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3화 〉93화
“가츠는 괜찮을거야. 그래. 가츠는 강하잖아? 그렇지 칼? 그렇다고 말해줘!!”
“우우. 미아 무서워.”
“흑~ 미안... 가츠가 너무 걱정돼서...”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감이 커져만 갔다. 이대로 영영 가츠를 만나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된다면 나는... 더 이상 살 수 없을지도 몰랐다. 절대 그래서는 안됐다. 가츠와 평생을 함께하기로 맹세하지 않았던가?!
“지금이라도 가츠를 구하러 가야겠어!!”
“미아. 위험해. 가츠 강해.”
“으흑~ 그치만... 이렇게 불안한걸? 어떻게 해야하지? 아니 어쩌면 좋지? 모르겠어.”
당장 가츠를 구하기위해 나서자 칼이 극구 말렸다. 그런 칼의 만류에 겨우 정신을 붙잡을 수 있었지만... 불안감은 여전했다. 아니 점차 그 불안감이 커져만 갔다.
“미아. 도망. 누구 따라와.”
“응? 벌써 여기까지? 으읏... 어쩌지? 엘프의 숲은 여기서 너무 멀어... 가다가 잡힐지도 몰라. 그리고 엘프 마을이 들키면... 갈곳이 없어져버려...”
절대 그런건 싫었다. 결국 익숙한 곳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추격자를 물리쳐봤자 흔적만 남지 않겠는가? 그 사이 따라잡혀버릴지도 모르고... 결국 어둠의 숲으로 향하기로 했다. 어둠의 숲이라면 분명 우리를 찾기 힘들테니 말이다. 게다가 유적지까지만 가면 마물들로 인해 함부로 수색하기도 힘들지 않던가? 뭣하면 오우거녀석의 도움을 받아도 좋았다.
“그래. 일단 숲으로 돌아가자. 우리의 보금자이였던... 어둠의 숲으로...”
“응. 미아!”
칼은 숲으로 돌아간다는게 좋은 것 같았다. 하긴... 태어나길 그곳에서 태어나지 않았던가? 칼에겐 고향 그 자체였다. 이런 인간세상의 번잡함도 피할 수 있고, 자기가 좋아하는 짐승들도 풍부하니 말이다.
“가츠라면 분명... 무사할거야. 그리고 날 찾아올게 틀림없어. 어둠의 숲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으니까. 추적자들을 따돌리면 분명 그곳으로 날 찾아올거야.”
내가 갈곳이 엘프 마을 그리고 어둠의 숲 두 곳 밖에 더 있겠는가? 결국 둘중 하나. 그리고 추적자를 생각한다면 어둠의 숲 밖에 없었다. 감정이 이어진 가츠라면 날 찾아오기도 쉬울게 분명했다.
“숲! 좋아! 미아 어서 가~”
칼의 보챔을 들으며 숲으로 향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사단이 일어나고 말았다. 심장이 옥죄어오고 무언가 상실된듯한 기분이 점차 강렬해지기 시작했다.
“아악~!! 꺄아악~!! 싫어!! 안돼~!!! 흑흑... 그런건 싫어!!!”
그 원인은 가츠였다. 죽음에 이르는 극렬한 감정이 순간 전해져 왔던 것이다. 그리고 점차 그 기세는 강해져 기억과 마나 그리고 날 향한 감정까지 모조리 전해졌다. 가츠를 잃어버린 듯 했다.
“아아아~!! 아악!!! 꺄아아악~~ 안돼에에~!! 가츠~!!! 흑흑... 가츠가... 가츠가... 죽어버렸어...”
가츠의 죽음... 분명 날 찾아올거라 생각했는데... 가츠는 그러지 못한 것 같았다. 아마도 셋의 합공을 버티지 못한 것 같았다. 빠져나오길 바랐는데... 무사하기만을 바랐는데... 가츠는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한 듯 했다. 그렇게 내게 마나와 기억을 그리고 그 처절한 감정을 전해주고 이 세상을 떠나버리고 말았다.
“하악...학... 이럴 수 없어... 내가...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 왜!! 왜 나의 가츠를!!! 가져가 버린거냐구~!!! 으으!! 발자르 레온... 그리고 에밀리아... 흑흑... 용서하지 않아!! 죽여버릴거야!!! 공국도 왕국도 그리고 제국도 모조리 파멸시켜버리겠어!!!”
