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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7화 〉127화 (127/132)



〈 127화 〉127화

거래는 확실했다. 리더 엘프가 데려오는 남자를 상대하며 그의 말에 따랐다. 그리고 간혹 그가  원할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칼이 있는 곳을 알려줘. 그리고  도와줘.”

“그렇게 조바심이 드는건가?”

“설마 약속을 어기는거야? 우린 거래했잖아. 그렇게...”

더 이상 이렇게 기다릴 수는 없었다. 칼이 있는 곳을 찾고, 어서 빨리 가츠를 되찾아야 했다. 다만 그건 나의 바람일뿐 리더 엘프는 다른 듯 했다. 좀 더 자신의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이용하려는 것 뿐인지도...

“좋아. 나도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았으니 그걸 조금쯤은 사용하는게 좋겠지.  짐승이 있는곳은 어둠의 숲 근처의 은신처라고 하더군. 발칸 제국의 병사들에게 꽤나 타격을 입고 도망쳤다지?”

“그런..!! 왜 그걸 이제야 말해주는 건데?! 으으~ 당장이라도 가야겠어. 칼이 있는곳으로... 칼은 무사한 거겠지?”

“무사하니 거기까지 도망친거겠지. 아무튼 소식은 전해줬으니 다시 일을 해줘야겠어. 미아 네 일을 돕기 위해서라도 말이지. 네가 날 좀 더 도울수록 미아 네 일도 편해질거야.”

“알았어. 대신... 네 일도 빨리 끝내줘. 어서 빨리 칼을 찾고 가츠를 되찾아야겠어.”

“그게 거래였으니 좋아. 대신 조금 힘들지도 모르겠군. 다음엔 좀 더 많은 수를 상대해야 하니 말이지.”

도대체  행위가 엘프의 부흥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를 모르겠다. 아마도 역시 내 힘이 무슨 작용을 하는 걸까? 어쩐지 그럴 것 같기도 했다. 하이엘프의 힘이 그저 상대를 유혹하는거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좀더 근본적인 그 무엇인가가 있는거라고 생각됐다. 그걸 알 수 없어 문제였지만...

“칼... 조금만 더 기다려줘... 그리고 무사해야해...”

칼의 무사함을 빌며 또다시 남성 엘프들을 받아들여갔다. 이로써 거의 대부분의 남성 엘프와 한번씩 한 것 같았다. 이제 더는 기다리지 못했다. 리더 엘프도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몇일 내로 출발하겠다고 내게 다짐을 해줬다.

“이제 곧이야...”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출발 시간이 되었다. 리더 엘프는 약속대로 전사 엘프들을 이끌고 있었다. 이정도 숫자의 엘프들이라면 꾀나 도움이  것 같았다. 다들 강인하지 않던가? 발자르라도 이제 날 무시하진 못할게 분명했다. 그리고 나머지 병사들은 마물과 내 힘으로 상대 가능할테니 가츠를 되찾아 오는 것도 시간문제라 생각했다.

“이제 미아 넌 더 이상 필요 없어. 아아. 그렇다고 내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거라는 생각은 하지 말아줘. 인간과는 다르니까. 인간의 나쁜점도 꾀나 배웠지만 그렇다고 약속을 어기지는 않아. 그러니 걱정 말도록. 틀림없이 가츠는 되찾도록 도와줄테니 말이야.”

“좋아. 그런 거래니까. 이제   이상 엘프 마을로 돌아오지 않겠어. 약속은... 틀림없이 지켜주는거겠지?”

“후훗. 미아 널 더 이상 맛보지 못한다는건 아쉽겠지만... 지도자가 되기위해선 내 위에 누군가가 있는건 좋지 않겠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는 리더 엘프였다. 정말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날 더 구속하려 했다면 어쩔 수 없이 리더 엘프의 말을 들었어야 했을텐데... 날 그렇게 까지 필요로  주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좋아. 모두 출발이다.”

리더 엘프가 그렇게 명하자 다들 리더 엘프의 뒤를 따랐다. 나도 뒤질세라 리더 엘프의 곁으로  같이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일 드디어 칼이 있는 어둠의 숲에 도착하게 되었다. 엘프들은 어둠의 숲을 꺼려하는지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 결국 나와 인간에게 물든 리더 엘프만이 어둠의 숲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엘프들은 왜 어둠의 숲으로 들어서려 하지 않는거지?”

