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5화 〉95화
칼의 그런 노력은 내게 안정을 주었고 점차 가츠에게 받은 힘을 모조리 내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가츠의 경지에는 미치지 못했다. 선천적인 재능과 깨달음이 문제인 듯 했다. 가츠의 기억대로 해본 결과 내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였다.
“하아... 난 결국 여기까지인가봐. 이제... 유적지인 코페른으로 가자. 칼”
“미아랑 좀 더 있고 싶었는데...”
칼은 여전히 내 복수행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했다. 그저 자신과 복수는 잊고 함께 살아주길 바라는 듯 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이 찢어질 듯 한 가슴의 격통이 가시지 않아서였다. 아마도 이건 가츠의 마음이리라. 자신의 복수를 해달라는... 그런 마음일게 틀림 없었다.
“칼... 그건 안돼. 가츠를 위해서... 그리고 날 위해서라도 복수는 꼭 끝마쳐야 해.”
“우웅...”
뾰루퉁해진 칼. 하지만 그런 칼을 달랠 시간은 없었다. 그저 발길을 때며 유적지로 향할뿐... 그렇게 유적지로 향하는길에 호숫가를 들렸다. 이곳에서 칼과 함께 벗고 뛰놀았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지나지 않았지만... 아련한 추억처럼 느껴졌다.
“칼 모처럼 호숫가에 왔으니... 조금 씻고 갈까?”
“우우 물 시러~!”
“호호. 아직도 그런거니? 자자 그러지 말고 나랑 같이 씻자. 응?”
“우웅... 시른데...”
싫다고 하긴 했지만... 내 이끌림엔 마지못해 따르는 칼이었다. 그렇게 호숫가에 알몸이 되어 몸을 담갔다.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그니 머릿속이 상쾌해지는 것 같았다. 이대로 칼과 언제까지나 함께 지내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됐다.
“칼. 정말 시원하지?”
“우우~”
하지만 칼은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예전엔 이렇게 심하게 싫어하지 않았는데... 아마도 밀리아와 함께 한 목욕이 트라우마로 자리잡은 듯 했다. 사실은 밀리아가 가장 강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칼도 밀리아의 부탁아닌 부탁에 힘을 쓰지 못했지 않은가?
“밀리아도 데리고 왔으면... 좋았을텐데...”
안타깝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아니 칼과 나 자신을 건사하기도 힘들어서 문제였다. 이 복수가 끝나면 칼과 밀리아 그리고 가츠 셋이서 평생 함께 하고 싶었다. 물론 에밀리아 언니도 있긴 했지만... 그녀는 그저 복수의 대상일 뿐이었다.
“가츠를 내게서 빼앗아간 만큼... 평생에 걸쳐 복수해줄거야.”
조금 독한 면모가 아닐 수 없었지만... 상관 없었다. 에밀리아 언니도 날 배신한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겠는가? 죽이지 않는것만 해도 다행이지 않는가? 죽음보다 더 한 치욕을 겪게 할 작정이긴 했지만... 나에게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럼 이제 나가자. 오늘은 이 부근에서 노숙하고 내일쯤에 오우거녀석이나 혼내주자. 지금이라면 예전 굴욕을 되갚아 줄 수 있을 것 같아.”
“응! 나쁜 오우거! 혼내줄거야!!”
칼도 동의하는 듯 했다. 하긴 나보다 칼이 더 심하게 당하지 않았던가? 분명 칼도 앙심을 품고 있는게 틀림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간 겪었던 굴욕스러운 행위가 새록새록 떠올랐다. 살려고 발버둥쳤던 그때의 행위들이... 정말 미치도록 부끄러운 일들 이었다.
“으으~ 떠올려 버렸어. 오우거의 그... 큰 물건... 하아~”
묘한 기분이 들었다. 요즘들어 더 그런 기분이 심해지는 듯 했다. 역시 이건 가츠와 하지 못해서... 그리고 칼이 날 만족시켜주지 못해서 그런 듯 했다. 조금 더 어른의 큰 물건이 필요했다. 다만 이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이 싫긴 했다.
“아아... 언제부터 이랬더라...? 역시 가츠와 사랑을 나눈 그때부터일까?”