가츠에 대한 사랑은 그를 내게 떠나보내게 한 그 셋에게로 향했다. 그 셋만 없었으면... 그리고 공국만 없었다면... 그들을 키운 왕국과 제국만 없었다면 내 사랑은 그렇게 떠나가지 않았을터였다. 이건 정당한 복수... 그 자체였다.
“흑흑... 칼... 어서 가자... 어둠의 숲으로... 그리고 유적지로... 분명 거기라면 가츠를 그렇게 만든 그들을 죽일 힘이 있을거야...”
“미아... 울지마. 미아 울면... 나도 아파.”
“흑... 알았어. 가츠를 잃었지만... 이렇게 울고만 있을 수 없으니까. 그리고 유적지라면 분명 무슨 방법이 있을거야. 그래... 칼 네가 회생한 그런 방법이... 그러기 위해선 가츠의 시체를 찾아와야해... 그러려면 그들을 파멸시켜야 해...”
지금 당장 가츠의 시체를 찾아 올 수는 없었다. 물론 가츠가 내게 전해준 이 힘이라면 그들을 상대할 수는 있겠지만... 그런 간단한 복수는 원치 않았다. 게다가 그들만 있는것도 아니었다. 그들을 지탱해주는 병사들도 있었다. 결국 그 모두를 상대하기 위해선 나 하나만의 힘으론 역부족이었다.
“미아 무서워.. 우우.”
내 히스테릭한 분위기에 칼이 겁을 먹은 듯 했다. 이러면 안되는데... 조금 더 냉정해져야 하는데 그게 당장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었다. 방금 가츠를 잃은 상실감이 도무지 사라지지 않아서였다. 아니 이 상실감은 영원히 사라질 리가 없었다. 가츠를 다시 되찾아 오기 전에는...
“하아.. 도착했어. 칼... 이곳이 우리들의 보금자리... 칼 널 처음 만난 곳이야.”
“으응. 미아. 이제 괜찮아?”
“흑... 그럴리 없잖아. 그치만... 이제 강해져야해. 가츠를 그들에게서 찾아와야 하잖아? 그러니 칼... 너도 날 도와줘. 그래 줄거지?”
“응. 나 미아 도와. 미아 좋아.”
“그래. 정말 다행이야. 칼은 날... 배신하지 않으니까 너무 좋아.”
가츠가 보고싶었다. 하지만 이제... 가츠는 없었다. 그저 언제나 함께했던 칼만 곁에 남아 있었다. 가츠의 빈자리가 새삼스럽게 아파왔지만... 칼이 있어 그래도 다행이었다. 칼마저 죽어버렸다면... 절대 이렇게 강한 마음을 먹지 못했을테니 말이다.
“그럼 일단 조금... 그래 아주 조금 쉬자. 한동안 이곳에서 가츠가 내게 준 이힘을 다스려야 할 것 같아. 그러니 조금만... 쉬는거야.”
“으응. 미아.”
아주 조금... 그래 조금만 쉬는게 좋을 것 같았다. 너무도 강렬한 감정의 파도에 쉬이 정신을 차릴 수 없어서 였다. 이곳까지 온것도 겨우... 그걸로 힘이 다해버리고 말았다. 조금... 가츠를 위해 그리고 날 위해서도 울고싶어서였다.. 오열하고 싶어서였다.
“흑흑... 가츠... 보고싶어.”
“미아...”
내가 울자 칼도 따라 기운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칼을 와락 껴안았다. 그리고 그 체온을 느꼈다. 그러자 칼의 두근거리는 심장의 온기가 느껴지는 듯 했다. 꼭 가츠의 품같은 기분... 그런 그리운 기운이었다.
“으흑... 칼... 나와 해줘... 가츠 대신... 나와 사랑을 나눠줘...”
“미아...”
누군가 가츠 대신 날 꼭 끌어안고 사랑을 나눠줬으면 했다. 너무도 큰 상실감에 무언가를 채우고 싶어서였다. 그에 적격인 상대는 가츠의 온기가 느껴지는듯한 칼 뿐이었다. 그저 대리 만족일 뿐이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칼은 그런 편한 상대였기 때문이었다.
“으응. 미아 좋아~!”
