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9화 〉79화
“칼! 정신차례! 이제 도망칠 수 있어!”
“끼잉...”
칼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하긴 거의 제구성 되다시피 한 몸에 마나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칼의 목에 걸린 마나구속구를 풀어내는게 급선무였지만... 내게 그런힘은 아직 없었다.
“칼...”
그렇게 바깥의 동태를 살폈다. 바깥은 난장판이나 다름없었다. 알몸이나 다름없는 누군가들의 습격. 아마도 그들 때문인 듯 했다. 자세히 보니 나뭇잎처럼 생긴 것들로 치부만 간신히 가린 남녀 군상들이었다.
“응? 저들은...?”
기억하기론 숲의 종족쯤으로 생각됐다. 특히 귀가 긴걸 보면 엘프? 그런이들인 것 같았다. 아마도 날 잡은 이들을 노예상인들이라 생각하고 동족이 있나 한번 찔러보는 중인 것 같았다. 물론 동족이 없어도 싸움을 걸었겠지만...
“근데 이쁘긴 하다. 칼 그렇지?”
“끄응...”
칼이 정신을 차리도록 자주 말을 걸어주고 있지만...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역시 마나구속구를 풀어내는게 정답이었다. 그렇게 기회를 살피다 적당한 때를 잡아 마차에서 내렸다. 다행이도 날 눈치챈 사람들은 없었다. 물론 엘프들은 날 눈치챈 것 같았지만... 여자아이라 그런지 상관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아마도 날 잡혀온 노예 쯤으로 여기는 듯 했다.
“좋아. 이제 숲속으로 도망치면 되는거야. 그리고 다시 공국으로...”
하지만 이대로 다시 공국으로 돌아가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셀바르 후작은 여전히 날 노릴테고... 레온도 점차 의심이 들었다. 그나마 에밀리아 언니나 시녀인 밀리아가 걱정이었지만... 둘은 내가 없는게 더 편할지도 몰랐다.
“그래. 조금 힘을 키우고 돌아가는거야. 마나도 좀 더 쌓고... 그리고 검술수련도 좀 더 하는거야. 특히 육체단련... 너무 마나에 의존한 경향이 있었어. 이번에도 그것 때문에...
마나가 없더라고 평기사 한둘은 문제 없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 알게된 내 실력은 마나가 없으면 정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연약한 여자아이 그 자체였다. 그게 너무도 굴욕적이었다. 숲속에서 1년간 살아남았던 기억이 모조리 쓸모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너무도 평화에 젖어있었던 것 같았다.
“좋아. 1년... 아니 육개월정도만... 근데 이 목줄은 어쩌지...?”
목줄이 문제였다. 하지만 그것도 마나를 심장에 쌓다보면 해결될 일. 물론 마나홀의 마나가 아깝긴 했지만... 에밀리아 언니의 말대로 레온이 내 마나를 강탈하기 위해서 안정시키고 있었다면 차라리 없는게 더 나을정도였다. 그러면 레온도 날 좋아해줄지 몰랐다.
“그래. 아랫배의 마나홀은... 아깝지만 포기하는거야. 나중에 목줄이 풀리더라도... 그냥 레온에게 줘버리는데... 좋을지도 몰라.”
아깝지만 그러는게 좋았다. 그러면 레온에게 더욱 더 사랑받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나도 문제였지만... 칼도 상당히 문제였다. 이런 목줄에 비실비실 힘을 쓰지 못하다니... 칼도 나처럼 음식을 먹으면 신체에 마나가 쌓이는데... 그렇다면 심장에도 마나가 쌓일까? 아니 칼은 처음부터 심장에 쌓이는 것 같았는데...
“으으~ 모르겠어. 칼은 어쩌지...? 버릴 수는 없잖아... 뭔가 해결 방법이 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잠시동안 생각에 빠져 멈춰서 있을 때 멀리서 용병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휘익~! 공녀가 도망쳤다!! 모두 공녀를 추적하라! 공녀가 보이면 신호를 날리도록!”
“으윽. 벌써... 전투가 끝나버렸나? 역시 동족이 없으니 그냥 물러나 버린건가...?”
