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29화 〉129화 (129/132)



〈 129화 〉129화

온천에서 밀리아의 희롱은 여전했다. 내 몸을 만지지 못해서 안달이라도  듯 마구 엉겨붙는 밀리아. 물론 여성의 몸은 부드러워서 그렇게 달라붙어대는 밀리아가 그리 싫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껏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식으로 은근히 가슴을 주무르고 손이 은밀한 곳으로 향하는건 조금 싫었다.

“꺄아~ 너무 좋아요~! 아아~ 공녀님의 새로운 몸. 이렇게 부드러울 수가~!! 역시 하이엘프라 할만 해요!”

“으윽~ 제발 그만...! 뭘 그리 만지작 대는건데?!”

“그치만... 이렇게 공녀님의 몸이 제 손을 원하고 있잖아요? 호호호~”

원하기는! 그저 자기 욕구를 채울 작정이겠지. 정말 에밀리아 언니라도 나서서 말려줬으면 좋겠는데... 에밀리아 언니는 딱히 그럴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그저 나와 밀리아의 행위를 재밌다는 듯 지켜볼 뿐이었다.

“그러게~ 정말 매력적인 몸이 됐어.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은 확실히 눈을   없을 정도야. 특히 이 가슴... 아아~ 나도 이정도로 크고 모양이 좋았으면 좋은데... 어쩐지 조금 쳐지는  같아. 운동을 좀 더 열심히 해야할까?”

“여전히 보기 좋은걸요. 뭘~ 황녀님 몸도 만만치 않게 예뻐요. 그것보다 제 몸이 문제죠. 우우~ 역시 요즘 너무 움직이지 않고 먹어대서 뱃살이 이렇게... 히잉~”

자신의 뱃살을 잡아 당기며 그렇게 울먹이는 밀리아 였다. 그러고보면 밀리아도 참... 무작정 먹어대는 면이 있었다. 그렇게 먹으면 살찐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먹는걸 끊지 못했다. 특히 차와 쿠키는 먹어도 찌지 않는다던가?  결국에는 저렇게 살이 찌고 말았지만...

“정말... 시녀면서  그리 살이 붙는건데 밀리아는? 역시 너무 편해서 그런거지?”

“으윽~ 그..그럴리가요. 호호호~ 제가 얼마나 열심히 일을 하는데요~! 공녀님을 보살피고 황녀님의 시중을 들고... 아아~ 정말 너무 열심히 일 하는 것 같아요.”

“거짓말도 정도껏 해야지. 밀리아  미아 없다고 엄청 놀았잖아? 그리고 먹기는 오죽 많이 먹어야지. 어휴~ 밀리아 널 먹여살릴 남자가 있을까 걱정이야.”

정말 내가  창피할 정도였다. 에밀리아 언니가 저렇게 말할 정도면... 아무래도 나 없다고 좋다고 놀았을게 틀림 없었다. 하긴... 평소에도 놀기 좋아하는 성격인데 오죽하겠는가? 설마 걱정도 하지않고 놀기바빴던건 아니겠지?

“에헤헷~ 그야 공녀님이 먹여 살려주시면 되는 거잖아요~ 전 이제 평생 공녀님에게 붙어 안떨어질거에요~ 이렇게 예쁘고 아름다운 공녀님에게서 떨어진다니!! 절대 그럴 수 없어요!!”

“그래. 널 먹여살린 남자가 있을 리가 없지. 아니 그런 남자가 나와도 내가 말려야겠어. 그런 남자에게 시집가면 얼마나 창피하겠어? 나 창피해서라도 널 시집보낼 수 없을 것 같아.”

“호호호~ 역시 공녀님도 절 좋아하는 거죠.~! 아아 그럴  알았어요.~!”

어떻게 알아들으면 저렇게 생각할 수 있는 걸까? 밀리아의 생각을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하긴 저렇게라도 살아야지 그래야 스트레스도 덜 할테니 말이다. 일단 본직이 시녀이지 않던가? 밀리아도 할 때는 하니까. 더는 말할 필요도 없을  같았다.

“그래. 그래. 알았으니 거긴 그만 만져줘. 으으~ 안그래도 칼이랑 밤새 즐기느라 민감해져 있단 말야~!”

“흐응~ 그렇군요. 여기랑 특히 이곳을... 아아~ 칼이 얼마나 화끈하게 대해줬으면... 물이 줄줄...”

“그..그럴 리가 없잖아!! 이건 진짜 물이야!! 온천 물!!”

