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4화 〉124화
“컹컹~!”
“아. 그렇지. 식량을 구하러 온건데...”
칼이 짖자 그제야 다시 배가 고픈게 생각났다. 그렇게 물속으로 잠수해 들어가 손쉽게 물고기를 잡았다. 역시 한번 잡아봐서 그런지 두 번째 숲속생활은 더 쉬웠다. 물이 차갑긴 했지만... 그로 인해 정신이 조금 다잡아 지는 듯 해서 괜찮은 기분이었다.
“칼 이것봐~ 많이 잡았지? 자 칼도 먹어.”
“컹컹~”
정말 너무도 소중한 시간인 듯 했다. 예전에는 이런 행위가 그저 귀찮고, 힘들었을 뿐이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정말 너무도 소중한 시간들 이었다. 이렇게 영원히 살면 좋겠지만... 가츠를 상기해 내자 그런 기분도 쏙 들어갔다.
“으음... 그래도 기본 생활부터 가능하게 만들어 놓고 숲을 탐색하는게 좋겠지. 역시 거점은 중요하니까. 칼이 사는곳에 같이 살면 되지만... 그래도 겨울이라도 오면 힘들테니까.”
겨울을 생각하니 조금 싸늘한 기분이 들었다. 벌써 날씨가 그렇게 변할 때인가 하는 생각이들었다. 하지만 아직 그럴때는 아닌데... 가을에 근접한 늦은 여름이지 않았던가? 엘프마을에 도착하고 다시 이곳으로 오느라 꾀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아직 가을을 넘기진 않았던거로 기억중이었다. 그러니 알몸으로 장거리 이동이 가능했지.
“으응. 아직은 아닌데... 어? 이상해... 어쩐지 또 날이 선선해졌어.”
정말 이상한 숲이었다. 갑자기 초겨울날씨가 되지 않나 또다시 가을 날씨로 변하지 않나... 게다가 오우거의 동굴 칼과 함께한 보금자리... 점점 어둠의 숲의 생활에 근접하기 시작했다.
“환영의 숲... 그래서일까? 이름 그대로..?”
정말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내 곁에 있는 예전 칼의 모습을 보면... 아마도 그때를 그리워해서 내게 환상을 보여준 걸지도... 하지만 너무도 생생한 그 느낌에 환상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역시 이건 숲 중앙에 있는 그 어떤 힘이 작용해서인 듯 했다.
“그래. 이정도 힘이라면...”
날 좀 더 강하게 해줄 것 같았다.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해지면 숲 중앙으로 향해야 할 것 같았다. 분명 그곳에 어떤 힘이 존재할거라 생각됐다. 날 유혹했던 그 힘이... 그 힘만 가진다면... 분명 모든게 잘 풀릴거라 생각됐다.
“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크릉?”
영문을 모르겠다는 칼 이었다. 하긴... 제대로 설명해주지도 않았으니 그럴 만 했다.
“호호호~ 정말~ 왜 이렇게 귀엽니~ 아아. 역시 내 칼이야~”
그 고개를 갸웃 하는 모습이 정말 너무도 귀여웠다. 그래서 꽉 하고 끌어안고 얼굴을 부비 댔다. 정말... 이런 칼과 평생을 같이 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돌아가야만 했다. 가츠를 위해서 그리고 진짜 칼도 걱정이었다.
“미안하지만... 역시 지금 생활은 내게 어울리지 않아... 정말 좋지만... 너무 기쁘지만 역시 이건 아냐.”
조금 생각을 정리하자 머릿속이 말끔해진 듯 했다. 그렇게 칼과 함께 이런저런 기본 생활을 준비했다. 동물을 잡아 다시 털가죽 옷을 만들어 입고, 음식을 마련하고 보금자리를 단장했다. 그러자 제법 예전처럼 살만한 은신처가 마련됐다.
“좋아. 이제 탐색을 하는거야. 칼 도와줄 거지?”
“컹컹~”
당연하다는 듯 내 부탁대로 해주겠다는 칼 이었다. 정말... 그런 칼이 너무도 고마웠다. 예전의 칼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숲을 탐색하며 다시 고릴라를 만나고 오크도 보게 되었다. 정말... 내 기억 속 어둠의 숲과 거의 똑같은 모습들 이었다. 다만 내 무력이 더 강력해져 그들조차도 별것 아니었다.
