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2화 〉72화 (72/132)



〈 72화 〉72화


정말 분했다. 셀바르 후작에게 뒤통수를 한방 강하게 맞아버린 것 같았다. 아니 확실히 그건 뒤통수를 때린격이나 다름없었다.

“으으~ 너무 분해! 내 알몸 영상을 모두에게 보였어. 게다가  이상한 남자에게 팔릴 것 같아... 흑.”

“자자. 공녀님 그렇게 울면서 말하면 잘 못알아 듣겠잖아요. 그래서 도대체 무슨일인데요?”

“훌쩍... 그게... 셀바르 후작이  외세를 끌어들였어. 이번엔 발카누스 제국의 마스터 나이트 더라구. 그래서 그런지 레온이 힘을 못쓰던걸...”

“아아. 하긴 친 발카누스 성향의 아르덴 왕국이니 어쩔 수 없었겠네요. 그럼 설마... 공녀님까지 포기 해버린건가요?”

밀리아의 그런 말에 화들짝 놀라버렸다. 설마 레온이 그렇게까지 하진 않을거라고 생각됐다. 다만 요즘 조금 의심스러운 모습을 간혹 보여줘 걱정이긴 했다. 설마가 사람잡는다지 않는가?

“그..그럴리 없잖아? 레온이 날... 얼마나 사랑하는데... 밀리아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아줘!!”

“네네~ 공녀님은 언제나 레온님 일편단심이죠. 하아~ 이제 두눈에 콩깍지가 떨어져 나갈 시간도  것 같은데... 아직 아닌 것 같네요.”

“윽~ 무..무슨소리일까? 나..나도 그정도 생각은 하고 살아!! 레온에 대해 얼마나 많이 생각한다구!!”

레온과 결혼하면 얼마나 좋을까. 라던가... 아니면 레온과 부끄러운 행위도... 어쩐지 모조리 레온에 대해 좋은쪽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칼은 그런 내 모습에 불만을 표하는 듯 했다. 역시 레온이야기를 해서일까? 이제부터라도 칼에게 좀  신경써야할지도 모르겠다.

“발자르 라는 남자를... 레온이 어쩌지 못했어. 결국 레온은 그정도인걸까? 역시 내가 너무 레온에게 빠져있는걸까?”

“이제라도 그렇게 생각하시니 다행이네요.  또 공국을 들어다 레온님에게 가져다 바치는줄 알았는걸요. 그정도로 심한 모습을 공녀님이 보여주곤 했다구요.”

“이..이제와서 그런걸 말해주면 어떡해?! 으으~ 그러고도 밀리아 네가 내 전속 시녀야?”

“그거야 말해줘도 알아듣지 못한 공녀님 잘못이죠. 저야 하찮은 시녀일 뿐인걸요? 정치에 대해 뭘 알기나 하나요? 흥~”

어쩐지 밀리아가 삐쳐버린 듯 했다. 하긴... 방금은 말이 조금 심하긴 한 것 같았다. 아무리 시녀라지만... 아니 시녀니까 공녀에게 함부로 뭔가 말을 하지 못한거겠지. 겨우 그런걸가지고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다니... 역시 레온에게 너무 빠져 그런 것 같았다.

“미..미안... 내가 너무 심했지? 하아~ 요즘 왜이러는지 모르겠어. 몸이 예전같지 않아.”

“뭐 그러시다면야...  선생님의 속옷 한 벌. 그걸로 용서해드릴게요. 호호~ 이번에 예쁜 속옷이 새로 나왔더라구요. 아아~ 정말 그 속옷을 입으면~ 너무 예쁜 모습이 될 것 같아요!!”

“아니... 뭐 사주긴 할텐데... 어차피 누구 보일사람도 없잖아? 그런걸로 괜찮겠어? 차라리 드레스를 사지 그래?”

“그치만 드레스는 두벌이나 있는걸요? 이번엔 속옷이 좋을 것 같아요.”

어쩐지 시시콜콜한 잡답으로 이야기가 넘어가 버리고 말았다. 아마도 그건 밀리아가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서일 듯 했다. 뭐 그렇게 까지 해주는데 기분이 꿀꿀한채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럼... 지금 당장 그 속옷 구경하러갈까? 어때 밀리아?”

