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5화 〉115화
“미아. 역시 그만둬줘!”
아침부터 에밀리아 언니가 내 방에 쳐들어와서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왜 하필 이렇게 이른 아침이란 말인가? 칼과 사랑을 나누고 그 품에 안겨 잠에서 깬 참이라서 칼과 함께 알몸이었는데...
“으윽~ 아침부터 무슨짓이야!! 어서 나가줘. 조금 있다 말해.”
“미..미안! 너무 급한 마음에... 정말 미안해. 마저 일 보고 나와.”
아마도 이제 막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고 생각한 듯 했다. 하긴... 첫경험을 아직 가지지 못한 에밀리아 언니로써는 이렇게 알몸으로 밀착해 있는 남녀는 모두 사랑을 나누는 참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듯 했다. 이래서 처녀들이란... 하지만 그 오해를 풀기도 뭐했다.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이른아침부터 남의 방에 쳐들어오다니. 어휴~ 실망이야 진짜.”
“으윽.. 미안... 역시 내가 방해였지? 우으... 그 칼의 몸... 좋던데...”
그세 그건 또 눈여겨 본 듯 했다. 하긴 에밀리아 언니도 이제 남자를 알 때가 되긴 한 것 같았다. 나이도 있는데 지금이라도 남자를 맛보게 해야할지도... 그러면 나같이 매일 남자를 찾게 될지도 몰랐다. 마스터나이트는 민감하지 않던가?
“그래서 도대체 무슨 일이야?”
“으응. 역시 전쟁은... 좋지 않을 것 같아.”
“그 이야긴 끝나지 않았어? 게다가 내가 일으키지 않더라도 저쪽에선 의욕 만만인데? 나라고 전쟁을 하고 싶어서 한건 아냐. 그저 가츠만 찾을 수 있으면 되는데... 언니 때문에 또다시 죄없는 병사들만 죽어나는 거잖아.”
“그..그치만 미아가 마물들에게 도시를 습격하게 한다고 해서...”
“그것도 동의한 거잖아? 왜? 이제 와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하지 못 하겠다는 거야? 어차피 다 늦어버렸는데?”
“으윽.. 그..그건... 내가 가서!!”
“그게 안될거라는 건 에밀리아 언니가 더 잘알지 않아?”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는 에밀리아 언니였다. 정말... 그럴거면 처음부터 선택을 하지 않았으면 될거 아니던가? 아니면 나와 싸울작정으로 오던지. 그럼 나도 마음편하게 에밀리아 언니를 제압하지 않았겠는가?
“하아~ 이도 저도 아니면 나보고 어쩌라구? 에밀리아 언니 이러지 않았잖아? 당당한 에밀리아 언니는 도대체 어디로 간거야!!”
“흑... 하지만... 모르겠어. 나 때문에 미아가 상처받은건 아는데... 그래도 제국에 피해가... 아버지에게 피해가 가는 것도 싫어. 내게 그런 선택은 너무 힘든 선택이야.”
아마도 그간 너무 구석으로 몰려 마음이 약해진 듯 했다. 하긴... 나 때문에 마음쓰며 마물들이 언제 쳐들어올까 걱정이었을테니 그럴 법도 했다. 게다가 자신의 나라는 또 어떻던가? 별다른 준비도 하지 않고 들이치면 들이치는 대로 박살나지 않겠는가? 준비라도 했다면 마음을 덜쓰며 날 상대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럼 평생 그대로 선택하지 말고 있어!! 어차피 그 몸뚱아리의 사용처는 한가지 뿐이니까!!”
“으흑... 하지만...”
“하지만이고 어쩌고 상관 없잖아? 그냥 그대로 있기만 하면돼. 두눈 딱 감고 제국의 병사들이 죽든 말든... 어차피 선택하지도 못할거니까 말야.”
결국 입을 닫고 울먹이는 에밀리아 언니였다. 마스터나이트로 당당했던 처음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나도 그런 에밀리아 언니가 조금 측은하긴 했지만... 당장 다급한건 이번 전쟁이었다. 마물들도 꾀나 모였지만... 상대측도 만만치 않았다. 역시 양대 산맥인 제국중 하나 아니던가? 마음만 먹는다면 이정도 모이는건 순식간이었다.