“예전엔 정말 힘들었는데... 이젠 아무것도 아니네. 나도 조금 강해진걸까?”
“컹컹~”
강해진 날 우러러보는 칼 이었다. 다만 그 눈빛은 강인한 암컷을 보는 그것이었다. 역시나 원하는건 나와 사랑을 나누고 내가 자신의 아이를 낳아주는것일 듯 했다.
“하지만...난 아이를 낳지 못해. 그러니 단념해줘...”
날 위해서도 그리고 칼을 위해서도 그러지 않아야할 것 같았다. 하지만 가까워지는 마음을 어찌할 수는 없었다. 점점 이번 칼에게도 호감을 느끼고 애정을 느껴갔다. 역시 난... 이기적인걸까? 또다시 사랑을 느껴버리다니... 진짜 칼도 아닌 그 대용품이나 다름없는데...
“으으... 안돼. 평생 이곳에서 살 수도 없잖아?”
고개를 도리질 쳐 헛된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점점 기울어가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런 내 불안감 때문일까? 상황은 점점 극적으로 변해갔다. 몇몇 사건들은 빠지고 내가 원하는 대로 일이 펼쳐졌던 것이다. 모두가 날 사랑해주길 원하는 내 마음을 숲이 알아주는 듯 정말 수많은 남성들이 날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아... 모두...”
아마도 그들은 내가 지나쳤던 수많은 남자들... 그리고 나와 했던 엘프들인 것 같았다. 이건 아마도 내 욕구가 점점 넘쳐 흘러 그런 것 같았다. 칼에게 흐르는 애정이 극대화 된 결과 같았다. 특히 사랑을 나누고 싶다는 욕구가 흘러 이런 결과로 변한 듯 했다.
“으윽~ 안돼... 나에겐 칼과 가츠가... 그치만 조금... 즐기고싶어...”
묘한 마음이 들었다. 어차피 환영이라고 생각되는 그들이었다. 그들과 조금 즐긴다고 뭐가 변할리는 없었다. 그러니 조금쯤 즐겨도 칼이나 가츠에게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 조금만... 게다가 마나가 차오르잖아? 그러니 조금쯤 즐겨도 괜찮을거야...”
묘한게 진짜가 아닌 환영이라고 생각되는 그들에게서도 마나의 잔향이 느껴졌다. 그래서 더 유혹에 빠져드는 것 같았다. 마나를 채울 수 있는게 어디던가? 그런데 즐길 수도 있다니. 정말 좋은 기회인 듯 싶었다.
“아아... 정말 좋아. 흑~ 날 좀 더 하악~! 사랑해줘~!!”
사랑을 갈구하는 나. 그리고 날 만족시켜주는 수만은 남자들... 정말 너무도 즐거운 생활이었다. 게다가 내 입맛에 맞게 변화를 줄 수도 있다니... 이곳은 내게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좋지만... 역시 칼이나 가츠가 있었으면...”
하지만 어째선지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남자들은 등장하지 않았다. 그나마 사랑했던 칼의 옛모습도 나와 사랑을 나눌 정도의 모습이 아니었다. 예전에도 그걸로 고민했는데 다시 그 고민을 하게 된 듯 했다.
“하아~ 칼 널 다시 수인으로 만들었으면...”
정말 간절했지만... 어째선지 정말로 원하는 일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저 추억 그리고 좋았던 기억만 내게 보여주는 숲이었다. 이런 생활을 원했던건 아니었지만... 점점 그 행위에 적응해 나가는 날 볼 수 있었다.
“흑~ 아아... 이래서... 엘프들의 학습 장소라고 했던걸까? 아읏~”
점점 날 욕정의 늪에 빠트리는 남자들이었다. 그렇게 점점 숲의 힘에 잠식 되는 듯 했다. 하루종일 잘생기고 멋진 남성들과 사랑을 나누게 되기까진 정말 얼마 걸리지 않았다. 이러면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점점 빠져드는걸 멈출 수 없었다. 결국 엘프식대로 점점 개방적으로 변했다. 거추장스러운 가죽옷도 벗어버린 지도 오래였다. 태초의 알몸으로 생활하게 되어버렸다. 그건 어쩔 수 없었다. 사랑을 매일 나누다보니 옷 따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악~ 학... 너무 좋아~ 아아. 이래서 엘프 여성들이... 흐윽~ 아아.”
