠.  주소 보내드릴까요?”

[와~ 주소 알아요. 저 경찰이잖아요, 헤헤~]

“하하하, 그럼 이따 봬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예~~ 이따 뵐게요.]

전화가 끊어지자 마야의 이름과 사진이 자동으로 등록이 되었다. 그리고 비공개 계정이 연동되었다는 메시지와 함께 마야의 사진과 영상 섬네일이 쫙 펼쳐졌다.

실물이 예쁘니 사진과 영상들이 그냥 프로필화보 수준이다. 동료인 린순경과 함께 여행가서 찍은 사진과 영상 몇 개를 눌러보며 헤벌쭉하고 있는 아들에게 혜리가 슬쩍 물었다.

“엄마도 마야씨 마음에 들어, 좋아하니?”

“응? 아… 으응…….”

이 순간 첫사랑에 빠진 진짜 16살 되었다. 아들의 변화가 너무 반갑고 흐뭇한 혜리는 유명의 손을 꼭 잡고서 말했다.

“기억을 못할 테니까 말해줄게. 요즘은 서로 마음에 들면 섹스부터 하고 사귀는 게 일반적이야. 오늘 엄마가 자리 마련해줄 테니까, 잘해봐. 알았지?”

엄마가 16살짜리 아들에게 이런 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세상이라니, 유명은 근친상간을 다시 떠올리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



“그렇게 좋아?”

동료 린이 부러운 듯 물어보자 마야는 얼굴이 새빨개졌다. 지나가는 꼬마에게 손을 흔들어 주며 쑥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너무 좋아~”

“사랑에 빠지면 재수가 없어진다더니, 어제부터 진짜 짜증나네….”

풍만하면서 늘씬한 몸매를 뽐내며 걸어가는 두 미녀경찰에게 시민들이 우호적인 시선과 미소를 연신 던졌다. 마야는 일일이 환한 미소로 답례를 해주면서 린에게는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어젯밤에 내가 위로해줬잖아?”

“얼씨구, 누가 누굴 위로해줘? 나보고 유명씨라고 불렀던  새까맣게 잊었어? 나 자괴감 장난 아니었거든? 내가 이 정도 몸을 가지고 남자역할을 해야겠니?”

말 그대로 속이 비치는 검은색 타이즈경찰복차림의 린 역시 마야 못지않게 육감적인 몸매가 눈이 부셨다. 세계최대도시국가인 서울의 정복여경은 연방경찰학교 졸업성적만으로 임명되지 않는다.

“미안미안, 너도 정식으로 소개시켜 줄게.”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마야의 귀여운 표정에 린은 못이기는 척 탐스러운 엉덩이를  쳐주며 씽긋 웃었다.

“됐어, 처녀딱지나 잘 떼고 사귀기로 하면 소개해줘.  너니까 참고 있는 거 알지?”

“후후, 알았어~”

마야는 린에게 키스를 하며 엉덩이를 툭 쳤다. 그때 옆에 지나가던 꼬마남자애가 둘의 탐스런 엉덩이를 사정없이 교대로 팡팡 치고 지나갔다.

“요게~!”

린이 꿀밤을 주려고 쫓아가려니까 꼬마남자애는 멀리 도망가면서  미녀경찰에게 소리쳤다.

“메롱~ 둘  숫처녀래~요. 남자친구도 없데~요.”

마야와 린이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쳐다보자 꼬마남자애의 엄마로 보이는 여자가 얼른 다가오더니 고개를 숙였다.

“어머, 죄송해요. 저희 아들이 워낙 장난꾸러기라 눈치가 너무 없죠? 두 분 다 굉장한 미녀경찰이신데 숫처녀일리가 없을 텐데…, 아무튼 죄송합니다.”

그냥 눈인사만 하면 될 일을 사람 속을 뒤집어 놓는 할 말 다 하고 가다니  엄마에 그 아들이다. 확 짜증이 난 린이 마야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 꼬맹이새끼 총으로 쏴버릴까, 아니면 엄마 앞에서 따먹어 버릴까?”



*****



“와아~ 정말 예쁘다~~”

유명이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흘렸을 정도로 차창 밖에 펼쳐진 풍경은 아름다웠다. 차가 접어든 주택가는 왕복 4차선의 널찍한 도로를 사이에 두고 아름드리 고목들과 넉넉한 산책로에 작은 정원이 쭉 이어져있었다.

그 너머에 2~3층 높이의 예쁜 주택들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집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울창한 숲이 뒤쪽까지 쭉 이어진 것을 보아 넓은 정원까지 딸려있는  같았다. 마치 미국 서부의 고급주택가를 통째로 가져다 놓은 것처럼 보였다.

[곧 목적지인 우리 집에 도착합니다. 주차장으로 바로 들어갈까요?]

옆에 앉아서 유명의 손을 꼭 잡고 있던 혜리가 대답했다.

“아니,  앞에서 내릴 거야.”

[예, 알겠습니다.  앞에 정차하겠습니다.]

잠시 후 차가 멈추고 문이 스르륵 열리며 인공지능이 다시 친절하게 말했다.

[목적지인 우리 집에 도착했습니다. 주변에 지나가는 차와 사람이 없으니 안심하고 내리셔도 됩니다.]