칼도 그런 내 기분을 이해해주는 듯 내게 달려들었다. 그렇게 서로 옷을 벗고 알몸이 되어 정열적으로 사랑을 나눴다. 서로의 몸을 탐하고 상실감을 잊기위해 쾌락의 기운에 빠져들었다. 이러면 조금쯤은 가츠를 생각하지 않을 수 있기에... 앞으로 나아갈려면 이런 행위라도 해야만 했다.
“하악~!! 가츠... 아아~!! 날 좀 더!! 좀 더 범해줘~!! 사랑해 가츠~!!”
“미아...”
칼 대신 가츠를 연신 부르짖었다. 그렇게 격렬한 쾌감은 내 뇌리에 새겨지듯 가츠에 대한 감정을 대신했다. 다만 그런 날 바라보는 칼의 눈빛이 어쩐지 조금 슬픈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내 격렬한 행위로 점점 잊혀져갔다. 그리고 본능에 눈을뜬 칼이 날 좀 더 즐겁게 해주기 시작했다.
“하윽~ 좋아~~ 아아~ 가츠... 아니 칼... 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흐윽~!”
“나도 미아가 있어서 좋아!”
그렇게 하루 종일 칼과 열락에 겨운 사랑을 나눈 듯 했다. 몸이 움직이지 않을때까지 그리고 가츠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있을때까지... 그렇게 사랑을 나눴다. 칼 또한 만족한 듯 한쪽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그런 칼이 조금... 아주 조금 가츠의 대신이라고 느껴졌다.
“칼... 너는 죽으면 안돼. 날... 떠나면 절대 안돼... 배신도 하지 말아줘... 절대. 그러면 나... 칼을... 죽여버릴지도 몰라.”
잔인한 말이었지만... 에밀리아 언니에게 배신당하고 가츠가 죽어버리고 나니 이런 생각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내게 그 일들은 충격이었다.
“유적지라면... 분명 어떤 방법이 있을거야. 내게 좀 더 큰 힘을 줄... 그리고 가츠를 살려낼... 그러니 가츠의 시체를 최대한 빨리 가져와야해.”
유적지의 기능을 생각해보면 가능할 것 같았다. 분명 유전자정보를 모으는 기업이었다. 겉으로는 펫 분양기업이라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조금 달라보였다. 유전자 정보만 있다면 분명 가츠도 살려낼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칼과 마찬가지로... 나의 가츠를 말이다. 나만의... 내 것... 그래. 내 가츠였다.
“가츠의 정액이 남아있었다면... 좋았을텐데... 흑.. 좀 더 가츠와 사랑을 나눴어야 했는데...”
좀 더 격렬히 사랑을 나누고 가츠의 정액을 한가득 받아들였다면 분명 펫 분양기업 코페른의 도움을 당장 받을 수 있었을거라 생각됐다. 엘프의 유전정보가 기입되있을리 없을테니 분명 가능할 터였다. 다만 그게 불가능할만큼 이젠 내 정액 흡수율이 높아지고 말았다. 하루만 집중해도 자궁에 남아있던 정액이 모조리 흡수되지 않던가? 이건 아마도 가츠와 수명을 공유해서 생긴 결과일 듯 했다. 마나를 공유하니 같은 마나가 포함된 가츠의 정액이야 금세 흡수되지 않겠는가?
“가츠는 이제 없는데... 흑... 이런 생각 해봤자 뭐하겠어. 이런 생각할 시간에 서둘러 마나부터 안정시켜놔야해. 그리고 유적으로 향해서... 그곳의 힘을 빌리는거야.”
내 몸이 어떻게 되든 이젠 상관없었다. 어떤 방법이든 써서 그곳의 힘을 빌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걱정도 됐다. 분명 코페른은 자원을 화폐대신 받는 것 같아서였다. 아니면 유전정보라던가... 하지만 내게 그런건 없었다. 자원도 그리고 화폐도 게다가 유전정보도... 과연 그곳의 힘을 빌릴 수 있을지 의문이긴 했다.
“하지만 해내야 돼... 그렇지 않으면 영영... 가츠를 잃어버릴지도 몰라. 그건 절대... 절대 싫어!!”
“우으.. 미아. 안자?”
“미안... 칼. 널 깨워버렸구나. 하아~ 좀 더 자도록 해. 난 조금 있다가 잘테니까...”
칼을 다시 재우고 생각을 정리했다. 더 이상 뭔가 생각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고민해봤자 해결되지도 않을게 분명하니 유적지로 가서 일단 부딛쳐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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