너무도 좋았다. 남자들에게 사랑을 갈구하는게 이렇게 좋았다니... 이렇게 빠져버리니 한두명과 하는걸로는 성이 차지 않았다. 다만 정말로 이런걸로 괜찮을까 하는 생각도 간혹 들었다. 그런 내 마음을 숲이 알았던걸까?
“아? 또 힘이... 힘이 느껴지고 있어..!”
모든 환영이 사라지고 다시 숲 중앙에서 힘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에 즐거웠던 기색을 얼른 지우고 숲 중앙으로 향했다. 지금이 아니라면 또다시 욕정의 늪에 빠져서 허우적거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으으~ 정말 좋았지만... 역시 이런 건 내가 원하는게 아냐. 내가 원하는건... 그래. 강인한 힘. 가츠를 되찾을 힘이 필요해. 숲의 전설인 하이엘프의 힘을 찾아야해.”
분명 이 힘은 하이엘프의 힘일 것 같았다. 상대를 유혹해서 정욕에 빠져들게 하는 그 힘. 정말 너무도 강인한 힘이었다. 나 또한 그 힘에 빠져들지 않았던가? 겨우 이렇게 숲 중앙에 힘이 모일 때 정신을 차릴 수 있지 않았던가? 정말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이러다 엘프들이 원하는대로 개방적인 여성엘프가 되어버렸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런건 싫어... 가츠도 되찾지 못하고 그러는건...”
가츠가 있었다면 그런 생활도 좋았을테지만... 역시 가츠없는 생활은 싫었다. 그렇게 도착하게된 숲속 중앙. 그 중앙엔 어떤 강력한 힘이 머물러 있었다. 다가가기 힘들정도로 강력한 힘이었다. 어째선지 내 눈에 보이는 그런 힘... 나만을 위한 힘인 것 같이 느껴졌다.
“분명 다른 혼혈들도 들어오긴 했을텐데...”
물론 엘프와 수인의 혼혈들이 대부분 이었을 터였다. 나처럼 인간과 엘프의 혼혈이 엘프 마을에 가는 일은 거의 없을거라 생각됐다. 역시 인간에겐 그 어떤 특별함이 있는걸지도 몰랐다.
“좋아. 저 힘만 취할 수 있다면... 분명 내게 큰 도움이 될거야.”
비록 유혹하는 힘일 뿐이지만... 그게 어딘가? 나처럼 욕정에 빠지게 만들어버린다면 그 누가 날 거역할 수 있겠는가? 하찮다면 하찮았지만... 잘만 사용하면 정말 대단한 힘이 아닐 수 없었다. 나에겐 없어서는 안 될 힘이었다.
“으윽... 다가갈 수 없어. 역시 쉽게는 그 힘을 내주지 않는걸까?”
정말 너무도 강렬한 힘에 다가가기조차 힘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다시 힘이 사그러들기 시작했다.
“아..안돼!! 힘이.. 으으 사라지고 있어!!”
주기적으로 힘이 사라졌다가 다시 생기는 것 같았다. 그로인해 숲이 변화를 겪는걸지도 몰랐다. 그런 변화에 또다시 주변에 남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아... 또...? 이러면 안되는데...”
또다시 욕정이 들었다. 남자들과 한바탕 하고 싶은 기분. 그런 기분이 들었다. 결국에는 또다시 그 기분에 져버리고 말았다. 한바탕 열락에 겨운 행위를 하고야 말았다. 힘을 가져야 하는데... 사라져 버린 힘에 허탈함을 느껴 더 이런 행위에 빠져버린 듯 했다.
“아아~ 너무... 흑~ 기분 좋아...”
정말 이러면 안됐는데...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렇게 또다시 매일매일 남자들과 사랑을 나누며 시일을 보냈다. 어차피 이렇게 즐기다가 보면 또다시 중앙에 힘이 모일게 틀림없지 않던가? 그날을 기다리며 즐기는 것도 좋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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