그런걸지도 몰랐다. 하긴... 쓸데없이 전투를 벌여 자신들에게 피해가 오면 안되니 그럴수도 있었다. 그렇게 용병들이 오기 전에 좀 더 깊은 숲속으로 향했다. 숲속이라면 마음이 놓였다. 그간 살아왔던 경험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숲속에서 움직이는게 더 편했다. 그리고 아직 심장에 머물러 있는 마나도 넉넉했다. 역시 정액을 흡수하는게 답이었다. 물론 그걸 하는 동안엔 조금 고역이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도망칠수 있지 않았는가?
“후아.. 하아.. 이제 어느정도... 응? 누..누구?!”
“눈치가 빠르군. 인간. 우리와 함께 가 줘야겠어.”
“에..엘프...?”
엘프들이었다. 아마도 도망치는 날 따라 이렇게 쫒아온 듯 했다. 그걸 이제야 눈치채다니... 정말 기감까지 상당히 감소한 것 같았다. 하긴... 마나가 거의 대부분 제한당해 있는 상태니까 어쩔 수 없긴 했다.
“날... 어쩌려고...?”
“따라오면 알게 되어 있다.”
남자엘프는 정말... 너무도 무뚝뚝했다. 마치 감정이 없는듯한 모습. 그리고 어쩐지 인간에 대한 불신이 마음속 깊이 저변에 깔려있는 듯 했다. 하긴 그간 당해온게 많아 그럴지도 몰랐다. 아니 틀림없었다.
“인간 인간 하지 말아줘... 나도 미아 라는 이름이 있어. 그리고 이쪽 내 친구는 칼 이라는 이름이 있으니까 그렇게 불러줘.”
“흐음... 그쪽 칼은 무언가 힘이 없어 보이는군... 아. 그건 마나구속구? 너... 도망노예였나? 정말 인간은 어쩔 수 없군. 동족을 사고 파는 우행을 벌이다니... 쯧”
어쩐지 나와 칼의 목에 걸린 목줄을 한번 힐끗 바라보더니 어느정도 마음이 풀린 모습을 보였다. 아마 날 노예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았다. 물론 처지는 비슷했지만... 그래도 공녀인데... 하지만 여기서 공녀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겨우 호감이 조금 생긴 것 같은데 초를 칠수야 없지 않는가?
“하악...학~ 어디까지... 으윽... 가는거야!!”
“조금 더 가면 도착이다. 인간 여자들이란... 역시 나약하군. 우리 엘프들과는 달라.”
“으윽... 그..그거야 난 이 마나구속구 때문에...”
변명이었다. 마나라면 아직 조금 남아있긴 했다. 역시 엘프와 인간의 신체구조는 조금 다른 것 같았다. 별로 힘도 들이지 않는 것 같은데 숲속에서 저리도 쉽게 움직여 대다니... 나도 한동안 숲속생활을 했는데... 저렇게 움직이는건 쉽지 않았다.
“이곳이다.”
“응? 아무것도 없는데...?”
“쯧... 인간여자는 바보인가? 당연히 결계로 인해 가려져 있다.”
바보라니!! 이렇게 보여도 고등교육을 받은... 공녀인데... 물론 거의다 까먹은 것 같지만... 그래도 꾀나 귀족으로써의 소양정도는 배웠던거로 기억중이었다. 밀리아도 그렇고 칼 그리고 내앞에 남자엘프도 날 바보라고 놀렸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 내가 바보인가? 하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으으... 그러고보니 바보같은 짓을... 너무 많이 한 것 같아... 히잉~”
“울지말고 어서 들어가라. 장로님이 궁금한게 있다고 해서 특별히 인간 여자인 너를 마을로 초대하는것이니까.”
“으으~ 몰라!! 알게 뭐야. 흥~!”
“인간 여자는 감정기복도 심하군. 마치 엘프여성의 그날같아. 혹시 그날인가?”
“이익!! 넌 창피함도 몰라?!”
“이상하군. 그날은 성스러운 날이다. 왜 창피해야 하지? 혹시 아직 그날을 맞이하지 않았나? 아니면 아예 없다거나... 안됐군. 여성으로써 별다른 매력이 없다니...”
그게 매력인가?! 하긴... 자신의 아이를 낳아줄 여성이 불임이라면 그것보다 큰 실망은 없을 것 같았다. 아무리 매력적인 몸을 가졌다고 해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특히 이렇게 소수 부족이라 다름없는 엘프들이라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이 남자 엘프도... 하의만 간신이 두르고 있었다. 게다가 커!! 엘프는 다 큰건가?!
“으으.. 뭐가 저리 큰거야...”