정말 날 얼마나 음란한 여자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건지  수 없었다. 특히 여전히  온몸은 떡 주무르듯 주무르는 손길이 상당히 거북해졌다. 이러다 정말 뭔가 다른 기분이 느껴질것만 같았다.

“밀리아도 이제 그만하고  더 온천욕을 즐겨야지?”

“칫~ 에밀리아 황녀님은 역시 공녀님  인거죠? 우우~  편은 어디에도 없는 것 같아요~”

“그야 네가 하는 짓이 얄미우니까 그렇지. 언제나 사건 사고를 몰고 다니잖아.”

“호호호~ 그렇게 칭찬해주셔도 나오는건 없어요~”

“으으~ 밀리아 넌 이게 칭찬하는걸로 보여?! 이 사고뭉치가~!”

“히잉~ 에밀리아 황녀님 공녀님이 때리려구 해요~ 우우~”

“밀리아. 아무리 봐도  잘못인 것 같은데... 하아~ 제발  차분히 온천욕 좀 즐기자. 응?”

에밀리아 언니가 머리가 아파오는 듯 미간 사이를 꾹꾹 눌렀다. 나 또한 밀리아 때문에 제대로 온천욕을 즐기지 못해 불편할 정도였다. 어지간히 괴롭혀야지. 정말 누가 시녀고 공녀인건지...  이제와서 공녀라고 유세떨기엔 공국을 내 손으로 직접 멸망시켜버렸지만...

“그러고보니 이젠 공녀도 뭣도 아니잖아. 밀리아 언제까지 공녀라고 부를 셈이야?”

“에엣? 그..그러고보니 그렇네요. 호호~ 그럼 친근하게 미아~ 라고 불러도 되요? 혹은 미아 동생. 이라거나...”

“으으~ 이젠 맞먹으려는 거지?! 아무리 내가 공녀가 아니라지만  언제까지나  시녀일 뿐이거든? 차라리 미아님이라고 불러!!”

“우우~ 못됐어요! 저도 동생이 가지고 싶었단 말이에요!! 흥~!”

“저게~!! 으휴~ 널 누가 말리겠니.”

결국 한숨만 더 늘어날 뿐이었다. 이러다 밀리아 때문에 폭삭 늙어버릴지도... 다만 어차피 하이엘프의 몸이라 그럴일은 평생을 지내도 없을테지만... 근데 이러다 가츠보다  오래사는거 아닐까?

“으음... 그건 좀 문제일 것 같은데... 또다시 의식을 펼쳐야 하나?”

서로의 생명과 감정을 공유하는 의식. 그걸 다시 펼쳐야 할 것 같았다. 다만 두 번째가 가능할까 그게 문제였지만... 일단 가츠부터 되찾아놓고 생각해  문제였다.

“응? 무슨 의식?”

“아아. 에밀리아 언니는 모르지? 나랑 가츠가 한 생명과 감정을 공유하는 의식 말야.”

“응? 엘프들에게 그런 의식도 있었어? 와~ 좋겠다. 그럼 평생 아니 그 이상을 더 살겠네. 미아는?”

“뭐 그렇겠지. 아마 천년도 문제 없을거야. 그치만 가츠가 없는 천년은 싫어. 그 긴 시간동안 어떻게 살겠어? 사랑하는 상대가 없는데...”

“으윽... 그..그건... 정말 미안해. 역시 나 때문에...”

“뭐 어차피  되찾아서 부활시킬 예정이니까. 그렇게 미안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잖아? 그리고 에밀리아 언니도 내게  필요한 존재니까. 더는 미안해 할 필요 없어.”

“정말... 정말 고마워. 역시 내겐 미아뿐이야. 그저 배신자일 뿐인데... 미아는 날 용서해주고 좋아해주잖아? 제국의 황성에서는 다들 권력다툼에 빠져서  생각해주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미아를 만나서 정말 기뻐.”

“뭐 나도 그점은 알고 있으니까. 공녀였잖아?”

어쩌면 동질감 때문에 에밀리아 언니의 배신을 눈감아 준 것일지도 모르겠다. 부탁에 대한건 그저 핑계일지도... 이런 에밀리아 언니를 어떻게 싫어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울먹거리며 감격에 빠져있는 에밀리아 언니에게 다가가  몸을 꽉 끌어안아주었다. 그러자 울음을 터트리며  품에 와락 안겨드는 에밀리아 언니였다.

“정말~ 아직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거야? 하아~ 에밀리아 언니.  이렇게 약해진거야. 공국에선 이러지 않았잖아.”

