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화 〉91화
“이..이럴 수가!! 이럴 수는 없어!! 어..어떻게 셀바르 후작이!! 아바마마가... 흑..”
충격이었다. 정보를 살펴보니 벌써 셀바르 후작이 전권을 잡고 공왕이 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아바마마는 사망. 사망 사유는 공녀로 인한 피살... 어째서? 난 이렇게 잡혀갔다가 겨우 풀려나서 가츠와 다시 돌아왔는데...
“미아... 괜찮은거야? 역시 무언가 좋지 않은 소식이...”
“흑... 가츠.. 아바마마가... 아바마마가 돌아가셨대요. 그리고... 아바마마를 돌아가시게 한 원흉이 악녀인 엘레미아 공녀라고 하네요. 호호. 전 여기에 있는데...”
“그럴 리가 없잖아? 역시 그 셀바르 후작이란 녀석이 꾸민 짓이겠지. 미아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일 리가 없잖아?”
“당연하죠!! 제가 왜?! 어차피 공왕의 후계자인데... 그걸 기다리지 못하고 죽일 리가 없잖아요? 이건 셀바르 후작의 음모가 분명해요!! 분명 아바마마를 살해하고 제게 뒤집어 씌운게 틀림 없어요!!”
그때 정보길드의 갈레아 지부의 지부장이 들어오면 내게 말했다.
“정보가 만족스럽지 않습니까? 흐음. 최대한 자세히 준비해놨는데...”
“아니... 정보는 만족스러워 다만 그 상황이 불만이야. 너라면 알고 있겠지? 내가 아바마마를 죽일리 없다는걸?”
“저희가 알고 있는 것과 그게 사실이 되는 건 다른 이야기죠. 정보란 그래서 재미있습죠. 후후후. 저희도 공녀님이 이렇게 대단하신 분을 모시고 올 줄은 몰랐으니 말입죠. 사실... 공녀님이 나타나면 바로 연락을 해 달라는 셀바르 후작... 아 지금은 공왕님이죠? 공왕님의 지시가 있었답니다. 자신의 권력유지를 위해 공녀님을 참 하거나. 용서하는 모습을 보이려는 것이겠죠.”
“하긴... 민심이란 게 있으니까. 참하는 것보단 자신의 너그러움을 모두에게 알리기 위해 날 살려두고 가둬두려는 거겠지.”
“공녀님도 제법 생각이란걸 하시는 거군요. 후훗. 좋은 모습입니다.”
“으윽! 나..나도 그정도는 알 수 있어!!”
“그치만 전에는 무턱대고 저희를 찾으러...”
“으으~ 그..그땐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그렇잖아!!”
정말 창피할 따름이었다. 물론 지금도 거의 아는 건 없었다. 역시 궁에서 살다시피 한 생활을 한 공녀로써의 한계인 듯 했다. 그나마 요즘 들어 조금씩 정치 감각을 새로이 할 수 있어. 어느정도 셀바르 후작을 상대 가능했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것도 셀바르 후작이 보기엔 귀여운 수준이었나 보다. 이렇게 위기에 처한걸 보면 말이다.
“후후. 그렇습니까? 아무튼 이제 어떻게 하실지가 궁금하군요. 이런 대단한 분이 있으니 뭔가 하셔도 하실 것 같지만 말이죠. 저희는 그저 대세를 따를 뿐이라 이 이상 공녀님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방침이 그런걸 어떻게 하겠습니까? 후훗.”
“됐어. 이정도로 상황파악을 했으면 나도 어느정도 생각이란걸 할 수 있으니까... 게다가 날 위기에 빠트린 너희들의 도움따위 필요 없어!! 내겐 가츠가 있으니까...”
“우우~ 미아. 나두!”
“호호~ 그래. 칼도 있었지~”
“뭐... 그러시다면야...”
그렇게 정보길드의 도움을 접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날 제대로 도와줄 의리는 없어 보여서 였다. 더 이상 내 상황에 대한 정보가 퍼트려지는 것도 꺼려져서이기도 했다. 물론 대부분의 정보는 나와 가츠 그리고 칼이 도시로 들어온 직후 퍼트려졌을게 분명했다.
“하아... 이제 어쩌죠? 큰 소리를 치긴 했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나야 뭐... 숲으로 돌아가도 상관 없지만... 미아는 그런게 싫겠지? 그렇다면 미아가 원하는대로 해버려. 내가 도와줄테니까.”
“아아... 정말 고마워요. 가츠... 칼도 고마워. 언제나 내 곁에 있어줘서...”