“와~ 정말요? 그럼 당장 가요!! 아아. 가서 마음껏 입어보고 고를래요! 근데 역시... 하나는 조금... 두 개나 세 개정도... 안그래도 요즘 몸이 약간 자라서 속옷이 전부 맞지 않게 됐는데... 호호호~”

“알았어. 밀리아 마음에 드는걸로 마음껏 사도 좋아. 이왕 이렇게 된거 에밀리아 언니도 불러서 여자들끼리 쇼핑이나 가자! 칼은... 데려가도 괜찮을까? 칼도 엄연히 수컷인데...”

“어차피 애잖아요. 상관 없겠죠. 칼도 저와 같이 가고싶을걸요? 그렇지 칼?”

“응~!  밀리아랑 갈래. 미아랑 안가!”

“으으. 어차피 같이 가는거니까. 나랑 가는거나 마찬가지인데?”

“그래도 미아랑 안가!!”

정말... 어린아이다운 투정이었다. 밀리아는 저런 투정을 매일 받아주고 있다는건가? 정신줄이 참 단단하다고 생각됐다. 그러니 시녀를 하고 있겠지. 시녀가 오죽 할 일이 많지 않는가? 게다가 귀족들에게 꾀나 시달리기도 하고... 나름 대단히 어려운 직업이라고 생각됐다.

“그럼 에밀리아 황녀님을 부르러가요~”

“으응. 에밀리아 언니도 분명 기뻐할거야. 안그래도 셀바르 후작얼굴을 보느라 고역이었을테니. 게다가 그 발자르라는 남자도 정말 징글징글했어.”

그 징그러운 시선이라니... 정말 토나올정도로 기분이 나빴다. 레온은 전혀 그러지 않았는데... 내게 단 한번도 그런 징그러운 시선을 건내지 않았었다. 역시 레온은 날 소중히 대해주는게 틀림없었다.

“에휴~ 또 레온 생각을 해버렸네.”

“헤에~ 역시 공녀님은 레온님에게 빠져있어요. 자자 그런 쓸모없는 남자들은 제처두고 어서 쇼핑가요~”

그렇게 에밀리아 언니가 기거하는 접대용 방으로 향했다. 에밀리아 언니의 방앞엔 병사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역시 제국의 마스터 나이트인 만큼 자체적인 경비를 하고 있는 듯 했다. 게다가 황녀이지 않는가? 아무리 강력한 여기사 라지만 그래도 여자는 여자였다.

“엘레미아 공녀님이시군요. 어쩐일이신지요.”

“으응. 에밀리아 언니와 함께 쇼핑을 하려고... 조금 불러주지 않겠어?”

병사의 본분을 다하는 모습이 제법 괜찮아보였다. 역시 제국이라고 해야할까? 병사들이 기강이 정말 잘 잡혀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병사가 문을 노크하고 들어가서 에밀리아 언니에게 내가 온 것을 알렸다. 그러자 금세 쪼르르 걸어나오는 에밀리아 언니였다.

“어머~ 미아 아냐? 어쩐일이야? 기분 엄청 나빠하더니 이제 조금 괜찮아 졌나봐?”

“네. 조금 나빴지만... 어쩔 수 없죠. 뭐. 그래서 기분도 풀겸 같이 쇼핑이나 갈까 해서요.”

“응? 쇼핑? 드레스? 아니면 악세사리?”

“그게... 속옷이요. 속옷.”

에밀리아 언니의 귓가에 속닥이며 말했다. 역시 아직까지는 여성의 속옷이나 그런 걸 직접 대면하는건 부끄러웠다. 물론 지금도 여성용 속옷을 입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부끄러운건 어쩔  없었다.

“아하~ 속옷 말이구나. 그럼 그렇다고 말해줘야지~ 간지럽게 귓속말은 왜하는건데? 뭐 마침 나도 속옷이 조금 필요했는데 정말 좋은 이야기야. 그럼 어디로 갈거야? 역시 시내? 아니면?”

“호호~ 공녀님이 좀 그렇죠. 쇼핑 갈곳은 저에게 맞겨주세요. 황녀님. 자자 이럴게 아니라 어서 이동하죠. 이동하면서 이야기해드릴게요.”

“응? 밀리아랬나? 좋아. 어디 한번 내 마음에 드는 속옷가게로 안내해봐.”

“호호 걱정 마세요! 분명 황녀님이라도 만족하실 거예요!”