“그치만... 훌쩍. 미아가 날 싫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우우.”

“내가 에밀리아 언니를 싫어할 리가 없잖아. 비록 잘못을 저질렀지만... 언니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으니까. 나도 그런 처지였다면 에밀리아 언니처럼 해버렸을지도 모르니까...”

이제 정말 더는 에밀리아 언니를 미워할 수도 없을 것 같았다. 어차피 가츠는 되살릴 수 있으니 딱히 미워해야 할 이유도 없었다. 물론 부탁도 이행하게 할거고 도움도 받을 예정이긴 했지만... 그건 부차적인 문제였다.

“자 이제 그만 울어. 그러다 탈수증이라도 일어나면 어쩌려구.”

“훌쩍. 으응~ 정말 고마워. 미아. 날 미워하지 않아줘서...”

겨우 에밀리아 언니를 진정 시킬 수 있었다. 다만 그런 우리를 보며 울먹거리는 밀리아가 있어서 조금 난감했지만...

“훌쩍~ 흑흑. 너무 아름다워요. 아아~ 두 분의 사랑. 흑흑.”

“으윽... 사..사랑일 리가 없잖아!! 정말 넌 어떻게 생겨먹은거야! 으으~”

“그치만... 그렇게 알몸으로 껴안고.. 아아~ 너무 보기 좋은  같아요~!”

알몸이래서 그런건가? 생각하는게 정말 너무도 음란한 밀리아였다. 그런 밀리아의 말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황급히  품에서 빠져나가는 에밀리아 언니까지... 이러면 정말 뭔가 저지른  같지 않는가!

“으으~ 밀리아 너 때문에 분위기만 더 이상해 졌잖아!!”

“제가 뭘요~ 우우! 미아님은 맨날 저만 혼내더라. 히잉~ 미워요!!”

혼낼만 하니 혼내는거지. 게다가 혼내도 그때뿐이지 않던가? 밀리아가 반성하는 모습을 정말 단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언제나 한결같이 뻔뻔한 밀리아였다.

“자. 그럼 이제 서로 등밀어주기로 해요. 아아 미아님의 등... 츄릅~”

“히익?! 돼..됐어!! 에밀리아 언니에게 밀어달라고 할거야! 으으~ 넌 도대체 무슨생각을 하는건지 정말 모르겠어.  거기서 침을 흘리는건데?!”

“그야~ 먹음직스러운 미아님의 몸을 어서 빨리 만지고 싶어서... 호호호~”

“역시 그 생각 뿐인거지? 정말... 다른사람이랑은 해도 밀리아 너랑은 절대 안해!!”

“그럼 에밀리아 황녀님이랑 하시는건가요? 아아. 그런 모습도 좋아하는데...”

“으윽! 그..그말이 아니잖아!!”

어쩐지 밀리아가 계속 날 요상한 취향으로 끌어들이려는 모습이 보였다. 설마 그렇게 점점 자신의 취향대로 날 조정하려는걸까? 그래서 끝내는 자신의 먹잇감으로... 으읏~ 생각만해도 치가 떨렸다. 정말... 어쩌다 내가 이런 꼴을 당하게  건지... 정말 알 수가 없었다. 밀리아도 예전엔 이러지... 않았던가? 생각해보면 예전부터 저래왔던 것 같았다.  씻겨주며 입맛을 다신다던가...  갈아입히며 몸을 더듬기도 했었다.

“으으~ 예전부터 당해왔던거구나... 하아~”

“우으 미아와 둘이... 그..그짓을... 후에엣~!”

“언니는   그러는데~! 안해!! 안한다니까~!!”

“아..안해? 우우...”

어쩐지 급 침울해지는 에밀리아 언니였다. 정말... 밀리아 때문에 별에 별 꼴을 다 보게 되는 듯 했다. 언제한번 밀리아를 단단히 혼내줘야 할지도... 예를 들어 예전 수중 촉수생물에게 당할때처럼 그런 위기를 겪게 하는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때의 통쾌함이란 아직까지도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하아~ 그때 빼곤 매일이 스트레스야. 정말 밀리아를 어떻게 말려야하나... 으으~”

저런거와 함께 평생을 살아야 하다니... 절로 진절머리가 쳐졌다. 그렇게 서로 등을 밀어주며 온천욕을 마쳤다. 뭔가 개운하면서 찝찝 미묘한 기분이 드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이건 밀리아에게 너무 시달려서 그런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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