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9화 〉89화 (89/132)



〈 89화 〉89화

가츠와 생활은 언제나 즐거웠다. 하지만 내겐 이런 즐거움을 누릴 시간이 얼마 없었다. 공국의 아바마마가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병환으로 누워계시며 내 결혼소식을 기대하고 계실건데... 이렇게 다른 남자와 만나는걸 알면... 과연 어떤 생각을 하실지 모르겠다.

“하아...”

“응? 미아 무슨일이야? 요즘 한숨소리가 늘고 감정이 자주 요동치던데...”

“그게... 하아~...”

말하기 머뭇거려졌다. 인간세상의 일을 가츠에게 말해도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근하는 가츠로 인해 결국 사실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공국의 상황 아바마마의 병환 그리고 결혼상대인 레온에 대해서까지... 물론 다른 상대인 발자르와 셀바르 후작 그리고 알베른의 일까지... 정말 너무도 복잡했지만 하나 하나 풀어 가츠에게 설명했다.

“으음. 그렇군. 저번에 말한 그 일인가?”

“네. 그래서 저와... 공국에 가 주길 부탁한거예요.”

가츠의 고민이 느껴졌다. 과연 가츠가 나와 함께 해줄까? 정말 불안했다. 차라리 내가 가츠에게 의지해 엘프 마을에서 사는 건 어떨까? 하지만 아바마마와 약속한 일이 떠올랐다. 그런데 이제 와서 약속을 어길 수는 없었다. 병환 중에 고통스러울 텐데도 날 걱정해 레온을 불러들인 아바마마를 생각해서라도 공국을  내 손아귀에 쥐어야 했다.

“나도 고민해 봤지. 그래서 결정했어. 아무래도 미아는 혼혈이지만 인간이긴 하니까... 역시 숲속 생활은 버티기 힘들겠지? 게다가 그런 일들도 있으니... 그래서 한 백년정도 미아와 함께 인간세상을 경험할까 하는데... 괜찮을까?”

“와~!! 정말요? 정말이죠?! 아아~ 전 가츠가 혹시라도 거절하면 어떨까... 걱정했어요. 정말 다행이에요. 가츠와 헤어지지 않게 돼서...”

“후훗. 내가 미아를 혼자 가게 내버려 둘리가 없잖아? 안그래도 인간세상을 조금 경험해 보고 싶었어. 마침 미아가 와서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게다가 미아는 공녀라던가? 공녀라면 인간세상에 적응하기 편할 것 같아. 그럼 내가 부왕이 되는건가? 하핫.”

“아.. 그렇게 되는걸까요? 호호.”

백년씩이나 인간 세상에 머물 생각을 해주다니... 너무도 고마웠다. 하긴 인간과는 수명이 다르니 백년도 금방이겠지. 가츠와 함께라면 분명 어려움도 쉽게 해쳐나갈 수 있을거라 생각됐다.

“그럼 어서 준비를...!”

“자자. 너무 급할 것 없잖아?  더 우리둘만의 시간을 즐겨야지 않겠어?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신혼이잖아? 하핫.”

“우으~ 부끄럽잖아요~ 그치만 저도 좋아요. 준비는 내일부터 하면... 게다가 어차피 별로 준비할 것도 없으니까...”

가츠의 말이 그저 달콤하기만 했다. 결국 그런 가츠의 유혹에 마음이 녹아내려버리고 말았다. 즉 또다시 가츠와 즐겨버리고 말았다. 수련도 해야하고 그렇지만... 역시 그런 힘든 일 보다는 가츠와 사랑을 나누는게 더 좋았다.

“흡~ 하아... 좋아요. 가츠. 사랑해요.”

“아아. 나도 사랑해.”

그렇게 사랑을 속삭이며 또다시 밤을 지새웠다. 이렇게 자주할 정도로 능숙해져버리다니... 역시 뭐든 하면 는다는 게 맞는 말인 것 같았다.

“아아... 오늘은 이제 그만요. 저... 더는 못버텨요.”

“훗~ 하긴... 미아는 혼혈이었지. 역시 엘프 여성들과는 조금 달라. 물론 그런 다른점이 더 좋지만 말야. 하하.”

“아이~ 부끄럽게~”

정말 부끄러웠다. 좀 더 하지 못한 것도 그리고 가츠를 만족시켜주긴 했나 하는 점도... 역시  더 열심히 해서 가츠를 만족시켜주기 위해 노력해야할 것 같았다. 그렇게 다시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가츠와 함께 공국으로 가기위해 준비를 마쳤다.