가츠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렇게 위로 했다. 내 마음대로... 내가 원하는데로... 그렇다면 우선 궁성으로 돌아가 에밀리아 언니와 밀리아를 만나보고 싶었다. 둘은 여전히 내 편일게 분명하지 않는가? 물론 에밀리아 언니는 아르세이아 제국의 황녀라서 조금 문제였지만... 그래도 날 어쩌지는 못할거라 생각했다. 내겐 가츠도 있고 칼도 있어서였다.
“좋아요. 그럼 궁성으로 몰래 들어가죠. 일단 에밀리아 언니에게 더 자세한 사정을 물어보고 싶어요. 어째서 제가 아바마마를 해친 원흉이 된건지... 그리고 정말 셀바르 후작이 공왕이 된건지도... 가 보면 알겠죠.”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고 밀리아와 에밀리아 언니가 그립기도 했다. 물론 레온을 만나면 조금 당황스럽긴 하겠지만... 가츠가 있으니 문제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난 악녀라고 소문나지 않았던가? 이런 신세의 나를 더 이상 사랑해줄지도 의문이었다.
“역시 실력이 늘어나니 잠입도 쉽네요. 저기게 제가 기거하던 궁성이에요. 아직도 그대로라면... 분명 밀리아와 에밀리아 언니가 있을거에요.”
“그래? 미아가 그렇게 좋아하는 여성들이라... 후훗”
“우우~ 맛보고 싶은거죠?! 뭐... 둘은 가츠의 마음에 들긴 하겠지만... 조금 질투나요. 역시 아직은 인간인가봐요.”
“하하. 하긴 질투와 증오 그런 격렬한 감정은 인간의 전유물이나 다름없지. 뭐 그래도 귀여운걸? 미아의 이런 모습을 보게되니 말야.”
“으으~ 그렇게 놀리지 말아요.”
그렇게 궁성의 내 방으로 향했다. 과연 셀바르 후작이 그대로 내버려 뒀을지도 의문이었지만... 아직 날 잡지도 못한 상황에서 방을 치울리는 만무했다. 그렇게 병사들 몰래 내 방으로 들어섰다. 다행이 방을 치우진 않은 듯 했다. 다만 내가 기거했을때보다 좀 더 화려해진걸 보면... 다른 누군가에게 내 방을 내준 것 같기도 했다. 아마도 그건 에밀리아 언니일 듯 했다.
“거의 그대로예요. 조금 변하긴 했지만... 밀리아가 있으면 좋은데...”
밀리아를 찾아보았다. 언제나 나와 함께 기거하던 밀리아 아니던가? 분명 밀리아가 있을 것 같았다. 다만 밀리아만 있는게 아니라 에밀리아 언니도 있었다는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역시 셀바르 후작이 내방을 에밀리아 언니에게 내준 듯 했다.
“미아... 왜 돌아온거니?”
“아... 에밀리아 언니...”
역시 마스터 나이트라 우리가 온걸 눈치챈 듯 했다. 하긴 어느정도 기감이 발달하면 눈치채지 않기도 힘들었다. 물론 거의 나 때문에 눈치챈 것 같았지만... 역시 어서빨리 실력을 길러야 할 듯 했다.
“아무튼 무사했던 거구나... 미아가 그렇게 사라지고 난 후 셀바르 후작이 곧바로 활동하길래... 분명 죽어버렸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저도... 그럴줄 알았는데... 그렇게 할 작정은 아닌 것 같더라구요. 뭐 그 전에 여기 가츠에게 구해졌지만 말이에요.”
“응? 그 남자는...? 설마?”
“부끄럽지만... 제 남편이에요. 물론 아직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에밀리아라고 했나? 난 엘프인 가츠라고 하지. 정말 좋은... 몸매군. 경지를 보니 꾀나 수련에 힘쓴 것 같아.”
역시나 몸매부터 훑어보는 가츠였다.
“호오? 엘프. 그런 종족과... 미아 그렇게 안봤는데... 거기까지 타락해버린거야?”
“으읏! 그..그렇지 않아요!! 가츠가 절 얼마나 사랑해주는데요!!”
“레온은 어쩌고? 물론 지금에 와서야 레온이 미아 널 사랑해줄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래도 그렇게 금세 남자를 갈아타면 되겠어?”
“으으~ 가..갈아타다뇨! 레온과는 별다른 사이도 아닌걸요?”
지금에 와서야 생각해보면 내가 왜 레온에게 그렇게 매달린건지 의문이었다. 아마도 날 어떻게 조종한 것 같은데... 그 방법을 알 수 없었다. 약물이나 뭔가 특별한 기술을 사용한 것 같았다. 역시 에밀리아 언니의 말이 맞았다고 생각됐다.
“뭐.. 어떤 남자를 만나든 미아 네 마음이니까. 아무튼 잘 됐네. 그럼 이제... 가버려. 가서 그 남자와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 엘프라니까 숲속에서 지내게 되겠네?”