“그거야. 들어가면 돌아올 수 없다는 소문때문이겠지.”

“그럼 너는...?”

“훗~ 소문은 소문일 뿐이지. 미아 너도 들어갔다가 나왔잖아? 그걸 생각하면 그저 헛소문이라는걸  수 있지. 엘프들이 그런 미신을 잘 믿긴 해. 숲속에서 살아오는 존재들이 대부분 헛된 미신에 휩싸이곤 하지.”

“그런거구나... 역시 넌 엘프같지 않아.”

“나도 그렇게 생각중이야. 하지만 이런 특이한 엘프도 한명쯤은 있는게 좋지 않을까? 이대로는 엘프들도 언젠가 멸종하고 말테니 말야. 순혈 엘프가 잘 태어나지 않으니 더 문제이기도 하고...”

지도자다운 말이었다. 역시 엘프들에겐 나보다 리더 엘프가 더 필요할 것 같았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칼과 나의 보금자리로 향했다. 어둠의 숲은 여전히 똑같았다. 언제나 들려오던 오우거의 포효소리도 같았고, 칼과 함께 거닐던 모습 그대로의 숲속이었다. 변하지 않는 그런 모습에 조금 추억에 잠기는 듯 했다. 이곳에서 칼과 함께 뛰놀던걸 생각하면... 정말 그때만큼 좋았던 기억은 없는 것 같았다. 물론 가츠와 했던 추억은 그런 기억을 뛰어넘긴 했다. 그래서 가츠를 잊지 못하고 이렇게 살려내기 위해 노력하는 거겠지. 내게 칼도 필요했지만 가츠는 더욱 더 필요한 존재였다.

“칼~!!”

“아... 미아!! 정말 다행이야. 미아도 무사했구나. 엘프들과 함께 가서 오지 않길래 걱정했는데...”

“나 많이 변했는데... 역시 금방 눈치채버리네. 칼은...”

“하핫. 그거야 당연하잖아. 이렇게 미아의 냄새가 깊게 배어있는데... 이런데도 눈치채지 못하면 그게 더 이상한거겠지.”

“읏~ 어디 냄새를 맡는거야~ 으으 이 짐승~!”

정말 짐승답게 내 몸 구석구석을 킁킁대며 냄새 맡아 대는 칼이었다. 하지만 그런 칼의 모습에도  그저 반가움을 느꼈다. 날 기억해주고 내 변한 모습임에도 여전히 똑같이 대해주는 칼이 정말로 고마웠기 때문이다.

“에밀리아 언니도... 무사했구나.”

“아. 미아 인거야? 너무... 변해서 못알아 볼뻔 했어. 칼이 반기지 않았다면 정말 다른사람인줄 알았을거야.”

“어머머~ 우리 공녀님 정말 너무 아름다워지셨어요~ 아아. 지려버릴  같아~ 흣~”

“으윽~ 밀리아도 여전하구나. 그치만 다행이야. 모두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었다. 다들 다치지 않고 무사한 것 같아서... 다만 걱정인건 마물들 이었다. 분명 꾀나 손실이있을텐데 언제 또 복구해서 발자르를 상대할  있을지... 하지만 그런 걱정도 그다지 할 필요 없는게 내겐 새로운 전력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엘프들이라면 일반병사들 기백은 문제없었다. 숲속이라면 더 많은 병사들도 상대 가능했고. 일부 마물들의 보조를 받으면 발자르 정도는 분명 상대 가능했다.

“마물들은 역시...”

“아아. 도망치느라 손실이 많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남아있어. 정말 미아에겐 미안할 뿐이야. 마물들도 많았는데 쫒기듯 도망쳐오게 되다니...”

“으응~ 아냐. 내가 없었으니 어쩔 수 없지. 마물들은 내 명령을 듣잖아. 아무리 칼에게 명령권을 옮겨놨다지만 그게 제대로 듣지는 않았을테니 말야.”

“그렇게 생각해주니 안심이야. 아무튼 다시 마물들을 모아서 가츠를 되찾아오자.”

