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화 〉98화
물론 진짜 화도 나긴 했지만... 칼이 다치는 것 보단 싸게 먹힌 정도 였다. 게다가 칼의 기세도 꺽을 수 있었고 말이다. 하지만 결국 그뿐... 오우거는 잡지 못하고 후퇴 해야만 했다. 물론 이대로 돌격 하면 잡긴 할테지만... 손실이 만만치 않았다. 1세대 마물들은 귀중하지 않던가?! 2세대 3세대 마물들이라면 소모품으로 써도 상관 없었지만... 1세대는 그러면 안됐다.
“보라구 칼 너 때문에 이게 뭐야!”
“윽... 미안... 나정도면 오우거정도는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게 지금 할말이야?”
“으으~ 미아 너무 신경질적이어 졌어...”
그거야 칼의 잘못 아니던가? 칼 때문에 마물들만 잃었지 않는가? 이 손실을 매꿀려면 칼이 좀 더 분발해야만 했다.
“그러니까. 칼 알겠지? 내 말에 잘 따라줘.”
“으응. 나도 염치가 있어.”
이제 제법 언어구사 능력도 좋아진 칼이었다. 다만 염치는 무슨... 한 짓이 있는데 그런 걸 따질 수나 있나? 그저 칼은 깨갱~ 하며 내말에나 잘 따라야 했다.
“그런 염치가 있는데도 이런짓을 저지른 거구나?”
“으으~ 미안... 정말 미안하다니까? 그래! 저녁에 화끈하게 해줄게!! 그러니 좀 봐줘~ 안됄까? 하하...”
“으으~ 넌 아직도 그생각 뿐이야? 가츠를 구하지도 못했는데? 일단 뭔가 칭찬 받을 일이나 하고 바랄걸 바래!!”
버럭 소리를 지르자 그제야 깨갱하는 칼 이었다. 정말... 누가 짐승 아니랄까봐 본능이 앞서기는... 역시 칼은 여전히 칼이었다. 그저 짐승 그 자체! 결국 지능이 높으나 마나 그게 그거였다.
“일단 손실분부터 채워 넣도록 하자. 칼 너 때문에 길만 지체됐잖아!!”
“으으~ 알았어. 그 손실분 내가 책임질게! 그러면 되지?”
결국 칼이 화를 내며 어디론가 가버리고 말았다. 정말... 이정도로 삐치다니! 아직 아이는 아이인 것 같았다. 몸만 급격히 컸지 아이같은 부분은 여전했다. 잠시 그런 칼을 기다리자 칼이 되돌아 왔다. 양손에 짐승 몇 마리를 들고... 아마도 그 짐승의 유전자를 마물들에게 주입시킬려는 듯 했다.
“자! 이제 됐지? 잘 해보려고 그런건데 너무 한다니까.”
투정이 심한 칼이었다. 하지만 뭐 나름 잘해보려고 한 짓이니 적당히 봐주기로 했다. 이렇게 삐치게 놔둘 수야 없지 않는가.
“으응. 뭐 그정도라면... 사실 그냥 알아서 수집하게 시켜놓으면 되는데...”
“으윽~”
사서 고생하는 칼. 역시 지능이 높아봤자 겨우 그정도 인 것 같았다. 뭐 내가 말해주지 않아서 이기도 했지만... 조금 고생해 보라는 마음이 있긴 했다.
“호호~ 칼 바보~”
“으으... 창피하게... 아무튼 서두르자!!”
창피해서 그런지 먼저 서두르는 칼 이었다. 하는 짓이 정말 귀여운 칼이었다. 이렇게 컸는데도 여전히 귀여운 부분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
“호호. 그래. 서두르지 뭐~”
“으으...”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기까지. 정말 보고 있으면 심심할 날이 없는 칼이었다. 칼의 그런 모습을 보며 오랜만에 웃어 보이며 칼의 뒤를 그렇게 따랐다. 듬직한 칼의 등을 바라보고 있자니 조금... 업혀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칼에게 의지하면 안됐다. 이제 더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래. 이젠 강해졌으니까. 칼의 도움을 바랄필요도 거의 없잖아? 게다가 이정도 전력이면 공국정도는 쉬울거야.”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불어나는 마물들 이었다. 그렇게 숲을 지나 공국이 보이는 곳까지 도착하게 되었다. 물론 그동안 지나친 마을들의 상태는... 모르지 않을거라 생각됐다. 즉... 모조리 파괴해버렸다. 그만큼 내 분노를 컸다. 같은 인간이라는 자체가 싫었다.