“전... 에밀리아 언니가 반가운데. 언니는 그렇지 않은 것 같네요.”
“그야... 상황이 달라졌으니까. 물론 나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아. 그러니 어서 가라는 거잖아. 미아 넌 네 아버지를 살해한 악녀고 셀바르 후작은 벌써 공왕이 되어버렸어. 두 제국은 결국 서로 견재하느라 자국에 편향된 인물을 세우지 못했지. 아르덴 왕국이야 뭐... 제국이 개입한 순간 버려진거나 다름없고... 결국 셀바르 공왕의 수작에 놀아난 것 같아. 정말 대단하다면 대단한 정치 수완이야. 게다가 어떻게 했는지 몰라도 두 제국의 비위를 살살 잘도 맞추고 있더라구. 그래서 더 이상 미아는 필요 없는 존재가 된거야.”
“으윽! 그..그런...! 역시 진짜였군요. 셀바르 후작따위가!! 큭... 아바마마를 죽게 만든것도 셀바르 후작이겠죠?”
“뭐... 진실이야 어떻든 그렇게 되어 버린걸 어쩌겠어?”
“그렇다면 진실을 밝혀서 셀바르 후작을 물러나게...”
“그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벌써 두 제국이 인정해버렸는걸... 미아가 무슨짓을 하든 그건 변치 않아. 그러니 이만 포기하고 숲속으로 돌아가. 나도 이번만은 눈감아 줄게.”
아바마마를 죽게 만든 셀바르 후작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있을 리가 없지 않는가!! 최소한 그 비겁한 얼굴에 침이라도 뱉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에밀리아 언니의 충고를 무시할 수도 없었다.
“앗! 공녀니임~~ 흑흑. 살아계셨군요!! 전 공녀님이 살아계실줄 알았어요!! 아아~ 벌써 이렇게나 매력적으로 자라시다니...”
“으앗~ 자..잠깐 밀리아! 갑자기 어디서 뛰어나온거야? 으으~ 제발 그만~ 나..나도 반갑긴 한데... 지금은 심각한 순간이거든?!”
밀리아로 인해 긴장된 분위기가 풀려버리고 말았다. 하여튼 분위기를 깨는데 뭔가 있는 밀리아였다. 하지만 그런 밀리아가 너무도 반가웠다. 정말 얼마만에 만나는건지... 에밀리아 언니와 달리 날 반겨줘서 조금 기분이 나아졌다.
“흑흑... 전 또 셀바르 후작에게 잡혀서 모진 고문을 받고 계실줄 알았어요... 그렇게 공녀님이 사라져 버려서 얼마나 걱정했는데요!! 이젠 다시 어디론가 사라지지 마세요! 아니 절 데리고 가주세요!!”
“응. 다음엔 그럴게... 뭐 그 시간이 빨리올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용케 무사했네?”
“뭐... 에밀리아 황녀님이 지켜주신결과죠.”
“아... 그래? 에밀리아 언니... 정말 고마워요. 밀리아를 이렇게 무사히...”
“벼..별거 아냐. 그저 옛정을 생각해서... 그리고 밀리아는 별 상관 없잖아? 그래서 내 전속 시녀로 달라고 한 것 뿐이야. 아무튼 어서 가. 이러다 들키면... 무사하지 못해.”
“제겐 가츠가 있거든요!! 가츠라면 마스터 나이트 한둘정도는 손쉽게 해치울 수 있어요!!”
“뭐... 그렇다는 거지.”
“하긴... 엘프니까. 게다가 제법 오랜시간을 지내온 존재같아. 그 마나량하고, 경지도 녹록해 보이진 않은데... 하지만 그래봤자야. 공국에 있는 마스터 나이트만 최소 셋. 과연 그 남자가 셋을 상대할 수 있을까?”
“가츠. 불가능 한가요?”
“으음... 셋은 조금 무리겠군. 하지만 셋을 상대하며 미아를 대피시킬 정도는 할 수있어.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미아의 일을 보도록 해.”
“아아. 역시 가츠에요! 그렇다면... 셀바르 후작을 만나봐야겠어요.”
“설마 셀바르 후작을 처치하려고? 그건 안되겠는걸...? 나도 일단 제국의 인물이니까. 그런 경우는 막아야해서...”
“으윽... 정말 그럴거예요?!”
“이건 어쩔 수 없는 의무야. 나라고 미아를 상대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 어서 되돌아가줘...”
조금 슬픈 시선의 에밀리아 언니였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아무것도 한일 없이 되돌아 가고싶지는 않았다. 게다가 내게 가츠라는 든든한 남자가 있지 않는가? 어떻게든 셀바르 후작을 만나 담판을 짓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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