“으으~ 역시 먼저 치고 나갔어야 하는데... 결국 이렇게 되어버렸네...”
“자. 그럼 준비하자. 일단 내가 선봉을 맡을게. 미아는 기다려줘. 미아에게 승리를 안겨줄테니까.”
“으응. 부탁해. 칼... 이번에도 무사히 돌아와야해.”
에밀리아 언니가 실망하고 돌아가자 그렇게 칼과 함께 전쟁준비를 했다. 일단 칼이 먼저 나가 병사들을 줄이려는 듯 했다. 칼의 자신감 충만한 모습을 보면 당연히 가능할 듯 했다. 마물들로 서포트 하면 분명 칼은 무사할거라 생각했다.
“좋아. 다들 부탁해. 칼이 무사하도록...”
“쿠아아~ 쿠어~!!”
내 말에 대답하는 마물들. 이렇게 흉측하게 생겼지만... 모두 내 아이들이나 다름없었다. 죽는게 딱히 걱정되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은 마음이 쓰였다. 전력의 손실은 역시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자르도 아직 남아있지 않던가? 이곳에서 전력을 너무 손실하면 발자르를 상대하는데 에로사항이 있기 때문이었다.
“크허엉~!! 쿠아앙~!!”
칼의 포효. 거대화한 칼이 전투에 출전했다. 그러자 제국 측 또한 마찬가지로 도시를 압박했다. 하지만 도시 주변엔 마물들 천지였다. 그들의 견제로 인해 쉽사리 도시를 공략하지 못할게 뻔했다. 이제 칼의 행보를 구경만 하면 됐다.
“칼... 다치면 안돼... 꼭 무사히 돌아와줘...”
칼이 무사하기를 기도하며 걱정했다. 그렇게 시작된 전투는 치열했다. 다만 제국 측 병사가 아무리 강력하다고 해도 역시 마물들에겐 안됐다. 마물 각 개체들의 강력함은 인간 병사들을 상회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제국 측도 그에 맞서 용감히 싸웠다. 특히 조직력은 인간 병사들이 더 좋았다.
“역시... 마물들에게 전술은 무리야. 조금... 힘들지도 모르겠어.”
“와아~ 정말 장관이에요. 저렇게나 많은 병사들이...”
“밀리아구나. 왜 나온거야? 밀리아는 전쟁 싫어하지 않아?”
“그거야 뭐... 제가 싸울줄 아는게 아니잖아요. 하지만 구경하는건 좋아해요. 강인한 남성들의 열정적인 모습들이잖아요. 어차피 저도 여자들과 결혼하지도 못하는거.. 강인한 남자 하나 잡고 팔짜 펴야죠. 호호~”
“그게 목적이구나. 하아~ 근데 우리쪽은 모조리 마물들 뿐인걸.”
“우우~ 그럼 상대편이 이기면...”
“너!! 그걸 말이라고 하는거야? 으으~ 정말~! 밀리아 넌 누구편인거야?”
“에헤헷~ 농담이었어요~ 저야 언제까지나 사랑스러운 공녀님 편이죠. 호호호~”
밀리아의 그런 농담에 화를 내자 혀를 쏙 내밀고 귀여운척을 하는 밀리아였다. 하지만 그모습은 전혀. 단 한톨도 귀엽지 않았다. 그저 화만 날뿐이었다. 하지만 화도 낼 수 없는게 내 약점이란 약점은 모조리 잡고 있지 않던가? 결국 속으로 화를 삭힐 수밖에...
“어휴~ 넌 그냥 들어가 있어. 뭐 여긴 전쟁지역이랑 떨어져 있어서 덜 위험하긴 하지만... 언제 저들이 쳐들어올지 모르니까 말야. 에밀리아 언니랑 같이 있도록 해. 여차하면 에밀리아 언니가 보호해 줄테니까.”
“네엣~ 그럴게요. 그럼 공녀님도 무사하셔야해요~!”
“으응. 너도 제발 가만히만 있어줘.”
겨우 밀리아를 안으로 들여보낸 듯 했다. 그렇게 다시 전쟁 지역에 집중했다. 칼은 다행이도 제 몫을 해주고 있었다. 단순 병사들은 칼의 상대가 아니라 거의 홀로 전장을 누비듯이 병사들을 죽이고 있었다.
