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화 〉120화
칼과 사랑을 나눈 이후 다음날 전쟁준비를 했다. 다만 나 혼자서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정도로 밀리아의 여유만만함에 기가 찼다.
“밀리아. 너무 여유넘치는거 아냐? 이제 곧 전쟁인데...”
“흐응~ 그거야 기사님들인 황녀님이나 공녀님 그리고 칼이나 신경써야죠~ 저같이 연약한 여자가 어디 신경쓸 필요나 있나요? 전 그저 모두를 응원할 뿐이에요~”
“하긴... 밀리아는 비전투요원이긴 하니까.”
“으으~ 에밀리아 언니까지... 그래도 피크닉기분을 내는건 이상하잖아!!”
“그치만 가져온건 다 써먹어야 하잖아요? 지금 아니면 언제 이렇게 놀 수 있겠어요?”
그건 그랬다. 이제 전쟁에 돌입하면 이렇게 한가롭게 피크닉 기분을 낼 수도 없었다. 피가튀는 혈전의 연속. 그러니 밀리아 말대로 놀땐 놀고 쉴땐 쉬어줘야 했다. 하지만... 그래도 그게 너무 과하지 않는가? 언제 준비해 온건지 파라솔에 테이블까지... 게다가 도자기 찻잔과 쿠키가 특히 압권이었다. 어쩐지 마차가 상당히 느리더니 이게 문제인 듯 했다.
“으으~ 에밀리아 언니도 뭐라고 좀 해줘요~!”
“으응? 그치만 나도 좀 쉬고싶었는걸? 역시 그간 너무 강행군을 해 온 것 같아. 미아야 뭐 칼이랑 밤에 사랑을 나눠서 피로라도 풀었지 우리들은... 그런 남자도 없었잖아?”
“으윽~ 그..그거랑 이거랑 상관 없잖아요!! 칼 너도 뭐라고 좀 해줘!”
“응? 갑자기 날 왜... 나야 뭐... 그냥 좋았는걸?”
아니 그러니까 도대체 뭐가?!! 그저 나와 사랑을 나누기만 하면 다 좋다 이건가? 역시 칼 같은 본능에 의지하는 짐승을 믿는게 아니었다. 어째 전투와 밤일 빼면 도움이 되지 않았다. 특히 밀리아에게 다가가지 않는 저 모습이 제일 화가났다. 나대신 좀 뭐라고 해줬으면 좋겠는데... 역시 무리인가보다.
“어휴~ 나도 몰라. 좋아~! 쉬자고 쉬어!”
결국 내가 두손 두발 다 들 수밖에 없었다. 숫적으로도 불리하고 나 또한 열을 내느라 지쳐버려서 였다. 정말 매일 이렇게 밀리아의 페이스에 말려드는 것 같았다. 그렇게 결국 그날도 피크닉으로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다음날... 겨우 전쟁을 하기 위한 한발자국을 내딛을 수 있었다.
“이제... 오늘부터 시작이야. 도시들을 공격하고 발칸제국을 압박하면 돼. 그럼 발자르도 버티다 못해 내게 가츠를 내놓게 될거야.”
“미아는... 단순하구나. 하아~ 정말 그러면 될까? 역시 조금 작전같은걸 짜는게...”
“어차피 마물들은 내 말도 제대로 듣지 않는걸? 작전을 짜도 이행할 존재가 없는데 어쩌겠어? 차라리 하나 둘 도시를 공략하며 유전자 수집을 해 마물들을 늘니는게 제일 나은 방법이야.”
“미아는 마물 여왕이라더니... 마물들은 제대로 통솔하지 못하는거구나.”
“그거야... 너무 많은걸? 내 명령이 내려지면 모두에게 도달하는 시간도 있고... 결국 어쩔 수 없이 단순한 명령밖에 내릴 수 없어.”
내가 직접 통솔 할 수 있는 마물들은 겨우 기백정도... 그 이상 많아지면 복잡한 명령은 무리였다. 최소한 간추린 공격 후퇴 이런식의 단순한 명령이 아니면 일사불란한 체계를 잡을 수 없었다.
“그렇구나. 새로운걸 알게 됐네. 뭐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좋아. 미아 말대로 하자.”