“응. 그치만 그것보다 우선... 회포를 푸는게 어떨까? 나 여기까지 오느라 조금 피곤하거든...”

“미아. 나는 소개시켜주지 않을 작정인가?”

“으윽.. 그랬지. 너도 있었는데... 미안. 널 무시하려고 했던건 아냐. 그저 칼과 에밀리아 언니 그리고 밀리아를 만나 기쁜나머지 신경써 주지 못한  뿐이야.”

리더 엘프의 그런 말에 급히 변명하듯 말했다. 위치상으로 보면 내가 좀 더 위에 존재했지만... 그거야 하이엘프로써의 일일 뿐이었다. 엘프들의 지도자에 근접한건 리더 엘프여서 존중해줄 필요가 있었다.

“직접 소개하는게 더 낫겠군. 난 엘프들의 지도자가 될 테일런 이라고 하지.”

“지도자라니...?”

“응  그대로야. 에밀리아 언니. 날도와 가츠를 되찾아 와줄 협력자라고 생각하면 될거야. 그정도 능력은 있는 엘프니까.”

“으응. 그렇구나. 처음들어봤어. 엘프들에게도 지도자가 있다는걸...”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이엘프만이 지도자를 자처할 수 있었지만... 인간에게 물든 테일런은 자신이 지도자가 될거라고 확실시 하는 것 같았다. 어차피 내가 지도자임을 포기했으니 그 누구라도 대신해야할 듯 했지만... 아마도 하이엘프인 나를 대신할 엘프가 될 듯 했다.

“사실은 내가 지도자이지만... 난 그런걸 원하지 않거든... 몸이 버티질 못할 것 같아서... 아무리 나라도 그들 모두를 매일 상대할 수는 없으니까.”

“응? 그게 무슨소리야?”

“윽.. 벼..별거 아냐~!”

사실 많이 별거였지만  이상 설명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무리 에밀리아 언니가 내게 필요하다지만 엘프마을에서 벌어진 그런 일들까지 죄다 설명할 필요도 없었고 말이다. 다만 칼은 내가 무슨일을 하고 온지 눈치챈  했다. 하긴...  몸에 배어있는 냄새가 한둘이 아니잖는가? 거의 모든 엘프의 냄새가 배어있을게 분명했다.

“별거 아닌건가? 뭐 미아가 그렇다고 한다면... 어쩔  없지. 하지만 조금은 실망이야. 내게는 말해줄거라 생각했는데...”

“으윽. 미..미안. 나중에... 둘이 있을  말해줄게. 칼...”

“그나저나 하이엘프라구요? 와아~ 공녀님이 그런 존재가 되어 돌아오시다니~ 정말 놀랐어요~!!”

“놀란척 다가와서 은근슬쩍 몸 쓰다듬지 말아주지 않을래?”

“에헤헷~ 그저 조금... 달라진 공녀님을 맛.. 아니 느껴보려는  뿐인걸요~”

“하아~ 밀리아 네가 그러면 그렇지... 역시 여전하구나. 전혀 변하지 않는건 밀리아 뿐인  같아. 다들 조금씩 변해버렸는데...”

“그거야말로 제 장점이잖아요~ 호호호~”

단점 아닐까? 하지만 극구 자신의 장점이라고 우기는 밀리아를 당해 낼 수는 없었다. 그렇게 대화를 마치고 은신처로 들어가 쉬기로 했다. 테일런의 합류로 인해 성비가 맞아떨어진 것 같았지만... 딱히 별다른 상관은 없을거라 생각했다. 어차피 칼과 테일런은 인간인 에밀리아 언니나 밀리아를 상대하진 않을거라 생각됐기 때문이다.

“정말 오랜만이야. 칼.”

“아아. 나도... 다시 이렇게 미아와 사랑을 나누게 되다니. 정말 기뻐...”

은신처를 빠져나와 칼과 밀회를 즐기는 중이었다. 칼에게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해줄겸 그리고 서로의 사랑도 확인할겸 해서였다. 이렇게 칼과 다시 사랑을 나누니 내가 진정으로 생각하는 존재가 누구인지 알것만 같았다. 그저 단순히 의무로써 행했던 일들과 사랑해서 했던 일들이 다르다는걸 확실시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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