뭐 디자이너 쟝이 있는곳으로 안내하는거겠지. 정말 그 쟝이라는 디자이너의 의상이 인기가 있는  같긴 했다. 파티때도 다들 날 쳐다보지 않았던가? 그런걸 생각하면 정말 옷 하나는 기가막히가  만드는걸지도 몰랐다.

“물론 야하게 말이지... 으으~ 그걸 생각하니 아직도 얼굴이 붉어지는 것 같아.”

역시 야한 옷은 조금 거슬렸다. 그걸 내가 입게 되니 더... 하지만 그렇다고 안입을 수도 없었다. 밀리아가 오죽 극성이어야지.

“흐응~ 또 무슨 생각이야?”

“꺅~ 갑자기 주무르면.. 으흣~ 뭐하는 짓이에요?! 에밀리아 언니!!”

“그거야. 미아가 너무 잡생각에 빠져있어서 그렇지. 기사라면 모름지기 방심의 순간이 없어야 하는거야. 잘 알아두라고. 언제 어느때든 불시의 기습이 올 수 있잖아? 설마 그때도 이렇게 잡생각에 빠져있을 샘이야?”

“으윽... 그..그건... 죄송해요. 우우~”

“나에게 미안할건 없어. 이건 미아 자신의 문제니까. 아무튼 그런 꿀꿀한 이야기는 집어던지고 쇼핑이나 하자.  쇼핑같은거 엄청 좋아해! 마구 사다가 한번 입고 버리기! 얼마나 좋아? 호호호~ 황녀라서 정말 좋다니깐?”

무언가 쓸데없는데 낭비를 하는 에밀리아 언니였다. 한번입고 버리기라니... 숲속에선 정말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토끼털 가죽옷을 거의 반년 가까이 입어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감히 그런 내 앞에서!! 물론 그렇다고 에밀리아 언니에게 뭐라고 하지는 못했다. 일단 나보다 강한 마스터나이트 이지 않는가? 게다가 권력으로도 밀렸다. 결국 찌그러져 있을 수밖에...

“우우~”

“또 뭐가 불만이야? 하고 싶은  있으면 해도 좋아.”

“그치만 하면 화낼거잖아요?”

“화 안낼테니까 해봐.”

“그럼... 할게요. 에밀리아 언니 너무 낭비벽이 심한거 아니에요? 한번 입고 버리다니... 그건 너무 심하잖아요.”

“흐응~ 그게 신경쓰였어? 뭐 버린다고 하긴 했지만... 어차피 시녀들이 나눠 입을건데 뭘~ 상관 없잖아?”

“으윽... 그렇다면 상관없지만...”

조금 창피해져서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런 간단한 것도 생각 못하다니... 정말 요즘들어 더 바보같아진 면모가 많아졌다. 예전엔 그래도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많았는데... 어째서 이렇게 되버린걸까? 도통 알 수가 없었다.

“호호~ 정말 미아는 귀엽다니까? 그런 생각을 했었구나. 어차피 우리 같은 황녀나 공녀 정도 되면 그런 사치와 낭비정도는 부려야해. 그래야 남들에게 무시받지 않거든... 품위 유지비용 이라고 해야할까? 미아도 공녀니 만큼 꾀나 나오지 않아? 나야 마스터 나이트라 그렇게 많이 쓰지 않지만... 내 동생은 정말~ 으으~ 미아가 보면 질겁할정도로 많이 쓸걸?”

“그..그래요? 하아~ 상상도 못하겠어요. 저야 뭐... 숲속생활에 적응해버려서 쓰는거라곤 드레스 몇벌 부츠 악세사리 조금 화장 약간 정도? 게다가 모조리 전속시녀인 밀리아가 해줘서 얼마나 쓰는지도 모르는걸요.”

“호호. 나도 마찬가지야. 아마 내가 생각하는것보다 더 많이 쓸지도 모르겠어. 어차피 우린 돈같은건 신경쓰지 않아도 상관 없잖아?”

“하긴...”

 그렇긴 했다. 황녀와 공녀이지 않던가? 나름 씀씀이가 헤퍼도 상관 없었다. 어차피 일반적으로보면 그렇게 쓰다가 어느왕국 혹은 고위 귀족에게 팔려가듯 시집이나 가게 될거니 말이다. 마음껏 쓰고  용도에 맞게 사용되면 되는것이었다.

“으으~ 어쩐지 억울해요. 하필 여자로 테어나서... 남자였으면 이런저런 권력이라도 제대로 누려봤을텐데... 왕자였으면 왕이라도 될 가능성이 있잖아요?”

