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1화 〉111화
밀리아의 극성은 계속 되었다. 역시 시녀를 갈아치워야 하는걸까? 칼의 품에서 잠들고 일어났더니 이번엔 쇼핑을 가자고 한다. 매번 하는 쇼핑인 것 같은데 그게 지겹지도 않은 걸까? 하지만 즐거워 하는 모습을 바라보자니... 뭐라고 해 줄수가 없었다.
“하아~ 또 쇼핑...? 공국에서도 많이 갔었잖아?”
“우우~ 그치만 공녀님 입을 옷이 없잖아요!! 이런 가죽옷이 뭐가 좋다고 그러는거예요!!”
“편하잖아. 편하면 됐지 뭘 더 따져야 하는건데?”
조금 개방적인 모습이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편하고 좋았다. 칼과 사랑을 나눌때도 얼른 벗어재낄 수 있어 좋았고, 통풍도 잘돼 시원하기까지. 여러모로 이런 짧은 가죽옷 만한게 없었다. 하지만 밀리아는 그런 내 모습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했다. 결국은 밀리아의 이끌림에 하는 수 없이 쇼핑에 나섰다.
“하아~ 도대체가...”
“에헷~ 두분 다 어서요~!! 모처럼만이잖아요! 예전에도 즐거웠는데...”
“으으~ 그거야 너나 그렇겠지.”
“나도 조금... 이번에 또 속옷이 작아지는 바람에...”
“엣?! 가슴.. 자라는거야? 우으~ 뭔가 점점 져버리는 것 같아. 점점 더 매력적으로 변하는 것 같아 언니도...”
“그야... 이제 나도 물이 오를 시기잖아? 미아도 매력적인걸 왜? 남자도 많이 꼬이면서...”
“으으~ 그거야... 엘프의 피가 섞여서 그렇지. 하아~ 나라고 남자들이 마냥 좋은것도 아니라구!!”
“흐응~ 그랬구나. 뭐 듣긴 했지만... 그래도 본인에게 직접 듣고보니... 정말 음란해보여. 호호호~”
역시 엘프란 그런 종족인가보다. 다들 엘프라는 소리만 듣고 마구 다리를 벌릴줄 아는 듯 했다. 하지만 엘프도 사랑을 하게되면... 상대만... 바라보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결같지 않던가!! 상대의 허락만 있다면 말이다.
“우우~ 엘프라고 다 음란하지 않아!! 언니도 그런 속설을 믿는거야?”
“그치만... 다들 그러던걸? 엘프노예들이 최고라고...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만... 미아는 그럴리 없겠지? 호호.”
뭔가 격하게 찔렸다. 사실 조금 그런면이 없잖아 있었다. 날 사랑해주는 남자에게 마구 끌리는 그런 면이... 그렇게 레온이나 칼에게 끌리지 않았던가? 가츠에게는 두말할 것도 없이... 이런 내 자신이 조금 창피하기도 했다.
“다..당연하잖아~ 호호호.”
뜨끔 했지만 애써 나는 그렇지 않다고 자위했다. 다행이 에밀리아 언니도 그런 내 모습을 그저 단순히 넘긴 것 같았다. 당황하는 내 모습을 알아채지 못해 다행이었다.
“두분 뭐하세요~ 어서 와서 이것좀 보세요~!!”
“으응. 갈게~!!”
“밀리아도 여전해. 황궁에서도 저러더니. 하아~ 미아 네가 너무 풀어놔서 그래.”
“으으 그건... 같이 커오는 바람에... 게다가 제 치부를 모조리 알고 있잖아요. 그래서 혼내지도 못하는 중이에요. 하아~”
정말... 내 치부란 치부는 모조리 다 알고 있어 혼내려고만 하면 그 입을 나불나불... 결국 혼내지도 못하고 되려 이것저것 사주며 입을 막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지금 까지 뜯긴게 궁성 1년 예산에 맞먹을지도 모르겠다.
“저 허영심만 어떻게 하면... 정말 좋은 시녀인데...”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좋은 시녀임에는 틀림없었다. 다만 그 도가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서 문제였지만... 이제 와서 그 부분을 지적해도 듣지 않아 문제였다. 결국 나 자신이 참아줘야 그나마 조용히 지나가곤 했다.
“으으 수다스런 저 입만 막아도...”