“칼~ 드디어 공국으로 돌아갈 수 있어!! 아아. 밀리아도 그리고 에밀리아 언니도 보고 싶었는데. 정말 다행이야. 가츠가 같이 가주겠다고 해서.”

“우우 미아. 가츠만 좋아해. 나도 좋아해!”

“으응. 칼도 좋아하긴 해~ 그러니 삐치지 말구~ 자. 우리 어서 준비 끝내자. 가츠는 벌써  준비한  같아~”

일단... 복장부터 조금 문제라서 전에 구해놓은 가죽으로 급히 옷을 만들어 입었다. 물론 가츠의 옷도 만들었다. 그간 숲속에서 해온 일이 이때 도움이 된 것 같았다. 다만 그렇게 실력이 좋지 않아 그저 치부를 간신히 가린 간편한 모습일 뿐이었다.

“가츠 어때요? 입을만 한가요?”

“조금 불편하지만... 미아가 만들어준 옷이잖아? 정말 기쁘군.”

역시 개방적으로 살아와서 조금 답답한 듯 했다. 하긴 그동안 거의 벗고 살았을테니 그럴만 했다. 하지만 이제 공국에 돌아가면 이보다 더 많이 껴입어야 할텐데... 과연 가츠가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역시 조금 그렇죠? 제가 조금 더 실력이 좋았다면 좋았을텐데.”

 디자이너 쟝의 옷을 생각하면 말이다. 처음 드레스를 입을땐 어색하긴 했어도 불편함은 없었다. 나중에 쟝의 옷을 선물해주는것도 좋은 생각일  같았다.

“그럼 공국으로 돌아가요!”

“아아. 준비도 끝났으니 일주일 정도라면 도착할거야.”

“엣? 그런것도 알아본거예요?”

“당연하지. 여행을 떠날려면 목적지부터 알아봐야지 않겠어? 게다가 미아와 내가 살아갈 곳이잖아? 기본적인 정보정도는 알아놔야겠지.”

“아아~ 여시 가츠예요!”

날 얼마나 생각해주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벌써 공국에 대한것도 알아 놨다니... 물론 이런 숲속에서 자세한 공국의 사정은 알지 못했겠지만... 위치정도는 알아 놓은 듯 했다.

“그럼 서두르자. 미아.”

“넷~”

“밀리아. 보고싶어!”

칼도 밀리아가 생각난 듯 했다.

“그래. 밀리아도 보고 에밀리아 언니도 보러가자. 칼~”

칼을 안아들며 그렇게 말해줬다. 그리고 가츠와 함께 공국으로 향했다. 가는 여정은 별달리 힘들지 않았다. 역시 숲의 종족 답게 나무와 나무 사이를 달려 정말 쉽게 숲속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또한 가츠에게 어느정도 배워 비슷한 속도를 낼 수 있었다. 물론 가츠가 내게 맞춰 준거겠지만... 칼이야 뭐. 짐승이다 보니 거대화해서 나무 아래로 달리고 있었다.

“칼~ 나보다 늦는건 아니겠지?”

“크릉~ 컹~!!”

“하하. 역시 칼과 사이가 좋아 보여. 인간같았으면 여기서 질투를 했으려나?”

“우웅~ 역시 엘프라서 별다른 질투심이 없나봐요?”

“뭐. 그렇지. 다들 개방적인 생활을 즐기니까 말야. 나도 마찬가지야. 미아가 무슨짓을 하던 내게 말만 해주면 상관 없어.”

“말만 해주면... 말 안하면 역시...?”

“서로가 그정도 사이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갈라서버릴테지. 엘프들이 조금... 단호하다고 해야할까? 그러니 미아도 내게 비밀이 없었으면 해. 알겠지?”

“으응. 그럴게요.”

조금 무섭기도 했다. 하지만 비밀만 없다면 상관 없다니 더 좋았다. 공국에 돌아가면 결혼 상대가 무려 둘이었다. 상황이 어떻게 됐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둘을 상대해주긴 해야했다.

“아. 여긴...”

“으음. 여긴 그곳이군. 미아가 도망치던 그곳...”

“네. 여기서 도망치다가 숲속에서 가츠를 만났죠.”

“뭐 도망칠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땐 왠지모를 친근함에 조금 지켜보고 있었지. 그걸 엘츠장로님께 확인받고  데리고 마을로 온거야.”

“핫?! 그..그러면 제가 추하게 도망치는 모습... 보고 있었던 거예요? 우우~”

창피했다. 사실 그땐 마나도 거의 다 사용해버려 조금 추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니...

