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화 〉87화
가츠의 품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기분은 정말 좋았다. 특히 이렇게 품안에 안겨 알몸으로 서로의 체온을 느끼는 그때가 가장좋았다. 그래서 좀 더 그 느낌을 오래 즐기고 싶어 눈을 뜨고싶지 않은 기분이 들곤 했다.
“미아. 이제 일어나야지?”
“우웅~ 조금만 더... 이렇게 있고 싶어요~”
“후훗. 정말 사랑스러워.”
부끄러웠다. 생각해보니 어제 저녁은 정말... 너무 화끈한 밤을 보내 버린 듯 했다. 내가 먼저 그렇게 하는걸 원하다니... 역시 여자의 마음은 갈대인 것 같았다. 몸을 섞고 마음까지 내줘 버렸지만 그래도 뭔가 아쉬웠다. 좀 더 많은걸 내주고 싶은 기분이 들어 그런 것 같았다.
“가츠... 나와 영원히 함께 해준다고 했죠?”
“아아. 그랬지.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 혹시 불안한거야?”
“조금요. 전 혼혈이고 가츠는 순혈이잖아요. 그렇다면... 수명이 다른데... 우우~ 분명 제가 먼저 죽겠죠? 그럼 가츠는...”
“그런게 걱정이야? 후훗~ 미아는 정말 귀여운걸? 뭐 수명이야 다르지만... 미아는 그런 걱정 할 필요 없어. 미아가 죽을때까지 언제까지나 내가 사랑해줄테니. 그 이후는 미아가 생각할 필요 없는거야.”
“정말요? 그치만... 나 죽은 후에 가츠가 다른여자랑... 우우~ ”
이건 질투였다. 그것도 정말 추잡한 질투임에 불과했다. 그래도 신경쓰이는건 어쩔 수 없었다. 가츠와 한날 한시에 사랑하며 죽고싶어서 그랬다. 이렇게 몸을 섞으니 그 마음이 더 간절했다.
“뭐... 방법이 없는건 아닌데... 미아 정말 괜찮겠어? 인간은 엘프와 달라서 그 긴 수명을 견뎌낼 수 없을텐데...”
“방법이 있나요? 그럼 상관 없어요!! 저... 가츠와 함께하고 싶으니까요. 죽을때까지...”
내 말에 가츠가 기쁜 듯 다시 말을 이었다.
“좋아. 이건 수명을 서로 공유하는 방법이야. 물론 수명이 더 긴쪽으로 공유하는거지. 그래서 이 방법을 행하면 미아도 나와 같은 수명까지 살 수 있어. 물론 이 방법도 아무나 가능한건 아냐. 엘프끼리... 미아는 혼혈이라도 엘프의 피를 이었으니까 가능한 방법이야.”
“그렇군요. 아아~ 정말 좋아요. 언제까지나 가츠와 사랑을 나눌 수 있어서~”
“미아가 좋다니... 나도 좋은걸? 그럼 당장 행할까? 이 방법은... 미아와 관계를 지속하면서 하는 방법이라서... 수명 말고도 공유하는게 많아서 조금 오래 걸릴거야.”
“읏~ 아침인데... 또요?”
“생각난 김에 하는게 좋지 않을까? 어제 저녁처럼 격렬하게 할건 아니니까. 가볍게 즐기며 서로를 공유하자.”
“우음~ 네. 그렇게 할게요. 가츠를... 좀 더 느끼고싶어요.”
그렇게 시작된 아침의 교미. 물론 이번 교미는 엘프 고유의 주술 비슷한 걸 행하는 것이었다. 서로의 수명과 마나 그리고 감정을 공유하는 주술이었다. 서로 사랑하는 엘프끼리 간혹 하는 방법을 나와 가츠가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런걸 생각하면 가츠도 날 정말 사랑하는 듯 했다. 이제 내 허락이 없다면 가츠는 다른 여자와 하는것도 힘들게 분명했다.
“하읏~ 좋아요. 아아... 뭔가 느껴져요. 이게... 가츠의 감정인가요?”
“으응. 나도 느껴져. 미아의 감정... 날 정말 사랑하고 있구나.”
“이제... 서로 비밀은 없는거네요. 호호~ 가츠가 다른여자랑 하면... 분명 느껴질테니 말이에요.”
“하하. 그렇게 되나? 그럼 할때는 말 하고 해야겠는걸?”
“우우~ 안한다는 선택지는 없는건가요?”
역시 여전한 모습의 가츠였다. 나와 하는도중임에도 다른 여자랑 하는걸 언급하다니... 뭐 가츠의 정력을 생각하면 여자 한둘 정도는 기본적으로 더 있긴 해야할 것 같았다. 이렇게 매번 하는것도 감당하기 어려워 그랬다.