“하긴... 여자란 불편하지. 특히 이런 신분이 되면 더... 그래서 내가 마스터 나이트가 되려고 기를 쓰고 수련한거야. 그러니 미아 너도 얼른 마스터 나이트가 되렴. 호호호~”

“그게 쉽지 않으니 문제잖아요! 하아~ 나는 언제 마스터 나이트가 될는지...”

그렇게 수다를 떨며 밀리아의 뒤를 따랐다. 잠시후 밀리아가 멈춰선곳은 대단히 으리으리해 보이는 저택과도 같은 상점이었다. 이정도 크기에 화려함이라니... 물론 궁전보다는 못했지만... 주위 건물들중엔 단연 돋보이는 인테리어였다.

“자 이곳이에요. 쟝 선생님의 디자이너 겸 의류점!! 어때요?”

“호오? 디자이너 쟝이라면 그 유명한? 설마 이곳에 의류점을 냈었어? 나도 디자이너 쟝의 드레스와 속옷은 애용하는중인데... 오늘 입고 온 속옷도 디자이너 쟝의 작품이야!”

“에에? 나만 유행에 뒤처지는건가요? 우으~ 둘은 이야기가  통해서 좋겠네요. 하아~”

“호호~ 공녀님도 참~ 그렇게 생각하시면 오늘 유행을 따라잡으면 되죠!! 자 어서 들어가요!!”

“으응. 에밀리아 언니 그렇게 넉 놓고 있지 말고 들어가요.”

“아~ 그..그래!”

아마도 감격을 하는 중인  했다. 정말... 그렇게 좋은걸까? 물론 그 재질이 특수하고 매끄러웠지만... 너무 야한감이 없잖아 있던데? 설마 에밀리아 언니까지 그런 야한 옷을 좋아할 줄은... 매번 입고 있는게 편한 복장이라 전혀 눈치채지 못했었다.

“오홍~ 이게 누구신가용~ 제국의 황녀님인 에밀리아님 아니신가용~ 저를  찾아주시다니~ 정말 기쁩니다용~”

“아아. 정말 간만인걸. 근데 이런곳에 의상실을 내다니... 벌이가 좋은가봐?”

“호호홍~ 그렇습죵~ 이게 다 황녀님과 공녀님같은 고객님의 도움이죵~”

“자 그럼 우리 속옷매장으로 올라가봐요!! 일단 속옷부터 고르고 다음은 드레스를... 괜찮겠죠? 공녀님? 호호호~”

어쩐지 점점 바라는게 많아지는 밀리아였다. 게다가 속옷만 고른다면서 드레스까지 고르자니... 뭐 에밀리아 언니도 그럴마음인 듯 하니 상관 없긴 하지만... 이제 드레스는 많다고 하지 않았던가?

“에휴~ 맘대로 하렴. 어차피 내가 말려도 고를거잖아.”

“호호호~ 그래도 말은 해 드려야죠~”

“미아. 그렇게 한숨 쉴거 없잖아? 좋아. 이번엔 내가 사줄게! 우리 마음껏 고르도록 하자!”

“호호홍~ 그럼 마음껏 쇼핑하시며 놀다 가시도록 하세용~ 전 이만 다른 디자인이 생각나서...”

그렇게 디자이너 쟝이 물러가고 이제 밀리아의 세상이 되어버렸다. 날 마구 이끄는 그 박력이라니... 솔직히 두려울 정도였다. 역시 여자는 쇼핑에 한해선 전투력이 급상승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왜 나는 그러지 않는걸까? 역시 겉만 여자고 아직은 남자의 정신이 살아있어서 그런걸까?

“흐응~ 미아는 기쁘지 않나봐? 이렇게 화려한 속옷들이 눈을 즐겁게 해주는데?”

“으으.. 부..부끄럽잖아요. 게다가 속옷들이 죄다 야해요. 특히 이거... 가운데는 왜 이런데요? 이러면 입은거나 벗은거나 같잖아요?”

“쿡쿡. 그거야 승부 속옷이니까. 자자 좀 더 다양한 디자인을 골라보라구. 분명 미아가 마음에 들어하는 디자인도 있을거야~”

그렇게 즐겁다는  말하는 에밀리아 언니였다. 밀리아는 벌써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속옷을 입어보고 있는중이었다. 다행이 매장을 전체 빌려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은 없었다. 그래서 저렇게 개방적으로 나오는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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