“저쪽은... 역시 마스터 나이트는 없는 것 같아. 나 같은 건 그 정도면 상대 가능하다는 건가? 하지만 마물들이 이정도로 많을 줄은 몰랐겠지. 역시 미리 마물들을 늘려놓길 잘한 것 같아. ”
“미아...”
“또 왜온거야?”
에밀리아 언니가 전투중인 마물들과 제국 측 병사들을 보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내게 그렇게 말했다. 과연 또 어떤 말을 하려고 온걸까? 역시 여기서 멈춰 달라고 온거겠지?
“이번 전쟁... 최대한 빨리 끝내줘... 더는 이런 것 보고싶지 않아. 그러니 어서 끝내고 가츠를 찾아가자. 이번엔 절대... 배신하지 않을게... 발자르를 상대하는것도 도울테니... 제국에 전투를 걸지만 말아줘.”
“나도 그럴작정이야. 저들만 정리하면 발자르정도는 이제 충분히 상대 가능해. 물론 에밀리아 언니가 도와주면 더 쉽겠지만 말야.”
“정말이지..? 그렇다면 나 힘내서 도울게...”
안심했다는 표정이었다. 그나마 마음을 잡은 것 같았다. 하긴... 저들을 저렇게 쉽게 상대하는 마물들에게 조금 질렸을테니 그럴만도 했다. 그렇게 질려버려서 자신의 나라에 이를 들어낼까봐 기겁한 거겠지. 인간은 어차피 다들 이기적이지 않던가? 에밀리아 언니라고 다를 건 없을 것 같았다.
“좋아. 에밀리아 언니가 마음을 다잡아서 다행이야. 그럼... 여기서 더 볼래 아니면 들어가서 기다릴래?”
“나... 전쟁을 보는 건 처음이야. 그러니 적응 할 겸 이곳에서 보고 있을게...”
다음 전투를 생각해서 에밀리아 언니도 각오를 단단히 한 듯 했다. 자기 제국의 병사를 공격하는건 힘들지만 역시 보는정도는 괜찮은 듯 했다. 그렇게 차츰 전쟁은 마물측의 승리로 끝나는 듯 했다.
“쿠아앙~~ 크르릉~!!”
승리의 포효. 칼의 그런 포효에 남아있던 병사들이 물러나기 시작했다. 더는 전투가 무리인 듯 겨우 후퇴하는 것 같았다.
“미아. 이제 그만... 전쟁에 이겼으니... 도망치는 자들은 남겨두자.”
“으응. 뭐 나도 도망치는 것들까지 정리하고 싶지 않아. 그럼 칼이 올때까지 기다리자.”
칼이 어서 오길 바랐다. 그래서 날 안아줬으면... 역시 너무도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포효소리를 보니 제법 괜찮은 듯 했지만... 저런 대단위 전투에 상처하나 없다고 생각돼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칼~!!”
“크르르~!! 크릉!”
“칼도 꾀나 지친 것 같아. 그치만 대단했어. 나도 그렇게 까지 전투를 이어가진 못했을거야.”
“당연하잖아! 칼이 에밀리아 언니보다 조금 약하긴 하지만... 그래도 전투의 스페셜리스트니까. 나와 사선을 넘어온 칼이 약할 리가 없잖아?”
“으응. 그렇겠네. 칼과 미아는 많은 전투를 치뤘었지?”
“응. 다 누구들 때문인지는 말 안해도 알겠지?”
에밀리아 언니의 배신으로 비롯된 일들이었다. 그에 마음이 약해진 에밀리아 언니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뭐 괴롭히는건 여기까지하고 칼에게 상을 줘야할 것 같았다. 대단위 전투로 인해 흥분상태인 칼의 욕구를 풀어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럼 난 칼을 씻기며 조금... 할테니까. 언니도 이만 들어가도록 해. 다음전투는 이 흥분이 가시면 할 것 같으니까.”
“으응. 그래. 칼도 오늘 수고했어.”
“크르릉!!”
칼을 여전히 흥분상태에 휩싸여 거대화를 풀지 못하고 있었다. 역시 조금 서두르는게 좋을 듯 했다. 그렇게 인간의 피가 덕지덕지 뭍은 칼을 씻기기 위해 욕실로 향했다. 칼을 씻겨주며 그 흥분을 풀어줘야 할 것 같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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