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화 〉92화
“그럴 수 없어요! 아바마마를 죽게 만든 원흉을!! 어떻게 가만 놔두겠어요!! 그러니 에밀리아 언니가 양보 해주세요.”
“그냥... 조용히 도망쳐주면 안될까? 그렇게 도망쳐서 저 남자와 함께 숲속에서 살면 되잖니.”
“에밀리아 언니라면 그러겠어요?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을지도 모를 사람을 내버려두고 마음이 편하겠냐는 말이에요!!”
“으음... 그건...”
“보세요! 마찬가지 잖아요! 그러니 에밀리아 언니가 물러서 주세요. 언니만 모른척 해주시면... 조용히 처리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에밀리아 언니는 절대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결국 그렇게 에밀리아 언니와 대치상태가 된지 몇분... 솔직히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가츠. 에밀리아 언니를 제압해주세요. 다치지 않게 신경써 주시면 좋겠어요.”
“미아가 원한다면 그래 주지. 저 정도 실력이라면 가능할 것 같아.”
다행이었다. 에밀리아 언니가 다친다면 마음이 아팠을테니 말이다. 그렇게 에밀리아 언니와 가츠의 전투가 시작되는 듯 했다.
“너무 날 물로 보는게 아닐까? 비록 여자라지만 마스터 나이트 인데... 하긴 그쪽 입장에선 아이나 마찬가지겠지...”
어느정도 경지가 있으니 자신의 실력과 상대의 실력을 비교분석 할 수 있는 듯 했다. 에밀리아 언니도 그걸 알아챈 듯 긴장 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열세라고 해도 기사였다. 게다가 제국의 입장상 뒤로 물러설 수도 없어보였다.
“언니... 지금이라도 물러 서세요. 모른척 해주시면 정말 안돼나요?”
“나도 제국의 입장상 어쩔 수 없어. 미아도 알고 있잖아? 날 여기서 쓰러뜨리던지 아니면 미아가 도망가 주던지 둘 중 하나 뿐이야.”
어쩔 수 없는가보다. 결국 그렇게 긴장이 고조되고 가츠와 에밀리아 언니의 전투가 시작되는 듯 했다. 다만 난입자만 없었다면 말이다.
“이런이런~ 황녀께서 곤란한 상황에 빠져있군. 후후. 그나저나 오랜만이군. 공녀.”
“으윽... 당신은...”
발자르였다. 그리고 뒤이어 들어온건 레온... 그 남자였다. 레온을 다시 보니 조금 감회가 새로웠다. 어쩐지 조금 두근거리는 마음. 아직 레온에 대한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았다.
“레온까지... 으으.”
게다가 마스터 나이트가 세명... 정말 곤란에 빠진건 나와 가츠 그리고 칼 이었다.
“미아. 힘들 것 같아. 나라도 셋은 무리야.”
“그..그런!!”
안타깝지만 가츠 혼자서 셋은 무리였다. 나와 칼은 그다지 전력에 도움이 되지도 않으니 말이다. 게다가 첨자 몰려오는 병사들까지... 정말 진퇴양난이나 다름없는 상황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이래서는 안됐다.
“설마... 에밀리아 언니... 시간을 끈건가요?”
“미안... 어쩔 수 없었어. 그래서 말했잖아. 도망치라고...”
에밀리아 언니의 배신에 치가 떨렸다. 그렇게나 사이가 좋았던게 옛일이라는 듯 단숨에 배신을 해버리다니... 물론 경고를 해주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나올줄은 몰랐다.
“미아. 후훗. 이렇게 되어버리다니 안타깝군. 뭐 어쩌겠어? 일이 이지경으로 흘러 버린걸...”
“레온... 당신마저 그렇게 나올 줄은 몰랐어요.”
“나? 나야 처음부터 이쪽 편이었지. 근데 그 남자를 보니... 역시 미아 너의 처음을 그 남자에게 준 것 같군... 서로 사랑하기라도 하는건가? 쯧~ 아까워. 정말 아깝군.”
뭐가 그렇게 아깝다는 걸까? 레온에게 미안한 마음이 조금 들었지만... 그래도 이미 내 사랑은 가츠에게 옮겨가고 말았다. 게다가 이제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적이 되어버린 상태. 더 이상 감정에 휘둘리고 싶지 않았다.
“뭐가 아깝다는 거죠?”