“조금... 너무한걸까? 그일과 전혀 상관 없는 사람들 이었는데... 안돼. 여기서 멈출 수는 없어. 게다가 어차피 벌써... 손을 더럽혀버렸잖아? 그러니... 이제 계속 나아가는거야...”
“미아... 힘들면 그만 둬도 상관 없는데... 나랑 같이 그냥 멀리 숲속에 들어가서 살면 되잖아?”
“고맙지만... 역시 그럴 수는 없어. 가츠를 찾아와야 하잖아? 어디에 있을지도 모르는데... 게다가 지금도 꾀나 늦었어. 만약 가츠의 시체가 부패라도 한다면... 그런거... 절대 볼 수 없어!!”
어쩐지 분노로 두눈이 타오르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마도 누가 그런 내 모습을 보면 기겁하게 될 듯 했다. 물론 지금도 꾀나 기겁하고 있었다. 아무리 내가 최대한 모두를 죽이게끔 했다지만... 그래도 살아서 나간 사람들도 꾀나 여럿이었다. 그들로 인해 당연하게도 내 소문이 나버리고 말았다.
“하아~ 결국 들켜버린건가? 공국을 공격하기 전까지 그래도 조심하려고 했는데...”
“그건 어쩔 수 없잖아? 도망가는 사람을 하나 하나 잡아 죽일 수도 없고, 결국 언젠가는 알려지게 되있었어.”
“나도 알아.. 안다구! 하지만 그래도... 마물 여왕이 뭐냐구!! 으으~ 창피하게...”
문제는 이것이었다. 사람들이 날 부르는 호칭. 마물 여왕이라니... 이러면 왠지 마물들과 붙어먹은듯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물론 비슷한 상황이긴 했다. 여기 내 주위에 있는 1세대 마물들은 내가 낳지 않았던가? 그걸 생각하면... 붙어먹었다고 소문이 돌아도 어쩔 수 없었다.
“하아~ 어차피 모두... 죽여야 하니까 상관 없겠지. 더 무슨 소문이 돌아도...”
“걱정 하지마. 미아. 미아의 결백은 내가 알고 있어. 어차피 우리와 상관없는 사람들이잖아? 그들을 하나 하나 신경쓰다보면 신경줄이 남아나지 않을거야. 그러니 무시해버려.”
“어휴~ 정말 귀여운 소리를 잘도 하네. 우리 칼~ 쿡쿡. 제법 공부도 했나봐?”
“으윽~ 진지한 이야기 중인데 이러기야? 저녁에 해주지 않는다?”
“윽... 그건... 미안...”
결국 내가 굽힐 수밖에 없었다. 그저 조금 장난을 친것뿐인데... 칼이 그렇게 나올 줄이야. 어쩐지 점점 칼과 하면서 내가 더 원하게 되어 그런 듯 했다. 하긴... 칼이 오죽 잘하게 됬어야지... 역시 하면 는다는 가츠의 말이 맞았다. 나보다 더 엄청나게 늘어난 칼의 숙련도 였다. 이러다가 정말... 나중에 가서는 칼에게 애원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으으~ 절대 그러면 안돼... 나에겐 가츠가 있는데... 하지만 칼도 좋아...”
“후훗. 나도 미아가 좋아.”
“으~ 정말... 훔쳐듣지 말아줘~!”
창피했다. 칼이 내 그런 마음을 눈치 채어 버리다니... 물론 칼의 본능적인 감지 능력을 생각한다면... 이미 벌써 눈치 채고도 남았지만... 이렇게 대놓고 눈치 채이지는 않았었다.
“부끄러운거야? 하핫. 미아의 부끄러워 하는 모습 정말 오랜만이야. 그리고 이제... 날 조금은 더 생각해주는 것 같아서 더 좋은 것 같아.”
“으응. 그럴 수밖에 없잖아? 이제 단 둘 뿐인걸... 게다가 서로... 사랑을 나누기도 했고... 여자는 어쩔 수 없나봐... 사랑을 나누니 마음도 좀 더 가까워져버린 것 같아. 이런게 애정일까?”
가츠에게서 느끼던 사랑을 칼에게서까지 느끼곤 했다. 역시 서로 밤을 지새워 그런 듯 했다. 이러다 정말 가츠에 대한것까지 까맣게 잊어버릴지도 모르겠다.
“하아... 그러면 안되는데... 가츠가 이런 내 마음을... 알까?”
조금 걱정이었다. 분명 칼과의 관계를 허락받긴 했지만... 점점 가츠에게서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러면 안된다고 생각해도 그때뿐... 결과적으로 칼과 사랑을 나누게 되었다. 그것도 매번... 매일 말이다.