다행이 에밀리아 언니가 이해해준 것 같았다. 다만 여전히 직접 병사들을 도륙하는건 꺼리는 듯 마물들 뒤로 물러서 있었다. 하긴 어차피 일반 병사들정도야 마물들에게 맞기면 됐다. 에밀리아 언니가 필요한건 발자르를 상대하는 그 순간. 그 순간만 잘 나서주면 다행일뿐이었다. 그 이상 더 바라는 것도 없었다.
“응? 마물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는데? 무슨일이지...? 이런곳에 인간이 있을 리가...”
“짐승인가보지. 자 그러지 말고 어서 진격시키자.”
칼의 말대로 짐승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전투는 꾸준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유지됐다. 마물들을 상대로 이렇게 오래 시간을 끄는 짐승이 있을 리가 없었다. 어쩐지 불길한 기분이 드는 것 같았다.
“칼 안 되겠어. 일단 확인해보자. 누군지는 몰라도 꾀나 강력한 상대인 것 같아.”
“미아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하는 수 없지. 자 등에 올라타. 꾀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 전투중인 것 같으니 얼른 가보자.”
“응. 부탁해. 칼.”
칼이 그렇게 말하고 거대화했다. 그렇게 칼의 등에 타고 전투가 벌어진 지역으로 향했다. 전투지역에 도착하자 보이는건... 엘프들 이었다.
“응? 엘프들 이잖아. 어쩐일이지? 다들 멈춰!”
“쿠오오~!”
내 명령에 따라 전투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마물들이 뒤로 물러나며 그렇게 전투가 멈췄다. 그러자 대표로 보이는 엘프가 날 향해 다가오며 말했다.
“마물 여왕인가? 으음 역시 우리 종족의 피를 이었군. 엘츠 장로님의 전언이다. 지금 당장 엘프마을로 오길 바란다. 오지 않을시 강제로 데려가겠다.”
“엣? 어째서...?”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갑작스런 엘츠장로의 전언. 마을로 돌아오라니... 이제 곧 가츠를 되찾을 수 있는데... 하필 지금 오라는 이유는 뭘까?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듣지 않을 수도 없었다. 일단 피가 이어진 같은 동족이지 않는가? 물론 난 혼혈이라 동족에 대한 생각이 희미하긴 했지만... 그래도 가츠를 위해서라도 엘츠장로에게 한번쯤은 가봐야 했다.
“가지 않을건가?”
“아니... 이유를 알고 싶어서... 이유를 알아야 동행을 하더라도 의문이 없지.”
“이유는 가서 듣도록. 자 이제 가지.”
“으윽... 어쩔 수 없네. 칼. 어떻게 할래? 나와 같이 갈까? 아니면 에밀리아 언니에게 먼저 이 소식을 전하고 뒤따라올래.”
“일단 에밀리아에게 전해야 걱정하지 않겠지. 밀리아도 극성이잖아?”
“마물여왕만 불렀다. 그쪽 수인은 부르지 않았으니 동행할 수 없다.”
“으윽... 그렇다는데?”
“하아~ 뭐... 그럼 기다려야지. 어쩔 수 없네. 별일 아닐테니 무사히 돌아와.”
“으응. 설마 무슨일이 있겠어? 일단 동족이긴 하니. 별로 걱정할거 없다고 전해줘.”
그렇게 칼과 헤어져 그 엘프들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일단 마물들의 통제권도 칼에게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엘프들의 은근한 압박도 한몫했지만... 나보다 에밀리아 언니와 밀리아가 걱정이었기 때문이다. 밀리아는 제쳐놓고서라도 에밀리아 언니만은 무사해야 했기 때문이다. 내 목적을 위해서도...
“정말... 무슨일인건지... 하아~ 돌아가려면 또 한참인데... 그동안 전쟁이라도 일어나면...”
정말 너무도 걱정이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제빨리 발칸제국을 공격하고 가츠를 되찾아 오는건데... 물론 발자르가 내 싸움에 응해줘야 했지만... 그래도 설마 제국이 공격받는데 응하지 않을리는 없었다.
“더이상 쓸데 없는 소리는 하지 말기 바라지. 서두르도록.”
“으으~ 무뚝뚝하긴... 동족인데 좀 살갑게 굴어주면 안될까?”
“혼혈을 딱히 동족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것도 인간의 피가 섞인 혼혈은 더더욱... 증오해야할 인간의 피라니... 쯧~ 엘츠 장로님은 어쩌자고 너같은 더러운 여성을 동족으로 삼고 있는지 모르겠군.”
“으윽... 너..너무하잖아!!”