“호호~ 정말 그건 그래. 나도 어찌나 시끄럽던지. 수련이 다 안될정도였다구. 으으~ 정말 시녀주제에 무슨 할말이 저렇게 많은지...”
“두분! 또 제 이야기 했죠? 분명 제 흉을 본게 틀림없어요!! 어서 사실대로 말하세요!!”
눈치도 빨라서 더 문제였다. 하긴 그래야만 궁성에서 살아남지 않겠는가? 살아남기도 했고... 공국의 거의 유일한 생존자중 하나가 밀리아였다. 물론 에밀리아 언니가 데리고 가서 였지만... 그래서 어쨌든 살아남는 기술 하나는 탁월했다.
“별로... 얼른 옷이나 고르자.”
“흥~ 이번만 봐주는거예요!! 아무튼 전 이거랑 이것. 그리고 저걸로 할게요!! 공녀님은... 역시 이렇게 야시시한 옷이.. 호호호.”
“으윽... 제발... 왜 자꾸 날 야하게 입히려고 그러는거야?”
“그야~ 공녀님의 매력을 더욱더 발산시키기 위해서죠!! 칼도 분명 좋아할거에요!!”
“칼은 그저 내가 벗으면..헙... 아..아무것도 아냐. 호호호.”
“흐응~ 그렇군요. 역시 둘이... 밤새 사랑을... 아아~ 나도 어디 그런남자 없나~ 호호호.”
날 놀리는게 틀림 없었다. 에밀리아 언니는 그런 우리 둘을 보며 재밌다는 듯 방관할 뿐이었다. 그렇게 밀리아로 인해 갈아입혀진 옷은... 터무니 없이 야했다. 다만 잘 어울려서 문제라면 문제일까? 부담스럽긴 했지만... 활동성까지 고려해서 그런지 제법 마음에 들었다.
“이옷 정말 편한걸? 난 이걸로 할게. 나머지는 밀리아가 알아서 골라줘.”
“네에~ 자자 황녀님도 어서 고르셔야죠!!”
여전히 극성맞은 밀리아가 결국 황녀인 에밀리아 언니까지 끌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자기옷은 죄다 골랐으면서... 왜 남의 옷까지 자기 취향을 반영하는건지... 역시 누가 공녀고 시녀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황녀에게 까지 저러는걸 보면 타고난 천성일지도... 그러면서 죽지 않는게 용하긴 했다.
“다 나때문이지. 쯧~ 언니도 좀 화를 내면 좋은데... 역시 내게 미안해서 밀리아에게까지 그러는걸까?”
조금 그런 것 같았다. 이제 거의 용서해버렸는데... 물론 앙금이 남긴 했지만... 그래도 내 부탁만 잘 들어주면 그것도 털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나 대신 나중에 밀리아좀 혼내달라고 해야겠어.”
내가 혼내기엔 걸리는게 너무 많았다. 결국 내 부탁을 거절하지 못할 에밀리아 언니에게 떠넘기는 수밖에... 나중에 둘이 대화하며 그런 부분을 부탁할 생각이었다. 그러면 밀리아도 조금 자중하긴 하겠지.
“으음~ 역시 이건 조금 야하려나? 하지만 칼이 좋아할거라니...”
“자 그럼 이제 속옷이랑 구두랑 또 악세사리 화장품 그리고 모자까지 아아 너무 살게 많은 것 같아요!! 아저씨 이것들 저기 있는 여관앞으로 부탁드려요!!!”
정말 너무 제멋대로였다. 누가 다 입는다는건지... 구두는 또 뭐고 악세사리랑 화장품... 모자는 또 뭘까? 역시 밀리아를 너무 방만하게 내버려 둔 것 같았다.
“에밀리아 언니...”
“응? 무슨 일이라도...?”
“하아~ 도저히 밀리아를 그대로 둘 수 없잖아. 그러니까 내 대신 에밀리아 언니가 나서서 혼내 주면 좋겠어.”
“으응. 난 또 미아가 마음에 들어 하는줄 알고... 역시 미아도 저러는 밀리아는 싫지?”
“응. 조금... 저러는것도 한두번이여야 말을 안하지. 역시 뭔가 조치를 취해야겠어. 그러니 부탁해. 난 역시... 걸리는게 많아서... 으으~ 약점들만 안잡혔어도...!!”