“공국부터 공격하고... 나중에... 그래 나중에 다시 생각하는거야.”
머리를 흔들어 그런 생각을 털어냈다. 가츠와 칼 둘에 대한 애정은 가츠가 되돌아 오면 생각하기로 했다.
“좋아. 모두 공격~!! 공국을 뒤엎어버려!!”
“쿠오오~~ 캬캬캬~!!”
순식간에 흉포해지는 분위기. 그리고 공국을 향해 돌격하는 마물군단이었다. 이제 숫자가 제법늘어 군단이라고 표현해도 괜찮을 정도였다. 이정도라면 공국 뿐만 아니라 왕국이라도 문제 없었다. 다만 제국을 이겨내기엔... 여전히 역 부족이었다.
“공국을 무너뜨리고 왕국까지 해치우면... 분명 제국을 상대할 수 있을거야. 그만큼 마물들이 늘어날테니까...”
마물군단이 공국을 공격하는걸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제 곧 셀바르 후작과 알베른을 볼 수 있었다. 아바마마를 죽인... 그들의 얼굴을...
“마물들에게 그 둘은 죽이지 말고 잡아 놓으라고 했으니... 분명 볼 수 있을거야. 그 면상을...”
울분이 차올랐다. 그들 때문에 내가 이렇게... 이렇게 변해버리고 말았다. 아이도 가질 수 없는 몸. 그리고 가츠까지 잃어버렸다. 그들에게 물어보면 가츠의 행방도 알 수 있겠지? 그렇지 않으면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그들을 찢어발길 예정이었다.
“알고 있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모두에게 그 책임을 물을테니까. 호호호.”
날 마물여왕이라고 부르는 그들 모두에게 말이다. 그들에게 잘못은 없다지만... 연대책임이라지 않던가? 그들도 인간 셀바르와 알베른도 인간이었다. 나와 다른... 인간들. 추악한 인간들 이었다.
“드디어... 거의다 끝나가는건가? 거의 정리가 된 것 같아. 이제... 들어가도 위험은 없겠지?”
이젠 최대한 조심하는 중이었다. 예전같이 섯불리 몸을 놀리다 위기에 빠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우선 3세대 마물을 보내 정찰을 하고 2세대로 쓸어버리는 중이었다. 1세대 마물은 내 호위로 사용 중이었다. 그것만으로도 공국은 무사하지 못했다.
“셀바르 후작 탓이겠지. 해이해진 병사들... 결국 그것 때문에 이렇게 된 것 뿐이야. 왕국의 그리고 제국의 병사들이라면 이정도로 쉽게 무너지진 않았을텐데...”
“아아악!! 마..마물 여왕!! 으으.. 사...살려줘...”
“응? 남아 있는 인간인가? 훗... 조용히 숨어 있었다면 살아남을 수 있었을 텐데... 정말 바보같아.”
그래서 죽음을 줄 뿐이었다. 그 사람에게 1세대 마물을 보내 순식간에 유전자를 흡수 시켰다. 그리고 다시 마물을 낳기를 연속으로... 다만 아무리 1세대라도 그리 자주 마물을 낳을 수 없었다. 한번 낳게 되면 그 이후엔 3세대 4세대 마물들만 태어났다.
“질적 팽창은 역시나일까? 결국 양을 늘릴 수밖에...”
결국 질은 여기까지 양으로 승부를 벌여야 할 것 같았다. 100퍼센트 성능을 발휘하는 1세대는 조금 줄어 약 900여마리정도였다. 여기서 더 소모하면 안됐다. 정말... 인간들도 지독한 부분이 있었다. 1세대 마물도 꾀나 강력한데 벌써 이만큼 소모시키다니...
“이런게 인간의 저력인가... 앞으로 왕국과 제국을 상대하려면... 이렇게 소모해서는 안되는데... 걱정이야.”
그안에 최대한 가츠를 찾아야 할 것 같았다. 가츠만 찾게되면 복수도 그칠 수 있었다. 아니 복수따위보다 가츠가 더 소중했다. 그러니 제발 가츠가 무사하길 빌고 또 빌뿐이었다. 아니면 내 목숨을 모조리 소모하는 한이 있어도 마물을 최대한 강화시켜 제국을 뒤엎어버릴테니 말이다.
“그러니 제발... 가츠를 순순히 내놓길 바랄게...”
누구에게 하는 소리가 아니라 그저 모두에게 하는 소리였다. 누군가 듣길 바라고 한 소리도 아니었다. 그저 중얼거리듯 내뱉은 바람. 그런 것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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