정말 너무했다. 나도 인간이 싫었다. 나라고 좋아서 혼혈인것도 아니지 않는가? 차라리 가츠와 같이 엘프였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텐데... 정말 서러울 정도로 날 무시하는 엘프들 이었다. 아마도 이들의 성향은 좀 다른 것 같았다. 가츠와 같은 호탕함이나 개방적인 마음또한 없는게 분명했다.
“좀 더 서두르지. 이렇게 느려터져서야. 역시 엘프만 못하군.”
“이익! 나..나도 빠르게 달리고 있어!! 그저 실력이 좀 줄어서 그런 것 뿐이야!!”
정말 화가 났다. 왜 날 이토록 자극해 대는걸까? 어쩐지 무던히도 인간을 싫어하는 것 같았다. 아니... 나에대한 적대감이 심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이유를 짐작 할 수는 없었다. 도대체 이유가 뭔지 정말 알고 싶었다.
“도대체 날 이렇게 대하는 이유가 뭐냐구!!”
“으득... 너 때문에... 아니 됐다. 이건 내가 말할 사항이 아니군. 나도 엘프지만... 역시 이쪽에 대해선 조금... 감정적이 되는 것 같군.”
“으으~ 이유를 말해!! 그렇지 않으면 더는 따르지 않을거야!!”
더는 참기 어려웠다. 가는 내내 이렇게 무시당하느니 차라리 이렇게 강짜라도 부리는게 좋을 것 같았다. 그러자 혀를 차며 날 내려다보는 엘프였다. 그 모습에 조금 움찔 했지만... 기세를 죽이지 않고 마주 노려봐 줬다.
“역시 인간이군. 기세가 등등해. 역시 좋게 대려갈 수는 없는건가? 좋아. 다들 회포나 풀도록 하지. 암컷 주제에 너무 기가 샌 것 같아. 가츠는 어쩌자고 이렇게 암컷을 방만하게 내버려 둔건지... 쯧~”
“으읏! 회..회포라니 무..무슨?!”
“훗~ 그거야 너도 잘 알지 않나? 개방적인 엘프들의 습성을... 다만 엘프라고 다 이렇지는 않지. 그저 내 취향에 동조해주는 녀석들을 모아 무리를 이룬 것 뿐이지. 후훗.”
“그..그런~!! 무..무슨 짓을..?! 나..난 지금 엘츠장로를 만나러 가는길이야! 내게 무슨짓을 하면 너라고 무사하지 않을걸?”
“풋~ 아직도 네 처지를 이해 못하고 있군. 이건 강제 집행이다. 너따위 혼혈이 뭐라고 할 사항이 아니야. 넌 그저 죄에 대한 처벌이나 걱정해야 하는 처지이지.”
“윽...?! 죄.. 죄라니? 내가 무슨 죄를... 그럴 리가 없잖아?”
“그거야 가서 집행 받아보면 아는거지. 그럼 다들 조금 즐기도록 하지. 그럼 순순히 따르지 않겠어?”
“아아. 나도 마침 욕구가 동하던 참이야. 가츠에겐 미안하지만 이 암컷을 사용해야겠어.”
“뭐 가츠라도 이해해 주겠지. 범죄자를 감싸지는 않을테니까.”
어쩐지 자기들끼리 순서까지 정해 날 상대할 작정인 듯 했다. 설마 조금 반항했다고 날 어떻게 하려고 할 줄은 몰랐다. 게다가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단 말인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물어도 알려주지 않고, 그저 날 사용하려는 움직임이라니... 너무도 분하고 억울했다.
“으으! 내..내가 순순히.. 윽?! 놔~!! 놓으라구~!!”
순순히 당해주지 않겠다고 말하려는 순간 날 붙잡는 손길이 있었다. 그 대장으로 보이는 엘프였다. 그 힘이 어찌나 강하던지 전혀 힘을 쓸 수 없었다. 정말... 이대로 당해야 하는걸까? 가츠가 아닌 다른 엘프들과 이런 행위를 하게 되다니... 정말 싫었다.
“흑~ 그..그만둬!! 싫어~!!”
하지만 그들은 전혀 내 말을 듣지 않고 자신들의 욕구를 내몸에 풀기 시작했다. 정말 죄인을 대한다는 듯이... 그렇게 정력이 넘쳐 흐르는 엘프들의 욕구해소 인형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런건 싫었지만... 그 엘프들의 힘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