“하읏~ 이제... 마나의 공유가 시작된 것 같아요. 아아~ 가득 차오르고 있어요. 이런 방대한 마나라니... 역시 엘프라서 그런거죠?”
“그렇지. 엘프의 수명이 얼만데... 이정도는 약과야. 이제 좀더 많은 마나를 공유하게 될거야. 그럼 미아의 힘도 강해질거야.”
정말 좋았다. 이로써 마스터 나이트에 한발자국 더 다가선 듯 했다. 가츠와 수명과 마나 그리고 감정을 공유하길 잘한 듯 했다. 내 미약한 능력은 가츠에게 도움이 안되서 조금 자존심이 상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서로를 공유한다는게 가장 좋았다.
“후앗~ 정말 좋았어요.”
“아아. 나도 느껴져. 미아도 느끼고 있지 내 감정을?”
“으응. 네~ 정말 느껴져요. 아아~ 너무나도... 흣~ 격렬한 감정이에요.”
서로 사랑한다는게 이런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감정이었다. 정말 그 감정의 격류에 휩쓸려버릴것만 같았다.
“그럼 이제 그만 일어나서 씻을까?”
“네... 그..근데 저... 조금 일으켜주세요. 가츠랑 너무 하는 바람에... 허리가 나간 것 같아요. 우으~”
정말... 아침까지 너무 격렬히 치러 그런 듯 했다. 이렇게 격렬히 하려고 한건 아니었는데... 뭐 그렇지만 좋긴 했다. 가츠의 사랑이 너무도 강렬해서 정말 좋았다.
“하핫. 그래. 그렇게 해줄게. 바로 나가서 씻고 조금 쉬다가 훈련을 하자. 서로의 마나를 공유했으니 사용하는 방법도 알아야하니까 말야.”
“네... 좋아요.”
가츠가 부끄러워 하는 나를 안아들어 번쩍 일어났다. 그러자 이불이 내려가며 서로의 알몸이 여실히 들어났다. 이런 모습은 정말 부끄러운데... 하지만 개방적인 가츠는 상관없다는 듯 알몸으로 호숫가를 향해 나아갔다.
“흣~ 부끄럽잖아요. 아..알몸인데...”
“하하. 이제 미아도 거의 엘프가 다 됐잖아? 그러니 좀 더 마음을 놓도록 해.”
“그..그래도 아직은 조금 부끄러워요. 다들 쳐다보는 것 같고...”
인간으로 살아와서 역시 모두가 보는앞에서 알몸으로 있는건 부끄러웠다. 그렇게 부끄러워 하는 날 호숫가에 내려놓으며 내 몸을 씻겨주는 가츠였다. 그 부드러운 손길이란! 정말 너무도 좋았다.
“하읏~ 간지러워요. 가츠~”
“깨끗히 씻어야 하잖아~ 자. 좀 참도록 해. 미아”
“그치만~ 아흣~ 거긴... 저 혼자 씻을 수 있어요. 아응~”
“후훗. 그래? 그럼 그렇게 해. 나도 좀 씻어야 하니까.”
살짝 아쉬움이 일었다. 그냥 가츠가 씻겨주게 놔둘걸... 하지만 벌써 저만치 가서 자신의 몸을 씻는 가츠였다. 결국 허전함을 달래며 홀로 몸을 씻었다. 근데 가츠도 이런 내 감정을 알고 있을텐데... 조금 장난을 치는 듯 했다.
“우우~ 다 알면서 그러기에요? 이상하게 저만 가츠의 감정이 잘 안느껴져요.”
“하하. 조금 장난을 쳐봤어. 자 그럼 마저 씻겨줄게~”
“흣?! 그...그게 아니잖..아흥~ 정말 너무해요!!”
결국 다시 날 씻겨주는 가츠였다. 그에 살짝 투정하듯 가츠의 가슴을 토닥거렸다. 그러자 탄탄한 가츠의 가슴이 느껴졌다. 정말... 엘프라서 그런지 호리호리하면서도 꾀나 탄탄한 가슴이었다. 이 가슴에 안겨 사랑을 나눴다니... 역시 조금은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후에~ 읏~”
“정말 미아는 뭘 그리 부끄러워 하는지 모르겠어. 감정은 느껴져도 생각은 알 수 없으니 말야.”
“생각까지 느껴지면 개인적인 일도 힘들잖아요? 아참 그리고 감정이 잘... 안느껴지는건 왜냐구요! 말 돌리지 말고 알려주세요!”