그렇게 조금 울적한 기분으로 노숙준비를 마쳤다. 주변에 있는 적당한 마른풀을 바닥에 깔아 찬 기운을 막고, 큰 나뭇잎을 가져와 그 위에 올려 잠자리를 마련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칼과 함께 열락에 겨운 사랑을 나눴다.
“아아~ 더... 날 더 괴롭혀줘!! 흐윽~ 좋아!!”
이렇게 매번 사랑을 나누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어서 였다. 그만큼 내 몸은 가츠의 행위에 물들어버렸었다. 정말 칼이 없었다면 어떻게 살아 갈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칼 좀 더 흑~ 노력해줘... 가츠처럼 날... 쾌락에 빠뜨려줘!!”
“미아! 노력 하고 있어! 우으~ 나 미아를 위해 열심히 할거야! 흣~”
칼과의 행위는 그렇게 날이 밝도록 계속되었다. 역시 하면 할수록 더 하고싶은 행위가 아닐 수 없었다. 가츠만 있었다면 이렇게 밤을 새워 할 일도 없었을거라 생각한다. 그만큼 가츠의 정력은 대단했기 때문이었다. 사랑의 기술도 뛰어났고... 기억속의 가츠는 그랬다.
“하아... 밤... 새버렸어. 으으~”
“우웅...미아. 힘드러...”
정력이 대단한 칼도 이번엔 힘들었나보다. 다만 난 아직 더 하고싶을 뿐이었다. 아마도 가츠가 내게 넘겨준 모든 것들중 정력또한 포함되어 있어서 그런 듯 했다. 칼도 나름 분발 했지만... 두사람분의 정력은 칼의 정력을 능가하는 듯 했다.
“하긴... 가츠 정력은 칼 못지 않았으니까. 아니 더 대단했어...”
여전히 가츠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가츠를 잊어버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츠를 부활시키기 전까지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작정이었다.
“그럼... 서두르자.”
“잠와...우웅.”
결국 꾸벅꾸벅 조는 칼을 품에 안고 갈 수밖에 없었다. 정말... 밤일은 작작해야한다는걸 이번에 깨달을 수 있었다. 욕구불만이 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칼의 사정을 조금은 생각해 줘야 할 것 같았다. 매번 이런식이면 나도 곤란했기 때문이었다.
“미안... 내가 너무 칼을 못살게 했지?”
“우웅... 미아 좋아.”
“풋~ 칼은 정말... 내 어디가 좋은걸까? 이렇게 이기적이고 못된 여자인데...”
잠꼬대도 귀여운 칼 이었다. 칼이 얼마나 날 좋아하는지 여실히 드러난 부분이었다. 나 또한 칼의 그런 순수함이 좋았다. 본능이 앞서는 칼이지만... 그래서 더 순수한 것 같았다. 인간의 추잡한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그런 칼이 너무도 좋았다.
“그러니 칼 너만은... 절대 날 배신하면 안돼...”
칼을 내려다보는 눈빛이 조금 사나워지는 듯 했다. 칼이 배신한다면... 역시 나는 칼을... 죽여버리게 될 것 같아서였다. 그렇게 칼에 대한 애정을 키워가며 오우거에게로 향했다. 이제 곧 오우거의 동굴이었다.
“좋아. 칼 이제 일어나. 준비해야지. 우리 오우거 녀석을 혼내주자~!”
“우웅? 하암~ 오우거! 혼내주자!!”
칼이 내 말에 하품을 하며 벌떡 일어나더니 정신을 차리며 오우거에 대한 강한 적의를 불태웠다. 나 또한 마찬가지. 그동안 겪은 굴욕을 되갚아 줄 차례였다. 그렇게 오우거의 동굴앞에서 오우거를 도발했다.
“크허엉~ 컹컹~!!”
물론 도발은 칼의 역할이었다. 순식간에 거대화한 칼이 오우거의 동굴을 향해 포효를 내질렀다. 그러자 되돌아오는 포효소리. 오우거였다. 불쾌함과 짜증이 함께 섞인듯한 포효소리를 들어보니 아마도 낮잠을 자고 있었던 것 같았다.