“그거야. 미아 네 풍부한 마나 말이지. 쩝. 비법을 사용해 강탈하려 했는데... 벌써 첫 경험을 해버렸을 줄이야. 이제 네 용도는 끝이야. 감히 나 말고 다른 남자와 해버리다니!!”
“역시... 에밀리아 언니의 말이 맞았군요. 날... 사랑했던적이... 있긴 한가요?”
“설마~ 후후. 물론 네 몸뚱아리는 정말 매력적이야. 하지만 그뿐. 그보다 더 탐났던건 네 그 믿기지 않는 마나였지. 네 마나를 강탈하기 위해 꾀나 공을 들였는데... 중간에 에밀리아 황녀로 인해 무산될뻔 했지. 그래서 납치한 후 강탈하려 했는데... 쩝~ 도중에 사라질 줄은 몰랐어.”
“으윽.. 그..그런!! 그렇다면 셀바르 후작이 아니라 당신이?!”
“큭큭. 놀랐나? 뭐 이걸로 납치는 두 번째지만 말야.”
“두번째? 설마 그때도?”
“아아. 날 좀 더 좋아하게 하기 위한 술수였지. 정말 꾀나 공을 들였는데 아까워...”
정말 믿지못할 이야기 들이었다. 날 그토록 농락했다니...! 레온의 말에 타오르는듯한 불길이 가슴속에서 뻗쳐올랐다. 날 사랑하는줄 알았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니...
“그랬었군요. 어쩐지 마음 한켠에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들더라니... 그래서 더 쉽게 가츠에게 빠져든걸지도 모르겠군요. 당신같이 지저분한 짓을 벌이지 않는 가츠에게... 게다가 당신보다 더 강인하기까지 하죠. 호호~”
“큭... 네년의 마나만 있었어도...”
“자자. 거기까지. 우리일은 이제 시작이잖아? 일단 공녀를 잡아놓고 이야기 하도록 하지. 너도 꾀나 공들인 것 같지만... 나도 조금 공을 들였단 말이지. 근데 설마 네가 납치의 주범일줄은 몰랐군. 큭큭. 뒷구멍으로 그런짓을 벌이고 있을 줄이야. 근데 어차피 부부가 되면 다 해결될일 아니던가?”
“후우~ 그야 사랑하는 사람이 없었을때나 그렇지. 후후. 왕국으로 돌아가면 결혼할 여자가 있어서 말이지. 이런 공국에 발이 잡힐수야 있나? 큭큭.”
정말 상종 못할 남자였다. 셀바르 후작이나 알베른이 대놓고 일을 저지른다면 레온 저 남자는 좀 더 음습하게 뒷일을 벌이는 듯 했다. 그저 내 마나를 강탈하기 위해서 그렇게 사랑을 속삭이고 날 구속했다니... 정말 알 수 없는게 사람 마음인 듯 했다.
“역시 제겐 가츠 당신밖에 없어요.”
“그래보이는군. 저들은... 정말 추악한 인간들이야.”
“말 했잖아. 미아...”
“에밀리아 언니도 더는... 믿지 않아요. 어차피 똑같은 사람들이잖아요!! 저희와는 달라요!!”
엘프와 엘프의 피가 섞인 혼혈. 우리들과는 달랐다. 짐승인 칼은 본능적인 순수함이라도 있지 하지만 저들에겐 그런 순수함은 없었다. 그저 추악한 인간들일 뿐이었다. 그런데 나는 뭐가 좋다고 여기까지 와서 이런 꼴을 보고자 한걸까? 정말 인간들에 대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미아 난 그저...”
“닥쳐요!! 가츠... 이제 됐어요. 셀바르 후작이든 저들이든 이제 상관 없어요. 그냥... 여기서 빠져나가도록 해요. 더는 보고싶지 않아요. 이런 추악한 현실을...”
“그래. 나도 인간세상이 싫어지는군. 좋아. 빠져나가도록 하지.”
“후훗 누구 마음대로? 과연 그게 쉽게 될까? 벌써 병사들이 성을 겹겹이 에워싸고 있지. 도망칠 구멍은 더 이상 없을거야. 크크큭.”
발자르의 말대로였다. 상황은 정말 너무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 가츠 혼자라면 몰라도 나와 칼까지 함께 빠져나가는건 힘들 것 같았다.
“어쩌죠... 저 때문에 가츠가...”
“걱정마. 미아만큼은 어떻게든 빠져나가게 해줄게.”
“하지만 그럼 가츠는!! 가츠는 어쩌고요!! 저.. 가츠가 없으면 살 수 없어요!!”