“유명아, 내리자.”

혜리의 먹음직스런 엉덩이를 코앞에서 보며 차에서 내리자 저택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큰 3층짜리 주택이 유명의 눈에 들어왔다. 고전적인 유럽풍에 현대적 시설이 가미된 세련된 모습이었다.

“와아아! 진짜 우리 집이야? 너무 좋은데?”

현실의 아파트와 비교하는 게 미안할 정도로 크고 예쁜 집에 유명은 감탄부터 터뜨렸다. 그 사이 차는 알아서 차고로 조용히 들어갔다.

“집이 마음에 들어? 너 여기서 태어나고 쭉 자랐어. 중학교 입학하기 전에 대대적으로 수리를 해서 옛날 모습이 없어져서 좀 아쉽다. 지금  자리에서 매년 생일날 아빠랑 사진 찍었는데….”

옆에 다가선 혜리의 다정하고 차분한 목소리에 유명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죄책감까지는 아니지만 가족의 추억에 아무런 감흥을  느끼는 것은 못내 마음에 걸렸다.

‘아빠가 진짜 죽었나 보네….’

유명은 근본적으로 착하고 다정한 심성의 소유자다. 주로 만화책이긴 하지만 나름 독서도 좀  편이라 감성은 풍부한 편이다.

“엄마, 내가 앞으로 잘 할게. 예전의나로 돌아갈 수 없겠지만  좋은 아들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

“엄마는 괜찮으니까, 너무 애쓰려고 하지 마. 너 마음 내키는 대로 하면 돼. 엄마도 예전의 너랑 비교하는  최대한 조심할게.”

혜리가 가까이 다가와 그윽한 눈길과 부드러운 미소로 연인처럼 속삭이는 바람에 유명은 숨이 턱 막혔다.

‘이 여자는 엄마다, 엄마다…, 엄마다…….’

이성을 유지하려고 속으로 아무리 외쳤으나 근친상간이란 단어와 함께 자꾸 엉큼한 상상만 떠올랐다.

“읍…?!”

그런데 갑자기 혜리가 유명에게 키스를 했다. 마야와 한 것처럼 깊고 격렬하지는 않았으나팔로 목을 감싸 꼭 끌어안고서 입술을 겹치는 행위는 결코 엄마가 아들에게 해주는 뽀뽀 따위가 아니었다.

너무 갑작스런 행위라 유명은 그냥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러나 입술에서 느껴지는 촉촉하고 짜릿한 감촉과 꾹 눌려지는 가슴의 물컹한 느낌은 또렷이 느낄  있었다.

“후후, 자 들어가자~”

야릇한 미소와 눈빛을 남기고 집으로 먼저 들어가는 혜리의 숨 막힐 듯한 뒤태를 바라보며 유명은 한동안 흥분된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

집은 외부와 마찬가지로 내부 역시 아주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아파트가 익숙한 유명에게 서양식 구조라 조금 낯설기는 했으나 곳곳에 스며있는 한국적인 양식들 덕분에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

특히 두 계단 정도 밑으로 내려서 자리한 널찍한 거실은 아늑함과 편안함이 동시에 느껴져 마음에 들었다. 여기서 세로로 된 창문형태의 루버(louver) 너머에 멋진 테라스가 있었다.

“후아아~! 정원까지 끝내준다!”

테라스에 나서자 각종 정원수들로 경계가 쳐진 정원이 펼쳐졌다. 널찍한 정원을 바라보자 마음까지  뚫리는 행복한 상쾌함에 유명은 팔을 활짝 펴고 소리쳤다. 이런 집에서 살아보는 꿈이었던지라 너무 기분이 좋았다.

“유명아, 목욕준비 다 됐어~”

안쪽에서 들리는 혜리의 부드럽고 자상한 목소리에 유명의 가슴이 다시 두근거렸다. 이런 멋지고  집에 둘만 있다고 생각하니 온갖 음란한 망상이 순식간에 이성을 뒤흔들었다.

“유명아, 뭐해?”

혜리가 바로 뒤에 와서 묻는 바람에 유명은 흠칫 놀랐다. 안 된다며 거부하는 엄마를 강제로 범하는 망상을 지금 막 하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응? 아… 정원이 너무 멋지고 좋아서 잠깐 정신이 팔려있었어….”

“그래? 후후, 어서 들어가자.”

손을 잡고 거실로 들어가는 혜리의 뒤태를 보고 있으니 유명은 심장이 너무 요동쳐서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어후… 미치겠네…….’

평소 환상을 갖고 있던 오피스 룩에다 잘록한 허리 아래 탐스럽고 풍성하게 익은 엉덩이를 요염하게 실룩이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정신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가는 혜리의 마음은 유명보다  복잡했다. 변해버린 아들의 매력에 잠깐 이성을 잃고 키스를 해버린 죄책감에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이었다.

아무리 간절히 원하던 모습일지라도 그 원인이 납치를 당한 후유증이라면 엄마로서 참았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 자신의 손을 꼭 쥐고 있는 커다란 손에서 느껴지는 아들의 체온에혜리는 다시 키스를 퍼붓고 싶었다.


(다음 8화에 계속)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