“하하. 그거야 난 엘프니까. 그만큼 살아왔는데 감정조절이 힘들겠어?”
“으윽! 그렇다면 제가 그저 감정조절이 안될뿐...? 그건가요? 우우~”
정말 그렇다면 부끄러울 뿐이었다. 그럼 매번 내 감정은 들키고 난 가츠의 감정을 알아채지 못하는게 아니던가?! 그건 조금... 싫을지도 나도 감정조절 하는걸 배워야하나?
“하하. 그렇게 창피해 할건 없어. 미아는 그저 그렇게 있는게 가장 예쁘니까.”
“흥~ 이제와서 그러기에요? 정말... 어쩜 그리 달콤한 말도 잘하는지... 이 바람둥이~”
알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 달콤했다. 이러다 정말 가츠의 말은 모조리 다 들어주고 싶어질지도 몰랐다.
“그거야 종족 특성이잖아.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
“우우~ 키스나 해줘요~!”
“아아. 그래. 미아...”
그렇게 다시 키스. 역시 가츠와 키스는 좋았다. 정말... 마음이 사르르 녹아드는 듯 했다. 이래서 내가 가츠와 키스를 원하는 것이었다.
“으음~ 정말 사랑해요.”
“그래. 나도 사랑해.”
역시 사랑을 속삭이는 것만큼 달콤한 것은 없었다. 그렇게 서로의 몸을 씻겨주며 아침을 맞이했다. 물론 시간으로 치면 이른 오후쯤이었지만... 그런 부분은 내게 상관 없었다.
“칼~ 좋은 아침...이 아니라 점심이네. 호호~”
“우우 미아 가츠 냄새. 싫어.”
“윽~ 씻고온 참인데... 역시 짐승은 짐승이네. 우웅~”
대번에 내가 가츠와 함께 있었다는 걸 알아차린 칼이었다. 그리고 다시 질투심 어린 눈빛. 하지만 그 모습은 정말 귀여울 뿐이었다. 역시 작은 칼은 귀여웠다. 내가 쇼타도 아닌데 이렇게 귀여움을 느끼다니...
“아이참~ 정말 귀엽다니깐~ 질투하는 칼도 너무 귀여워~”
“우우~ 답답해~ 그만해. 미아~!”
“호호~ 뭘. 설마 내 품에 안기는게 싫어?”
“우웅. 그치만... 내가 안아주고싶어!!”
“흐응~ 자존심 상한거구나? 역시 이렇게 작지만 칼도 남자네? 호호”
자신을 남자로 대해달라는 칼이었지만... 이제 내게 남자는 가츠 뿐이었다. 칼은 그저... 애완동물겸 파트너? 그뿐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약속을 어길건 아니었다. 가츠도 허락해주지 않았는가? 그러니 오늘은 칼과 지내며 칼의 기분을 풀어줄 예정이었다.
“칼~ 미안해. 그러니 화 풀어. 오늘은 가츠 옆이 아니라 칼 옆에 있을거니까. 응?”
“정말? 그럼 좋아~! 약속 어기면 싫어. 미아!”
“응. 그럴게. 약속... 지켜야지.”
작은 칼과 하게 되다니... 뭐 나름 특별한 느낌이 들긴 할 것 같았다. 이건 그저 단순한 보답일 뿐이었다. 게다가 처음을 약속했는데 그것도 지키지 못하지 않았던가? 그걸 생각하면 오늘 해주는것도 조금 늦어버린 것 같았다.
“미아~ 그럼 숲속에 가자! 나 숲속 뛰는거 좋아!”
“응~ 오랜만에 나도 칼이랑 숲속을 뛰놀고 싶어! 그럼 갈까?”
“응!!”
그렇게 칼과 숲속으로 향했다. 이제 주변에 리자드맨 마을도 없으니 위험도 없었다. 그러니 신나게 달리면 그뿐! 칼도 그런걸 원하니 나 또한 그런 칼의 기분을 맞춰 줄 뿐이었다. 이건 사랑과는 달랐다. 그저 우정? 그쯤 되는 마음이었다. 칼의 마음이 어떨지는 몰라도... 내 마음은 그랬다.
“칼... 그러니까 나보다 더 좋은 짝을 찾길 바랄게...”
“웅? 미아 어서 뛰자!”
“으응! 그래~”
다행이 그렇게 중얼거리는 내 말을 듣지는 못한 듯 했다. 또 그런 소리를 들었다면 분명 화를 내며 나에게 투정을 했을게 분명하니 말이다. 정말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더 이상 칼의 기분을 나쁘게 만들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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