“좋아. 내가 혼내줄게. 나도 마침 이야기 할게 많았거든. 아아 그간 밀리아 때문에 쌓인 스트레스가... 으윽~”
생각만 해도 골치가 아프다는 듯 이마를 부여잡는 에밀리아 언니였다. 정말... 얼마나 자기 멋대로 생활했으면 마스터나이트인 에밀리아 언니가 머리를 부여잡겠는가? 그만큼 정신적인 타격이 크다는것이었다.
“언니도 고생이었구나.”
“으응. 좀... 으으~ 생각하면 머리가 아플정도야.”
나 때문에 참아왔던게 터질것만 같았다. 이것 역시도 밀리아가 자초한 일이었다. 그러게 좀 작작 나댔어야지. 나니까 참아주는거고 나 때문에 참아줬던거지 황녀인 에밀리아 언니가 괜히 참았겠는가? 결국 터질때도 된 듯 했다.
“그럼 파이팅~!”
“으응. 밀리아!!”
“에엣?! 무..무섭게 갑자기 왜 소리를 치고 그러세요~”
“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우린 황녀와 공녀라구!! 넌 시녀고. 이제 좀 밀리아 네 주제를 알아야할때도 되지 않았을까?”
“으으~ 고..공녀님...”
“아아 나는 모르는 일이야. 에밀리아 언니도 더 이상 참지 못하나보지.”
일단 밀리아의 눈빛을 무시했다. 다만 조금 가슴이 아려왔다. 날 생각해준 것 뿐인데... 역시 조금 너무한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대로 놔두기엔 너무 방만해서 문제였다. 조금쯤 자중시켜야 할 때이기도 했다. 언제까지 봐줄 수도 없기 때문이었다.
“어디서 감히! 황녀인 내 앞에서 공녀에게 부탁하는거야?”
“우우... 죄송해요. 전 다만... 황녀님이 친 언니같아서... 후에엥~”
“윽. 그..그렇다고 울면...”
순식간에 역전되는 상황이었다. 밀리아가 울어버리자 당황하는 에밀리아 언니. 그리고 이내 밀리아를 달래기위해 고군분투하기 시작했다. 어째서 저렇게 되어버리는건지... 역시 에밀리아 언니마저 밀리아와 너무 친해져버려 그런 듯 했다.
“하아... 밀리아 뚝~ 우리가 미안했어. 에휴~ 그래. 밀리아 멋대로 하렴.”
“저..정말이죠? 훌쩍... 저 혼내지 않는거죠?”
“그래. 어휴~ 내가 잘못했어. 다신 안혼낼테니 울지만 말아줘.”
에밀리아 언니까지 잘못을 빌어버렸다. 결국 그 이후론 밀리아의 세상이었다. 언제 울었냐는 듯이 방긋 웃더니 마구 우리를 이리저리 끌며 자신의 쇼핑에 동참시켰다. 결국 가슴팍에 한아름씩 물건을 들고 여관으로 돌아오게 되었던 것이었다.
“으으... 어쩐지 속은 느낌이야. 하아~”
“으응. 밀리아 저것이 여우짓을 한 것 같아. 이렇게 피곤하게 만들줄이야...”
하지만 더는 혼내기도 힘들었다. 울어재끼는 밀리아를 달래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어차피 간혹 이렇게 쇼핑할때만 방만하지 않던가? 그 이후엔 우리의 시중을 잘 들어주니 별다른 문제점은 없었다.
“몸이 조금 고달팠지만... 그래도 우는 밀리아를 달래는건~ 으읏~!”
“응. 나도 그건 싫더라. 여자가 우는건 정말 질색이야~!”
에밀리아 언니가 몸을 부르르 떨며 질색했다. 하긴 나도 누가 우는꼴은 보기 힘들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약해지지 않던가? 그러면 마물들에게 유전자 수집을 시키기도 힘들었고, 복수의 길은 멀어지기만 했다. 결국 마음을 다잡고 마물들을 부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 피곤하니 오늘은 이만 잘게. 언니도 잘자.”
“으응. 근데... 또 칼이랑 같이 자는거야? 역시 그..그짓하는거지?”
“윽.. 그..그건... 잠이 안오니까 어쩔 수 없잖아. 한번 하고 나면 잠도 잘오고 그러거든...”
창피했지만 말해줄건 말해줘야 했다. 이제 더 이상 무언가 비밀같은 건 가지고 있기 싫었다. 이렇게 모든걸 개방하면 에밀리아 언니도 날 더 믿게될게 분명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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