가츠가 자신을 희생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아니 느껴졌다. 서로의 감정을 공유해서 이렇게 격렬해진 감정은 느낄 수 있었다. 그에 알 수 있었다. 가츠의 마음을... 하지만 그렇게 혼자 도망칠 수 없었다.
“미안하군... 하지만 나로써 셋이 한계야. 아니 벅찰 것 같아. 저 발자르라는 남자가 만만치 않아. 그러니 미아 너만이라도 빠져나가. 칼 부탁한다. 미아를... 안전하게 지켜다오.”
“우우 가츠. 안가? 미아랑 나만 가?”
“그래. 미아랑 칼만 가는거야. 알겠지?”
“안돼요!! 그런건 싫단 말이에요!! 흑~”
“미아... 울지마. 울면 나까지 마음이 아파지잖아. 그리고 걱정마 미아만 도망친다면 나도 충분히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테니까. 그러니 걱정말고 칼과 도망치도록 해. 칼과 함께라면 병사들쯤은 충분히 돌파할 수 있을거야.”
“그치만...”
“어서!!”
“네에... 꼭... 꼭 무사해야 해요!! 절대 죽으면... 안돼요! 죽으면 용서하지 않을거에요!!”
가츠와 헤어져야 한다는게 너무도 슬펐다. 하지만 가츠의 말이 옳았다. 나만 없다면 가츠는 충분히 그 몸을 건사할 수 있었다. 결국 내 힘이 부족해서 문제였다. 충분히 실력을 높였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마스터 나이트에겐 힘들었다.
“그럼... 내사랑 무사해야해요. 쪽~”
“그래. 미아도 무사히 빠져나가야해.”
그렇게 가츠에게 키스를 하고 서둘러 틈을 살폈다. 가츠와 저 셋이 격돌하면 분명 틈이 생길거라 생각됐다. 그만큼 마스터 나이트들의 전투 여파는 강렬할테니 말이다. 그 사이에 병사들을 돌파하면 될 것 같았다.
“칼. 그럼 부탁할게.”
“응. 미아. 맞겨줘!”
칼이 거대화 하고 그 등에 올라탔다. 칼이라면 분명 손쉽게 돌파 가능했다. 칼도 꾀나 몸을 회복하지 않았던가? 물론 아직도 마나구속구는 거추장스러웠지만... 그래도 나보단 빠른 칼이었다.
“미아! 지금이야!!”
“넷! 가츠 무사해야 해요!! 칼 달려~!!”
“쳇~! 저 남자만 없었어도... 쯧~ 뭣들 하느냐! 어서 막지 않고!!!”
그렇게 전투가 시작되었다. 칼과 나는 그 틈을 타 병사들을 돌파했다. 역시 제국에서 온 강병들 답게 돌파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칼을 믿었다. 게다가 둘이 함께라면 이런것쯤은 문제 없기도 햇다.
“하악~학~ 좋아. 조금만 더 가면 성벽이야!! 칼 뛰어올라~!!”
“크릉~ 컹~!!”
“우아악~!!”
“막아!! 막지 않으면 우리가 죽는다~!!!”
두려움에 휩싸인 병사들이었다. 아마도 발카누스 제국 병사들인 듯 했는데... 발자르의 엄포가 있었던 것 같았다. 하긴... 성질이 나빠보이긴 했다. 아마도 날 놓치면병사들에게 화풀이를 할게 분명했다. 병사들도 그걸 알고 죽기 살기로 덤비는 듯 했다.
“으윽~ 좋아. 이제 여기만 빠져나가면 숲속이야!”
숲속이라면 더는 추격이 힘들게 분명했다. 칼과 내가 숲속에서 얼마나 생활했던가?! 저런 병사들쯤은 충분히 따돌릴 수 있었다. 그렇게 숲속에 들어서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칼도 꾀나 지친 듯 했다. 역시 공국의 헤이해진병사들과는 천지차이였다.
“가츠... 괜찮겠지? 그래. 분명 괜찮을거야. 가츠의 실력이라면 위기상황이라도 충분히 돌파할수 있어. 그렇지 칼?”
“크릉...”
하지만 칼의 대답이 시원찮았다. 물론 나도 느끼고 있었다. 마나의 요동침을 그리고 감정의 격류를... 가츠가 위기에 빠진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믿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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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완결이 날것 같군요!! 물론 2부도 기획해놓음. 과연 가츠는 무사할까? 그리고 미아와 칼은 어디로 가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