“훗~ 내 물건에 빠졌군. 하긴... 내가 좀 대단하긴 하지.”
“으윽! 뭐..뭘 뿌듯해 하는건데?!”
“그거야 내 물건에 빠진 널 보고 그러는거다. 엘프들은 인간과 같이 그렇게 감추고 들지 않아. 인간들만 뒤에서 추잡한 짓거리를 하는거지. 엘프는 개방적이다.”
그래. 퍽이나 개방적으로 보이긴 해. 특히 거시기가...!! 너무 개방적이라서 툭 하고 튀어나올 것 같긴 했다. 그래서 더 얼굴이 붉어지는 걸지도 몰랐다. 왜 난 이런 생각을 해버려서... 이렇게 당황해버리는걸까?
“흥! 어차피 칼보다 작으면서... 칼은 너같은 것의 물건 보다 더 크고 우람해! 그리고 정액도 얼마나 맛있...흡?! 우으...”
“호오? 그쪽 타입이었나? 하긴... 그러니 장로님이 널 보고 싶다는 것이겠지.”
어쩐지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 짐승과 그짓을 하는데 그게 부끄럽지 않은건가?! 아니... 그것보다 엘프는 그런 타입도 많은걸까? 설마 짐승과 잠까지 자는건? 그렇게 섹스까지...?
“후에엣?! 서..설마... 설마 엘프는...?”
“아아. 짐승들과 잠자리를 가지지. 그걸로 아이도 가질 수 있다. 엘프의 위대한 점중 하나다. 다만 그런 아이들은 수인으로 자라나서 문제라면 문제야. 수인은 엘프 마을에서 제대로 살아갈 수 없거든. 순종 엘프들만이 엘프마을에서 살아갈 수 있지. 그래서 특별히 엘프마을 옆에 수인들이 살 수 있게 쉼터를 마련해주기도 했지.”
“그..그래? 수..수인이 태어난 배경이 그..그거구나? 호호호...”
뭔가 알지 말아야 할 걸 알게 된 것 같았다. 그래서 간혹 수인이 잡혀오는건가? 어쩐지... 수인들이 예쁘긴 했다. 하긴 저렇게 아름다운 엘프의 피가 섞였는데...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였다.
“나도 몇몇 암컷을 거느리고 있지. 후후. 나같은 일등 신랑감도 얼마 없다. 너도 내가 마음에 들면 특별히 내 암컷으로 삼아 주마.”
“힉?! 무..무슨 소리야?! 으으.”
“아아. 너에겐 저녀석이 있었지? 하긴... 모습을 보니 수인형으로 변할 수도 있겠군. 게다가 마나사용자이기까지 하니 더 특별할지도... 뭐 좋아. 다만 즐기고 싶다면 이야기 해다오. 너라면 좋은 아이를 생산할 수 있을 것 같다.”
“으으.. 아..아이... 생산...?”
너무 당당해서 되려 내가 더 당황스러웠다. 정말... 개방적이어도 너무 개방적인 엘프 남자였다. 그렇게 그 엘프남자를 따라 마을로 들어섰다. 마을은 정말... 환경친화적인 모습이었다. 커다란 나무에 구멍이 뚤려있어 집 안이 모조리 개방되어 있었다. 어느한곳을 쳐다보니 그곳엔... 신음소리를 한창 내지르며 섹스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다들 그런건 별것 아니라는 듯 그저 자신들의 일에 빠져 있었다.
“우으.. 세..섹스... 섹스하고 있어!!”
“응? 아이를 생산중인게 뭐가 이상한가?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지 않나? 저 신음소리 하며... 천상의 음률이나 다름없군.”
엘프는 이상했다. 아니 내가 적응을 못하는걸까? 엘프들은 원래 이러는데 나만 몰랐던 걸지도... 하긴 엘프마을에 와 봤어야 알지. 어쨌든 문화충격이나 다름없었다.
“자 이제 그만 쳐다보고 따라오도록 해라.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노려보듯 보는건 실례 아니던가. 아니면 인간은 아이를 생산하기 위해 하는일을 제 3자에게 보도록 시키는건가? 그건 몰랐군.”
“아..아냐!! 으으. 넌 도대체 인간을 뭐라고 생각하는거야!!”
더 창피했다. 설마 그럴 리가 없지 않는가? 인간이라도 섹스하는걸 다른사람에게 보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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