“으으... 마스터 나이트가 되니 알겠어. 저녀석이 얼마나 대단한지...”
정말 대단한 마나량이었다. 전에도 느끼긴 했지만... 이번에 느끼는거와는 천지차이였다. 그때는 많구나. 라고 느꼈다면 지금은 정말... 너무도 어마어마 하다는걸 직접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정말 어처구니 없을정도로 많은 양의 마나였다.
“질린다. 으으~ 정말 저녀석을... 이길 수 있을까?”
“크릉? 컹컹!”
이길 수 있다고 의지를 불태우는 칼... 하지만 칼의 마나량을 생각하면... 불가능해 보였다. 물론 나도 꾀나 마나량에 자신이 있었지만... 오우거에 비하면 손색이 이만저만 있는게 아니었다.
“칼... 후퇴하자. 안되겠어.”
“크릉...”
오우거의 등장. 그에 정말 너무도 소심해지는 나였다. 아무래도 저건 이길 수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얼마나 마물을 많이 먹었으면... 저렇게나 비대해진걸까? 커도 너무컸다. 예전에 비해 족히 반배는 더 커진 것 같았다.
“칼 가자니까?”
“크르르.”
조금 실망하는 칼.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기지 못할걸 알면서도 덤빌 수야 없지 않는가? 결국 칼도 기세를 줄이며 날 태우고 나무 위로 점프해 오우거에게서 도망을 쳤다.
“휴~ 정말 무시무시해. 레온이 후퇴한게 이해가 될정도야.”
주저앉아 오줌을 지리지 않는게 용할 정도의 기세였다. 예전 멋모르고 오우거와 생활했던 게 떠올라 창피해죽을 정도였다. 그땐 멋도 모르고 나중에 복수해주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지금와서 보니 얼마나 바보 같은 생각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하아... 첫 복수부터 물거품인가?... 그치만 너무 강했어. 그치 칼?”
“우우. 미아 바보. 멍청이.”
“으윽! 나..나도 알아!! 내가 바보같다는건... 히잉~”
조금 기운이 빠졌다. 칼에게 바보라는 소리를 듣게되다니... 그리고 멍청이라니!! 나보다 더 멍청한게 어디서!! 말도 제대로 못하면서 누구보고 멍청이라는건지...
“그러는 칼 너도 같이 도망쳤잖아!!”
“우우 미카가 도망치자고 했어!!”
투닥거리며 니가 잘못이네 내가 잘못이네 따지기 시작했다. 어쩐지 바보 같은 모습이 아닐 수 없었지만... 조금 재미있긴 했다. 그로인해 우울했던 기분도 떨칠 수 있어 더 좋았다.
“호호호. 정말 우리... 바보같아.”
“미아가 더 바보야.”
“알았어. 호호. 자 이제 유적지에 가자.”
당장 출발하는게 좋을 것 같았다. 물론 어차피 중간에 여러번 노숙을 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았다. 그렇게 오우거에 대한 복수를 접고 다시 유적지를 향해 나아갔다.
“역시 마물들이... 많구나.”
“으응. 맛있어. 마물.”
“그래. 맛은 있지. 생긴게 별로이긴 해도...”
정말 마물 고기는 뛰어난 맛을 간직하고 있었다. 게다가 풍부한 마나까지. 다만 이제 나도 마나가 꾀나 많아서 마물 고기 한둘 정도로는 간에 기별도 가지 않아 문제라면 문제였다. 게다가 어차피 저들을 모조리 먹어치우지도 못하지 않는가? 오우거가 아닌한 그건 불가능해 보였다.
“저게 다 마나 덩어리인데... 쩝.”
몇 마리 잡아먹긴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그 이상을 먹기엔 배속 위장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배불러~”
“그래. 나도 배불러. 으읏~ 더는 못먹겠어.”
칼도 대여섯마리가 한도였다. 나 또한 두어마리를 채 먹지 못하고 항복하고 말았다. 잡아놓은 마물이 아까울 정도였다. 뭐 노숙하고 내일 또 먹으면 되겠지만... 어쨌든 이젠 이런 방법으론 마나를 늘리기 힘들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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