“하하. 그거야 뭐...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으니까.”

“게다가 그땐 가츠에게 너무 퉁명스럽게... 우으... 창피해요. 이렇게 사랑하는 사이가 될줄 알았다면 그때부터 잘... 대해줄텐데...”

“쿡쿡. 그거야 첫 만남이 그다지 좋진 않았으니까. 뭐 그때도 미아는 귀여웠어. 관심이 갔다고 해야할까? 그래서 이렇게 미아를 사랑하게 된거지.”

“으읏~ 부끄럽다니깐요. 정말... 왜 이리도 달콤한 소리만  하는거예요~”

“미아도 백여년 넘게 이런 생활을 해 오다보면 유혹하는 기술이 늘거야. 거의 일상이 되어버린다니깐. 후훗.”

뭔가 자랑 같았는데 울컥했다. 역시 아직은 엘프의 생활에 그다지 적응하지 못한 듯 했다.   살아가다보면 그것도 적응될 것 같았다.

“그럼 다시 갈까? 그다지 좋은 기억이 있는곳도 아니잖아?”

“글쎄요. 호호~ 딱히 나쁜 기억은 아니잖아요. 이렇게 가츠와 만날 수 있게 된것도 따지고 보면 그일때문이니까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다행이야.”

그렇게 다시 공국으로 향했다. 물론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지만... 가츠가 옆에 있지 않는가? 이젠 별다른 충격도 오지 않는 일이 뿐이었다.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고 점차 공국에 가까워졌다. 물론 가는 도중에도 밤마다 가츠와 사랑을 나눴다. 칼이 조금 싫어했지만... 그래도 상관 없었다.

“정말~ 매일 이러기에요?”

“그치만 미아가 정말 너무 사랑스러운 걸 어쩌겠어? 설마 미아는 나와 사랑을 나누는게 싫은거야?”

“으으~ 그럴리 없잖아요. 그치만 어서 공국에 가야하는데... 매일 너무 늦게 자버려서 일정에 지장이 있잖아요.”

그것도 심하게... 지장이 있었다. 밤을 지세우지 않았다면 조금 빨리 일어날 수 있고 또 몸을 씻기 위해 물을 찾을 필요도 없었다. 물론 식수정도야 정령을 이용하면 어느정도 보충 됐지만... 그 자체가 마나를 쓰는 일이라 직접 구할 수 있다면 직접 구하는 편이었다.

“그래. 그럼 앞으론 그러지 않을게...”

“그..그건  아니구요. 우으~”

“하하. 장난이야 장난. 앞으로도 마음껏 상대해줄테니 삐치지 말아.”

가츠의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니 매번 이렇게 가츠의 장난에 당하는 것 같았다. 가츠는 매번 격렬하게 반응하는  바라보며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았다.

“우우~ 계속 장난 칠거예요?”

“쿡쿡. 그치만 미아의 반응이 재밌는걸? 자 그러지말고 이리와서 안겨.”

“우우~ 이..이건 가츠의 품이 따뜻해서 안기는거지 다른 마음은 없어요.”

물론 밤만 되면 매번 안겨서 조금.. 신빙성이 떨어지는 변명이었을 뿐이었다. 이러다 정말 가츠의 품안에 안겨서 공국으로 돌아가게  것 같았다. 이렇게 아늑하고 따뜻한 품이 또 어디있겠는가?

“컹컹~!”

“아. 칼의 품도 따뜻했지. 호호~”

역시나 질투중인 칼이었다. 언제 한번  가츠의 허락을 받고 해줘야 할  같았다. 어쩐지 칼의 투정이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아서였다.

“가츠... 괜찮겠죠?”

“아아. 그럼. 칼과 하는건 말리지 않아. 칼 너도 그렇게 질투하지 말고 나와 미아를 공유하는게 어때? 그럼 매일 하게 해 줄수도 있는데...”

“읏~! 그..그렇다고 매일은... 가츠만으로도 벅차단 말이에요!!”

어쩐지 칼과 협상의 제물이 된듯했다. 하지만 가츠의 그런 행위를 말릴 수는 없었다. 이제 가츠에게 절대 벗어나지 못해서였다. 몸도 그리고 마음도 모조리 가츠에게 사로잡힐 결과였다. 결국 칼은 끙끙대며 고민하다 수락한다는  고개를 끄덕이며 적대감을 풀었다. 나름 잘 됐다고 해야하나? 기분이 조금 요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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